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42
둥둥둥.
“지금부터 지존회 개파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사회를 맡은 생사신의의 말에 지존장원 연무장에 모인 이백여 무사들이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
이백여 명이라는 참석자 수는 지존회주 곽유의 모습을 하고 있는 백엽을 비롯하여 성녀, 생사신의, 매영설 등 지존회 무사 백여 명과 영웅회 지휘부 고수 백여 명이 합쳐진 결과였다.
영웅회에서 온 주요 참석자는 백운목, 백여희, 백여옥, 한복 등이 있었다.
영웅회에 속하지는 않지만 외부 지원 무사 신분으로 참석한 사람은 악완이 유일했다.
참고로 와룡대원들은 영웅보 방어를 위해 참석하지 않았다.
“먼저 회주님의 인사 말씀이 있겠습니다.”
생사신의의 말에 백엽이 단상 앞으로 나왔다.
“지존회주 곽유입니다. 먼저 위급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우리 지존회 개파대회에 참석해주신 백운목 영웅회주님을 비롯한 귀빈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짝짝짝.
무사들의 박수에 백엽이 다시 한번 포권으로 답례한 후 말을 이어갔다.
“다들 잘 알다시피 당금 악양 무림은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이는 악양 무림 장악이라는 천혈방의 야욕 때문에 벌어진 것으로, 지금까지 이로 인해 목숨을 잃은 무림인들이 수도 없이 많은 실정입니다. 지존회는 천혈방과 그에 동조하는 세력의 불의를 더는 참지 못해 일어난 지사들의 모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확실히 말씀드리지만, 우리 지존회는 절대 천혈방의 협박과 위세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끝까지 싸울 겁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우리와 동맹을 맺기 위해 오신 영웅회 영웅들이 계신 데 무얼 두려워하겠습니까?”
와아아.
지존회와 영웅회 무사들이 함성을 질렀다.
백엽의 목소리에 내공이 실려 있어 듣는 것만으로도 사기가 진작된 결과였다.
백엽의 인사말이 끝나자, 자연스레 백운목의 차례가 되었다.
“영웅회주 백운목 대협께서 축사를 해주시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영웅회주 백운목입니다.”
짝짝짝.
박수와 함께 단상 앞으로 나온 백운목이 포권으로 인사한 후 다시 말을 이어갔다.
“먼저 개파대회에 초대를 해주신 지존회주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무쪼록 지존회가 악양 무림을 넘어 천하 무림에 우뚝 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짝짝짝.
축사까지 끝나자 이제 남은 것은 동맹 체결식이었다.
속전속결식으로 진행하기로 이미 합의를 한 바 있어 곧바로 체결식이 시작되었다.
“지존회와 영웅회 양 회의 회주님께서 동맹체결서에 서명을 하시겠습니다.”
박수를 받으며 백엽과 백운목이 단상 앞에 준비해둔 탁자 앞으로 갔다.
탁자 위에는 미리 준비된 동맹체결서가 있었다.
백엽과 백운목이 서명을 하려는 바로 그 순간.
무사 한 명이 연무장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무슨 일이오?”
“회주님. 무림맹 악양지부 무사들이 왔습니다.”
“무림맹 악양지부? 어서 모시고 오시오.”
“네.”
얼마 후 도착한 무사들은 모두 스무 명 정도로 다들 기도가 비범했다.
원래 그들은 곧바로 지존장원 내부로 진입하려 했으나 결계 때문에 들어오지 못하고 기다려야 했다.
무리 중 대표로 보이는 중년인이 말했다.
“무림맹 악양지부를 맡고 있는 엽조신(葉調申)이라고 하오. 영웅회 백 회주께 맹주님의 명을 전달하겠소.”
“엽 지부장! 오랜만이오. 맹주님께서 내게 명을 내리셨다는 말씀이오?”
“그렇소. 맹주님께서 지휘서신을 보내셨소.”
“말씀하시오.”
백운목이 안색을 굳혔다.
그동안 무림맹 악양지부에 여러 번 지원 요청을 했었던 그였다.
하지만 그때마다 돌아온 것은 거절이었다.
총단의 지시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백여희가 온 이후에는 그녀가 직접 지원 요청을 했지만 역시 똑같은 대답이었다.
한데 그랬던 그들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다.
그 때문일까.
백운목은 좋지 못한 예감을 느꼈다.
엽조신이 묵묵히 지휘서신을 읽어내려갔다.
“맹주로서 지시를 내린다. 영웅회와 지존회의 동맹 체결을 불허하니 그 명에 따르기 바란다. 이상이오.”
“으음······.”
백운목이 안색을 굳혔다.
비록 영웅회가 지역 무림세력으로 무림맹의 간섭을 받지 않는 독립성을 지녔다고는 하나 무림맹주의 직접적인 명을 거부하기는 힘들기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독립적이라는 말 속에 무림맹 총단의 눈치를 봐야 하는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었다.
당황한 백운목이 백여희를 쳐다봤다.
백여희가 아미를 찡그린 후 말했다.
“혹시 여의공자가 간밤에 전서구를 무림맹 총단에 보냈나요?”
“그건 아니오. 여의공자는 지금 중상을 입고 귀 영웅보에서 치료 중이오. 전서구를 보낸 것은 바로 나였소.”
“전서구가 빨리도 왔군요.”
“특수 전서구를 사용하면 낙양까지 한나절이면 충분하오. 그 사실은 백 부군사께서 더 잘 아시리라 믿소.”
“맹주님 지휘서신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이쪽 사정을 정확하게 모르고 판단을 내리신 것 같군요. 여의공자가 중상을 입은 사실만 너무 부각한 것 아닌가요?”
“나는 사실대로 보고드렸을 뿐이오. 다만 이번에 맹주님께서 지존회와의 동맹 체결을 금지한 것은 여의공자의 부상과는 무관한 일이오.”
“흥! 그 말을 믿기 어렵군요.”
백여희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녀 역시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백운목이 물었다.
“엽 지부장. 우리 영웅회는 독립적인 조직이오. 만약 우리가 맹주님 지시를 어기고 동맹 체결을 강행하면 어떻게 되는 것이오?”
“그러면 즉시 무림맹 차원의 지원이 끊길 것이오.”
“화산파와 형산파 무사들이 다시 철수할 수도 있단 말이오?”
“그렇소. 회주께서는 둘 중 선택을 하시오. 지존회요? 아니면 무림맹이오?”
“으음······.”
백운목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하기야 누구라도 쉽게 선택할 수 없는 문제였다.
지켜보기만 하던 백엽이 물었다.
“그 이유를 알 수 있겠소?”
“귀하가 지존회주인 것 같구려. 이유는 명확하오. 본맹은 원칙적으로 흑도와 동맹을 맺는 것을 금지하고 있소.”
“원칙이 있으면 예외도 있는 법이 아니오?”
“물론 예외가 있소. 하지만 예외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맹주님의 허락이 있어야 하오. 최소한 묵시적인 허락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이번 경우는 명시적인 반대 의사가 있으셨기에 절대 동맹을 인정할 수 없소. 다만 지역 무림세력의 독립성 또한 무작정 불인정할 수 없으므로 맹주님 지시를 어기는 것 또한 가능하긴 하오. 다만 조금 전 말씀 드린 대로 맹 차원의 모든 지원은 중단될 것이오.”
“복잡하구려. 간단히 말한다면 우리 총군사가 여의공자를 다치게 한 때문이 아니오? 다만 그때 상황을 제대로 알렸는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소.”
“하하하. 지존회주께선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될 일이오. 백 회주께서 결정할 사항이니까.”
“여희야.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
백운목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백여희를 쳐다봤다.
백여희가 말했다.
“거부하세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존회와의 동맹이에요.”
“하지만 거부하게 되면 화산파와 형산파 무사들이 철수하게 될 거라고 하지 않느냐?”
“그야 두고 볼 일이지요. 제가 다시 맹주님께 전서구를 보내겠어요. 맹주님께서는 합리적인 분이니 자초지종을 들으면 이해하실 거예요.”
“으음, 아니다. 맹주님 지시를 어길 수는 없다. 동맹 체결을 보류하고 즉시 여희 네가 맹주님께 보고를 드려라. 맹주님께서 마음을 돌리시면 그때 동맹을 체결하면 될 것 같다. 곽 회주! 미안하게 되었소. 이해해주실 수 있겠소?”
“물론입니다. 보주님 말씀대로 하는 게 가장 좋겠군요. 그리고 동맹과 관계없이 영웅회가 공격을 받게 되면 우리 지존회가 돕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소.”
백운목이 기뻐했다.
다만 반대의 경우 영웅회 역시 지존회를 돕겠다는 약속은 할 수 없었다.
여러모로 입장이 곤란해진 백운목이 말했다.
“곽 회주. 그럼 그렇게 알고 이만 돌아가 보도록 하겠소. 천혈방 놈들이 공격해올 수도 있어 어서 영웅보로 돌아가야겠소.”
“알겠습니다. 다시 한번 오늘 시간을 내서 본 회의 개파대회에 참석해준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백엽이 고개를 숙였다.
백운목 역시 답례한 후 일행들을 데리고 지존장원을 떠났다.
이제 남은 사람은 지존회 무사들과 무림맹 악양지부 무사들.
악양지부장 엽조신이 백엽에게 말했다.
“귀하들의 움직임은 우리 지부에서 계속 지켜볼 생각이오. 만일 본맹을 이용할 생각이라면 지금 그만두는 것이 좋을 것이오. 그렇지 않고 음모를 꾸민다면 천혈방 다음으로 제거될 대상이 그대들이 될 것이오. 다시 말하지만 우리 맹주님께서 동맹을 저지하신 것은 여의공자 때문만이 아니오. 무슨 뜻인지 아시겠소?”
“요 며칠 동안 우리 지존회에 대해 조사를 많이 한 모양이군요.”
“그렇소. 아직 그대들의 정체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으나, 뭔가 숨기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곽 회주께서 천혈방 놈들에게 막대한 타격을 가해 큰 도움이 된 것만은 맹주님께서도 인정하고 계실 것이오. 사실 강시술만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맹주님께서 이번만큼은 전략적으로 판단해 동맹을 모른 체하셨을 수도 있었을 것이오. 일이 이렇게 되어 나 역시 유감이오.”
“엽 지부장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는 것 같소. 다만 무림인은 각자의 길이 있는 것이오. 스스로 양심에 부끄러움이 없다면 서로 간섭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오. 특히 이번처럼 강압적인 행동으로 본회를 핍박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명심하시오. 배웅은 안 하겠소. 잘 돌아가시오.”
“하하하! 뼈 있는 말이군. 좋소. 오늘은 이만 돌아가겠소.”
엽조신이 말을 한 후 무사들을 이끌고 돌아갔다.
그들이 사라지자 매영설이 투덜댔다.
“사부님. 이 무슨 경우인가요? 실질적으로 우리가 일방적으로 도와주는 동맹인데 그것마저도 정파라는 명목하에 거부하다니. 무림맹주라는 분도 그 성격이 편협한 것 같아요.”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지휘서신을 보내기 전에 총군사와 상의를 했을 테니까. 그쪽에서 우리를 의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보다 내가 가르쳐준 한빙지 연마는 잘되어 가느냐?”
“그게······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연마했는데, 요즘 일이 많이 생겨 열심히 못 했어요.”
“며칠이 지났다고 그러느냐? 뭐든지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 부지런히 연마하도록 해라.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새로운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절정고수 말씀인가요?”
“그렇다. 설이 너의 자질이라면 단기간에도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믿는 것이지.”
“명심하겠습니다. 사부님.”
매영설이 대답한 바로 그때.
지존장원 밖이 시끄러워지며 경계 무사 한 명이 연무장으로 왔다.
“무슨 일이오?”
“흑수보, 백골문, 사해파 세 문파의 잔존 무사들이 투항을 해왔습니다.”
“모두 몇 명이오?”
“천여 명이나 됩니다.”
“들여보내시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