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43
흑수보, 백골문, 사해파 이 세 문파는 악양 오대문파에 속하며 그 세력은 영웅보, 충의문과도 필적했다.
비록 그 수장과 주요 무사들이 제거되었다고 해도 총단을 지키고 있던 병력은 남아 있었다.
그 잔존 병력인 천여 무사들이 일제히 투항해온 것이니 지존회 무사들이 놀랄 만도 했다.
“지존회주님께 충성을 맹세합니다.”
“충성을 맹세합니다.”
“충성을 맹세합니다.”
삼개 문파의 임시 수장들이 일제히 백엽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흑수보 부보주, 백골문 부문주, 사해파 태상장로가 바로 그들이었다.
그들을 따라온 천여 무사들 역시 고개를 숙여 충성을 맹세했다.
지존장원 연무장이 워낙 넓어 천여 명이라는 숫자가 그렇게 많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백여 명밖에 되지 않는 지존회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자신들보다 무려 열 배나 되는 인원이 투항해온 셈이라 오히려 큰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물론 백엽의 무공이 워낙 높은 것이 그 이유라는 사실을 잘 알고는 있었지만 다들 안심을 못 하고 경계하는 눈빛이었다.
이는 생사신의와 성녀, 매영설 또한 마찬가지였다.
세 사람 모두 대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다만 투항한 무사들의 무공이 그렇게 높지 않아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가장 태연한 사람은 바로 백엽이었다.
그는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하하. 이렇게 스스로 알아서 우리 지존회에 들어오다니 본 회주로서는 매우 기쁘게 생각하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오?”
삼개파 수장 중 대표로 흑수보 부보주가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린다면 천혈방의 압박이 있었습니다.”
“무슨 압박 말이오?”
“저희 보고 지존회를 공격하라고 하더군요. 말을 듣지 않으면 몰살을 시키겠다고 협박을 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어찌 지존회주님의 상대가 되겠습니까? 그래서 상의 끝에 이렇게 남은 무사들을 모두 이끌고 투항을 하게 된 겁니다.”
“잘 판단했소. 천혈방주의 명에 따라 우리를 공격했다면 그대들은 아마도 몰살당했을 것이오.”
“저희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투항을 받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흑수보 부보주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백골문 부문주와 사해파 태상장로 역시 백엽에게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그들 세 사람과 백엽과의 거리는 지척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가까웠다.
백엽은 여전히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바로 그때였다.
가까이 다가온 삼개 문파의 임시 수장들이 별안간 공격을 가해왔다.
어느새 각기 병장기를 뽑은 그들의 공격은 실로 놀라울 정도였다.
분명 겉으로 봐서는 일류 정도였는데, 그 몸놀림과 속도는 절정고수 이상이었다.
쐐애액.
쐐액.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백엽의 전신에 검광과 도광이 덮쳤다.
그것은 마치 해일과도 같은 공격이었다. 그 강도 역시 태산이라도 무너뜨릴 정도였다.
생사신의와 성녀, 매영설이 그제야 매우 놀라며 안색을 굳혔다.
“조심하세요!”
성녀의 목소리에도 떨림이 담겨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삼개 문파의 임시 수장들의 무공이 자신이 예상했던 것과 확연히 달랐다.
‘절정고수 중에서도 상급이다. 설마 천혈방의 십대봉공 중 세 명이란 말인가.’
성녀의 머릿속에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그들의 합공은 백엽을 강타한 이후였다.
한데 더욱더 놀라운 점은 그들을 따라 투항을 온 무사들 역시 당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랬다.
천혈방주의 명을 받은 봉공 세 명이 이들 삼개파의 임시 수장을 은밀히 제거하고 역용을 해 각 문파를 장악했던 것이다.
임시 수장 자리를 차지한 그들은 수하들에게 지존회에 투항하겠다고 거짓말을 했으나, 수하들은 이를 진실로 생각하고 별 생각 없이 받아들였다.
생사신의와 성녀, 매영설 등이 처음에 그들의 투항을 믿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이는 천혈선생의 계책으로 십대봉공 중 가장 무공이 뛰어난 세 명이 암살자로 선정되었다.
그 계책은 지금까지 성공이었다.
백엽은 전혀 예상치 못한 듯 아무 반격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검광과 도광이 백엽의 전신을 갈기갈기 찢어발기기 직전.
기이한 일이 발생했다.
백엽의 모습이 흐릿해지며 그대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봉공들이 흠칫했으나, 백엽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봉공들이 주위를 둘러본 순간.
그들이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으윽!”
“크윽!”
“허억!”
사람들이 놀라서 보니 세 명 모두 사혈을 찍혀 숨져 있었다.
그 시신들 앞에 백엽이 나타난 것은 바로 그 직후였다.
아무도 없던 공간에 그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실로 귀신이 곡할 신법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많은 무사를 데리고 와서 그대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오.”
백엽이 시체들에게 말을 한 후 어리둥절해 있는 삼개 문파 천여 명의 무사들에게 소리쳤다.
“다시 한번 확인하겠다. 지존회에 들어올 사람들은 무릎을 꿇어라. 그러지 않는 자는 부득이 목숨을 끊어주겠다.”
털썩.
털썩.
백엽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천여 무사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충성을 맹세합니다.”
“충성을 맹세합니다.”
다시 한번 충성 맹세가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백엽의 안색이 좋지 못했다.
미처 몰랐던 것을 비로소 깨달은 것 같았다.
“이런 지독한······.”
백엽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왜 그러십니까?”
생사신의가 묻자, 백엽이 말했다.
“일반 무사들에게 금제를 걸어놓은 것 같소. 천혈방에서도 고독을 사용할 줄이야.”
“아! 그렇군요.”
생사신의가 늦게나마 깨달았는지 안색을 굳혔다.
바로 그때였다.
무릎을 꿇고 있던 천여 무사들이 갑자기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으윽!”
“크윽!”
지존회 무사들이 놀라서 보니 하나같이 검붉은 피를 토한 채 즉사해 있었다.
“사부님! 어떻게 된 건가요?”
“고독이 발동되었다. 고수들이 이들 문파의 임시 수장을 죽이고 그들로 행세하면서 무사들에게 고독을 심어둔 것 같다. 자신들이 죽게 되더라도 내가 이들을 수하로 거두지 못하게 한 셈이지. 손을 쓰기에는 너무 늦었었다.”
백엽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는 동안 천여 구의 시체들은 녹아내려 한 줌 피고름으로 변해버렸다.
백엽은 삼매진화를 일으켜 그들의 흔적을 모조리 없앴다.
피고름에 독성이 남아 있어 자칫 지존회 무사들이 피해를 볼 염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생사신의가 말했다.
“잘하셨습니다. 그대로 내버려 뒀다면 독 기운이 장원 전체로 퍼져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었을 겁니다. 한데 회주님을 공격한 놈들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분명 역용을 한 것 같던데······.”
성녀가 대신 대답했다.
“아마도 천혈방 십대봉공 중 세 명이었을 거예요. 십대봉공 중에 고독을 잘 다루는 사람이 있었고, 여기 오기 전 어떤 방법을 통해 전 무사들에게 중독을 시킨 것이지요.”
“어떤 방법이었을까요?”
매영설의 물음에 성녀가 담담히 말했다.
“식수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매우 커요. 고독을 물에 타서 복용시키는 것이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이지요. 아마도 처음에는 이들 삼개파 임시 수장들에게 우리를 공격하라고 명을 내렸을 것 같은데, 그들이 주저하자 아예 계획을 바꾼 것 같아요. 회주님께서 미리 간파하지 않으셨으면 정말 당할 뻔했어요. 회주님께선 어떻게 아셨지요?”
“그들 세 명의 기도 때문이었소. 특수한 수법을 써서 외부에 그 기도가 드러나지 않게 했지만, 나의 이목을 속이기에는 조금 모자랐소. 만약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나 역시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오. 운이 좋았소.”
“아!”
“역시!”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비록 기습 공격을 당했지만 다친 사람도 없고 위기를 모면했기 때문이었다.
생사신의가 말했다.
“잘되었습니다. 놈들을 받아들였어도 문제가 컸을 겁니다. 차라리 깔끔하게 정리하고 새 무사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나을 겁니다. 무사들이 반드시 악양에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나 역시 같은 생각이오. 좋게 생각합시다. 다들 수고가 많았소. 모두 처소로 돌아가 쉬도록 하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 * *
해 질 무렵.
영웅보로 복귀할 준비를 하고 있던 백엽의 처소에 한 사람이 방문했다.
바로 생사신의였다.
“신의. 어서 오시오.”
“네. 교주님.”
생사신의가 미소를 지으며 품속에서 책자 한 권을 꺼냈다.
“이것은?”
“천계의서입니다. 교주님께서 생사금침대법에 대해 궁금해하시기에 아예 의서를 드리러 왔습니다.”
“이 귀한 것을? 생사금침대법은 거의 다 배웠으니 굳이 의서가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저야말로 의서의 내용이 모두 머릿속에 있으니 필요가 없지요. 사실 이번에 악양으로 오면서 교주님께 드리려고 일부러 챙겨왔습니다. 받으십시오. 의서 속에는 제가 가르쳐드리지 않은 의술도 상당히 많습니다. 독학으로 충분히 익힐 수 있으니 시간 날 때마다 보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고맙소.”
백엽이 천계의서를 받아 책장을 넘겨봤다.
예상대로 신비한 의술이 가득했다.
사실 그동안 생사신의가 의서를 주지 않았던 것은 아직 백엽의 의술 경지가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생사금침대법을 전수하면서 파악해보니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미련 없이 의서를 준 것이다.
“신의. 이 의서가 정말 천계에서 작성된 것이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사방주 중 하나인 청룡주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지 않았을 겁니다.”
“아! 청룡주!”
백엽이 말이 나온 김에 품속에서 구슬 하나를 꺼냈다.
바로 청룡주였다.
생사신의가 백엽의 모친을 치료할 때 사용했던 구슬이기도 했다.
“안 그래도 이 청룡주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았소. 천계의서에 그 내용이 수록되어 있소?”
“네. 하지만 사방주 중 하나인 청룡주의 치유력에 관해서만 기술되어 있을 뿐입니다. 전설에 의하면 사방주 네 개가 모두 모이면 경천동지할 힘을 얻을 수 있다고 하지요.”
“나 역시 교주비고에서 그런 내용이 적혀 있는 고서를 본 적이 있었소. 한데 사방주의 이름까진 모르고 있었소. 나머지 사방주 이름을 아시오?”
“네. 의서 맨 마지막 장을 보십시오.”
“마지막 장이라.”
백엽이 천계의서의 마지막 장을 펴보니 생사신의 말대로 사방주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사방주는 청룡주, 백호주, 주작주, 현무주를 말한다. 그중 청룡주에는 위대한 치유의 힘이 담겨 있다. 그 비밀을 알게 되면 어떤 병도 고칠 수 있으리라.”
백엽이 일부러 소리내어 읽었다.
나머지 부분은 청룡주의 치유력과 그 치료 방법에 대해 부연 설명이 있었다.
“급한 경우에 청룡주가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기본적으로 환자의 기를 안정시켜주기 때문이지요.”
“나머지 사방주의 효력에 대해서는 모르겠구려.”
“네. 전혀 모릅니다. 하지만 사방주 중 하나를 교주님께서 얻으셨기에 나머지 사방주 역시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때는 사방주에 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겠지요.”
“하하하. 그럴 때가 오겠소? 오히려 사방주 때문에 나중에 큰 화가 닥치지는 않을지 그게 걱정이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큰 힘을 원하는 자가 사방주를 노릴 수도 있으니까요. 다만 천년 전 신마대전과 관계있는 것만은 확실할 겁니다. 천천히 연구해보십시오.”
“그러겠소. 이만 돌아가서 쉬시오. 나도 이만 영웅보로 돌아가야겠소.”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