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45
삼경 무렵.
천혈방 악양지부 주위로 천여 명의 무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바로 일차 포위망을 구축한 형산파 무사들이었다.
그들로부터 백장 밖에는 이차 포위망을 구축한 영웅회 무사 이천여 명이 포진해 있었다.
이차 포위망 속에는 백엽과 백운목, 백여희 등의 모습도 보였다.
그들은 천혈방 악양지부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백운목이 말했다.
“여희야. 아무래도 이상하다. 놈들의 외곽 경계 병력이 아무도 보이지 않는구나. 원래 외곽 경계가 없었던 것이냐?”
“그건 아니에요. 아무래도 경계 병력을 일부러 안으로 철수시킨 것 같아요.”
“으음, 그렇다면 놈들이 기습 공격을 간파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냐?”
“그럴 가능성이 커요.”
“형산파에서 철수를 할 수도 있겠군.”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놈들이 형산선생의 계획을 자세히 알지 못하고 그저 야간 기습작전으로만 추측하고 있다면 오히려 기회일 수도 있지요.”
“아! 듣고 보니 그렇구나. 봉쇄진법을 펼치는 데 방해를 받지 않을 테니까.”
“네. 함정을 팠지만, 오히려 제 무덤을 판 격이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오라버니 지적대로 놈들 중에 진법의 대가가 있다면 상황은 어떻게 또 변할지 몰라요. 지금은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없어요. 우리로서는 계획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것 외에 달리 할 일이 없어요.”
“그렇구나.”
백운목이 긴장된 표정으로 형산파 무사들을 쳐다봤다.
형산파 무사들은 각기 준비한 활을 들고 있었다.
화섭자도 하나씩 갖고 있는 그들이 불화살 공격을 가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 전에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 봉쇄진법이었다.
최대한 빨리 외곽 경계 병력을 제거하고 그사이 진법을 설치하려 했던 형산선생이 고무적인 표정을 지었다.
옆에 있던 형산파 장문인 범적이 물었다.
“놈들이 우리 기습을 알아차린 것 같은데 괜찮겠소?”
“천운이 따른 것 같습니다. 진법 설치에 시간이 걸려 그동안 놈들과 전면전이 벌어질 것을 우려했는데, 이제 그 걱정이 없어졌으니까요. 놈들이 외곽 경계 병력을 철수한 것은 일부러 경계를 허술하게 보이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방심하고 지부 내부로 진입하는 순간 포위 공격을 가할 속셈인 것이지요. 놈들은 제가 봉쇄진법을 펼칠 것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서 진법을 펼치시오. 시간을 끌어서 좋을 것은 없소.”
“네. 이미 포석은 끝냈습니다.”
“아! 벌써 말이오?”
“네. 일종의 환영 진법이라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바로 가동하겠습니다.”
형산선생이 품속에서 붉은 가루 같은 것을 꺼내 허공에 뿌렸다.
허공으로 날아오른 가루는 부풀어 오르더니 마치 안개처럼 지부 주위를 감싸기 시작했다.
바로 화염봉쇄진법이었다.
삽시간에 붉은 광채로 뒤덮인 천혈방 악양 지부의 모습에 영웅회 무사들도 탄성을 터뜨렸다.
백장 밖에서 봐도 선명했던 것이다.
백여희가 말했다.
“지금 보니 바로 화염봉쇄진법이었군요. 총군사님께 들어본 적이 있어요.”
“화염봉쇄진법이 무엇이냐?”
“그야말로 화공에 최적화된 진법이지요. 불에 들어가 있는 착각을 일으켜 상대를 교란하는 효능이 있어요. 실제 화공을 더하면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한다고 들었어요. 오래전 실전된 진법이라고 들었는데, 형산선생이 그 진전을 이어받은 것 같군요. 우리로서는 잘된 일이에요.”
“그래 어떻게든 놈들만 섬멸하면 된다.”
백운목이 기대 어린 표정을 지었다.
백여희가 다시 말했다.
“참고로 조금 전 형산선생이 뿌린 붉은 가루는 화염봉쇄진법의 필수적 재료인 화염사(火焰沙)라는 특수 모래예요. 워낙 귀해 아마 남아 있는 게 얼마 없을 거예요.”
“으음, 그건 아까운 일이구나. 놈들의 지원병력이 도착한다면 몇 번 더 사용할 기회가 있었을 텐데······.”
백운목이 아쉬워했다.
하지만 아직 첫 번째 공격의 성공 여부가 드러난 것은 아니었다.
형산선생이 소리쳤다.
“불화살을 장전하라!”
“존명!”
“존명!”
형산파 무사들이 대답과 함께 불화살을 만들어 발사할 준비를 했다.
화염봉쇄진법 내부에 실제 불이 들어가면 불구덩이가 더는 환영이 아니게 된다.
“발사!”
휙휙휙.
장대비가 내리는 소리와 함께 천여 발의 불화살이 천혈방 악양지부 안으로 날아갔다.
화르륵!
불이 거세게 타올랐다.
이전까지는 환영에 불과했기 때문에 진법 밖에서는 불길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실제 불이 나 지부 전체를 태우고 있었다.
“하하하하!”
형산선생이 통쾌하게 웃었다.
마음을 졸이던 범적 또한 덩달아 웃었다.
“하하하! 수고가 많았소.”
와아아.
형산파 무사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형산선생이 말했다.
“대성공입니다. 놈들이 외곽 경계 병력을 철수한 덕분에 완벽한 성공을 거뒀습니다. 이제 일각도 되지 않아 놈들은 불에 타 전멸할 겁니다.”
“일각 안에 가능하겠소?”
“네. 진법 안에서의 불길이 번지는 속도가 그야말로 화약이 폭발한 것과 비슷해지기 때문입니다. 일시에 모든 것을 삼켜버릴 겁니다. 저길 보십시오.”
형산선생이 거센 불길에 휩싸인 지부 건물들을 가리켰다.
그러고 보니 보통 불길이 번지는 것과 확연히 다른 양상이었다.
수십 배 이상 빠른 속도로 불길이 번져나갔다.
그리고 실제 일각이 다 되어 가자 급속도로 꺼져갔다.
다만 연기가 가득해 실제 피해 규모는 알기 어려웠다.
무사들은 그게 진법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장문인. 바로 진입해서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 놈들의 숨통을 끊어놔야 합니다. 고수들 몇 명은 빠져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봐서 내부에서 운공요상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알겠소. 모두 진입시키시오! 오늘의 승전은 무림사에 길이 남아 우리 형산파가 다시 구대문파에 들어가는 계기가 될 것이오.”
“네. 전 무사들은 진입하라! 살아 있는 것은 모조리 죽여라! 진입!”
와아아!
함성과 함께 형산파 무사들이 일제히 대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상대가 아무리 이만이 넘는 대병력이라고 하지만 이미 대부분 죽었다고 생각해서인지 사기가 드높았다.
얼마 후 범적과 범건, 형산선생 이렇게 세 사람을 제외한 형산파 무사 천여 명이 모두 안으로 들어갔을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콰콰쾅 하는 폭음과 함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동시에 형산파 무사들의 처참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윽!”
“크윽!”
영웅회 무사들 또한 매우 놀란 것은 물론이었다.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백운목이 무사들을 천혈방 악양지부 대문 앞까지 이끌고 왔다.
얼마 후 도착한 영웅회 무사들은 범적, 범건, 형산선생과 함께 지부 안으로 들어갔다.
지부 안에서 그들이 본 광경은 그야말로 한편의 지옥도였다.
기세 좋게 진입을 했던 형산파 무사 천여 명이 화약 폭발로 인해 모두 죽어 있었던 것.
관심을 모았던 천혈방과 동정수로채 무사들의 시신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전각들 역시 대부분 무사했다.
불에 타 전소한 것으로 보였지만 실제는 극히 일부였다.
다만 형산파 무사들을 폭사시킨 그 위력 때문에 근처에 있던 전각들 몇 채가 크게 파괴되어 있을 뿐이었다.
백여희가 말했다.
“놈들이 지부를 비우고 다른 곳으로 피신한 것 같아요. 형산선생님의 계획이 사전에 유출된 것 같군요. 진법이 성공한 것처럼 보이게 조치도 취해놓았던 것 같고요.”
“아!”
“이런!”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사색이 된 형산선생이 비통해했다.
“본파 내부에 간자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아! 어찌 이런 일이!”
졸지에 천여 명의 수하를 잃은 범적이 망연자실해 했다.
무엇보다 큰 타격은 형산파의 핵심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십대장로마저 전사한 사실이었다.
본산에 원로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형산파 무력의 절반 이상이 단숨에 사라진 셈이었다.
당황하고 있는 것은 백엽 또한 마찬가지였다.
‘영웅회나 지존회 무사들이 일차 공격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방심했던 것이 실책이었다. 내가 먼저 생각했던 방식을 놈들이 먼저 실행에 옮기다니!’
백엽이 안색을 굳혔다.
그도 그럴 것이 거의 비슷한 방법을 지존장원에서 써먹을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런 자책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놈들의 공격이 아직 끝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백엽이 기감을 넓혀 지부 전체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과연 아무도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지하 깊숙한 곳에서 어떤 움직임이 발견되었다.
그것은 워낙 은밀한 것이라 백엽의 절대내공이 아니었다면 절대 발견할 수 없는 것이었다.
백엽이 눈을 빛냈다.
‘놈들이 다른 곳에 가지 않고 지하 비밀 시설에 숨어 있었구나. 기파의 형태를 볼 때 우리를 공격하기 위해 지금 빠른 속도로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입구를 찾아 봉쇄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백엽이 내공을 최고조로 높여 탐지에 들어갔다.
지하시설의 경우 그 입구는 그렇게 넓지 않은 것이 보통이었다.
그래야 외부에 비밀스러운 시설이 간파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백엽이 가장 안쪽에 있던 전각 한 채를 주시한 것은 얼마 후였다.
‘저곳이다!’
백엽이 다른 사람에게 알릴 사이도 없이 예의 전각 쪽으로 몸을 날렸다.
“오라버니! 어디 가세요?”
백여희가 놀라며 그를 따라왔다.
백엽이 전각 안으로 들어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뒤따라온 백여희가 물었다.
“무엇을 찾으세요?”
“놈들이 지하에 있다. 지금 올라오고 있다. 이만이 넘는 병력이라 지금 우리 병력으로는 중과부적일 것이다. 놈들이 올라오기 전에 입구를 봉쇄해야 한다. 기관을 찾아 아예 지하시설을 붕괴하면 더욱더 좋겠지.”
“아!”
백여희가 기뻐하면서도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놈들의 대병력이 지상으로 올라오면 그야말로 끝장인 것이다.
“얼마나 시간이 남았나요?”
“일각 정도다.”
백엽이 전각 내부를 살폈으나 비밀 통로를 발견할 수는 없었다.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지금 마음이 불안정해 탐지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
백엽이 심호흡을 했다.
하지만 쉽게 진정이 되지 않았다.
바로 그때 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 청룡주가 있었지. 마음의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백엽이 청룡주를 꺼내 두 손으로 잡았다.
하지만 별다른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천계의서에 기록된 청룡주의 위력은 치유력뿐으로, 다른 위력에 대해서는 기술되어 있지 않았다.
백엽은 청룡주에 다른 효능이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그것을 알 수는 없었다.
지금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청룡주를 잡고 내공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평소 가슴에 품고 있어도 어느 정도 진정 효과가 있지만, 내공이 가미되면 그 효과가 배가 된다고 기술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것 역시 환자를 치료할 때로 한정되었지만, 백엽은 혹시 모를 효능을 기대하며 내공을 배가시켰다.
그러던 어느 순간.
절대 내공의 대부분을 사용한 바로 그때.
청룡주를 감싸던 붉은 기운 한 가닥이 뻗어 나와 전각 안에 있던 거대한 청동향로를 비췄다.
백엽이 마음속으로 바라던 바를 청룡주가 들어준 것인가.
백엽이 청동향로를 향해 일장을 날렸다.
콰콰쾅.
폭음과 함께 청동향로가 박살 나며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바로 여기였군!”
백엽이 계단 주위에 무차별적으로 장풍을 날렸다.
어딘가 있을 기관을 파괴하기 위해서였다.
운이 좋다면 지하시설 전체가 붕괴할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놈들이 올라오는 길을 막을 수 있었다.
그때였다.
폭발 소리가 지하에도 들렸기 때문인가.
무사들의 함성 같은 것이 지하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안 되겠다. 무리가 따르지만, 천마폭잠공(天魔爆潛功)을 일으켜야겠다.’
백엽이 결심을 굳히고 백여희를 쳐다봤다.
“여희야. 너는 나가 있어라. 지하시설 전체를 파괴해야겠다. 함께 있으면 견디기 힘들 것이다.”
“네. 오라버니. 조심하세요.”
백여희가 더 묻지 않고 전각을 빠져나갔다.
백엽이 잠력을 일으켜 붉은 광채를 발산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후유증이 커서 최후의 순간에나 펼칠 수 있는 천마폭잠공을 일으킨 것이다.
콰콰콰콰쾅.
지하 통로 전체가 아래쪽으로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모래성이 허물어지는 것과 같았다.
이미 입구는 완전히 붕괴한 상태.
하지만 천마폭잠공의 기운은 계속 내려가고 있었다.
빈 곳을 채우면서 주위를 파괴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백엽이 휘청하며 몸을 가누지 못할 때.
지하 공간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콰콰콰쾅.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영웅회 무사들 전체가 느낄 수 있었다.
백여희가 전각 안으로 다시 들어와 백엽을 부축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오라버니! 괜찮으세요?”
“괜찮다.”
“놈들은?”
“지하에 있던 놈들은 모두 죽었을 것이다. 폭발의 여진이 있을 수 있으니 아버님께 말씀드려 무사들을 영웅보로 복귀시켜라.”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