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47
늦은 밤.
영웅보 취의청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작전 회의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장강수로십팔채와 녹림칠십이채의 십만 병력이 악양성에 진입하기 직전이기 때문이었다.
지금 논의의 주제는 그들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였다.
병력에 있어 중과부적인 영웅회와 화산파로서는 치밀한 계획만이 살길이었다.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산파와 겪었던 지휘체계 개편 문제가 대두되었다.
백운목이 말했다.
“내가 여러 번 밝혔지만 영웅회주 자리를 검선 자네에게 넘기기로 하겠네. 그렇게 되면 화산파 역시 영웅회로 들어오게 되는 결과가 되지 않겠나? 어떻게 생각하나?”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나? 자네가 회주 자리를 내게 넘길 거라는 이야기는 여러 경로로 들었네. 하지만 큰 관심이 없어 정확한 답장은 하지 않았네. 혹시 그걸 수락으로 들은 것인가?”
매화검선이 담담히 말했다.
표정 역시 침착해 그의 말대로 영웅회주 자리에 큰 욕심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백운목이 미소지었다.
“그러하네. 사실 회주 자리를 맡아달라는 것은 양보가 아니라 부탁이네. 내 역량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자네가 맡아야 더 많은 지원 병력이 올 수 있기 때문이지.”
“으음, 좋네. 그렇게까지 말하니 나 역시 어쩔 수 없군. 회주 자리를 맡겠네. 운목 자네는 부회주로 나를 도와주게. 악양 무림에 대해서는 나보다 자네가 훨씬 더 잘 알 테니 말이야.”
“고맙네. 그럼 화산파 역시 영웅회에 들어온 것인가?”
“물론이네. 악양 무림의 평화가 찾아올 때까지 한시적이지만 우리 화산파는 이제 영웅회 소속이네.”
매화검선의 말에 회의에 참석한 이백여 명의 지휘부 고수들이 일제히 포권을 했다.
“새 회주님을 뵙습니다.”
“새 회주님을 뵙습니다.”
백엽 역시 포권을 하며 예를 표했다.
사실 그 또한 매화검선이 영웅회주가 된 것에 대해 불만이 없었다.
그것은 바로 그가 바로 구대문파 장문인 중 한 명이기 때문이었다.
전통적으로 구대문파는 묵시적인 동맹 관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같은 무림맹 소속이라 서로 협력 관계가 있는 것과 별개로 오랜 세월 서로를 도우며 지내왔던 것이다.
물론 그것은 외부에서 보기에 기득권이기도 했다.
실제로 구대문파는 거의 모든 면에서 엄청난 혜택을 누리고 있었다.
무림맹 지휘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인재들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자질이 뛰어난 아이들이 보이면 구대문파가 먼저 그들을 데려가는 관행이 확고하게 정착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당사자가 거부할 자유도 있으나 실제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이처럼 인재의 독점은 구대문파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으로 문파의 백년대계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이 모든 면에서 협력하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무림맹주 선출을 둘러싸고 벌이는 대립은 상상을 초월했다.
무림맹주를 배출하는 문파는 구대문파 중에서도 확연히 그 세력을 확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경쟁 관계가 오히려 구대문파 출신이 아닌 무림맹주가 탄생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자신들의 문파에서 맹주가 배출되지 않을 바에야 다른 구대문파에서도 배출되지 않기를 바라는 심리였다.
그것은 절묘한 세력 균형을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당금 무림맹주 좌평(左平) 역시 구대문파 출신이 아니었다.
그 덕분에 구대문파 사이의 세력 균형은 비교적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검선. 이제 회주가 되었으니 솔직히 말해보게. 정말 추가 지원 병력이 없는가? 맹주께서 화산파와 형산파 지원만으로 우리가 십만 병력을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을 것 같네만.”
백운목이 질문을 하며 기대 어린 눈빛을 보였다.
백여희 또한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 생각도 마찬가지예요. 보안 문제 때문에 부군사인 저에게도 알리지 않은 작전이 분명 있었을 것 같은데, 이젠 말해주실 때도 되지 않았나요?”
“으음, 좋습니다. 지금쯤 비밀 작전이 시작되었을 테니 여러분께도 알려드리겠습니다.”
매화검선의 말에 중인들이 놀라면서도 기대 어린 눈빛을 보였다.
“사실 맹주께서 청룡당과 백호당 무사들을 비밀리에 움직이셨습니다. 지금쯤 각각 장강수로십팔채와 녹림칠십이채가 파견한 병력을 기습 공격하고 있을 겁니다. 그 결과가 내일이면 여기에도 알려질 것 같은데, 보고 상황에 따라 우리도 참전하게 될 것 같습니다.”
“오!”
“아!”
탄성이 터져 나왔다.
지금까지 수세만 취하다가 공세를 취하고 있다고 하니 놀랄 만도 했다.
그것도 악앙 밖에서 벌어지는 전투였다.
백여희가 물었다.
“청룡당과 백호당 병력은 어느 정도 동원되었나요?”
“각 당 병력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다.”
“그럼 만 명씩 도합 이만 명 정도 되겠군요.”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매화검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여희와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데다가 맹의 일로도 자주 본 적이 있어 편하게 대하는 것 같았다.
참고로 청룡당과 백호당은 무림맹 팔대당에 속하며 각 당의 소속 무사는 대략 만여 명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수는 평상시 병력으로, 비상시에 동원할 수 있는 무사 수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림맹 무사들은 천하 각지에 파견되어 있는데, 그들 중 상당수가 팔대당 출신이었다.
그 때문일까.
소문에 의하면 팔대당 병력은 알려진 것보다 최소한 두 배는 많을 거라고 했다.
“역시 맹주님이시군요. 대외적으로는 우리 악양 무림에 큰 관심이 없다고 하셨지만, 실은 이번 기회에 흑도 세력을 제압하려 하셨던 거예요. 제 말이 맞나요?”
“그렇다. 맹주님께서는 흑도 세력, 특히 흑도의 종주라 할 수 있는 녹림왕이 우리 무림맹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것을 잘 알고 계셨지. 정탐 무사들의 보고에 의하면 정마대전이 발발하는 즉시 녹림왕이 맹의 총단을 장악하려는 계획을 수립했다고 하는구나.”
“녹림왕 그자가 간도 크군요.”
“그렇다고 할 수 있지. 하지만 그자는 그만한 무공을 지니고 있다. 사실 많은 사람이 녹림왕과 맹주님, 그리고 천마의 무공을 최고로 손꼽지.”
“그중 가장 강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대화에 끼어들 궁리를 하고 있던 백여옥의 물음이었다.
다들 궁금했던 내용이라 매화검선의 입만 쳐다봤다.
매화검선이 말했다.
“개인적으로 최강자는 바로 천마라고 생각한다. 다들 알다시피 최근 천마는 우리 무림맹을 향해 공개적으로 선전포고를 했다. 하지만 출정 전날 전격적으로 폐관에 들어가고 말았다. 여희야. 너는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
“글쎄요. 무림 통일 야망을 포기했을 리는 만무하고 아무래도 우리의 방심을 유도한 게 아닐까요? 마교 병력은 십만대산에 있는 십만 정예만 있는 게 아니니, 출정을 유보한 것처럼 본맹을 속인 후 다른 병력을 은밀히 동원해 기습하려는 것이지요. 어떤 전쟁이든 첫 승리가 매우 중요하니 계략을 쓴 것이지요.”
“역시 부군사 자격이 있구나. 내 생각도 마찬가지다. 실제 우려대로 마교 놈들이 우리 화산파와 형산파를 위협했었지.”
매화검선의 말에 중인들이 술렁였다.
천마신교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다들 하는 말이 제각각이었다. 천마의 의도를 정확히 몰라 혼란스러운 것 역시 사실이었다.
백운목이 물었다.
“마교 말이 나왔으니 하는 질문인데, 놈들이 정말 물러갔나? 천마 그놈이 총단 병력 말고 분타 병력을 가동해 감히 형산파와 화산파를 노리다니. 대체 어떻게 된 건가?”
“나도 잘 모르네. 놈들이 워낙 은밀하게 움직여서 말이야. 다만 우리 화산파의 경우 놈들이 화산 인근까지 병력을 동원했다가 갑자기 철수하고 말았네.”
“이유는?”
“나도 모르네. 다만 마교 분타 병력은 아니었네.”
“천마의 명을 받고 있을 테니 그 소속이 중요한 게 아니지. 우리에게는 모두 마교 놈들이니까.”
백운목의 말에 매화검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말이 맞네. 다만 맹주님과 총군사는 조금 다른 말씀을 하시더군.”
“그게 뭔가?”
“이번에 움직인 마교 세력은 총단이나 분타 병력이 아니라 신비의 칠마종일 가능성이 크다고.”
“칠마종은 마교 휘하 최대 세력 일곱 곳으로 워낙 은밀히 움직여 그 본거지 역시 알려지지 않았지. 그런 그들이 형산파와 화산파를 노렸다는 건가?”
“거의 확실하네. 칠마종 중 검마종이 우리 화산파를 노렸고, 도마종이 형산파를 노렸었지. 하지만 다시 철수하는 바람에 우리가 어렵게 이곳으로 올 수 있었네.”
매화검선의 말에 중인들이 다시 술렁였다.
다를 마교의 의도를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백 공자. 자네 생각은 어떤가?”
매화검선이 조용히 앉아 있는 백엽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의 식견을 알아보려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영웅보에 도착한 후 백엽과 그다지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무사들을 지휘해 연무장에 막사를 치는 등 체류준비를 하느라 바쁘기도 했지만, 중상을 입고 요양 중인 대제자 고해풍과 장로들을 치료하느라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치료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한시진도 안되는 치료로 그들 네 명의 상세가 거의 완쾌까지 된 것이었다.
이는 자하신공 덕분이었다. 네 사람 모두 매화검선이 이전에 자하진기로 치료를 해준 적이 있어 그 치료 효과가 배가된 것이다.
자하진기가 조금이라도 몸속에 남아 있는 사람은 자하진기 치료 시 가장 빠른 효과를 가져온다.
몸속에 있던 자하진기가 증폭되기 때문이었다.
특히 자하신공을 대성한 사람의 자하진기는 특효약이라 할 수 있었다.
실제 취의청에는 파리한 안색의 고해풍이 앉아 있었다.
매화검선이 이전에 넣어줬던 자하진기의 양이 장로들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이었다.
백엽이 담담히 말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하기야 평생을 동방에서 보낸 자네가 마교의 흉악함을 알 리가 없지.”
“마교가 그렇게 흉악합니까? 제가 듣기론 마교주 천마가 그동안 무림에 해를 끼친 적은 없다고 하던데, 그게 거짓이었습니까?”
백엽이 말을 하며 눈을 빛냈다.
‘이번 기회에 내 평판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매화검선이 고개를 흔들었다.
“바로 그 점이 더 무서운 것이라네. 천마 그자는 마교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 무림맹을 향해 선전포고를 한 놈이네. 그 속셈이 무엇이겠는가?”
“글쎄요. 나름대로 정정당당히 승부를 보려는 게 아닐까요?”
“허어! 큰일 날 소리. 이렇게 순진해서야. 당장 우리 화산파와 형산파가 마교 놈들에게 위협을 당한 것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는가?”
“설사 그자들이 마교 세력이라고 해도 천마의 지시를 받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게 아닙니까?”
“칠마종의 독립성을 이야기하는 건가? 마교에 관해 잘 모르겠다면서 그런 깊은 내용까지 알다니. 여희에게 들은 것인가?”
“아닙니다. 지인 중에 마교에 관해 잘 아는 사람이 있어서 한번 들어본 적이 있을 뿐입니다.”
“으음, 그랬군. 자네 말도 일리가 있네. 솔직히 그랬으면 좋겠네. 칠마종이 반기를 들어 천마와 싸우는 것이 나와 맹주님의 바람이니까. 거기에다가 십 년 전 실종된 전대 마교주가 나타난다면 더욱더 좋겠지. 그렇게만 된다면 마교는 즉시 피비린내 나는 내전에 휩싸일 것이니 본맹과 싸울 엄두도 못 낼 걸세.”
“혈교가 재림하는 경우도 있지요. 다만 우리보다 마교와 먼저 싸워야 해요.”
백여희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백엽이 어이없어하면서도 안색을 굳혔다.
‘그 세 가지가 한꺼번에 닥치면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 되겠구나. 지금 내 실력으로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