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49
기존 영웅회 무사 이천여 명이 결사 항전을 결의하자, 매화검선 역시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어떻게든 백운목을 설득해서 보를 비우게 하려 했던 그였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 역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악완이 말했다.
“아버님. 저도 남겠어요. 적이 아무리 많고 강하다 해도 힘을 합치면 반드시 길이 있을 거예요.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싸워보지도 않고 도주한다는 것은 말도 안 돼요.”
“으음, 네 말은 일단 놈들과 한 번이라도 대적해보고 정 안되면 철수하자는 것이냐?”
“네. 그렇다고 할 수 있겠네요.”
“풍아. 네 생각은 어떠하냐?”
“저 역시 사매와 같은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지존회주 그 사람이 우리를 돕는다면 충분히 시간을 벌 수 있을 겁니다. 신비 세력이 걱정되지만, 그놈들 역시 섣불리 나서지 않을 겁니다.”
고해풍이 아직 회복이 덜 된 몸으로 싸울 것을 주장하자, 화산파 무사들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화산파 태상장로 천진자가 말했다.
“영웅보 주위에 펼쳐진 결계가 매우 견고해 보였습니다. 십만 대군이라도 며칠 정도는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겁니다. 다만 고립되는 것이 문제인데, 혹시 비상통로가 있습니까?”
마지막 질문은 백운목에게 한 것이었다.
백운목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있습니다. 만약 여의치 않으면 원하는 무사들만 보 밖으로 몸을 피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우리 영웅보 무사들은 끝까지 싸울 것이지만 말입니다.”
“하하하. 자네. 왜 정작 그런 말을 하지 않았나?”
“무슨 말을 말인가?”
“비상통로 말일세. 자네 말대로 비상통로가 있다면 우리 화산파 역시 일단 놈들과 부딪혀볼 용의가 있네.”
“고맙네.”
백운목이 매화검선의 손을 잡았다.
화산파를 포함한 영웅회 무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다시 하나의 힘으로 뭉쳐지는 순간이었다.
“우리 와룡대는 낙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청룡당과 백호당 무사들이 대패를 당해 맹 내부에 가용한 전투 자원이 부족할 겁니다. 아버님께 이곳 악양 무림 상황을 알리고 추가 지원 병력을 요청하겠습니다.”
여의공자의 말에 매화검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시오.”
“감사합니다.”
여의공자가 대답 후 대원들을 데리고 곧바로 영웅보를 떠났다.
남은 영웅회 무사들이 아쉬워하면서도 속 시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와룡대원들이 거드름만 피우고 제대로 한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와룡대원들이 떠나자, 백여희가 말했다.
“잘 되었어요. 마음이 하나로 모여도 힘든 마당에 억지로 남아있는 사람이 있으면 나중에 큰 문제가 되었을 거예요. 괜히 사기만 떨어지게 만들 뿐이지요.”
“여희 네 말이 옳다. 이제 정말 제대로 된 작전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구나. 놈들이 해지기 전에 악양성에 들어올 것이 거의 확실시 되는데, 우리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매화검선의 물음에 백여희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일단 결계 덕분에 방어망은 견고한 편이지만 한 달 이상 버틸 수 있는 식량과 물이 있어야 해요. 아버님. 삼천 병력이 먹을 수 있는 식량과 물이 있나요?”
“식수는 우물을 사용하면 될 것이다. 식량은 보름 정도 견딜 수 있을 것이다. 부족하면 비상통로를 통해 조달하면 되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백운목의 말에 무사들이 안도했다.
보름치 식량이 결코 적은 양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식량 조달 문제는 제가 맡겠습니다. 아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최대한 빨리 보름치 식량을 더 채워놓겠습니다.”
영웅보 총관 영웅노인의 말이었다.
“그렇게 하시오. 총관만 믿겠소.”
백운목이 미소를 지었다.
매화검선이 담담히 말했다.
“우리 화산파 역시 가지고 온 식량이 남아있네. 벽곡단이긴 하지만 열흘 정도 버틸 수 있지. 놈들에게 비상통로만 들키지 않는다면 한 달 정도 버티는 것은 무리가 없을 것 같군.”
“그러한 것 같네. 중요한 것은 놈들을 격퇴할 방법이네. 여희야. 네 생각부터 말해보아라.”
“네. 아버님.”
백여희가 잠시 숨을 고른 후 말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지존회와의 동맹 체결이에요. 언제든 우리를 도와준다고 했으니 최대한 빨리 지존장원에 연락을 취해야 할 것 같아요.”
“으음, 지존회주라는 자가 그렇게 강하냐?”
매화검선이 안색을 조금 굳혔다.
그 역시 흑도를 표방하는 지존회와의 협력이 썩 내키지 않는 것 같았다.
“물론이에요. 지존회주 혼자서 만 명 이상의 적을 제거했어요. 강시술을 사용했다고 말이 많지만, 그 덕분에 우리 영웅회가 무사할 수 있었지요. 그리고 그분은 강시술 외에도 구사할 수 있는 무공이 무척 많아 보였어요. 실제 수천 명을 혼자서 제압하기도 했고요.”
백여희가 지존회주의 활약상을 간단히 설명해줬다.
천혈방과 동정수로채 본대가 오기 전 백엽 혼자서 삼천여 명의 적을 제압한 그때 상황이었다.
결국 그 삼천여 명이 나중에 강시가 되지 않았던가.
대략적인 이야기만 알고 있던 매화검선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정도 능력이라면 맹주님과도 맞먹을 고수 같구나. 비록 흑도를 표방하나 양민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도 마음에 들고 말이야. 동맹까지는 아니더라도 함께 싸울 수 있을 인물 같군.”
“네. 일단 지존장원에 사람을 보내 합동작전을 수립해야 해요. 한쪽이 방어하게 되면 한쪽이 공격을 가해야 놈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어요.”
“누가 좋겠냐?”
“무공이 강해 본보와 지존장원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사람이 적격이에요. 제 오라버니가 바로 그런 사람이지요.”
백여희가 백엽을 가리켰다.
매화검선이 물었다.
“백 공자. 자네가 지존장원에 다녀오겠나?”
“네. 바로 갔다 오도록 하지요.”
백엽이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안 그래도 지존장원 쪽에 연락을 취할 생각이었는데, 잘되었다는 표정이었다.
다만 만일의 경우를 위해 여지를 남겨둘 필요가 있어 한마디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만일 제가 지존회 쪽과 곧바로 합동작전을 수행하게 되면 저 대신 지존회 무사를 보내 결과를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상황이 급해지면 복귀할 시간이 없을 수도 있으니까요.”
“알아서 하게.”
“네. 그럼.”
백엽이 매화검선과 백운목 등에게 인사한 후 영웅보를 떠났다.
* * *
“교주님. 오셨습니까?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모두 앉으시오. 상황이 긴박한 것 같소.”
백엽이 자리에 앉자 생사신의, 성녀, 매영설 세 사람 역시 착석했다.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지존장원 취의청이었다.
백엽이 영웅보에서 자신을 보낸 일을 간단히 설명하자, 성녀가 말했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영웅보에 남았네요. 특히 화산파 무사들이 남기로 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들보다 무공이 약하지 않은 무림맹 청룡당과 백호당 무사들이 신비 세력에 의해 대패를 당했다고 하오. 그것도 이만이나 되는 대병력이 말이오. 그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오?”
“저희 역시 첩보를 통해 그 사실을 접하고 매우 놀랐어요. 승리는 못 해도 놈들의 진격을 며칠 정도 늦춰줄 수 있는 병력이었는데, 정말 의외라고 생각해요.”
“지금 가장 큰 문제가 바로 그 신비 세력의 정체요. 놈들의 정체를 정확히 알아야 대책을 세울 수 있지 않겠소?”
“대책이라 하심은 본교의 힘을 동원하시려는 건가요?”
“그렇소. 교주인 나의 지시만 따르는 비밀 세력이 있소. 최후의 수단으로 아껴둬야 할 세력이지만 오히려 지금처럼 은밀하게 동원하기에는 안성맞춤일 것이오.”
“그래도 일단 놈들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네요. 제 생각이지만 그 비밀 세력은 최대한 아껴두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자칫 잘못하면 오해를 살수도 있으니까요.”
“오해란 혹시 칠마종을 말하는 것이오?”
“네. 교주님만이 알고 있는 비밀 부대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아마도 반역자들을 처단하는 것일 터. 역대 교주께서 칠마종의 반란을 대비하기 위해 조직해둔 세력이라고 알고 있어요.”
“아! 성녀도 알고 있었구려.”
“네. 비천대(秘天隊) 무사들에 대한 기록을 역대 성녀님들이 남긴 문헌에서 본 적이 있어요. 공식적인 교주님의 직속 부대인 천마수호대(天魔守護隊)와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인가요?”
“아! 비천대라는 이름까지 알고 있으니 확실하구려. 한데 사실 비천대의 무력에 대해서는 나 역시 아직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소. 부대의 편성 목적이 최후 방어나 반역세력 제거에 있어서 나조차 그 지휘부만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봤을 뿐이오.”
“그래도 비상 연락은 언제든 취할 수 있지요?”
“그렇소. 천마살수처럼 천마음으로 그들을 부를 수 있소. 그들을 부르는 곡조가 따로 있으니까.”
“비천대 무사들의 수는 어느 정도 되나요?”
“그것 역시 모르오. 비천대주 말로는 점조직으로 되어 있어 그 또한 정확하게 모른다고 하오. 개인적인 짐작으로는 최소 일만 명은 되지 않을까 하오.”
“일만이 아니라 십만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다만 비천대주조차 정확한 규모를 모른다는 말은 비천대 무사들 자신들조차 조직을 모를 수도 있다고 봐요.”
“그게 무슨 뜻이오?”
백엽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생사신의와 매영설 또한 마찬가지였다.
성녀가 미소지었다.
“제 말뜻은 비천대 무사 중에는 한 문파의 수장이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지요. 오랜 세월 비선 조직으로 비천대가 운영되어 왔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에요.”
“아! 그렇겠구려. 강호에는 중립을 지키는 수많은 문파가 있고 그 수장 중에는 비천대 무사도 있을 것이오. 다만 그자의 수하들은 자신들의 사문이 비천대에 속하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겠지.”
“네. 점조직이란 원래 그런 것이지요. 사실 그 때문에 비천대 전체 무사들을 동원하는 것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가능성이 커요. 게다가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비천대는 일종의 비밀 감찰부대의 성격도 있으므로 칠마종에서 극도로 경계할 거예요.”
“그 말은 칠마종 역시 비천대를 알고 있다는 뜻이오?”
“그럴 가능성이 커요. 칠마종은 혹시 교주님께서 자신들을 숙청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늘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자신들을 제거할 수 있는 비천대에 제법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거예요. 어쩌면 교주님보다 더 많을 수도 있지요. 요컨대 비천대가 나타나면 칠마종이 그것을 핑계로 힘을 합쳐 반기를 들 가능성이 있으니 신중하셔야 해요. 이야기가 딴 곳으로 흘렀네요. 일단 신비 세력의 정체부터 파악할 방법부터 정해야겠네요. 영웅회 지원은 그 이후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아요.”
“좋은 방도라도 있소?”
“교주님께서 이미 계획을 수립하신 것 같은데요?”
“개인적으로 이번에도 우리가 놈들 속에 파고드는 것이 좋을 듯하오. 수적이나 산적들의 특성상 역용을 해서 들어간다고 해도 크게 의심을 사지 않을 것이오.”
“저도 찬성이에요. 교주님의 천마초혼술이라면 놈들의 기억도 읽어낼 수 있으니 큰 무리가 없을 거예요. 몇 명이 가는 건가요?”
“우리 네 명이오. 영웅보와 지존장원은 결계가 쳐져 있으니 당분간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오. 중요한 것은 외부 전략인데 화산파 무사들을 자유롭게 동원하기가 힘든 게 사실이오. 일단 우리 네 사람이 적진에 들어가 동향을 파악하도록 합시다. 놈들이 해지기 전 악양성으로 진입할 것 같으니 서두르도록 합시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사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