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5
백엽이 절망 속에서 최후의 방법을 강구할 때.
강남명의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소리쳤다.
“그만하시게. 자네 때문에 대부인의 목숨이 더 짧아지셨네. 일각도 버티지 못할 것이네. 어서 물러나게. 비록 삼할의 확률이지만 내 필생의 대법을 펼쳐 대부인의 목숨을 구해보겠네. 보주님. 어서 저자를 물러나게 해주십시오. 시간이 정말 없습니다. 어디서 저런 돌팔이를 데려오신 겁니까?”
“으음, 제가 데려온 것이 아닙니다.”
백운목이 총관을 쳐다봤다.
총관이 얼굴을 붉혔다.
비록 악완의 소개를 받았다고 이야기는 했었지만, 결국 방안으로 백엽을 불러들인 것은 자신의 책임인 것이다.
“백 공자. 어서 물러나십시오.”
“······.”
백엽이 대답하지 않고 치료방법에 대한 고민을 이어갔다.
물론 그 역시 조금 전 강남명의의 말을 듣긴 했었다.
하지만 그 삼할의 확률이라는 치료방법에 관해 신뢰하지 않았다.
강남명의가 자신을 쳐다보던 눈빛과 목소리에서 이미 시기심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방법이 있었다면 벌써 사용했겠지. 그저 자신의 손으로 치료를 마무리하려는 욕심에 불과하다. 의술은 뛰어날지 몰라도 인품은 보잘것없구나.’
백엽이 문득 고개를 돌려 강남명의를 노려봤다.
이미 그의 말 때문에 정신이 분산되어 치료에 큰 지장을 받고 있었다.
내공치료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은 그 효과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장씨부인의 몸 상태가 아직 준비가 덜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몸 상태를 끌어올릴 방법을 생각 중이었는데, 방해를 받은 것이다.
백엽의 무심하지만 서늘한 시선을 받자, 강남명의가 움찔했다.
사실 또 다른 특수대법은 없었다.
어차피 성공 확률이 삼할이라고 했기 때문에 적당히 침을 놓고 요행을 바랄 생각이었다.
그래야 성공하든 실패하든 치료의 마무리는 자신이 한다는 전통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백운목이 강남명의에게 물었다.
“정말 삼할의 가능성이 있는 방법입니까?”
“그게······.”
강남명의가 조금 전과 달리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백엽의 시선을 통해 섬뜩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원인 모를 두려움이었다.
그때였다.
방안으로 한 사람이 들어왔다.
한데 그는 영웅대 대주 한복이 아닌가.
혈도가 풀리자마자 안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아니! 자네가?”
백운목이 놀라서 쳐다보자 한복이 소리쳤다.
“저자는 천혈방 자객입니다. 저를 비롯해 호위들이 모두 당했습니다. 어서 제압해야 합니다.”
아직 혈도가 풀린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을까.
직접 공격을 하지 못하고 백운목에게 도움을 청했다.
아무래도 백운목 정도가 되어야 백엽을 제압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했다.
백운목이 깜짝 놀라 검을 뽑았다.
부보주 백항(白恒)과 그의 아들 백철한(白鐵韓) 역시 검을 뽑았다.
그만큼 천혈방이란 말의 무게가 남달랐다.
하지만 백운목은 섣불리 출수하지 않았다.
백엽이 장씨부인을 치료하는 표정에서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진심이었다.
꼭 살리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그래서 강남명의가 다시 치료하겠다고 했을 때도 백엽의 대답을 기다렸다.
한데 천혈방이란 말에 그 역시 냉정해지고 있었다.
“어서 물러나라. 정말로 천혈방 자객이냐?”
백운목의 준엄한 호통이었다.
“아닙니다. 절 믿어주십시오.”
백엽이 담담히 말했다.
이제 정말 치료할 시간이 없었기에 오히려 마음이 정돈된 상황이었다.
천마부동심(天魔不動心).
천마신교의 개파조사 제1대 천마는 부동심을 강조했다.
하지만 말이 쉽지 마음의 평정을 유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 제1대 천마의 무공을 완전히 터득한 천마신교 교주는 없었다.
하지만 백엽은 천마부동심을 터득하는 데 성공했다.
그것은 바로 극마의 경지이기도 했다.
물론 최근 출생기록이 조작된 사실을 알게 된 후 감정의 기복이 생기긴 했으나, 한번 터득한 부동심이 어디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백엽은 주위 환경을 신경 쓰지 않고 다시 집중했다.
바로 그 순간.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선천진기(先天眞氣)가 있었지. 인간은 숨이 붙어 있는 한 선천진기가 극미량이라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일반 내공을 받아들일 수 없어도 선천진기는 가능하다.’
백엽이 곧장 선천진기를 일으켰다.
선천진기는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기운으로 일반 내공과 달리 운기조식으로 보충이 쉽지 않다는 차이점이 있었다.
그 때문인지 정말 긴급한 경우가 아니면 선천진기의 사용은 금기시되어 있었다.
보충이 쉽지 않기 때문에 결국 자신의 목숨을 갉아먹는 결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회복이 매우 어려워 선천진기를 사용한 후에는 상당한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컸다.
선천진기가 훼손되면 일반 내공 역시 지장을 받기 때문에 그것은 결국 주화입마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절정고수 이상이 아니면 아예 선천진기 사용 자체를 할 수 없었다. 그 때문에 대다수 무림인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다면 절정고수 이상은 자유자재로 선천진기를 사용할 수 있을까.
그것 역시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선천진기 사용에 있어 조절이 어렵다는 점이었다.
한번 선천진기를 사용하면 그야말로 둑이 무너진 것처럼 막대한 힘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조절하지 못하고 다 써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 때문일까.
선천진기 사용은 최후의 경우 동귀어진의 수법으로 사용되는 것이 현실이었다.
일종의 자폭공이었다.
절정고수 이상과 싸울 때 가장 두렵고 재수 없는 경우라 할 수 있었다.
다만 초절정의 고수가 아닌 한 자폭공은 몸이 팽창되든지 힘줄이 튀어나오든지 그 조짐이 있었다. 따라서 재빨리 상대와 떨어지게 되면 그 화를 피할 수 있었다.
다만 이 같은 경우는 극마의 경지에 달한 백엽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그에게는 선천진기의 조절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아직 그의 무공이 천의무봉(天衣無縫)의 경지에 달한 것은 아니었다.
무공 최후의 경지라는 무형검(無刑劍)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 때문에 선천진기의 조절능력에도 불구하고 외부의 방해가 없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그렇지 않고 방해를 받는다면 기의 폭주가 일어나 주화입마의 위험이 매우 컸다.
만일 백엽의 경우 주화입마가 된다면 그것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절대마인의 탄생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결과는 끔찍했다.
백엽은 지금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본능적으로 호신강기를 강하게 만든 후 곧바로 선천진기를 장씨부인에게 넣어주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기회를 노리고 있던 백철한이 검을 찔러 들어왔다.
하지만 호신강기에 막혀 검이 튕겨 나갔다.
“으윽!”
백철한이 검신을 통해 전달된 반탄력에 의해 충격을 받고 몸을 앞뒤로 한차례 출렁였다.
애지중지하던 아들이 피를 토하고 비틀거리자, 백항이 분노했다.
“죽일 놈!”
백항이 장풍을 날리려 했다.
그의 내공은 매우 강하다고 알려져 자칫 치료에 방해가 될 우려가 컸다.
하지만 백엽은 이미 선천진기 치료에 들어가 있어 호신강기 외에 따로 반격하기가 어려웠다.
“아우! 잠시만 있어 보게.”
백운목이 급히 백항을 저지했다.
“왜 그러십니까? 형님. 놈은 천혈방 자객입니다.”
“부인의 안색이 조금 좋아진 것 같네. 강남명의! 그렇지 않습니까?”
백운목이 옆에 있는 강남명의를 쳐다봤다.
“그게······.”
강남명의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가 보기에도 치료 효과가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장씨부인의 호흡 소리가 많이 안정되고 있었다.
‘지금 이대로 대부인의 상태가 좋아지면 내 명성이 추락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단지 생명을 연장하는 수준에 불과해 보이지만, 내 명성이 떨어지는 것을 두고만 볼 수는 없지.’
강남명의가 입술을 깨물었다.
조금 전에는 백엽의 눈빛이 무서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 대부인의 안색이 돌아온 것은 아까 제가 놓은 침 효과가 비로소 나타난 것입니다. 저자를 당장 대부인 옆에서 떼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마무리 침을 놓아 대부인을 완쾌시키겠습니다. 이번은 자신 있으니 서둘러주십시오. 저자는 무작정 내공만 넣고 있어 절대 치료할 수 없습니다. 애초에 제가 계속 치료했다면 지금쯤 깨어나셨을 텐데······ 이제 정말 마지막 기회입니다.”
“으음, 그게 정말입니까?”
백운목이 반신반의했다.
백항이 장풍을 날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쏴아아.
거센 장력이 백엽을 강타했다.
하지만 실제 격중한 것은 아니고 눈에 보이지 않는 호신강기에 부딪힌 것이었다.
파앙.
가죽 터지는 소리와 함께 백항마저 뒤로 튕겨 나가 비틀거렸다.
“우웩!”
검은 피를 한 모금 토한 백항이 곧바로 가부좌하고 운공요상에 들어갔다.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지만 회복을 한 한복이 앞으로 한걸음 나왔다.
“보주님. 제가 놈을 처리하겠습니다.”
“정말 저자가 천혈방 자객이 맞는가?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했지?”
“저자가 강제로 진입하려고 저와 호위들의 혈도를 제압했습니다. 그게 바로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난 또 뭐라고. 백 공자님은 화산파 악완 소저와 고해풍 공자의 목숨을 살려준 분이에요. 천혈방 자객이라면 그럴 이유가 없지요. 형산파 범건 공자가 직접 설명해준 것이니 틀림없어요. 공자가 보기에 어머님을 고칠 수 있는데 상황이 답답해서 그랬던 것 같으니 좀 더 지켜보도록 해요.”
속사포 같은 백여옥의 말에 백운목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도 일리가 있다.”
“보주님. 의원은 저입니다. 어서 저자를 제거하지 못하면 더는 기회가 없을 겁니다.”
강남명의가 물러서지 않았다.
“으음, 진퇴양난이군.”
백운목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주저했다.
마음은 백여옥의 의견에 동조했으나, 백엽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백엽은 그 모든 이야기를 다 듣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말을 하는 것도 위험한 시기였다.
비록 대세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지만, 백철한과 백항의 공격으로 선천진기 조절에 경고등이 켜져 있었다.
‘마음이 급해 치료 전에 상황을 정리하지 못했다. 나의 실수다. 한 번 더 공격을 받으면 치료가 무산될 수 있다.’
백엽이 안색을 굳혔다.
원래 이런 선천진기 치료를 하려면 환자를 데리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거나 믿을만한 호위들로 호법을 서게 해야 했다.
아니면 아예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의 혈도를 미리 모두 제압하는 방안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어 호신강기를 믿고 치료를 한 것이었다.
더 큰 문제는 선천진기 치료에 성공해도 완치가 여전히 안 된다는 것이었다.
‘생사신의를 부른다고 해도 여기까지 오는데 한달 가량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방해를 받지만 않는다면 선천진기 치료로 한 달의 시간은 벌 수 있다. 지금은 고작 사흘 정도 여유를 번 것에 불과하다. 문제는 내성이 생겨 선천진기 치료를 단 한 번밖에 못 한다는 것이다. 아, 내가 무형검의 경지에 올랐다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없이 곧바로 완쾌시킬 수 있을 텐데······.’
백엽이 안타까워했다.
십 년 전 교를 장악하고 교주가 된 이후로 무공 수련에만 매진했다.
그 덕분에 서른 살의 나이에 극마의 경지에 올랐지만, 아직 갈길이 먼 것이다.
백엽이 초조해할 때.
밖에서 비상종이 울리며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혈도를 찍혀 쓰러졌던 호위들이 일어나 비상종을 친 것이었다.
얼마 후 방안에 들어온 사람은 모두 열 명으로 바로 영웅보의 십대장로였다.
운공요상을 하고 있던 백항이 반색하며 소리쳤다.
“장로회의 의장으로서 명하겠소. 어서 저놈을 죽이시오! 나와 내 아들을 이렇게 만든 놈이니 사정 봐줄 것 없소. 호신강기가 무척 강하니 반드시 합공을 가해야 할 것이오.”
“알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십대장로들이 백엽을 향해 두 손을 들어올렸다.
부채꼴 모양으로 감싼 형태로 합공을 가할 기세였다.
백운목 역시 어쩔 수 없는지 그들을 만류하지 않았다.
아니 설사 만류하더라도 장로들 과반수의 결정으로 보주의 의견을 묵살할 수 있는 권한이 장로회의에 있어 아무 소용이 없었다.
백엽이 난감해했다.
호신강기로 자신이 타격을 받을 우려는 전혀 없었으나, 치료는 더는 불가능해질 것이 뻔했다.
그렇다고 장씨부인을 데리고 갈수도 없었다.
‘사흘의 목숨을 연장한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것인가. 하지만 그때까지 생사신의가 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은가. 장로라는 사람들이 이렇게 막무가내일 줄이야. 영웅보에 지혜 있는 사람이 너무 부족하구나.’
백엽이 혹시 몰라 호신강기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때.
“멈추세요!”
맑은 목소리와 함께 백의소녀 한 명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부채를 하나 들고 있는 그녀는 한눈에 봐도 기가 막힌 미인이었다.
악완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백여옥이 그녀를 보고 놀라며 소리쳤다.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