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54
“지존장원부터 공격하자는 것이오?”
“그렇소. 녹림왕. 장강사수의 보고에 의하면 지존장원은 건재하다고 하오. 다만 장원 주위에 있는 결계의 기운이 매우 약해졌다고 하니, 놈들이 보완하기 전에 공략한다면 초토화할 수 있을 것이오.”
백엽의 말에 연석회의에 참석한 지휘부 고수들이 술렁였다.
주요 참석자로는 백엽 외에 녹림왕, 상효통, 동정수왕이 있었다.
그들 외에도 장강수로십팔채와 녹림칠십이채, 천혈방, 동정수로채의 지휘부 고수 이백여 명이 모여 회의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십이만 병력의 대표들이었다.
병력만으로 본다면 전 무림을 도모해볼 수도 있는 대군이었다.
긴급회의의 주제는 바로 공격 대상의 확정으로, 반선들의 지존장원 공략 실패가 주요 안건으로 다뤄지고 있었다.
녹림왕이 말했다.
“겉으로 봐서는 모르는 일이오. 반선들께서 급히 신선계로 돌아가신 것 같지만, 분명 그전에 지존장원에 큰 타격을 입혔을 것이오.”
“어떤 식으로 말이오? 결계가 약해졌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방어망이 뚫린 것도 아니지 않소? 다시 말하지만, 놈들이 결계를 보완하기 전에 전 무사들을 이끌고 가서 지존회부터 제거해야 하오.”
백엽이 다시 강하게 주장했다.
녹림왕은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주도권을 넘겨주기 싫은 것으로 보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요해진 것은 상효통과 동정수왕의 반응이었다.
그들이 누구 편을 드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었다.
이미 백엽의 명으로 그들 두 사람과 모종의 합의를 한 장강선생이 물었다.
“천혈방과 동정수로채 입장은 어떻습니까?”
“으음, 우리 천혈방은 장강대왕과 뜻을 같이하오. 지존장원을 그대로 두고 영웅보를 공격하게 되면 지존회주 그놈에게 기습을 당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오. 우리 눈으로 직접 지존장원을 확인한 후 영웅보로 가더라도 늦지 않을 것이오.”
“우리 동정수로채 또한 마찬가지요. 영웅보에 있는 영웅회 놈들은 지금 독 안에 든 쥐 꼴이오. 놈들은 지존회주와 달리 우리를 먼저 공격할 가능성이 매우 작소. 장강대왕의 말씀대로 반선들께서 만들어주신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존장원부터 공략하도록 합시다.”
“으음······.”
녹림왕이 안색을 굳혔다.
자신을 제외하고 백엽, 상효통, 동정수왕 세 사람이 의견을 같이하는 게 의심스러운 듯했다.
녹림칠십이채 총군사 녹림선생이 말했다.
“그럼 병력을 나누도록 하지요. 우리 병력이 압도적인데 한 군데만 공격하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막말로 지존회주 그자가 지금 영웅보에 있을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그게 가능하오?”
백엽이 물었다.
녹림선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영웅회와 지존회는 서로 실질적인 동맹 관계에 있습니다. 비록 무림맹주가 둘 사이의 동맹을 공식적으로 금지했지만, 이미 와룡대까지 철수한 마당에 그 명이 서기 힘들지요. 악양 백도 놈들은 자신들의 사활이 걸린 전투라 그렇습니다. 만약 우리가 지존장원 공격에 전 병력을 동원한다면 오히려 우리가 역공을 당할 수 있습니다. 특히 무서운 것은 지존회주의 강시술입니다. 만약 놈이 독한 마음을 먹고 공동묘지에 매장되었는 시체들을 강시술로 끄집어낸다면 그 공격을 어떻게 감당하겠습니까? 요컨대 반드시 힘을 분산해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지금 우리 진영에 헛소문 하나가 나돌고 있습니다. 그게 뭔지 아십니까?”
“그게 무엇이오?”
상효통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녹림선생이 담담히 말했다.
“녹림왕께서 여러분을 배신할 거라는 헛소문입니다. 악양 무림을 점령한 후 장강대왕, 상 방주. 동정수왕 세 분을 죽이고 그 세력을 흡수하려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소문이지요.”
“아!”
“오!”
중인들이 술렁였다.
상효통과 동정수왕 역시 안색을 굳혔다.
장강선생에게 녹림왕의 음모를 들은 사람은 아직 그들 두 사람뿐이었다.
그 때문에 백엽의 의견에 무조건 동조를 해주고 있었다. 한데 녹림선생의 말을 들어보니 조금 이상한 점을 느낀 것이다.
장강선생이 언성을 높였다.
“녹림선생. 설마 우리를 의심하는 것이오?”
“하하하. 그럴 리가 있겠소? 다만 조금 전 귀하가 상 방주와 동정수왕 두 분과 밀담을 나눈 것으로 알고 있소. 뭐라고 말한 것이오?”
“별말 없었소.”
장강선생이 시치미를 뗐으나 상효통과 동정수왕의 의구심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상효통이 말했다.
“하하하. 가만 생각해보니 녹림선생의 말이 타당한 것 같소. 지존회주는 신출귀몰한 놈이니 지존장원에 직접 가서 확인하는 동시에, 영웅보 쪽에도 병력을 보내 최소한 포위 정도는 해두는 게 좋을 것 같소.”
동정수왕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오. 일종의 절충안이라 할 수 있으니까 어떤 경우에도 대비할 수 있을 것이오.”
상효통과 동정수왕이 중립을 지키자, 곤혹스러워진 것은 백엽이었다.
그로서는 어떻게든 전 병력을 지존장원에 가둬놓는 게 가장 좋았다.
‘내가 알기로 지존장원의 미혼진은 단 한 번만 펼칠 수 있다. 새 미혼진를 설치하려면 최소 일 년은 걸릴 것이다. 병력 분산을 막을 방도가 없을까?’
백엽이 궁리했으나 지금 당장 떠오르는 계획은 없었다.
성녀나 생사신의, 매영설이 있다면 함께 의논해볼 수도 있겠지만 지금 그는 혼자였다.
게다가 장강선생이 자신을 보는 눈빛도 조금 달라져 있었다.
아무리 천마초혼술로 장강대왕의 기억을 읽었다고 해도 세세한 표정이나 습관 같은 것까지 완벽하게 따라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시간을 끌수록 내게 불리하다. 너무 내 고집을 부려선 안 되겠군.’
백엽이 담담히 말했다.
“좋소. 어떻게 병력을 분산하자는 것이오?”
녹림선생이 말했다.
“우리 녹림칠십이채는 영웅보 공격에 매진하겠습니다. 지존장원은 귀측이 맡으십시오.”
“천혈방과 동정수로채는 어떻게 하시겠소?”
“본방은 녹립칠십이채와 함께 영웅보 공격에 가담하겠소.”
“우리 동정수로채는 장강수로십팔채와 함께 하겠소.”
“하하하! 적절히 병력이 배분되었군요. 지존회 병력은 고작 백여 명밖에 안 되니, 병력이 많은 천혈방이 우리 녹림칠십이채와 함께 하는 것이 당연한 것 같습니다. 이 결정에 이의가 있는 분이 계십니까?”
녹림선생이 서둘러 결론을 내리기를 원했다.
백엽이 찬성하려다가 갑자기 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어차피 장강수로십팔채 병력은 내가 장악한 상태다. 굳이 이들을 서둘러 미혼진 안으로 넣을 필요가 없지.’
백엽이 말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 역시 영웅보 공격에 가담하는 게 좋겠소.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소.”
“무엇이오?”
녹림왕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사흘 안에 영웅보를 장악하지 못하면 그때는 전 무사들을 이끌고 지존장원을 공격하도록 합시다. 그 이유는 우리 장강수로십팔채와 동정수로채 만으로 지존회주 그자를 상대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오.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놈의 강시술을 상대할 전문가가 없소. 물론 강시술사를 우리에게 빌려준다면 다시 생각해보겠소.”
“강시술사는 빌려줄 수 없소. 귀측 주장대로 지존회주 그놈이 영웅보에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오. 좋소. 그렇게 합시다. 사흘 안에 영웅보를 초토화하지 못하면 지존장원을 공격하는 것으로. 동정수로채도 찬성하시오?”
“물론이오. 다만 공개적으로 녹림왕께 한 가지 묻겠소.”
“말씀하시오.”
“솔직히 말해서 조금 전 녹림선생 말대로 녹림왕 귀하가 우리를 토사구팽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소. 정말 사실이 아니오?”
“하하하! 그 말을 믿소? 장강대왕! 그대가 소문의 진원지인 것 같은데, 어떻게 된 일이오? 누가 먼저 그런 헛소문을 퍼뜨렸소?”
“······.”
백엽이 별 대답을 하지 않자, 동정수왕이 말했다.
“장강사수 중 대형인 장강일이란 자의 보고였다고 하오. 그가 우연히 녹림칠십이채 채주들의 말을 들었는데, 그 내용이 바로 그것이었다고 하오.”
“하하하! 장강일 그자가 지금 어디에 있소? 출처를 다시 조사해봐야 할 것 같소.”
“장강일은 지존장원에 보냈소. 설마 그가 거짓말을 했단 말이오?”
백엽이 언성을 조금 높였다.
상황이 악화하면 이 자리에서 녹립칠십이채와 전면전을 벌이는 것도 각오한 그였다.
녹림왕이 담담히 말했다.
“거짓말이 아니라 그 역시 속임수에 당한 것 같소. 먼저 우리 채주들이 그런 말을 했다고 했는데, 바보도 아니고 그런 말을 장강일이란 자가 듣는 데서 할 이유가 있겠소? 자세한 사정은 나중에 들어봐야 알겠지만, 놈들이 간자를 보내 우리의 분열을 노린 것이 틀림없소. 어서 사람을 보내 장강일 그자를 불러주시오. 우리 채주 중 누구를 봤는지 대질을 시켜보면 될 것 같소.”
“그 말을 지금 믿으란 것이오? 녹림왕 그대의 말에 따르면 간자가 채주들로 역용을 했다는 말인데, 그런 확인되지 않은 말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오.”
“장강대왕! 왜 이러시오? 나 녹림왕이 만약 그런 마음을 먹었다면 천벌을 받을 것이오. 그리고 생각해보시오. 아직 무림 전체의 통일 대업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고작 이곳 악양 무림 한 곳을 장악한 후 배신을 하겠소? 우리 녹림칠십이채가 그대들을 배신하고 그 병력을 흡수한다면 천하에 퍼져 있는 다른 흑도들을 어찌 규합할 수 있겠소? 차라리 무림 통일을 이룬 후 최종 대리자 선정을 높고 서로 경쟁할 계획이라면 수긍이 가지만, 장강일 그자가 들은 토사구팽 계략은 실로 터무니없는 일로 생각해볼 가치도 없소.”
녹림왕이 열변을 토하자, 장내의 분위기도 매우 달라졌다.
상효통이 말했다.
“나는 녹림왕 귀하의 말을 믿겠소.”
동정수왕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녹림왕 그대의 말이 맞는 것 같소. 장강대왕 그대도 너무 속단하지 마시오. 일개 수하의 말이 아니오? 혹시 장강일이란 그자가 오히려 간자가 아니오?”
상황이 어려워지자 백엽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좋소. 그러면 내가 직접 지존장원에 가서 상황도 살필 겸 장강일도 데려오겠소. 우리 장강수로십팔채 병력은 장강선생 그대가 지휘해 영웅보로 가도록 하시오.”
“네. 총채주님.”
장강선생이 고개를 숙였다.
백엽이 혼자 지존장원에 간다고 하자, 녹림왕 역시 잘되었다는 표정이었다.
“그럼 지금 바로 출발하도록 합시다.”
“알겠소. 내가 먼저 가겠소. 나중에 영웅보에서 봅시다.”
백엽이 신형을 날려 포구를 떠났다.
휙휙.
놀라운 경공술이었다.
흑도 무사들이 놀란 것은 물론이었다.
녹림왕과 상효통, 동정수왕 등도 안색을 굳혔다.
녹림선생이 녹림왕에게 전음을 날렸다.
「총채주님. 장강대왕 저자의 무공이 예상보다 더 뛰어난 것 같습니다. 삼 년 전만 해도 저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래봤자 내 상대는 아니오. 한데 어떻게 우리 계획을 안 것 같소? 비록 이번 악양 무림 공략 후는 아니지만 적당한 때를 봐서 장강대왕 저자를 죽이려고 했잖소?」
「넘겨짚은 것일 겁니다. 불안한 생각도 있었을 것 같고. 물론 장강일이란 놈이 했다는 말은 완전히 거짓으로, 아마도 장강대왕 저자와 서로 짜고 벌인 일이겠지요. 상 방주와 동정수왕도 그런 점을 느끼고 태도를 바꾼 것이고요.」
「내 생각도 마찬가지요. 오히려 이번 기회에 놈을 제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소. 내버려 두면 계속 헛소문을 퍼뜨릴 우려가 있으니까. 반선들께서도 선의의 경쟁을 강조하셨으니 이해를 해주실 것이오.」
「총채주님 뜻대로 하십시오. 놈을 제거할 계획은 제가 따로 세우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