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55
“교주님. 오셨습니까?”
“그렇소.”
지존장원 안으로 들어온 백엽이 생사신의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대청 안에는 생사신의 외에 아무도 없었다.
장원 주위에 펼쳐져 있었던 결계 역시 큰 이상이 없었다.
다만 백엽은 결계의 파동이 큰 충격으로 인해 느슨해진 점을 발견했다.
결계 운용에 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아무래도 성녀의 추측대로 반선들의 음공 때문으로 생각되었다.
백엽은 곧바로 느슨해진 점을 바로 잡았다.
“다들 어디에 있소? 지하 비밀공간에 내려간 것이오?”
“네. 조금 전 매 소저가 돌아와 교주님의 명을 전했고, 성녀께서 성력으로 사상자를 모두 지하 비밀공간으로 옮겨뒀습니다. 저는 적의 침입을 우려해 지상 위로 올라와 주위를 살피고 있었는데 마침 교주님께서 오신 겁니다.”
“어서 함께 내려갑시다. 적의 침입은 당분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오.”
백엽이 굳은 안색으로 대청 한구석에 놓여 있는 청동향로를 좌우로 세 번씩 돌렸다.
순간, 위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청동향로 앞 바닥이 꺼지며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성녀도 나와 똑같이 했소?”
“네. 교주님께서 가르쳐주셨다고 하더군요. 덕분에 저도 익혔습니다. 한데 정말 미혼진 발동을 하지 않아도 됩니까?”
“그렇소.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당분간 적들의 침입은 없을 것이오. 다만 내가 복귀하지 않으면 장강선생이 무사들을 시켜 상황을 알아볼 가능성이 있소.”
“적들은 아직 포구에 있습니까?”
“영웅보로 갔을 것이오. 자세한 것은 내려가서 이야기합시다.”
“네.”
* * *
“사망자는 모두 백 명이에요. 다행히 지하 광장에 빈관들이 있어 그곳에 모셔둘 수 있었어요.”
성녀의 말에 백엽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존장원 지하에 조성된 광장.
비밀 대피 공간으로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컸다.
십만 명도 넉넉하게 수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정식 명칭은 지존 광장이라 했다.
지존 광장을 둘러싼 벽에는 수없이 많은 동굴이 나 있었고, 유사시 숙소로 사용할 수 있었다.
각 동굴 안에는 식량도 비치되어 있었다. 샘물 역시 흐르고 있어 장기간 피신이 가능했다.
특히 벽곡단 등의 비상식량이 떨어진 경우에도 광장 곳곳에 특수 이끼가 자라나 있어 아사할 걱정도 없었다.
백엽이 가장 먼저 살핀 것은 부상자들의 상태였다.
성녀와 매영설이 그들을 보살피고 있었는데, 매영설의 보고대로 모두 열 명이었다.
부조장 진국동을 비롯한 천마살수 아홉 명. 그리고 철탑.
이들 열 명의 상태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성녀가 늦지 않게 성력으로 치료했고, 생사신의 또한 그의 의술을 발휘했기 때문이었다.
“다들 응급 치료를 마치고 지금은 잠들어 있어요. 사흘 정도 지나면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을 겁니다.”
성녀의 말에 백엽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것 같구려. 다들 수고가 많았소. 이제 사망자들을 보도록 합시다.”
백엽이 다시 안색을 굳히며 백 개의 관이 모셔져 있는 곳으로 향했다.
성녀와 생사신의, 매영설이 침통한 표정으로 뒤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그들 세 사람은 백엽의 심정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평소 수하들의 안위에 대해 누구보다 신경을 쓰던 그였다.
그런 그가 갑자기 백 명의 수하를 잃은 것이니 그 슬픔과 분노가 얼마나 크겠는가.
‘확실히 죽은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백엽이 눈을 빛내며 우수를 흔들었다.
순간, 백 개의 관뚜껑이 한자 정도 허공에 떠오른 후 관 옆에 떨어졌다.
쿵.
망자에 대한 예의상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뤘지만, 소리가 광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백엽이 가장 가까이 있는 관에 눕혀져 있는 시신 한 구를 쳐다봤다.
백 구의 시신 전부를 볼 필요는 없었다. 이 한 구를 보고 판단할 생각이었다.
관뚜껑을 모두 연 것은 그의 희망이 담긴 것으로 기적을 바라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솔직히 기대를 어느 정도 접은 지 오래였다.
의술에 탁월한 생사신의와 성녀가 죽음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으음······.”
백엽이 침음을 흘렸다.
예상대로 심맥이 끊어져 있었다.
“역시 음공에 당한 게 틀림없군. 매우 강한 음파를 당해내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심맥이 끊어진 것 같소.”
백엽이 손으로 시신의 맥문을 짚었다.
아무런 맥도 느껴지지 않았다.
“회생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이오? 아직 시신들의 상태는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네. 교주님. 애석하게도 방법이 없었습니다. 시신들이 부패하지 않은 것은 아직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복용시킨 보양단의 효력도 남아 있어 며칠 정도는 더 유지될 가능성이 큽니다.”
“보양단이 고작 시신들의 부패 방지 용도로만 쓰이다니. 애석하기 그지없소. 모두가 내 잘못이오. 반선들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대비해야 했는데······.”
“인명은 재천입니다. 교주님께서는 이들에 대한 복수를 확실히 해주시면 됩니다.”
“반선들에 대한 복수? 솔직히 자신이 없소. 그들의 능력은 가공할 정도요. 한두 명뿐이라면 어떻게든 상대해보겠는데, 최소 수십 명은 되는 것 같으니 전망이 어둡소.”
백엽이 시신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어떤 경우에도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 없는 노릇이었다.
백엽이 다시 우수를 들었다.
관뚜껑을 닫기 위해서였다.
그가 경력을 분출하기 직전 다시 손을 내렸다.
“왜 그러십니까?”
“마지막 점검을 해야겠소.”
백엽이 품속에서 구슬 하나를 꺼냈다.
바로 청룡주였다.
여전히 붉은 광채를 뿜어내고 있는 청룡주에 백엽이 내공을 실었다.
붉은 광채가 더욱더 선명해졌다.
“천계의서에 적혀 있었소. 청룡주에는 위대한 치유의 힘이 있다고. 그 비밀을 풀면 어떤 병도 고칠 수 있다고도 했지.”
“그건 사실입니다만 아직 그 비밀을 다 알지 못하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지금 알고 있는 사용방법으로는 치료 시 기혈을 안정시키는 보완 요법 정도이지요.”
“물론 나 역시 아직 모르오.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은 깨달을 수 있었소.”
“그게 뭡니까?”
“청룡주는 그 사용하는 사람의 무공에 따라 그 위력이 달라진다는 것을.”
“아! 그 점을 간과했군요. 교주님께서는 절대 내공을 지니고 있으니 그 위력이 뛰어날 겁니다.”
생사신의가 기대감 어린 눈빛을 보였다.
백엽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거요. 일단 청룡주로 시신들을 살펴보겠소.”
백엽이 청룡주를 앞으로 내밀자 구슬에 어려있던 붉은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마치 빛의 분수처럼 뻗어 나간 광선이 백여 구의 시신을 비추자 기이한 광경이 나타났다.
시신들의 피부가 마치 붉은 물감에 물들인 듯 붉어지는 것이 아닌가.
핏빛 시신들이었다.
생사신의가 그중 한 구의 맥을 짚었다.
“아!”
그가 탄성을 터뜨렸다.
백엽이 급히 물었다.
“어떻소?”
“잠맥(潛脈)이 감지됩니다.”
“오!”
백엽이 기쁨의 탄성을 터뜨렸다.
잠맥이란 실제 맥박이 뛰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완벽하게 죽지 않았다는 의미로, 일종의 온기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잠맥만으로 살아있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청룡주의 힘으로 잠맥이 감지된 것은 일종의 희망요소였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생사신의가 안색을 굳혔다.
“잠맥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일각 후면 완전히 사라질 것 같습니다.”
“아! 다른 방도가 없겠소?”
백엽이 청룡주를 거두어들였다.
이미 청룡주의 기운이 들어갈 수 있는 최대치가 시신들 체내에 들어간 상태였다.
하지만 고작 잠맥이 일시 뛰게 한 정도라니.
잠맥은 죽음 직전 일시 발견되는 것으로 이 잠맥이 활성화하는 대표적 경우가 바로 회광반조 현상이었다.
백엽이 안타까워할 만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분명 청룡주로 이들을 살릴 방도가 있는 것 같은데, 그 구체적인 방법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생사신의가 말했다.
“잠맥을 유지할 방법이 한가지 있긴 합니다. 하지만 쉽게 그 방법을 사용하기가······.”
“그게 무엇이오? 어서 말해보시오.”
“강시대법입니다. 강시로 만들게 되면 잠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되면 다시 살리기가 더욱더 어려워질 겁니다.”
“강시 말이오?”
“네. 천마강시와 비슷한 원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천마강시가 되면 그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게 되는데, 그 주인이 죽지 않는 한 그 생명을 유지하게 되지요. 물론 강시의 생명이란 게 일반적인 목숨과는 다르긴 합니다.”
“하지만 천마강시 제조는 매우 시간이 오래 걸리오. 게다가 성공한다고 확신할 수 없소. 하물며 일각 이내 만드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오.”
“천마강시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만들어서도 안 되고요. 천마강시로 만들어지면 영원히 되살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도가 있단 말이오?”
“생사금침대법으로 강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청룡주의 기운이 몸에 들어갔기 때문에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다만 강시가 완성된 후 되살리는 방법은 아직 모릅니다. 어쩌면 영원히 불가능할 수도 있겠지요.”
“잠맥이 유지되는 한 그 방법이 생길 수도 있지 않겠소? 예를 들어 내가 무형검의 고수가 된다면 청룡주의 위력 또한 최대치가 되지 않겠소?”
“역시 교주님이시군요. 제가 또 그 사실을 간과했습니다. 사실 청룡주를 비롯한 사방주는 그 주인이 무형검의 경지에 도달해야 진정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생사금침대법은 교주님께서 무형검의 경지에 도달할 때까지 일시 이들의 목숨을 보전하는 것으로, 지금으로서는 강시로 만들어 두는 것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렇게 합시다. 어차피 이대로 두면 돌이킬 수 없으니 일말의 희망이라도 가지는 것이 좋을 듯하오.”
백엽이 여전히 안색을 굳히며 말했다.
자신이 무형검의 경지에 도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였다.
생사신의 또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그래서 망설여지는 것 역시 사실이었으나,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하기는 싫었다.
‘원한다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 반드시 기회가 있을 것이다.’
생사신의가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바로 생사금침대법을 펼치십시오. 현재 청룡주의 기운이 시신들 전부에 들어가 서로 연계되어 있으니, 그중 한 구에 대법을 펼친 후 다시 청룡주를 비추면 모든 시신에 그 효과가 전이될 겁니다.”
생사신의가 생사금침대법으로 강시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 방법은 매우 간단했다.
이 역시 침의 깊이를 조절하는 것으로, 원래 천계의서에 수록되어 있지 않은 것이었으나 생사신의가 강시술을 응용해 만든 것이었다.
다만 그 방법을 백엽에게 가르쳐 주지 않은 것은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백엽은 최고의 강시술이라는 천마강시 제조술을 알고 있었다.
물론 그 외 여러 강시술까지 섭렵한 바 있었다.
다만 생사금침대법으로 강시를 만들어 그 소생 가능성을 유지하는 방법만은 모르고 있었다.
“알겠소. 그대로 펼치겠소.”
백엽이 품속에서 침통을 꺼내 생사금침대법을 펼쳤다.
백팔개의 금침이 시신 한 구의 몸에 박혔다.
순간 금침이 박힌 시신이 눈을 번쩍 떴다.
동공이 풀려 강시라는 것이 확연히 드러났지만, 몸 전체에 온기 한 가닥이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신의 말대로구나. 잠맥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생사신의 또한 기뻐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생사금침대법으로 강시를 만드는 것을 이론적으로 생각만 했을 뿐 실제는 지금이 처음이었다.
“성공입니다. 강시력 또한 제 예상을 뛰어넘는군요. 이 정도면 천마강시와 비교해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 듯합니다. 이제 청룡주를 비추십시오.”
“알겠소.”
백엽이 청룡주를 눈을 부릅뜬 강시를 향해 비췄다.
그러자 붉은빛이 강시 몸 전체에 다시 퍼졌다.
그러던 어느 순간 강시 몸에서 붉은빛이 분수처럼 피어올라 다른 시신의 몸속으로 전달되었다.
이후 광경은 최초의 강시와 똑같았다.
시신들이 눈을 부릅뜨고 강시화가 되었다.
하지만 모두 관속에 누운 채로 꼼짝도 못 했다.
아직 백엽이 본격적인 강시술을 펼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들 강시를 부리는 것은 일반 강시술로도 충분했다.
백엽이 품속에서 피리를 꺼냈다.
피리는 강시술의 도구로서 매우 효율적이었다.
강시들에게 명을 내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백엽의 경우 피리로 천마음을 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참고로 천마음은 천마가 창안한 희대의 음공으로, 반드시 피리로만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천마사자후의 경우 일순간에 천마음을 폭발시켜 적들의 심맥을 끊어버릴 수 있는 가공할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백엽이 피리를 불려다가 그만두었다.
생사신의가 말했다.
“시험 가동을 해보지 않으실 겁니까?”
“그렇소. 급조한 강시라 자칫 통제를 벗어날까 두렵소.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곳에 두고 되살릴 때를 기다리는 것이 좋겠소.”
“네. 한데 이들 강시를 무어라고 부를까요?”
“으음, 한때 지존회 무사들이었으니 지존강시로 부르는 것이 좋겠소. 내가 무형검의 경지에 도달하는 날이 바로 이들이 되살아나는 날이 되기를 바랄 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