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56
“놈들이 마침내 우리 쪽으로 진군하고 있습니다.”
영웅보 무사의 보고에 작전 회의를 열고 있던 영웅회 지휘부 고수들이 안색을 굳혔다.
예상은 했지만, 현실이 되자 마음이 급해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영웅회주로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던 매화검선이 물었다.
“모두 몇 명이오?”
“십이만 정도로 보입니다. 원래 십만이었는데, 천혈방과 동정수로채 놈들이 지하에서 탈출하는 바람에······.”
정탐무사의 말에 중인들이 다시 술렁였다.
천혈방주 상효통과 동정수왕 등이 죽은 것이 아니라는 소식은 조금 전 들은 바 있었다.
최소한 천혈방과 동정수로채는 궤멸되었다고 믿고 있었던 중인들이 받은 충격은 매우 컸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할까.
적들의 십만 병력에 압도당했던 그들이 되살아난 이만 병력에 허탈한 심정이 든 것이다.
고작 이만 차이지만 무사들의 사기에도 결정적 영향을 줬다.
“놈들이 무슨 수로 매몰된 지하에서 빠져나왔는지 아는 분이 있소?”
영웅보주 백운목의 물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백엽이 세운 큰 공이 하루아침에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백여희가 말했다.
“아무래도 신비 세력 소행인 것 같아요.”
“신비 세력이라면 청룡당과 백호당 무사들을 궤멸시킨 그놈들 말이냐?”
“네. 최신 정보에 의하면 신비 세력으로 일컬어지는 고수들의 수는 몇 명 안된다고 해요.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불과 수십 명이란 말도 있으니까요.”
“수십 명으로 이만 병력을 궤멸시켰다는 말이냐?”
“네. 청룡당과 백호당 무사들이 두 개의 전선에서 대패했는데, 당시 적은 각각 십여 명 정도에 불과했다는 증언이 많아요. 모두 노인들로 은신술 때문에 정확히 그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그들의 손짓 한 번에 수백 명이 허무하게 쓰러졌다고 해요.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자들 개개인의 무공은 맹주님과 맞먹는다고 할 수 있어요.”
“그게 가능한 일이냐? 최근 절정고수의 숫자가 무척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초절정 고수는 여전히 매우 적다. 물론 은자림 같은 곳에 은거해있는 고수들의 수 또한 무시 못 한다고 하나, 그들 중 초절정 고수가 몇 명이나 되겠느냐?”
매화검선의 말이었다.
그 역시 초절정 고수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더욱더 민감해진 것 같았다.
백여희가 말했다.
“전대고수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은자림에도 초절정 고수는 열 명이 안 될 거라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예요. 그만큼 초절정 고수가 귀하다는 말이지요. 당금 무림에 확실하게 초절정 고수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무림맹주님과 천마 정도일 거예요.”
“녹림왕도 있지 않으냐?”
“녹림왕의 무공은 다소 과장된 면이 있어요. 무엇보다 아직 실전에서 증명이 되지 않았지요.”
“네 말이 사실이라면 좋겠구나. 녹림왕이 초절정 고수라면 그것은 당장 우리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다.”
매화검선이 안색을 굳혔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녹림왕과의 대결을 피할 수 없을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겨뤄 죽일 계획이었다.
그 길만이 병력 면에서 절대 열세인 영웅회가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충의문주 번약수가 말했다.
“지금 시급한 것은 이곳으로 진격하고 있는 놈들을 어떻게 막느냐 하는 것이오. 지존회주를 만나러 갔던 백 공자는 아직 아무 소식도 없소?”
“네. 지존회 무사 한 명이 소식을 전하기는 했지만, 아직 오라버니는 복귀하지 않았어요.”
“무슨 소식이었소?”
“지존회와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에요. 다만 오라버니는 지존회 쪽 고수들과 함께 공동 작전을 펼치고 올 테니 기다리지 말라는 말을 무사를 통해 전해왔어요.”
“으음, 무슨 공동 작전인지는 모르오?”
“네. 보안 사항인 것 같았어요. 다만 추측건대 놈들을 교란하는 작전일 거예요.”
“놈들을 교란하는 데 성공했다면 어찌 십이만 병력이 한꺼번에 우리 쪽으로 진격하고 있겠소? 아무래도 그 공동 작전이라는 것이 실패한 것 같소.”
번약수의 말에 중인들의 안색이 더욱더 굳어졌다.
특히 백운목과 백여희, 백여옥 등 영웅보 무사들의 표정이 어두웠다.
사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다들 백엽의 미복귀를 우려하고 있었다.
아무리 공동 작전을 감행해도 영웅회가 공격을 받기 전에 복귀하는 것이 정상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야 지존회의 지원 계획도 구체적으로 알 수 있고, 전체적인 방어 전략도 구사할 수 있었다.
백여희가 말했다.
“아직 속단하기는 일러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오라버니는 곧 복귀할 거예요.”
백여희가 말을 한 바로 그때.
영웅보 무사 한 명이 또 들어왔다.
“놈들이 나타나 보 주위를 포위하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말이냐? 얼마나 되더냐? 정말 십이만 병력이냐?”
“네.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병력이었습니다. 십이만 병력이 확실합니다.”
“어서 나가봅시다. 결계가 쳐져 있어 당분간은 안전할 것이오. 담장 곳곳에 경계 망루가 설치되어 있으니, 그 위로 올라가면 한눈에 볼 수 있을 것이오.”
백운목의 말이었다.
그의 말대로 영웅보를 둘러싼 담장에는 마치 성처럼 곳곳에 망루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중 대문 옆에 있는 지휘 망루에는 한 번에 이삼백 명도 수용이 가능했다.
백운목이 가보자고 한 곳은 바로 그 지휘 망루였다.
* * *
백엽이 지존강시 제조를 마치고 영웅보로 복귀한 것은 해 질 무렵이었다.
예상대로 영웅보 주위는 십이만 흑도 병력이 에워싸고 있었지만, 결계를 뚫지 못하고 있었다.
백엽은 은신술을 펼친 채 결계를 뚫고 곧바로 지휘 망루로 올라갔다.
지휘 망루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영웅회 지휘부 고수 이백여 명이 그를 반긴 것은 물론이었다.
“방아. 돌아왔구나.”
백운목의 말에 백엽이 고개를 숙였다.
“네. 아버님.”
백엽이 다른 지휘부 고수들에게도 포권으로 인사했다.
백여희가 기뻐하며 물었다.
“오라버니. 어떻게 된 건가요? 지존회주는 만났나요?”
“그렇다. 합동 작전을 진행 중이지.”
백엽이 말을 한 후 중인들에게 협상 결과를 설명했다.
그 내용은 지존회주와 만나 협력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지존회 무사를 통해 전한 내용과 같았지만, 실제 백엽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은 그 의미가 달랐다.
결계만 믿고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인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었다.
매화검선이 물었다.
“그 합동 작전이란 게 무엇인가?”
“유인 작전입니다. 원래 놈들을 지존장원 안으로 유인해 미혼진을 발동시킬 계획이었지요.”
“오!”
“아!”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단순하지만 대군을 일거에 섬멸할 수 있는 계획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십이만이나 되는 병력을 가둘 수 있는 진법이 과연 있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겠나?”
“네. 지존회주 말로는 지존장원 안에 상고시대 진법이 설치되어 있어 적들의 침입 시 발동하면 확실히 가둘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가두기만 하는 것인가? 살상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살상 효과 역시 제법 클 겁니다. 다만 놈들 역시 미혼진에 빠지면 대항진을 펴 방어를 할 것이기에 그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절반만 죽여도 큰 성공일 것이네. 그래 지금 지존회주는 어디에 있나?”
“여러 곳을 다니면서 유인 작전을 준비 중입니다. 일단 저도 참가해 첫 번째 단계까지 진행되었는데, 놈들이 이곳 영웅보를 사흘 동안 공략하지 못하면 지존장원으로 병력을 이동시킬 겁니다.”
“사흘이라. 그 사흘이 우리의 운명을 가를 수도 있겠군.”
매화검선이 안색을 굳혔다.
다른 지휘부 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인 작전의 성공 여부를 확신하기도 어렵지만, 사흘 동안 과연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기 때문이었다.
잠자코 있던 백여옥이 물었다.
“오라버니. 사흘 동안 보 주위에 설치된 결계가 버틸 수 있겠어요?”
“그건 알 수 없다. 하루 정도는 확실히 버틸 수 있겠지만, 놈들이 그 파훼법을 발견하면 일순간에 뚫릴 수도 있지. 특히 놈들의 배후 세력인 반선들의 음공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백엽이 반선들에 대한 정보를 중인들에게 가르쳐 주었다.
신비 세력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했던 중인들이 깊은 관심을 가진 것은 물론이었다.
“그 반선들이 바로 청룡당과 백호당 무사들을 궤멸시킨 그자들이란 말씀인가요?”
“그렇다. 그들에 관해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많지 않지만, 본거지는 신선계란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선들의 무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으며, 이는 녹림왕을 비롯한 놈들의 수장이 그들을 스승으로 모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다만 지금은 본거지로 돌아간 곳으로 추측하고 있다.”
백엽의 말에 중인들이 술렁였다.
다만 백엽은 장강대왕이 이미 죽었다는 이야기까지는 하지 않았다.
그 이야기까지 하게 되면 자신의 정체에 대해 의문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백엽과 지존회주의 관계에 관해 묻는 사람은 없었다.
매화검선이 물었다.
“잘 들었네. 중요한 정보였네. 맹주님께도 즉각 전달해야 할 내용 같네. 하지만 시급한 것은 사흘 동안 적을 막아내는 일이네. 결계가 내일 뚫린다는 가정하에 방어 계획도 세워야겠네. 백 공자 자네 생각은 어떠한가?”
“만일 결계가 뚫릴 조짐이 있다면 놈들을 계획보다 앞서 지존장원으로 유인해야 할 겁니다. 선발대를 구성해 놈들의 포위망을 뚫고 지존장원으로 도주한다면 놈들이 쫓아올 겁니다.”
“으음, 그 수밖에 없겠군. 적의 병력이 너무 많아 이곳에서 전면전은 어려울 테니까. 선발대 병력은 어느 정도가 좋겠나?”
“최소 천명은 되어야 할 겁니다. 그 정도가 되어야 나머지 병력은 이미 비상통로를 통해 빠져나갔다고 생각할 겁니다.”
백엽이 담담히 말했다.
“으음, 일리가 있군. 천 명이라. 혹시 우리 화산파 병력을 염두에 둔 것인가?”
“네. 기동력을 볼 때 놈들의 포위망을 뚫을 수 있는 병력은 이곳에서 화산파 무사들뿐입니다.”
“좋네. 놈들을 유인하는 임무는 우리 화산파가 맡도록 하지. 일단 지존장원 안으로 들어가기면 하면 되는가?”
“네. 사흘 안에 결계가 뚫릴 경우도 미리 이야기되어 있으니 이후는 지존회 측에서 알아서 할 겁니다. 제가 아는 정보를 말씀드리면 지존장원 지하에 광장이 있는데 그곳으로 피신한 후 미혼진을 가동하는 작전인 것 같습니다.”
“하하하! 좋네. 비록 미혼진이 놈들을 궤멸시키지 못한다고 해도 힘을 빼줄 것은 확실할 테니, 그때 공격을 가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네. 다만 그 경우에도 놈들의 병력이 너무 많은 점이 마음에 걸리는군.”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전에 장문인께서 말씀하셨듯이 이번 작전을 통해 놈들의 병력을 절반으로 줄이기만 해도 대성공이니까요.”
“하하하! 그렇군.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린 것 같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역시 결계가 사흘 동안 버텨주는 것이겠군.”
“물론입니다. 불필요한 희생은 막아야 하니까요. 결계를 친 사람은 바로 저이기 때문에 그렇게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방아. 나도 한 가지 묻고 싶다. 만일 운이 나빠 화산파 무사들이 유인 작전에 투입되면 나머지 병력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
“만일 그렇게 되면 양동작전에 참여해야 합니다. 놈들이 지존장원에 들어가 미혼진에 갇히면 아버님께서는 나머지 이천 무사들을 이끌고 나가 지존장원을 포위하도록 하십시오. 그러다가 놈들이 진법에서 빠져나오면 장원 안팎에서 양동작전을 벌여 놈들을 섬멸하는 겁니다. 사흘 후 놈들이 스스로 물러가 지존장원으로 향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그때는 화산파 무사들이 먼저 유인 작전을 펼칠 필요가 없으니, 삼천 병력이 함께 움직이게 될 겁니다.”
“알겠다. 미혼진이 놈들의 내공을 일시 사용하지 못하게만 해줘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