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62
네 번째 관문 장소는 사방이 목책으로 둘러싸인 공간이었다.
백 장 정도 넓이의 공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사부님. 여긴 또 어떤 관문인가요?”
이제 조금 익숙해진 매영설의 질문에 백엽이 담담히 말했다.
“척 보면 모르겠느냐? 한번 맞춰 보아라.”
“으음, 목책이 둘러싸여 있으니 이걸 넘어가라는 것 같네요. 하지만 높이가 끝이 없어 아무래도 부숴야 할 것 같아요.”
“그렇다. 이곳은 오행진 중 목진(木陣)인 것 같다.”
“정말인가요? 사부님께서 내공을 전부 소진해 겨우 버티고 계신 데 정말 잘되었군요. 이까짓 나무쯤이야. 사부님은 쉬고 계세요.”
매영설이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백엽의 상태는 지금 최악이라 할 수 있었다.
불완전한 몸으로 천마폭잠공을 일으켰기 때문으로, 원래는 정신을 잃었어야 하나 청룡주 덕분에 겨우 서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도 그의 두 다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네 말대로 되었으면 좋겠지만 과연 그럴까? 아마도 저 나무들은 보통 나무가 아닐 것이다. 일단 다들 한 번씩 시험해보도록 하시오.”
“네.”
“네.”
성녀와 생사신의, 매영설이 대답과 함께 목책을 향해 장풍과 성력, 암기 공격 등을 감행했다.
하지만 백엽의 예상대로 목책은 끄떡도 없었다.
급기야 세 사람 모두 병장기를 꺼내 목책을 베고 찔러보았으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건 철보다 더 단단하군요. 사부님. 차라리 이전 관문처럼 불로 태우는 것이 빠르겠어요.”
매영설의 말에 백엽이 마지막 남은 한 줌의 내공으로 삼매진화를 일으켰다.
원래 도저히 불가능한 몸 상태였지만 이번에도 청룡주의 도움이 컸다.
성녀 역시 성력으로 보조를 맞춰 두 번째 관문에서 금강철인들을 녹일 때와 비슷해졌다.
화르르.
불꽃이 거세게 타올랐으나 목책은 아무 변화도 없었다.
성녀와 생사신의가 따로 삼매진화를 일으켜 봤으나 마찬가지였다.
참고로 삼매진화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절정 이상의 고수들만이 펼칠 수 있는 상승 무공이었다.
일종의 화공(火攻)이라 할 수 있는데, 실전에 사용되는 경우는 사실 그다지 많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처럼 불이 필요한 경우나 시체를 소각해 증거를 없앨 때 더 많이 사용되었다.
하지만 사방을 가로막고 있는 이 목책의 경우는 불이 전혀 붙지 않았다.
성녀와 생사신의, 매영설이 다시 병장기로 목책을 내리쳐보고 찔러보았으나 아무런 흠집도 나지 않았다.
백엽이 허리에 찬 검을 풀어 목책을 찔러봐도 마찬가지였다.
하기야 그의 검은 매우 평범한 것이라 예상대로였다.
참고로 천마신교의 창시자인 제1대 천마가 남겼다는 천마검(天魔劍)은 그의 사후 사라진 지 오래였다.
백엽이 발견한 천마대장경에도 천마검에 대해서는 적혀 있지 않았다.
백엽은 아쉬워했지만 극마의 경지에 오른 후 보검이 그다지 필요 없었기에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보검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번 진 역시 오행의 원리로 돌파해야 할 것 같은데, 보검이 없구나.
금극목(金剋木)이라. 쇠는 나무를 이긴다. 쇠는 나무를 자른다.’
백엽이 탄식하며 목책 위를 쳐다봤다.
하지만 매영설의 말대로 목책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환영이라고 하지만 정말 하늘 끝까지 닿아있는 것 같았다.
“보검이 없는 한 이번 관문을 돌파하기 힘들 것 같소.”
“그러면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성녀의 물음에 백엽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일단 운기조식을 통해 내상부터 치료하면서 그 방법을 강구해야할 듯하오. 다만 여기서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소.”
“하기야 이곳에는 물도 음식도 없으니 오래 버티지 못할 거예요. 하지만 서두른다고 될 일도 아니니 각자 회복운공을 하면서 좋은 방법을 생각해보도록 하지요. 그나마 다른 관문처럼 놈들이 공격을 가해오지는 않으니까요.”
“그렇게 합시다.”
백엽이 고개를 끄덕였다.
관문을 세 개나 연이어 돌파하면서 다들 지친 상태였다.
특히 백엽의 경우 천마폭잠공을 일으켜 기존 내상이 회복할 수 없을 지경까지 악화하였다.
청룡주 덕분에 겨우 버티고 있지만, 아무래도 가장 좋은 치료방법은 스스로 회복운공을 하는 것이었다.
일주천을 하기만 해도 기혈순환이 한결 원활해지기 때문으로, 지금이 바로 재충전을 할 적기였다.
하지만 여전히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자칫 잘못하면 여기서 영원히 빠져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 일이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되는데 걱정이구나.’
백엽이 안색을 굳혔다.
오행의 원리상 이번 관문은 반드시 보검이 필요했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일단 몸부터 다스리자.’
백엽이 마음을 편히 하며 가부좌한 채 회복운공에 들어갔다.
내상이 극심해 천마신공을 천천히 운공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순조롭게 운공을 하고 있던 백엽이 갑자기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으윽!”
“교주님!”
“사부님!”
매영설이 급히 백엽을 부축했다.
잠시 정신을 잃었던 백엽이 겨우 눈을 떴다.
“으으······ 하마터면 주화입마될 뻔했다.”
백엽이 창백해진 안색으로 심호흡을 했다.
하지만 이미 회복운공은 물 건너간 이후였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팔대무공 중 하나인 무명신장을 무리하게 펼쳤기 때문으로, 그때 입은 내상은 팔대무공의 기본심법으로만 치유될 수 있었다.
하지만 무명비급에는 팔대무공 외에 다른 무공은 없었다.
백엽이 탄식했다.
“신분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내가 큰 실수를 한 것 같구나. 이대로면 내상을 치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어떻게든 천마폭잠공을 한 번 더 펼쳐 목책을 파괴해보려 했는데······.”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사부님. 분명 무슨 수가 있을 거예요. 성녀님. 성력으로 목책을 부술 수는 없나요?”
“아까 시도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한 번 더 해보겠어요.”
성녀가 일어나서 목책을 향해 성력을 발출했다.
하지만 역시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아무래도 교주님 말씀대로 절세보검이 있어야만 할 것 같아요.”
성녀가 안색을 굳혔다.
“다들 너무 조급한 것 같습니다. 아직 이곳에서 하루도 지나지 않았으니, 좀 더 연구해보도록 하지요.”
생사신의가 말을 한 후 백엽의 맥을 짚었다.
“어떻소?”
“으음, 심각하군요. 지금 상태로는 생사금침대법으로도 효과가 없을 듯합니다. 운공은 그만하시고 엉킨 기혈을 풀 수 있는 심법에 관해 연구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심법을 창안하라는 것이오?”
“네. 때로는 절기를 통해 거꾸로 심법을 유추할 수 있지요. 실례지만 문제를 일으켰던 무공이 어떤 것이었습니까?”
“무명신장이란 것이오. 그와 같은 무공이 일곱 개가 더 있소.”
“팔대무공이군요. 한데 그에 맞는 심법이 없는 것이지요?”
“그렇소. 내가 방심한 탓이오. 신의 말씀대로 심법을 창안하는 수밖에 없을 듯하오.”
백엽이 다시 가부좌하고 묵상에 잠겼다.
조금 전 불순한 피를 토했기에 정신은 오히려 맑았다.
‘마음을 비우면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 모든 문제는 해답이 있기 마련. 무엇을 두려워할 것인가.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다.’
시간이 점점 흘러갔다.
* * *
“벌써 사흘이 지났어요.”
매영설이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 번째 관문 장소로 오고 사흘 동안 물과 음식을 못지 못해 안색이 좋지 못한 그녀였다.
이는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일반인들과 달리 무공을 익혀서인지 아직 심각한 지경에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하지만 며칠 더 지나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생사신의 말로는 무공이 아무리 높아도 물을 마시지 않고 열흘 정도 지나면 버티기 힘들 거라고 했다.
“사부님. 몸은 괜찮으세요?”
“그럭저럭.”
백엽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지난 사흘간 묵상에 전념한 그였다.
팔대무공의 근간이 되는 심법을 연구했지만, 아직 소득은 없었다.
‘이대로라면 최소 십 년은 지나야 제대로 된 심법을 창안할 수 있을 것 같구나. 게다가 심법을 만들려면 팔대무공을 계속 연습해봐야 하는데, 지금 그럴 몸 상태가 아니니 더욱더 어렵다.’
백엽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묵상 덕분에 조급한 마음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 역시 심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이대로면 나 역시도 한 달을 버티기 힘들 것 같구나. 물이라는 것이 이렇게 소중한 것일 줄이야.’
백엽이 잠시 상념에 잠겼을 때.
갑자기 굉음과 함께 목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백엽 일행이 깜짝 놀란 것은 물론이었다.
“목책이 다가오고 있어요!”
매영설이 목책들을 가리켰다.
그녀 말대로 목책들이 천천히 움직이며 포위망을 좁히고 있었다.
위험한 기관 진식의 대표 격으로 사방의 벽이 좁아져 압사하는 경우가 자주 거론되는데,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백엽 일행이 반사적으로 병장기로 목책들을 밀어냈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목책들이 다가오는 속도가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성녀가 소리쳤다.
“이대로는 일각도 견디기 힘들 것 같아요!”
“으음······.”
백엽이 침음과 함께 들고 있던 검을 힘껏 앞으로 내질렀다.
내공을 사용하기 힘들었지만,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했던 선천진기를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툭,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이 그대로 부러진 것이었다.
하기야 내상 때문에 선천진기 운용도 원활하지가 않았다.
원래 아무리 단단한 것을 찔러도 탄성이 있어 검이 부러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데, 선천진기 역시 불순해져 그만 두 동강 나고 만 것이었다.
그러는 동안 백엽 일행은 서로의 몸이 닿을 정도로 몰리고 말았다.
그야말로 압사 직전이었다.
백엽이 품속에서 비수를 꺼낸 것은 그때였다.
비수는 바로 두 번째 관문에서 얻은 것으로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검이 부러지자 곧바로 생각이 나 꺼낸 것이었다.
푹.
비수가 목책 깊숙이 들어갔다.
마치 무를 자르듯 거침이 없었다.
“보검이다!”
백엽이 탄성을 터뜨렸다.
이후 그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내공을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목책이 쉽게 잘려나갔다.
백엽은 목책의 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관통할 수 있었다.
일행 모두 기뻐한 것은 물론이었다.
더욱더 고무적인 것은 관통이 되는 순간, 더 이상 목책이 움직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백엽이 심호흡한 후 비수로 구멍을 넓히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사람 한 명 들어갈 수 있는 크기가 되자, 일행 모두 목책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성공이에요!”
매영설이 기쁜 표정으로 소리쳤다.
백엽 역시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 내가 왜 이 비수 생각을 못 했을까?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하더니.”
“미혼진 안에서 획득한 물건이라 생각을 못 하셨던 것 같아요. 저 또한 잠시 비수 생각을 했지만 크기가 작아 소용이 없을 것 같아 말씀드리지 않았지요. 그나마 늦게나마 생각을 하셔서 다행이에요.”
성녀의 말에 백엽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잘된 일이오. 아, 저기 철상자가 있구려.”
백엽이 기뻐하며 목책 바깥에 있는 철상자를 향해 걸어갔다.
뚜껑을 열자, 부채 하나가 보였다.
예상치 못한 물건이었지만, 백엽은 부채를 손에 쥐었다.
그때였다.
또다시 운무와 함께 주위 경관이 바뀌기 시작했다.
스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