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63
다섯 번째 관문 장소는 수풀이 울창한 숲속이었다.
숲에는 이름 모를 새도 날아다니고 갖가지 열매를 맺고 있는 나무도 많았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계곡물이었다.
너무나 맑고 깨끗해 식수로 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돌다리도 두들겨보듯이 이번에도 생사신의가 먹을 수 있는지 확인부터 했다.
“먹어도 됩니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백엽 일행은 갈증을 채웠다.
배고픔 역시 해결되었다.
숲속에 거의 무한정으로 자라나 있는 과일 덕분이었다.
식용 이끼도 있었지만, 복숭아, 사과 등 먹음직스러운 과일들로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었다.
“무릉도원이 따로 없군요. 사부님. 이곳이 정말 마지막 관문일까요?”
갈증과 배고픔을 해결했기 때문일까.
매영설이 한층 여유 있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녀의 표정에는 이번에도 백엽이 해결을 해주리라는 믿음이 보였다.
하지만 백엽의 안색은 어두운 편이었다.
“아마 마지막 관문이 맞을 것이다. 오행진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아마도 화진(火陣)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마지막 관문인 만큼 이를 통과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각오해야 할 듯하다.”
“얼마나 어려운가요?”
“거기까지는 나도 모른다. 이전 관문을 모두 합친 것만큼 해결하기 힘들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내가 지금 무력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 더욱더 불안하구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번에도 사부님은 잘 극복하실 거예요. 게다가 우리도 있으니까 이번에야말로 사부님 손을 빌리지 않도록 할 겁니다.”
매영설의 말에 성녀와 생사신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백엽 역시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좋소. 일단 휴식을 취하도록 합시다. 문제가 닥치면 그때 해결하면 되니까 미리부터 걱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것이오.”
“네.”
“네.”
* * *
“벌써 열흘이 지났어요. 사부님. 아무리 마지막 관문이라고 하지만 너무 오래 있었던 것 같아요. 왜 아무 일도 안 생기지요? 첫 번째 관문처럼 한 방향으로 가봐야 하는 게 아닐까요?”
매영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다섯 번째 관문 장소로 온 지도 벌써 열흘째.
물과 음식이 있어 지내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었지만, 너무 오래 있었다는 생각을 다들 하고 있었다.
다만 백엽의 몸 상태를 생각해서 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이제야 말을 꺼낸 매영설이었다.
이는 성녀와 생사신의 역시 마찬가지였다.
생사신의가 습관적으로 백엽의 맥을 짚었다.
“어떻소?”
“기혈의 흔들림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근본 원인을 제거하지 못해 무공을 사용하는 것은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열흘 전보다는 많이 좋아져 한두 번은 더 무공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소. 하지만 새로운 심법을 창안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 같소.”
“그것은 심법과 연결된 그 팔대무공이 최상승 무공이라서 그런 것이지요. 그 어떤 무학 대종사가 와도 쉽게 그런 심법을 창안하기는 힘들 겁니다. 마음을 편히 하십시오.”
“신의의 말을 듣고 보니 내가 너무 조급했던 것 같소. 아, 그리고 설이 말도 일리가 있으니 오늘부터는 이동해볼까 하오.”
“끝없이 펼쳐진 숲입니다. 이 모두가 환영일진대 큰 소용이 없을 듯합니다.”
“하지만 이대로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니겠소?”
백엽이 말을 한 바로 그때였다.
북쪽 방향 하늘에서 뭔가 거대한 것이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사부님! 저길 보세요!”
매영설이 오른손으로 허공을 가리켰다.
다들 자세히 보니 불덩어리 같은 것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
“아! 저것은 불새가 아닌가?”
백엽이 깜짝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전신이 불로 이루어진 새는 그야말로 전설상에서나 나오는 것이었다.
다들 놀라는 가운데 불새가 그 모습을 완전히 드러냈다.
집채만 한 크기의 새.
온몸이 불에 타고 있어 그야말로 불새였다.
백엽이 소리쳤다.
“다들 조심하시오! 불새의 공격이 있을 것 같소.”
“그럼 저 불새를 제압하는 것이 이번 관문의 주제인가요?”
“그런 것 같다.”
백엽이 내공을 끌어올렸다.
지난 열흘 동안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어렵게 모은 내공이었다.
그 내공은 최대 세 번 정도 공격이 가능한 양이었다.
원래는 불가능한 일이었으나 천마신공을 조심해서 다뤄 겨우 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주위 환경이었다.
주위가 온통 울창한 숲이라 불이 붙으면 피할 공간이 없었다.
‘선공을 가해 놈을 제거해야 한다.’
백엽이 소리쳤다.
“놈이 가까이 오면 일제히 공격하시오!”
“네.”
“네.”
성녀와 생사신의, 매영설이 잔뜩 긴장하며 싸울 준비를 했다.
이들 세 사람의 몸 상태는 지난 열흘간의 휴식으로 최상이었다.
다만 불새와의 거리가 너무 멀어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었다.
다만 그러는 와중에도 혹시 불새가 적이 아닐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백엽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일단 숲에 불이 붙으면 큰일이기 때문에 선공을 가하기로 결심한 그였다.
‘좀 더 가까이!’
백엽이 하강하고 있는 불새를 보며 눈을 빛냈다.
하지만 여전히 불새와의 거리는 수백 장이 넘었다.
백엽 일행이 잔뜩 긴장한 그때.
불새가 입을 벌려 불을 내뿜었다.
화르르.
거대한 불덩이가 사정없이 투하되어 숲을 강타했다.
화르르.
거대한 불길이 솟구치며 주변이 단번에 불바다가 되었다.
아직 백엽 일행이 있는 곳까지 화염이 다가오지는 않았으나, 공교롭게도 불길이 동심원 모양으로 붙어 점점 거리를 좁혀 오고 있었다.
성녀가 소리쳤다.
“보통 불이 아니에요. 이대로면 일각을 버티기 힘들 겁니다.”
백엽 역시 안색을 굳혔다.
하지만 불새와의 거리가 너무 멀어 공격을 가할 수도 없었다.
“혹시 화살이 있소?”
백엽의 물음에 다들 고개를 흔들었다.
“없습니다.”
“없습니다.”
“으음, 이대로 당할 수는 없으니 다들 알아서 공격해보시오.”
“네.”
“네.”
성녀와 생사신의, 매영설이 대답과 함께 불새를 향해 성력과 장풍, 암기 공격을 감행했다.
하지만 워낙 높이 있어 닿지 않았다.
백엽이 장풍을 날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쏴아아.
강력한 장풍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끝없이 뻗어가던 장력이 기어코 불새를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
“격중했어요!”
매영설이 기쁜 목소리로 소리쳤다.
하지만 불새는 끄떡도 없었다.
오히려 성이 났는지 불덩이를 계속 토해냈다.
화르르.
화염이 더 심해졌다.
이제 정말 피하기 어려워진 상황이 되어 불길이 십장 이내까지 침범했다.
그 뜨거운 기운에 백엽 일행은 마치 불가마 속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백엽이 불길을 보니 그 높이가 너무 높아 뛰어넘을 수도 없었다.
게다가 그 열기는 성녀 말대로 보통 불이 아니라 어떤 것도 태울 수 있어 보였다.
‘수극화(水剋火). 물은 불을 이긴다. 물은 불을 끈다.’
백엽이 오행의 원리를 다시금 떠올렸으나, 숲속에 흐르는 계곡물 정도로 불을 끄는 것은 불가능했다.
‘난감하구나. 이 정도 온도라면 가히 용암에 가깝다. 피할 공간도 없고 이대로 당해야 한단 말인가.’
백엽이 절망 어린 표정을 지었다.
혼자 죽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자신을 믿고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는 일행들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쉽게 포기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래, 지난 성공 경험으로부터 배울 것이 있을 것이다.’
백엽이 눈을 빛내며 부채를 꺼냈다.
직전 관문에서 얻게 된 부채였다.
그가 부채를 꺼낸 것은 비수로 목책을 잘라낸 경험 때문이었다.
‘불을 반드시 물로 꺼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바람으로 끌 수도 있지. 불을 끌 수만 있다면 그것이 물이든 바람이든 뭐가 그리 중요하겠는가.’
백엽이 부채를 앞으로 내밀었다.
이제 지척까지 화염이 도착해 다들 한데 모여 몸을 웅크리고 있는 상황.
백엽이 부채를 흔든 것은 바로 그 직후였다.
부채 바람이 일어났다.
바로 그 순간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무섭게 다가오던 불길이 픽픽하는 소리와 함께 꺼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한 번에 수십 장씩 소화(消火)가 되었다.
“하하하!”
백엽이 껄껄 웃으며 부채를 힘껏 흔들자 화염이 금세 반으로 줄어들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백엽의 내공이 약해 그 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 전 불새를 향해 장력을 날리면서 그동안 모았던 내공 대부분을 사용해버렸다.
그 때문에 부채에 내공을 담으면 그 위력이 높아질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지만 단순한 바람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대단했다.
몇 번 더 부치자 화염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불길이 사라지는 것을 그대로 보기만 하던 불새가 빠르게 하강했다.
그것은 뜻밖의 일이었다.
불을 끄는 것만 신경을 쓰던 백엽 또한 뒤늦게 불새를 발견했다.
하지만 이미 불덩이 공격이 그에게 가해진 이후였다.
꽝.
불새가 뿜어낸 불덩이를 가슴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백엽이 십여 장이나 뒤로 날려갔다.
“으윽!”
“교주님!”
“사부님!”
성녀와 생사신의, 매영설이 급히 백엽에게 다가가 부축했으나 이미 정신을 잃은 후였다.
성녀가 신형을 돌려 불새를 향해 성력을 날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생사신의와 매영설 또한 보조를 맞춰 장풍과 암기를 날렸다.
하지만 불새는 끄떡없었다.
그 어떤 공격도 놈의 몸에서 타오르는 불길에 닿는 순간 녹아버렸다.
백엽이 정신을 차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던 그가 품속에서 피리를 꺼내 불기 시작했다.
삘리리리.
피리 소리가 났지만, 그 어떤 변화도 없었다.
불새가 다시 불덩이를 쏟아내려던 찰나.
허공 위에서 괴음이 들렸다.
“끼루룩!”
백엽 일행이 하늘을 쳐다보니 거대한 새 한 마리가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
붉은 털로 덮인 괴조.
그 새를 본 성녀가 소리쳤다.
“천마조!”
그랬다.
백엽이 최후 수단으로 천마조를 불렀던 것.
물론 천마조가 미혼진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을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중상을 입는 순간 문득 천마조 생각이 들었고, 깨어나자마자 피리를 분 것이었다.
불새가 천마조를 보고 몸을 움츠린 것은 의외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허공으로 치솟아 천마조를 향해 불덩이를 토해냈다.
화르르.
천마조의 몸에 불덩이가 작렬했다.
하지만 끄떡도 없었다.
오히려 날아오는 속도를 높여 불새의 목을 그대로 물어버렸다.
“케엑!”
불새가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추락했다.
놈의 목에서 초록색 피가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곧이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땅바닥에 추락하고 말았다.
백엽 일행이 가보니 불새는 이미 숨을 거둔 후였다.
놈이 죽자, 몸 전체에서 타고 있던 불 역시 급격히 꺼졌다.
“사부님! 놈이 죽었어요!”
“그래. 마지막 관문을 통과한 것 같다! 모두 천마조 덕분이다.”
백엽이 천마조를 향해 손을 들었다.
하지만 천마조는 더는 미혼진에서 버티기 힘든지 다시 멀리 사라져버렸다.
“그래. 나중에 보자.”
백엽이 미소를 지었다.
죽은 불새를 다시 보니 어느새 놈의 사체가 사라지고 그곳에 철상자 하나가 놓여있었다.
백엽이 철상자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몇 걸음 가지 못하고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사부님!”
“교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