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68
용봉비무 예선 첫 번째 관문은 의외로 간단했다.
관문장 안에 놓여있는 바위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면 바로 합격이었다.
준비된 바위는 모두 백여 개.
만여 명의 응시생들이 차례대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숫자였다.
“보통 바위가 아닌 것 같아요.”
매영설의 말에 백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다. 특수 바위 같구나.”
백엽과 매영설이 바위를 쳐다볼 때.
감독관 한 명이 말했다.
“여러분 앞에 놓여있는 바위는 한철바위란 것으로 일갑자 이상의 내공을 가진 사람만이 들 수 있소. 자신이 생각해서 그 정도 내공이 없다고 판단하면 차라리 기권하는 것이 나을 것이오. 무리하다가 다치면 본인만 손해이니까.”
감독관의 말에 응시자들이 웅성거렸다.
바위 수에 맞게 들어온 이들은 모두 백여 명으로, 첫 번째 예선 날에 응시한 응시생 중 접수가 비교적 늦은 사람들이었다.
백엽과 매영설도 그들 중에 포함되어 있음은 물론이었다.
감독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기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검붉은 색의 바위는 그렇게 크지도 않았다. 내공이 일천한 자라 해도 일단 시도해보자고 하는 욕구가 매우 강했다.
무엇보다 오래 기다렸기 때문에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각자 바위 앞으로 가시오.”
감독관의 말에 응시자들이 바위 앞에 섰다.
백엽과 매영설도 천천히 바위 하나씩을 골랐다.
똑같은 모양이라 서두를 필요도 없었다.
“시작하시오!”
“하압!”
“핫!”
기합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며 바위 들어 올리기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성공하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하기야 말이 내공 일갑자이지 그 정도 내공을 가진 무림인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응시자들은 그제야 무림맹 측에서 일차 관문 통과만으로 무림맹 입맹 자격을 부여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얼마 후 드러난 합격자는 응시자 중 일할 정도인 십여 명에 불과했다.
응시자 총수가 만여 명이니까 총 일차 관문 합격자는 천여 명 정도로 짐작할 수 있었다.
물론 그들 모두가 일갑자 이상의 내공을 지닌 것은 아니었다.
문파에 따라서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공력을 배가시키는 비술도 있기 때문이었다.
백엽과 매영설의 경우는 무난하게 합격이었다.
절대 내공을 지닌 백엽의 경우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문제는 매영설이었는데 그녀 또한 원래 내공이 일갑자가 넘었다.
사실 천마살수 대부분이 일갑자 이상의 내공을 지니고 있었다. 한데 그녀는 조장을 맡을 정도로 내공이 더 뛰어났다.
게다가 최근 며칠 동안 백엽이 그녀에게 격체전공으로 꾸준하게 내공을 넣어줘서 이전보다 훨씬 많은 공력을 보유 중이었다.
“일차 합격자는 내일 아침 일찍 다시 나오시오. 아마도 전체 응시자들이 한꺼번에 관문을 돌파하게 될 것이니 늦게 되면 바로 실격 처리될 것이오.”
“네.”
“네.”
합격자들이 기세등등하게 돌아갔다.
백엽과 매영설 또한 무림맹 총단을 나와 객잔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원래라면 실수할 수도 있었는데, 사부님 덕분에 공력이 높아져서 수월했어요. 감사드립니다.”
“설이 너의 자질이 우수했기 때문이지. 그나저나 한빙지 연마는 잘되어 가느냐?”
“네. 공력이 높아져서인지 이제 조금 숙달된 것 같아요. 아마도 실전에 사용할 수 있을듯해요.”
“잘되었구나. 내가 공력을 넣어준 것도 사실 한빙지 때문이었다. 아마도 남은 용봉비무 예선에서 실전무공을 펼쳐야 할 때가 있을 것인데, 그때 한빙지를 보여주면 너의 신분을 의심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기야 천마살수들이 연마한 정파 무공들은 그 위력이 그다지 높지 않아 관문을 통과하기에는 부족할 거예요.”
“잘 알고 있구나. 한빙지 정도라면 실력으로만 뽑는다는 가정하에 충분히 본선 네 명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정말요? 솔직히 자신이 없었는데 사부님 말씀을 듣고 나니 힘이 나는 것 같아요.”
“거듭 말하지만 너의 자질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내가 도와준 것도 있지만 지금 속도로 발전하면 머지않아 절정고수가 될 것이다.”
“감사해요.”
매영설이 거듭 감사의 인사를 했다.
하기야 그녀 자신이 생각해도 백엽을 사부로 모신 이후 무공이 두 배 이상 높아졌다.
결정적인 것은 물론 백엽이 천마진기를 아낌없이 넣어준 것이지만, 그 밖에 백엽이 전수해준 내공심법인 자연심법의 영향도 컸다.
이 자연심법은 원래 지존회 무사들에게 전수하려던 것이었으나, 그들이 지존강시가 되는 바람에 미처 가르쳐주지 못했다.
그 때문에 백엽은 매영설에게 격체전공을 통해 공력을 높여주면서 자연심법까지 가르쳐 준 것이었다.
성녀나 생사신의처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고수가 되고 싶었던 매영설이 잠을 줄여가며 필사적으로 연마한 것은 물론이었다.
거기에다가 백엽이 그녀를 정식 제자로 삼을 만큼 자질이 뛰어나니 그야말로 일취월장으로 실력이 향상하고 있었다.
얼마 후 도착한 객잔은 여전히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오늘 있었던 용봉비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대부분 탈락한 자들로 불평불만을 터뜨리고 있었다.
“내공만으로 실력을 판단하는 게 말이 되느냐 말이지.”
“나는 외공만 십 년 넘게 익혔는데, 보기 좋게 떨어졌네.”
“주최 측에 문제가 많은 것 같네. 일차만 합격해도 무림맹 무사가 될 자격을 준다고 해서 좋아했건만 헛물만 켰네.”
중인들이 떠드는 가운데, 백엽과 매영설은 조금 기다렸다가 빈자리가 나자 저녁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번에도 합석이었다.
한데 합석한 사내들로부터 귀가 솔깃한 소식 하나를 듣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영웅보 무사들의 거처와 관련한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악양에서 올라온 영웅보 무사들이 지금 장씨세가에 머물고 있다는 건가?”
“그렇다고 하네. 영웅보주 부인이 장씨세가 출신이라 하더군. 그 때문에 거처를 그곳으로 정한 것 같네.”
“한데 그게 왜 문제인가? 영웅보가 비록 이번 악양 무림 전쟁 때 유명세를 치렀지만, 정작 명성을 떨친 것은 그 백동방이라는 영웅보 대공자가 아닌가? 백 공자가 낙양에 왔다고 하던가?”
“그게 아니라 장씨세가가 매우 곤란한 상황에 부닥쳐 영웅보주가 돕기 위해 거처를 그곳에 마련했다고 하네. 당장 오늘 밤 남궁세가 고수들의 방문이 예정되어 있다고 하는군.”
“남궁세가와 장씨세가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백엽이 참지 못하고 질문을 던졌다.
그도 그럴 것이 장씨세가는 그의 외조부가 가주로 있는 외가였다.
백엽의 어머니 장씨부인의 본신 무공도 장씨세가에서 익힌 것으로, 비록 오대세가에 들지는 못하고 그 세력이 미약하지만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세가 중 한 곳이었다.
특히 이번에 낙양에 온 김에 기회가 되면 외조부를 뵐 생각을 하고 있던 백엽이 아니던가.
비록 한 번도 실제로 뵙지는 못했지만, 꼭 만나고 싶은 사람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었다.
“하하하. 형씨도 궁금한 모양이구려. 사실 나도 들은 이야기라 정확하지는 않소. 다만 백동방 공자에 관해 소문이 무성해서 덩달아 장씨세가 이야기도 퍼진 것 같소. 내용은 사실 단순하오. 남궁세가 대공자가 일전에 장씨세가 소저를 희롱한 일이 있다고 하는데, 장씨세가 노가주가 직접 남궁 공자를 무림맹 집법당에 고발했다고 하오. 아마도 그 일로 남궁세가에서 앙심을 품고 이번에 영웅대회 참석을 위해 대거 낙양에 온 김에 항의 겸 질책을 하려는 것 같소.”
“흥! 남궁세가 대공자란 자가 잘못했는데, 무슨 항의를 한다는 말인가요? 적반하장이 아닌가요?”
매영설이 언성을 높였다.
대한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어쩌겠소? 남궁세가는 오대세가 중 으뜸으로 그 명성이 매우 높소. 게다가 남궁세가 대공자는 최근 무림맹주님의 여식과도 혼담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소. 한데 이런 문제가 생겼으니 소문이 더 퍼지기 전에 입막음하려는 것이 아니겠소?”
“그게 압력을 가한다고 해결될 일인가요?”
“하하하. 순진하시구려. 남궁세가는 모든 세가들의 종주라 할 수 있소. 반면 장씨세가는 낙양에 터전을 잡은 지 오래되긴 했지만, 그 세력은 미미하오. 어찌 남궁세가의 압력을 견딜 수 있겠소? 아마도 장씨세가의 노가주가 직접 사과하고, 희롱도 없던 일이 될 것이오. 장씨세가 소저가 먼저 남궁 공자에게 관심을 표한 것으로 진술 자체가 달라질 공산이 크다는 말이오.”
“흥! 남궁세가가 만일 그런 식으로 행동한다면 결코 좋은 평판을 얻지 못할 거예요. 게다가 제가 보기에 장씨세가도 쉽게 굴복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오?”
“영웅보 무사들을 불러들였다는 것은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요? 백 공자의 무공이 그렇게 높다던데, 남궁세가 측에서도 억지를 부리기 힘들 거예요.”
“하지만 무림맹주 여식과의 혼사가 달린 일이라 어떤 식으로든 이번 일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려 할 것이오. 백 공자가 낙양에 왔다면 또 모르지만, 솔직히 그 아비인 영웅보주만으로 어찌 남궁세가 고수들을 상대할 수 있겠소? 벌써 남궁세가 고수들이 장씨세가 측에 비무를 청했다고 하던데, 아마도 말을 듣지 않으면 큰 피해를 볼 것이오.”
“비무를 가장한 압력이군요. 그래 장씨세가에서 영웅보말고 다른 곳에 도움을 청하지는 않았나요?”
“화산파에 도움을 청하려 했지만, 아시다시피 화산파는 본산이 마교에 의해 장악이 되어 신경을 쓸 여유가 없지 않소? 그래서 부득이 영웅보주와 그의 첫째 딸인 백여희 소저가 이 문제를 중재할 계획인 것 같소. 물론 소문을 듣고 장씨세가 편을 들기 위해 소수이지만 스스로 찾아간 무림인들도 제법 있다고 들었소. 장씨세가 측에서도 무림공론을 일으키기 위해 빈객들을 적극적으로 받고 있다고 하오.”
“그렇군요.”
매영설이 대답한 후 백엽에게 전음을 보냈다.
「사부님. 그냥 두고만 보실 생각인가요? 장씨세가주는 사부님의 외조부 되시는 분이잖아요?」
「그래, 바로 가보도록 하자. 큰일은 없을 것 같다만 영웅보 무사들도 있다고 하니까 직접 가서 한번 살펴봐야겠다. 어차피 객잔에 머물려 했으니, 이곳보다는 대회가 열릴 때까지 장씨세가에서 지내는 것이 낫겠구나. 여희가 있으니 정보를 얻는 데도 유리할 것 같고 말이야.」
「네. 사실 백 소저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하지요. 어서 가요.」
「그래.」
백엽과 매영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탁자 맞은편에 앉아 있던 대한 중 한 명이 물었다.
“어디 가시오? 혹시 장씨세가로 가려는 것이오?”
“그렇소. 남궁세가가 명분도 없이 힘없는 세가를 핍박하려 하다니 이 어찌 두고만 볼일이오? 미약한 힘이나마 가서 장씨세가 측을 돕고자 하오.”
“하하하! 협의지사구려. 나 역시 오대세가의 위선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사람이오.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함께 갑시다. 장씨세가에서 대회 기간 빈객들에게 숙식을 제공한다고 했다니, 돈도 아낄 겸 잘되었소. 자네도 가야지.”
“물론이네.”
의기가 투합되자, 백엽과 매영설은 자칭 강남쌍협(江南雙俠)이라는 대한들과 함께 장씨세가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