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69
“장인어른.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남궁세가 고수들은 보통 사람들이 아닙니다. 적당히 타협을 보는 것이 가장 좋을 듯합니다.”
“그럴 수는 없네. 우리 장씨세가의 명예가 달린 일이네.”
칠십 대 노인 한 명이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고개를 저었다.
그는 바로 장씨세가 가주 장정변(長正變)이었다.
백엽의 모친 장씨부인의 부친이기도 한 그는 지금 사위 영웅보주 백운목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가주 집무실에는 두 사람 외에도 세 명이 더 있었다.
모두 아름다운 소녀들로 그 중 두 명은 백여희와 백여옥이었다. 그들은 이번에 백운목과 함께 영웅보 무사 오백 명을 이끌고 낙양으로 올라온 바 있었다.
나머지 한 명은 청의소녀였다.
장정변의 손녀 장취화(長聚花)로 바로 문제의 장씨세가 소저였다.
백여희가 말했다.
“아버님 말씀대로 참으시는 게 좋겠어요. 다만 남궁세가에서 원하는 대로 없던 사실을 말씀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고발만 철회하면 될 거예요.”
“그렇게는 못 한다. 남궁세가 대공자 그놈이 우리 취화를 희롱한 것도 모자라 위증까지 강요했으니 이 역시 고발 대상이다. 그놈이 먼저 희롱을 해놓고 취화가 좋아서 접근한 거라고 말을 바꾸라고 강요하다니.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작자들이다. 나와 취화 앞에서 남궁세가 대공자 그놈이 무릎을 꿇고 빌어도 시원찮은 마당에 우리가 굽힌다는 것은 절대 안 된다.”
장정변이 거듭 거부 의사를 밝혔다.
설득에 나섰던 백운목과 백여희, 백여옥 역시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대로 남궁세가 고수들과 부딪히게 되면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다고 남궁세가 고수들과의 비무를 받아들일 수도 없는 일 아닙니까? 이제 곧 그자들이 올 텐데 어떻게 대응을 하시려는 겁니까?”
“그래서 자네를 부른 게 아닌가? 양측에서 각각 세 명씩 붙는 대표삼결(代表三決)을 제의해 왔으니 우리는 그대로 응하면 되는 것이네. 나와 자네가 분발하면 우리가 승리할 수 있네. 그렇게 되면 그자들이 우리에게 용서를 빌고 본가의 명예 또한 높아질 것이네.”
“장인어른. 제 무공으로는 남궁세가 고수들을 상대하기 힘듭니다. 분명 장로급 고수들이 대결 상대로 나설 건데,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허허허. 나 또한 자신이 있는 것은 아니네. 하지만 오대세가의 위선을 이번 기회에 바로 잡지 않는다면 천하 무림인들이 우리 장씨세가를 비웃을 것이네. 그렇게 되면 미래가 없어지게 되네.”
잠자코 있던 백여옥이 물었다.
“혹시 외숙부 일 때문에 이렇게 강하게 나가시는 건가요?”
“여옥아!”
백운목이 나무랐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장정변의 아들은 십 년 전 남궁세가 가주의 일장을 맞고 무공이 전폐되어 지금까지 회복을 못 하고 있었다.
장정변이 가주 자리를 아들에게 물려주지 못하고 아직 가주로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장정변이 분노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아들을 그렇게 만든 남궁세가 가주 놈의 아들이 내 손녀까지 희롱을 했다. 십 년 전 당시 그 수모를 당했는데 이번에 또 참으라는 것인가?”
“죄송합니다. 장인어른. 옥이가 묵은 상처를 건드렸군요.”
“아닐세. 내 솔직히 말하지. 사실 십 년 전 그 일이 없었다면 나도 이번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은 없었네. 하지만 이번에도 그냥 넘어간다면 우리 장씨세가의 명예는 영원히 회복할 수 없을 걸세.”
장정변이 아직도 십 년 전 그때 일을 잊을 수 없다는 듯 치를 떨었다.
십 년 전 당시 장씨세가는 축제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고대하던 장정변의 손자가 태어났기 때문이었다.
장취화의 동생으로, 지금은 열 살이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 그만 며느리가 아들을 낳자마자 죽고 말았다.
아내를 잃은 슬픔을 가누지 못했던 장정변의 아들은 술에 잔뜩 취했고, 그만 객잔에서 남궁세가 무사 한 명과 말다툼을 하게 되었다.
자리 문제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두 사람 사이 실제 싸움이 벌어졌고, 결론적으로 남궁세가 무사가 중상을 입었다.
일반 무사였기에 당시 장씨세가의 가주 자리를 이어받을 예정인 장복동(長福動)의 상대가 되지 못했던 것이다.
아무리 술에 취했다고 해도 그 무공이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사실 두 사람 모두 취한 상태라 어느 일방이 잘못했다고 할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결과는 남궁세가 무사의 중태였고, 마침 그 객잔에 있었던 남궁세가주의 일장을 장복동이 얻어맞고 만 것이었다.
받은 만큼 돌려준다는 남궁세가의 율법 때문이었는데, 직접 가주가 손을 썼다는 게 매우 특이한 점이었다.
문제는 그 때문에 장복동의 단전이 파괴되어 무공이 폐쇄되고 말았다는 점이었다.
중상을 당했던 남궁세가 무사는 남궁세가주의 치료로 무사히 회복했기에, 장씨세가 측에서는 가혹한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장씨세가 가주 장정변이 노발대발한 것은 물론이었다.
하지만 남궁세가를 상대할 세력이 너무 미약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당시 장복동을 치료했던 의원들이 치료가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달랬지만, 결론적으로 십 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말은 허언이 되고 말았다.
복수할 시기를 놓친 장정변의 속은 더욱더 타들어 갔다.
하지만 딱히 복수할 명분이 강했던 것도 아니라 그렇게 십 년 세월이 흐르고 만 것이었다.
한데 그러던 차에 남궁세가 대공자가 장취화를 희롱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번에는 잘잘못이 확실했다.
객잔에 있던 남궁세가 대공자가 술에 취해 장취화를 강제로 껴안으려 했고, 이를 본 손님들이 겨우 두 사람을 떼어놓았던 것이다.
모멸감을 느낀 장취화는 장씨세가로 돌아와 장정변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장정변은 희롱한 사내가 남궁세가 대공자라는 말을 듣고 곧장 장취화를 데리고 무림맹 총단 집법당에 가서 고발했던 것이다.
그게 바로 열흘 전이었다.
자신과 혼담이 있던 무림맹주 여식이 십 년 만에 북해빙궁에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미리 낙양에 와 있던 남궁세가 대공자로서는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이후 여러 경로로 장씨세가에 압력이 가해졌다. 그러다가 결국 오늘 대표삼결이라는 무림 분쟁 해결방법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장인어른. 대결을 피할 수는 없겠군요. 한데 세 명 중 남은 한 사람은 누구를 보낼 겁니까?”
“그게 문제네. 이럴 때 삼십 년 만에 돌아왔다던 내 외손자가 옆에 있었으면 좋으련만.”
장정변이 아쉬워했다.
사실 사흘 전 영웅보 무사들이 장씨세가로 왔을 때 가장 먼저 물어본 것이 바로 외손자의 합류 여부였다.
이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외손자의 얼굴을 보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남궁세가와의 대표삼결에 나설 고수로 그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방이 말씀입니까? 장인어른 말씀대로 함께 왔다면 큰 도움이 되었을 텐데, 저도 무척 아쉽습니다.”
“어쩔 수 없지.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본가에 머물고 있는 빈객들 중 한 명을 뽑아야겠네.”
“빈객들 말입니까?”
“그러하네. 이번에 본가를 돕기 위해 자청해서 온 분들이라 한번 부탁을 해볼 생각이네.”
“빈객들이 몇 명 정도 됩니까?”
“조금 전에 도착한 네 사람까지 합해서 모두 스무 명 가까이 되네. 물론 그들 중 태반은 무공이 약한 사람들이네. 평소 오대세가의 위선에 불만이 많은 사람들이지. 하지만 몇 명 정도는 제법 무림에 명성도 있고, 혹여 숨은 고수도 있을 것 같아 기대 중이네.”
“아! 그러면 서둘러 한 사람을 뽑아야겠군요.”
“그러지 않아도 총관에게 이야기해뒀네. 지금 대청에 거의 다 모였을 것이네. 함께 가보지.”
“네.”
* * *
장씨세가 대청에 모인 빈객들은 정장변의 말대로 모두 스무 명 정도였다.
그중에는 조금 전 도착한 백엽과 매영설, 강남쌍협도 있었다.
그들은 도착하자마자 총관의 안내를 받아 이곳 대청에 오게 되었다.
정장변, 백운목 등이 오기 전에 총관의 사전 설명도 있었다.
그 요지는 물론 대표삼결이었다.
“남궁세가 측과 본가 측에서 각각 세 명의 고수를 내보낼 수 있습니다. 비무 방식은 어느 쪽이든 모두 패하는 쪽이 패하는 겁니다.”
총관의 말에 빈객 중 한 명이 물었다.
“한 사람이 연달아 싸울 수 있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처음 두 판을 진다고 해도 마지막 사람이 연이어 세 판을 이기면 최종 승리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물론 연달아 싸우지 않고 한판 이긴 후 중간에 쉴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승자의 선택 사항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무 방식은 마음에 드는군요. 한데 우리 중에 한 사람이 나서야 한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가주님께서 여러분께 부탁을 드릴 겁니다. 아, 지금 오시는군요.”
총관의 말에 빈객들이 대청 입구를 쳐다봤다.
장정변과 장취화, 그리고 백운목, 백여희, 백여옥 이렇게 다섯 사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백엽이 그들을 보고 기뻐한 것은 물론이었다.
부친과 여동생들의 몸 상태가 나쁘지 않은 것에 안도한 그는 장정변과 장취화를 자세히 살폈다.
‘저분이 바로 내 외조부님이구나. 저 소저는 내 외사촌 여동생이겠군.’
비록 외가였지만 가족이 더 늘어난 격이라 백엽의 마음이 다시 설레기 시작했다.
장정변이 빈객들을 향해 포권으로 인사한 후 말했다.
“여러 영웅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자칫 잘못하면 남궁세가의 눈 밖에 나가 앞으로 강호행에 지장을 줄 수도 있는데,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군요. 그간의 사정은 아시리라 생각하지만, 간단히 다시 설명드리겠습니다.”
장정변이 상황 설명을 직접 하고 대표삼결에 나갈 한 분의 고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어느 분께서 나서주시겠습니까?”
“남궁세가 고수들은 언제 도착할 예정입니까?”
“이제 곧 도착할 것 같습니다.”
“우리끼리 비무를 벌일 시간이 모자랄 것 같군요.”
“네. 그 때문에 일단 자원자부터 받고 최대한 대화로 대표 한 분을 뽑으려 합니다. 물론 그래도 정해지지 않으면 간단한 비무라도 해야겠지요.”
장정변의 말에 빈객들이 웅성거렸다.
하지만 크게 불만은 없어 보였다.
시간이 없는 지금 상황에서 무림의 명성으로 대표 한 사람을 뽑는 것은 상식적이기 때문이었다.
다만 숨은 고수가 있을 수 있기에 간단한 비무로 대표를 정하는 길도 열어둔 터라 빈객들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일단 자원자부터 받겠습니다. 본가를 위해 싸워주실 분은 앞으로 나와주십시오.”
총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여섯 사람이 앞으로 나왔다.
바로 강남쌍협과 백엽, 그리고 이름 모를 무사 세 명이었다.
백엽이 흥미로운 눈빛을 발했다.
그것은 바로 객잔에서부터 함께 온 강남쌍협 때문이었다.
무공이 약해 보였던 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강한 기도를 드러내고 있었다.
‘역시 예상대로 보통 고수가 아니었군. 하지만 내가 나가야 최종 승리를 거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