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70
자원한 여섯 명의 빈객 중 스스로 물러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기대와 달리 명성이 높은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명성이 있는 사람은 잠자코 있는 빈객 중에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뭐라 할 수도 없었다.
말로써 장씨세가를 지지해주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기 때문이었다.
하기야 직접 남궁세가 고수들을 상대하는 것은 확실히 부담이 컸다.
“양보하는 분이 안 계시니 가장 빠른 방법으로 결정하겠어요.”
백여희가 장씨세가 가내 무사들로 하여금 대청 한구석에 있는 청동향로를 가져오게 했다.
“이 청동향로를 가운데 두고 서로 밀어 한 걸음이라도 뒤로 물러나는 분이 패하는 겁니다. 이게 가장 상대를 다치지 않게 하는 방법일 거예요.”
백여희의 말에 여섯 명의 빈객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벌어진 대결은 매우 빠르게 승부가 났다.
세 번의 대결에서 각각 승자가 나왔던 것.
그들 세 사람은 바로 백엽과 강남쌍협이었다.
“무명서생(無名書生)님. 강남일(江南一) 공자, 강남이(江南二) 공자, 이렇게 세분이 첫 번째 대결에서 승리하셨어요. 이중 한 분을 뽑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 같군요. 세 분이라 짝이 안 맞는 것도 있고.”
백여희가 난처해하자, 백운목이 장정변에게 물었다.
“장인어른. 꼭 대표삼결이라야 합니까? 대표오결(代表五決)도 요즘에는 많이 하던 것 같던데요?”
“우리가 내세울 고수가 적어서 삼결로 했을 뿐이네. 오결로 하자고 해도 그쪽에서 수락할 걸세.”
“그러면 그렇게 하지요. 이들 세 분의 공력이 모두 대단하니 이중 한 분만 뽑는 게 아깝게 생각되는군요.”
“좋네.”
장정변이 대답했을 때 가내무사 한 명이 대청 안으로 들어왔다.
“남궁세가 고수들이 왔습니다.”
“모두 몇 명이더냐?”
“백여 명 정도 됩니다.”
“그렇게나 많이?”
장정변, 백운목 등이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영웅보 무사 오백 명이 장씨세가 연무장에 주둔해 있지만, 비무를 위해 온 상대가 백여 명이나 되는 무사를 대동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본보 무사들이 와 있는 것이 남궁세가 측에 알려진 것 같아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것이지요.”
백여희의 말에 장정변이 안색을 굳혔다.
“이놈들이 여차하면 본가를 멸문시키려는 속셈이 아닌가?”
“그러기야 하겠습니까? 한데 가내무사는 전부 몇 명 정도 됩니까?”
“가세가 기울어 대략 백여 명 정도 되네. 십 년 전에는 오백 명이 넘었는데, 내 아들이 그렇게 된 이후 하나둘 무사들이 떠났지.”
“일단 가내무사들을 모두 연무장에 모이게 하십시오. 남궁세가 무사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연무장에 본보 무사 오백이 있으니 수적인 면에서 남궁세가에게 밀리지 않을 겁니다.”
“밀리지 않는 게 아니라 우리가 여섯 배가 많으니 혹여 전면전이 벌어져도 승산이 있을 걸세.”
“남궁세가가 아무리 오만해도 이만한 이유로 전면전을 벌이려고는 하지 않을 겁니다.”
“두고 보면 알겠지.”
장정변이 총관을 시켜 장씨세가 무사들과 남궁세가 무사들을 모두 연무장에 모이게 했다.
“우리도 가봐야지.”
“네.”
대청에 모여있던 사람들 모두 연무장으로 향했다.
가면서 백운목이 장정변에게 물었다.
“처남은 아직도 누워서 지냅니까?”
“그러하네. 삼 년 전부터 계속 그런 상태네. 거의 잠들어 있다고 보면 되네. 생각 같아서는 마교의 생사신의라도 찾아가서 치료를 부탁하고 싶은 심정이네.”
“죄송합니다. 도움을 못 드려서. 하지만 명의를 다시 만나게 되면 꼭 처남의 병세를 살펴볼 수 있도록 부탁해보겠습니다.”
“내 딸아이를 치료했다는 그 공자 말인가?”
“네. 그 친구의 의술이 매우 뛰어나니 분명 치료 가능성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미 떠나 소식도 없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기는 하나 아마 급한 일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반드시 돌아오리라 믿고 있습니다.”
백운목의 말에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백엽이 눈을 빛냈다.
‘사태가 마무리되면 외숙부님 몸 상태를 내가 직접 살펴봐야겠구나.’
* * *
“남궁세가 태상장로 남궁총(南宮總)이라 합니다. 어느 분이 장씨세가 장정변 노가주이십니까?”
“나요. 남궁세가주는 오지 않았소?”
“가주님께서는 마교의 침공으로 인한 무림맹 지휘부 회의에 참여하시느라 오지 못했습니다. 장 노가주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좋소. 그래 무슨 일로 오셨소?”
“하하하. 정말 모르시는 겁니까? 이미 통보를 했을 텐데요. 손녀분 문제로 왔습니다. 그 문제 해결을 위해 대표삼결 제의도 했고요. 그 답을 지금 해주시겠습니까? 우리 쪽은 이미 모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흥! 지금 그대들이 지금 우리를 협박하는 것이오? 남궁세가 대공자가 내 손녀를 희롱한 일은 세상이 다 아는데 대체 뭘 요구하는 것이오?”
“희롱이라니요? 객잔에서 그 광경을 봤다는 사람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노가주께서 무림맹 집법당에 고발을 했다는 사실만 있을 뿐이지요. 따지고 보면 매우 사소한 일이라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만, 우리 대공자와 맹주님 여식 두 분간의 혼담에 지장을 줄 염려가 있어 이렇게 그 매듭을 지으려고 온 겁니다. 좋습니다. 대표삼결은 최후의 수단이라 생각하고, 그 전에 우리 남궁세가에 원하는 게 있으면 말씀하십시오. 재물을 원한다면 원하는 대로 드리겠습니다. 다만 고발을 철회하고 모든 게 오해였다고 말씀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오해였다고? 얼마 전에는 내 손녀가 먼저 유혹을 했다고 말하기를 원하지 않았소? 한데 이제는 그냥 오해였다고만 하면 되는 것이오?”
“하하하. 그동안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그냥 아무 말 없이 고발만 철회해주십시오. 그러면 아무 문제 없이 해결될 겁니다. 아울러 앞으로 맹에서 장씨세가 출신 무사들이 활동하는 데 적극 지원을 해줄 것도 약속드리지요. 어떻습니까?”
“거절하겠소. 고발 철회는 없소. 다만 남궁세가 대공자와 남궁세가주가 와서 무릎을 꿇고 직접 사죄한다면 한 번쯤 철회를 생각해보겠소.”
“보자 보자 하니까 너무 하시는군요.”
남궁총이 언성을 높였다.
함께 온 남궁세가 무사들 역시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남궁세가의 다른 장로 한 명이 말했다.
“태상장로님. 어차피 무력으로 해결해야 할 듯싶습니다. 예고한 대로 대표삼결을 진행하시지요.”
“으음, 어쩔 수 없는 것 같소. 노가주께 정식으로 제의 드립니다. 무림 관례에 따라 이번 문제를 대표삼결로 해결하도록 하지요.”
“좋소. 다만 세 명은 너무 적으니 다섯 명으로 합시다.”
“대표오결도 좋습니다. 다만 그 전에 조건을 명확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이기면 즉시 고발을 철회하고 다시는 이 문제를 거론하지 마십시오.”
“좋소. 반대로 우리가 이기면 조금 전 말한 대로 남궁세가 대공자와 남궁세가주가 직접 본가로 와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어야 하오. 약속할 수 있겠소?”
“우리가 패할 가능성은 없지만 그래도 아무 관련이 없는 가주님까지 무릎을 꿇고 빌라는 것은 너무하지 않습니까?”
“관련이 없다니! 내 아들이 누구 때문에 폐인이 되었는데! 남궁 가주는 십 년 전 일에 대해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어야 할 것이오.”
“이제야 본심을 말씀하시는군요. 좋습니다. 제의를 수락하지요. 우리 측에서 다섯 고수가 나설 것이니, 여러분도 준비하십시오. 준비되는 대로 바로 시작하면 좋을 듯합니다.”
“수락하겠소.”
* * *
대표오결.
장씨세가와 남궁세가의 대결이었다.
비무 방식은 양측에서 한 명씩 대표를 내되 총 다섯 명까지 가능했다.
한 사람이 연승을 거둘 수도 있고 쉬었다가 다음 대결에 다시 나갈 수도 있었다.
비무 준비는 간단했다.
연무장에 있던 비무대를 그대로 사용하면 되었다.
해는 이미 졌지만, 연무장 곳곳에 횃불이 밝혀져 있어 대낮과 다름이 없었다.
다만 비무는 원래 계획과 달리 곧바로 진행되지는 못했다.
공증인 문제였는데, 남궁세가 측에서도 장씨세가에서 실제 대표결을 받아들일지 몰랐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보다 남궁세가주에게 비무 사실을 보고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 대표오결이 벌어진다는 소문을 듣고 인근에 있던 무림인들이 대거 몰려왔다.
그 수는 무려 천여 명.
조용히 해결하려고 했던 남궁세가로서는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미 기호지세였다.
남궁세가가 승리하고 고발이 철회된다면 이번 일은 어떻게든 무마될 수 있었다.
맹주 측과 고발 철회를 조건으로 혼담을 계속 진행하기로 약속했기에, 남궁세가 측에서도 더는 물러설 여지가 없었다.
한데 대표오결 직전에 의외의 일이 발생했다.
무림맹주 여식이 직접 장씨세가를 방문한 것이었다.
비록 면사를 써 그 얼굴을 알 수는 없었지만, 그녀의 방문은 군웅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림맹주 여식은 최근 강호 젊은이들 사이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다.
어릴 때 북해빙궁주의 제자가 되어 북해빙궁에서 줄곧 지내다가 이번에 무림맹 총단으로 돌아왔는데, 아직 그 얼굴을 본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 얼굴을 본 사람은 하나같이 천하절색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마교의 침공 소식으로 그녀에 관한 관심이 조금 줄어들긴 했으나, 이번 사건은 그녀가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서기에 충분했다.
“좌 소저께서 오실 줄은 몰랐군요.”
장정변이 친히 좌약약(左約約)을 영접했다.
“노가주님을 뵙습니다.”
좌약약이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맹주님께서는 무탈하십니까?”
“네. 하지만 영웅대회 준비를 하느라 매우 바쁘십니다.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잘 오셨습니다.”
“말씀을 낮추세요. 노가주님.”
“허허허. 그래도 되겠나? 혹시 불편하거나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하게.”
“불편한 것은 없어요. 근처에 있다가 우연히 대표오결 소식을 듣고 다른 사람들처럼 구경하러 온 것이니까요. 물론 저와도 관련이 있어 진실을 알고 싶은 마음도 컸어요. 한데 저분들은 혹시 영웅보 분들인가요?”
“그러하네. 이쪽은 내 사위고 그 옆은 내 외손녀들일세. 여희와도 아직 안면이 없는가?”
“아! 백 부군사님이셨군요. 영웅보주님께도 인사드립니다. 남은 분은 부군사님 동생분이시겠군요.”
좌약약이 붙임성 좋게 영웅보 사람들과 인사를 했다.
통성명이 대강 끝난 후 좌약약이 말했다.
“최근 무림에 명성을 떨친 백동방 공자님은 역시 안 보이는군요. 한번 뵙고 싶었는데 아쉽군요.”
“허허허. 내 외손자는 나도 아직 얼굴을 보지 못했다오.”
장정변은 좌약약이 마음에 드는지 표정이 밝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은연중 좌약약이 장씨세가의 편을 들고 있는 상황이 되고 있었다.
한편 조금 전 공증인으로 모셔온 낙양서생(洛陽書生)은 낙양성주의 책사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남궁세가주와 친분이 있기는 하나 그래도 자신의 명성 때문이라도 불공평한 결정을 내릴 사람은 아니었다.
특히 그는 무공도 고강한 것으로 알려져 공증인으로서는 안성맞춤이었다.
그 때문일까.
이번 대표오결의 사회 역시 그가 맡기로 했다.
“이제 올 사람이 다 온 것 같으니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
군웅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