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72
백운목과 남궁박의 대결.
대표오결의 실질적인 결승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다수인 게 사실이었다.
군웅들 역시 흥미로운 표정으로 숨을 죽였다.
두 사람이 삼장 거리를 두고 마주 서자, 낙양서생이 소리쳤다.
“시작하시오!”
쏴아아.
백운목과 남궁박이 기다렸다는 듯 장력을 날렸다.
뭔가 특별한 대결이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했던 군웅들이 의외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절정고수 간의 싸움에 있어 사실 그 형식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장력 대결로 보이더라도 그 속에는 수백 가지가 넘는 변화가 담기기 마련이었다.
백운목이 펼친 장법은 영웅신장(英雄神掌)이란 것으로, 영웅보주의 독문무공 중 하나였다.
하지만 실제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웅신장은 영웅보 초대보주가 창안한 상승장법이긴 하나 후반부 구결이 전해지지 않아 그동안 미완성으로 남아있었다.
이 미완성 장법을 완성한 것은 며칠 되지 않았다.
장법의 후반부 구결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백엽의 조언 덕분이었다.
백운목이 삼십 년 만에 아들을 만난 기념으로 대대로 내려오던 보주 비급을 잠시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 백엽이 한 마디 해줬던 것이다.
비급을 보여준 것은 장차 차기 보주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시였으나, 당시 백엽은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비급을 일별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신의 뿌리와도 관련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장차 영웅보주 자리를 물려받지 않더라도 한번은 익혀야 할 것들이었다.
보주 비급을 읽어본 시간은 매우 짧았다.
백운목이 보기에는 그저 책장만 넘기는 수준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밤새도록 부자지간에 할 말이 많았던 백엽으로서는 비급 상의 무공을 세밀하게 연구할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백운목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백엽이 그 짧은 순간에 보주 비급에 수록된 무공들을 모두 암기했다는 것을.
바로 천마독심술 덕분이었다.
그리고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 이해까지 바로 되었다.
다만 이미 극마의 경지에 도달한 백엽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후반부 구결이 빠져 있는 무공들이 많았다.
너무 성의 없게 본다는 오해를 피하고자 백엽은 그 이유를 물어봤다.
하지만 백운목 역시 비급이 불완전해진 이유를 알지 못했다.
다만 오랜 세월이 지나게 되면 무공이나 비급 또한 원형 그대로 남아있기 힘든 게 현실이었다.
백운목이 가지고 있던 보주 비급 역시 후대에 다시 작성한 것으로, 아마도 비급을 갖고 있던 보주 중 한 명이 분실했거나 다른 이유로 훼손되었을 가능성이 컸다.
백엽 또한 그 점을 아쉬워하며 앞으로 시간이 되면 그 부족함을 메워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의지의 표현 중 하나가 바로 이 영웅신장이었다.
백엽이 영웅신장의 후반부 구결이 빠진 점을 말하며 잠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었고, 백운목은 그 이야기를 듣고 깊은 깨달음을 얻었던 것이다.
하지만 백운목은 내색하지 않았다.
일시적인 영감에 불과할 가능성이 컸던 것으로, 실제 연구는 백엽이 미혼진에 들어갔을 무렵부터 시작되었다.
흑도 십이만 병력이 미혼진에 갇혔다고는 하나 언제 탈출할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대비가 필요했다.
백운목이 실행에 옮긴 것은 바로 무명신장 후반부 구결의 창안이었다.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자신감을 얻은 백운목은 언젠가 실전에 사용하리라 생각했고, 그 시기가 예상보다 빨리 도래한 것이었다.
관전하고 있던 백엽 역시 백운목이 펼친 영웅신장을 한눈에 알아봤다.
그 역시 미혼진에 갇혀 있을 때 그동안 익혔던 무공들을 전체적으로 정리하면서 보주 무공들 또한 점검을 마쳤다.
그 결과 불완전한 구결 중 상당 부분을 보완할 수 있었으며, 백운목을 만나게 되면 알려줄 생각이었다.
‘아! 아버님께서 스스로 창안하셨구나. 내가 잠시 언급했던 내용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백엽이 조언했던 내용은 바로 장법의 세기와 관련한 것으로, 부드러움과 강함의 공존이 핵심이었다.
영웅신장의 초반과 중반부 구결은 각각 강함과 부드러움이 강조된 것으로, 빠진 후반부 구결은 그 둘의 조화와 관련 있을 거라는 말을 했던 것이다.
백운목이 창안한 후반부 구결 역시 백엽의 조언에 따라 강함과 부드러움의 공존을 추구했다.
백엽이 장엄하게 쏟아져 가는 영웅신장을 보며 기뻐하다가 순간 안색을 굳혔다.
‘아! 강약의 적절한 배합에는 성공했으나 진정한 공존에는 도달하지 못하셨구나. 진정한 공존은 단순한 결합이 아니라 그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는 초연함인 것을.’
백엽이 안타까워했다.
백운목이 창안한 구결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궁극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던 것이다.
그 차이 역시 매우 컸다.
새롭게 탄생한 영웅신장으로 이제 웬만한 절정고수는 쉽게 상대할 수 있게 되었으나, 남궁박 같은 상급 절정고수의 경우는 여전히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실제도 그랬다.
남궁박은 처음에는 매우 당황했다.
백운목의 장력이 자신이 날린 장력의 기세를 압도하며 밀려오기 직전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곧 충돌이 발생하면 자신이 패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그 역시 비장의 한 수가 있었다.
단순 내공 역시 백운목을 압도했다.
그가 택한 것은 내공을 완전히 장력에 실어 영웅신장의 변화를 무력화하는 것이었다.
남궁박은 곧바로 내공을 완전히 실은 보완 장력을 발출했고, 중첩으로 날아가는 장력이 영웅신장의 기세를 꺾는 데 성공했다.
다만 두 번째 날린 보완 장력의 속도가 첫 장력보다 두 배 이상 빨라 두 사람 간의 장력 충돌은 한 번으로 이루어졌다.
꽈앙.
폭음과 함께 한 사람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윽!”
비명과 함께 밀려나 비무대 밑으로 떨어진 사람은 바로 백운목이었다.
비록 내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명백한 그의 패배였다.
“아!”
백운목이 탄식했으나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번에도 남궁박 장로의 승리요!”
낙양서생의 선언에 남궁세가 무사들이 환호했다.
와아아.
남궁박이 말했다.
“대단하오. 내 예상보다 훨씬 뛰어난 무공이었소.”
“과찬이오. 귀하가 더 강했소.”
백운목이 패배를 시인하고 씁쓸한 표정으로 백여희 옆으로 물러났다.
이제 남은 사람은 백엽 한 사람뿐.
하지만 백운목까지 패한 마당에 그의 승리를 기대하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남궁박은 여전히 멀쩡했다.
백엽이 담담한 표정으로 비무대 위로 올라갔다.
“숨어서 지켜보는 분들은 이제 나오는 것이 좋겠소. 혹시 남궁세가주 일행이시오?”
백엽이 연무장 한쪽에 있는 나무 위를 손으로 가리켰다.
군웅들이 그 나무를 쳐다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은잠술로 모습을 숨겼던 인영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모두 십여 명으로 한눈에 봐도 대단한 고수들이었다.
남궁세가 무사들이 그들 중 한 명을 보고 고개를 숙였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남궁세가주 남궁패(南宮覇)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수고가 많소. 한데 우리가 나무 위에 있는 것을 어떻게 알았소?”
남궁패가 백엽을 쳐다봤다.
백엽이 담담히 말했다.
“기척이 느껴졌습니다.”
“대단한 고수구려. 비록 장씨세가 측의 출전자가 단 한 명만 남았지만, 방심해서는 안 될 것 같소.”
남궁패가 남궁박을 쳐다봤다.
남궁박이 고개를 다시 숙였다.
“명심하겠습니다.”
한편 남궁패의 등장에 군웅들이 크게 술렁인 것은 물론이었다.
이는 백운목, 백여희 등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아들 문제로 남궁패에게 원한이 깊은 장정변이 없어 그나마 험악한 분위기는 조성되지 않았다.
백운목이 말했다.
“남궁 가주께서 도둑처럼 숨어 있었다니 실망이군요. 그래 어떻게 오신 것이오?”
“허허허. 미안하게 되었소. 귀하가 바로 최근 악양에서 명성을 떨친 백동방 공자의 부친인 백운목 보주시오?”
“그렇소. 이미 보셨겠지만 장인어른께서 다치는 바람에 처소로 가신 터라 본인이 이번 대결의 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소.”
“알고 있소. 나 역시 이왕 모습을 드러냈으니 본가의 대표로서 지휘를 맡겠소.”
“무슨 지휘를 말씀하시는지?”
“모두 봤지만, 대표오결 중 귀측에 남은 사람이라고는 이제 고작 한 명뿐이오. 반면 우리는 한 명의 탈락자도 없소. 물론 남은 분의 공력이 뛰어난 것은 인정하오. 우리가 은신해 있는 것을 알아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하오. 하지만 그것과 무공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이 아니오. 우리 중 가장 무공이 약한 사람 한 명의 기척만 알아내도 되니까. 따라서 승부는 하나 마나일 것이오. 차라리 지금 기권을 하는 것이 어떻겠소? 우리는 승부를 내는 것보다 내 아들과 관련한 헛소문을 바로잡는 것이 목적이오. 따라서 지금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싶소.”
“헛소문이라니 또 발뺌하시는 것이오?”
“발뺌이 아닙니다.”
낭랑한 목소리와 함께 남궁패 뒤쪽에 서 있던 죽립인 한 명이 앞으로 나왔다.
그가 죽립을 벗자 군웅들이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아! 남궁세가 대공자 남궁소(南宮疎) 공자다!”
“남궁 대공자!”
남궁소를 알아본 사람들이 너도나도 소리쳤다.
준수한 얼굴을 지닌 그는 장씨세가 측에 있던 좌약약을 향해 포권했다.
“좌 소저를 여기서 뵐 줄을 몰랐소. 남궁소라고 하오. 만나서 반갑소이다.”
“······.”
좌약약이 별말 없이 고개를 조금 끄덕였다.
면사를 쓰고 있어 표정은 알 수 없었지만, 남궁소의 등장을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는 느낌이 역력했다.
남궁소는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하하하! 좌 소저와 이런 식으로 처음 만나게 될 줄은 몰랐소이다. 본인 또한 매우 유감이오. 하지만 오해가 풀리면 이 또한 추억이 되지 않겠소?”
“무엇이 오해란 말씀인가요?”
“내가 저기 계신 장 소저를 희롱한 일이 절대 없다는 것이오. 희롱한 일이 사실이라면 어찌 증인이 한 명도 나서지 않겠소?”
“흥! 그야 당신들이 증인들을 모두 매수했기 때문이지요.”
더 이상 참지 못한 장취화가 소리쳤다.
남궁소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장 소저. 이런 말까지는 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대가 일부러 내게 안기려 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소. 내 아무리 술에 취했다고 하나 어찌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그런 짓을 하겠소? 사실 나는 그대가 내 옆을 지나가다가 갑자기 비틀거리며 쓰러지려 하는 것을 엉겁결에 부축해준 일밖에 없소. 증인들이 나서지 않는 것도 그 모든 게 자연스러워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않았기 때문이오. 한데 그대는 장씨세가로 돌아가 노가주에게 거짓을 고해 무림맹에 고발까지 하게 했소. 그 소식을 들은 나는 어안이 벙벙했소. 소저가 그렇게 말한 이유를 몰랐기 때문이오. 하지만 소저가 장씨세가주의 손녀라는 것을 알게 된 후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소.”
“무슨 사실 말인가요?”
“그대가 나를 함정에 빠트려 부친의 복수를 꾀했다는 것을.”
“흥! 거짓말도 참 잘하는군요. 나는 당신이 남궁세가 대공자인 줄도 처음엔 몰랐어요.”
“발뺌해도 소용없소. 그대는 나와 여기 계신 좌 소저와의 혼담 소식을 듣고 훼방을 놓기 위해 계략을 짠 것이오. 이 모든 것은 그대 부친이 십 년 전 내 아버님께 일장을 맞고 무공이 폐쇄된 데 대한 복수였던 것이오.”
남궁소의 말에 군웅들이 술렁였다.
장씨세가와 남궁세가의 악연에 대해 들어본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더 그랬다.
장취화가 말했다.
“정말 가증스럽군요. 이제는 대놓고 조작까지 하다니. 대체 어쩌자는 건가요?”
“여기서 마무리하자는 것이오. 대표오결을 끝까지 하면 우리 승리는 확실하고, 그대는 고발을 철회할 수밖에 없소.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가 힘으로 진실을 숨겼다고 소문이 날 수도 있으니, 지금이라도 스스로 함정을 판 것을 시인하고 고발을 철회하는 편이 좋지 않겠소? 여기 좌 소저도 계시지만 그게 오해를 제대로 푸는 방법이라고 확신하오.”
“거부하겠어요. 아직 우리는 한 분의 출전자가 남아 계세요. 저는 무명서생 저분을 믿고 있어요.”
“하하하! 고작 은신을 알아냈다고 그렇게 저자를 과대평가하는 것이오? 진실을 말해주겠소. 사실은 내가 일부러 인기척을 낸 것이오. 대표오결로 이번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만족스럽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오. 여기에 좌 소저께서 직접 오신 것도 큰 이유가 되었소. 이래도 저자의 승리를 기대하시오?”
“······.”
장취화가 안색을 굳혔다.
백엽이 담담히 말했다.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네. 부탁드리겠어요.”
“부탁하네.”
장취화와 백운목의 말에 백엽의 출전을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남궁세가 측 출전자의 확정이었다.
다들 이번에도 남궁박이 나설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남궁소가 말했다.
“무명서생이라고 했소? 그대는 내가 상대해주겠소. 이번 대결의 당사자인 내가 단 한 번이라도 출전하는 것이 무림 관례에 맞는 것 같소.”
“좋소. 그렇게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