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76
백엽과 매영설이 무림맹 무사의 안내를 받아 간 곳은 군사부였다.
군사부의 장, 즉 총군사는 만통선생(萬通先生)이란 자로, 나이는 오십 대 중반 정도였다.
그는 가히 무림맹의 머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지혜가 뛰어난 인물이었다.
정마대전이 발발하면 가장 먼저 죽여야 할 인물로 그가 늘 손꼽히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실제 정마대전이 발발하는 즉시 그를 암살할 천마살수들이 낙양 곳곳에 은신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다만 현재 상황은 천마신교 측에서 볼 때 칠마종의 반란과도 같으므로, 천마살수들이 움직이지는 않았다.
게다가 백엽이 미혼진에서 빠져나와 십만대산으로 복귀하자마자 자제령을 내렸기 때문에 충돌의 위험은 많지 않았다.
문제는 역시 칠마종이었다.
천마신교 무사들이 아무리 움직이지 않아도, 이미 칠마종은 천하 각지에서 정복 전쟁을 개시하고 있었다.
화산파와 형산파 본산이 그들에 의해 장악된 것이 대표적 사건이나, 그 외 다른 지역에서도 크고 작은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만통선생이 칠마종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이다.
게다가 영웅대회 개최 문제도 있어 최근 만통선생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어젯밤 들어온 보고는 그를 놀라게 했다.
무명소졸에 불과한 자가 남궁세가주 남궁패를 꺾었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도저히 믿기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복수의 정보를 통해 얻은 내용이라 거짓일 리가 없었다.
하여 무명서생, 즉 백엽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기 시작했고 곧이어 이번 용봉비무에 응시한 사실도 파악하게 된 것이었다.
‘마침 절세고수 한 명이 필요했는데 잘되었구나. 다만 내 제의를 수락할지 모르겠군.’
만통선생이 잠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총군사 집무실 안으로 세 사람이 들어왔다.
바로 백엽과 매영설, 그리고 두 사람을 안내한 무림맹 무사였다.
“총군사님. 모시고 왔습니다.”
“그래. 나가 있게.”
“네.”
무림맹 무사가 나가자, 만통선생은 백엽과 매영설에게 자리를 권했다.
“어서들 앉으시오. 나는 만통선생이라고 하오. 반갑소이다.”
“무명서생입니다.”
“무명선자라고 해요.”
간단한 통성명이 끝난 후 세 사람 모두 자리에 앉았다.
곧바로 시비가 차를 내왔고, 세 사람은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물론 주제는 어젯밤 장씨세가에서 있었던 대표오결이었다.
“하하하. 정말 대단하오. 남궁세가의 사대고수를 연이어 격파하다니. 무명서생께서 이긴 남궁소, 남궁박, 남궁총, 남궁패 네 분은 그야말로 남궁세가의 핵심 고수로서 전대가주를 제외하고 아마 세가 내에서 당할 자가 없을 것이오.”
“과찬이십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제가 대결하기 전 다른 분들이 상대의 힘을 뺀 면도 컸습니다.”
“겸손의 말씀이오. 남궁박은 모르겠지만, 나머지 세 사람은 무명서생 귀하와 마찬가지로 첫 출전이었소. 아무튼, 하룻밤에 대단한 명성을 얻게 된 점을 축하드리는 바이오.”
“감사합니다. 한데 무슨 일로 저희를 부르셨는지요?”
“용봉비무에 참여하신 것을 알고 뭔가 도움이 되고 싶어서 모신 것이오. 불편한 점이 있으면 말씀하시오.”
“딱히 불편한 것은 없습니다.”
백엽의 말에 만통선생이 매영설을 쳐다봤다.
“제자분은?”
“저도 딱히 불편한 점은 없어요. 다만 끝까지 공정한 시합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하하하. 소저께서는 내일 예선 삼차시험을 염려하는 것이오?”
“네. 저는 상관없지만, 사부님께서 혹시 불이익이라도 받으실까 봐 그 점이 우려돼요.”
“불이익이라면 혹시 남궁세가에서 앙심을 품고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오?”
“네. 총군사님께서 그런 일이 없도록 미리 조처해주시면 감사할 거예요.”
“하하하. 알겠소이다. 그 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오. 삼차시험은 정파 무림의 어른들인 무림칠사부께서 심사를 보시니 오대세가에서 간섭할 수 없을 것이오.”
“아! 무림칠사부께서 폐관을 끝내셨나요?”
매영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는 백엽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무림칠사부는 정파의 유명한 전대고수들이었다.
그들 일곱 명은 죽기 전 신공을 창안하기 위해 함께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고 전해졌는데, 그게 바로 이십 년 전이었다.
한데 그들이 모두 출관했다고 하니 놀랄 만도 했다.
특히 백엽이 느끼는 놀라움은 적지 않았다.
‘무림칠사부라고 하면 한 명 한 명이 칠마종 종주들과 싸워도 밀리지 않을 고수들이라고 들었다. 거기다가 이십 년 폐관 수련까지 했다면 그 무공 수위를 짐작하기 어렵겠구나.’
“하하하, 그렇소. 정마대전이 발발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칠사부께서 폐관을 끝내고 도움을 주시기로 했소이다. 사부들께서 이번 용봉비무의 심사를 맡으신 것도 그 일환이라 생각하면 될 것이오.”
“그렇군요. 사부들께서 심사를 보신다면 편파 판정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군요.”
백엽이 말을 하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 만통선생의 정확한 의도를 알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긴장할 필요도 없었다.
“저희를 부르신 진짜 이유가 있을 것 같군요. 이제 말씀해주겠습니까?”
“하하하. 이거 미안하게 되었소. 내일 삼차시험을 앞두고 휴식을 취해야 할 두 분을 모셔놓고 시간을 빼앗고 있으니 말이오. 무명서생께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소. 이번에 와룡대주가 되시면 무림을 위해 한 가지 임무를 수행해주시겠소?”
“과연 제가 와룡대주가 될 수 있겠습니까? 오늘 보니 응시생 중에 대단한 무공을 지닌 고수들이 많던데, 어찌 단정할 수 있겠습니까?”
“하하하. 여전히 겸손하시구려. 남궁 가주까지 이긴 분이시니, 무명서생께서 최종 우승하리라 확신하는 바이오.”
“높은 평가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습니다. 일단 제가 와룡대주가 된다는 가정하에 제게 원하는 임무가 무엇인지 말씀해주겠습니까? 무척 궁금하군요.”
“천마암살단의 단주를 맡아주시오.”
“천마라면 마교주를 암살하려는 겁니까?”
“그렇소. 천마를 암살하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비밀이라 할 것도 아니므로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이오.”
“준비가 많이 된 것 같군요.”
“그렇소. 우리는 정마대전 발발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오래도록 그 대비를 해왔소. 천마암살단은 우리가 심혈을 기울여 조직한 특수부대로, 단원들의 무공은 실로 가공하오. 다만 개성이 강한 단원들을 통솔할 단주를 아직 뽑지 못했소. 나는 무명서생께서 그 적임자라고 생각하오.”
“저보고 와룡대주와 천마암살단주를 모두 맡으라는 말씀입니까?”
“그렇소. 두 가지 신분을 지닌다면 마교 놈들의 이목을 속일 수 있을 것이오. 어떻게 생각하시오?”
“암살단주를 맡게 되면 뭔가 혜택이 있을 것도 같군요.”
“하하하. 당연하오. 안 그래도 말씀드리려던 찰나였소. 암살단주를 맡아 천마를 암살하는 데 성공하면 부맹주 자리를 드리겠소. 이는 맹주님께서도 약속한 바 있으니 내 말을 믿어도 좋을 것이오.”
“부맹주 자리가 지금 공석으로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그렇소. 어떻게 생각하시오?”
“지금 당장 확답을 드리기는 곤란할 것 같군요. 일단 와룡대주가 되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하하하. 아니오. 하지만 내 도움이 없으면 와룡대주가 되는 게 쉽지 않을 것이오.”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조금 전에 무림칠사부께서 심사를 보셔서 편파 판정은 없을 거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매영설이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만통선생이 안색을 조금 굳혔다.
“오해가 있으셨구려. 물론 삼차시험은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 것이오. 하지만 무림칠사부님의 심사는 그것으로 끝이오. 영웅대회 당일 벌어질 본선 심사는 다른 분들이 맡게 되오.”
“그분들이 누군가요?”
“오대세가 가주들이 맡을 것이오.”
“흥! 그래도 우리 사부님께서 실력으로 최종 우승한다면 그분들도 어쩌지 못할 거예요.”
“그건 그렇지 않소. 오대세가는 남궁세가를 중심으로 내부 동맹을 맺고 있으므로, 남궁 가주가 도움을 청하면 다른 가주들과 힘을 합쳐 탈락을 시킬 수 있소.”
“무슨 명분으로 그게 가능한가요?”
“본선 비무 전에 사전면접이 있게 되오. 참가자의 사문과 출신 내력을 살펴보는 것으로 혹시 모를 간자들의 출전을 막기 위해서요. 한데 두 분이 사문으로 적어 놓은 무명문(無名門)이란 문파는 내가 알기로 신생 문파인 것 같소. 그렇지 않소?”
“그렇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비급을 얻어 제가 먼저 무공을 연마했고, 이후 제자를 받았지요.”
백엽이 미리 준비해둔 사문 내력을 말했다.
“출신 또한 고아라 집안 내력도 없더군요.”
“네. 우리 둘 다 천애고아나 다름없습니다.”
“하하하.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지금 두 분의 출신 내력이 바로 간자들의 전형적인 위장 신분이오. 심사를 맡은 오대세가 가주들이 그대들을 신원불명을 이유로 탈락시켜도 할 말이 없다는 말이오. 그렇게 되면 본선 시합에 아예 출전 자체를 하지 못할 것이오.”
“우리가 간자라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아니오. 간자라고 생각했다면 이렇게 천마암살단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오. 하지만 조금 전 말씀 드렸듯이 작정하고 탈락시키면 막기 어렵소.”
“으음, 제가 천마암살단주 자리를 맡겠다고 약속드리면 면접 탈락을 막아주시겠다는 겁니까?”
“그렇소. 내가 맹주님께 말씀드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처하겠소. 신원 보증을 맹주님께서 서 주신다면 누가 뭐라 하겠소? 이제 내 뜻을 알았을 테니 다시 한번 대답해주시오. 와룡대주가 되면 천마암살단 단주 자리도 맡아주시겠소?”
“거절하겠습니다.”
“으음, 내가 초면에 너무 급작스러운 제의를 한 것 같소. 다만 내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오. 혹시라도 오늘 내 말이 압박으로 느껴졌다면 오해를 풀기 바라오.”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 암살단주 자리를 맡고 싶지 않은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그것이 무엇이오?”
“그건 바로 천마를 암살할 실력이 못 되기 때문입니다.”
“아, 그 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혼자서 암살하라는 것이 아니라 단원들이 힘을 합쳐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니까.”
“단원들이 함께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제 생각에 총군사께서 집중해야 할 적은 천마가 아니라 칠마종과 반선들일 것 같군요. 칠마종이 마교와 관계를 끊고 독립을 선언한 일은 알고 계시지요?”
“물론이오. 하지만 그들의 진정한 의도를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오. 나는 칠마종이 천마와 서로 짜고 연극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소.”
“그렇게 보시는 이유는?”
“영웅대회 때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생각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마교와 칠마종 간에 싸움이 전혀 없다는 것이오. 따지고 보면 칠마종이 반역을 한 셈인데, 이상하지 않소?”
“그건 그렇습니다만 천마가 최근에야 그들의 반역을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천마에게 무슨 대단한 일이 있기에 여태까지 그 사실을 몰랐겠소? 결론적으로 칠마종의 독립 선언은 위장 전술임이 거의 확실하오. 본 맹이 십만대산을 공략하지 못하도록 하는 속셈으로, 우리는 그럴수록 천마부터 제거할 생각이오. 천마만 죽으면 칠마종 역시 분열할 가능성이 크니 일거양득이 아니겠소? 오늘은 이 정도로 하고 본선 당일 다시 한번 긍정적인 답변을 기다리겠소.”
“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