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8
“이제 해독 치료를 완전히 마쳤습니다. 더는 치료를 받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백엽의 말에 악완이 매우 기뻐했다.
영웅보에 온 지 사흘째. 마침내 장강 이무기 독의 완전 해독에 성공한 것이다.
악완의 방에 함께 있던 고해풍과 범건 역시 기뻐했다.
특히 고해풍의 기쁨은 남달랐다.
백엽이 장씨부인 치료에 전념하느라 악완의 해독을 소홀히 할까 봐 적잖이 걱정했던 것이다.
“축하해. 사매. 이제야 마음 놓고 오늘 위령제에 참석할 수 있겠군. 백 공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아닙니다. 이제 세분은 위령제가 끝나고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백엽의 물음에 고해풍이 먼저 대답했다.
“사부님께서 저희보고 영웅보에 남아 천혈방과의 싸움에 도움을 주라고 하셨습니다. 어제 보주님께 그 사실을 말씀드렸지요.”
“아, 보주님께서 뭐라 말씀하시던가요?”
“사부님께 감사하다고 전해달라 하시더군요.”
“다른 화산파 무사들은 오지 않는 겁니까?”
“네. 보주님도 그 점을 아쉽게 생각하시더군요. 하지만 마교의 공격에 대비해 본산 사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그래도 화산파 장문인께서 최소한의 도리를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많은 병력을 보내지는 못했으나 가장 아끼는 두 분을 남겼으니까요. 여건이 되면 추가 병력 파견의 여지도 있을 겁니다.”
“네. 보주님도 은근히 그런 기대를 하시더군요. 하지만 천마 그놈의 생각을 대체 알 수가 없어서 말이지요. 무슨 생각으로 공격 유보 지시를 내렸을까요?”
고해풍이 화제를 돌렸다.
천마신교의 중원 침공 유보 소식은 하루 이틀 사이에 천하를 강타하고 있었다.
워낙 많은 강호인이 촉각을 세우고 있었던 터라, 무림맹 총단의 보안 지시에도 불구하고 정보가 새어나간 것이다.
범건이 말했다.
“놈의 생각을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경계심이 더 강해졌다고 봅니다. 이렇게 방심을 유인하다가 어느 한 문파를 본보기로 공격해 초토화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큽니다. 제 아버님께서도 그 점을 우려하셔서 영웅보에 지원을 보내지 못하고 계시지요.”
“제가 보기에 그건 핑계 같은데요?”
맑은 목소리와 함께 악완의 방에 들어온 두 사람.
바로 백여희와 백여옥이었다.
조금 전 말한 사람은 백여희였다.
“백 부군사께서 오셨군요.”
“어서 오시오. 여옥 소저.”
범건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백 부군사께서는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병력을 보내지 않는 것은 화산파도 마찬가지가 아닙니까?”
“화산파는 여기 계신 두 분을 남겨서 본보를 돕게 했지만, 범 공자께서는 위령제를 마치고 형산파로 복귀할 계획이지 않나요? 그러다가 형산파의 전통대로 우리 쪽이 승기를 잡으면 막바지에 또 슬그머니 참전하겠지요. 그렇지 않나요?”
“그건······.”
범건이 얼굴을 붉혔다.
어젯밤 전서구를 통해 받은 부친의 서신과 완전히 같은 내용이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번 천혈방과의 싸움은 단지 본보를 비롯한 악양 무림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본보가 무너지면 아마도 다음 차례는 형산파일거예요.”
“아! 혹시 맹에서 정보를 입수한 겁니까?”
“네. 그러니 지금이라도 부친께 연락을 취해 힘을 보태자고 하세요. 오늘 위령제에서 보면 아시겠지만 이번에 결성될 영웅회(英雄會)에는 생각보다 많은 문파가 가입할 거예요. 형산파가 앞으로 구대문파에 들어가고 싶다면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거예요.”
“으음, 알겠습니다. 대략적인 전쟁 계획이 수립된 겁니까?”
“네. 하지만 보안 사항이라 지휘부 회의 때 발표될 거예요.”
백여희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악완이 물었다.
“생각보다 많은 무림세력이 모일 거라는 것은 분명 형세에 변화가 있기 때문이겠군요. 혹시 간밤에 무슨 사건이라도 있었나요?”
“호호. 역시 악 소저께서는 총명하시군요. 오라버니께서 계셨다면 한 식구가 되었을 텐데 너무나 아쉬워요.”
“무슨 사건이 있었지요?”
“간밤에 천혈방 악양지부장이 암살되었어요.”
“아! 악양지부장이라면 천혈방 장로 조도생(曺道生) 그자가 아닙니까? 그 일신 무공이 영웅보주님과 맞먹어 악양이대고수로 불리던 자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중인들이 깜짝 놀랐다.
조도생은 장사에 있는 천혈방 총단에서 특별히 파견한 인물이었다.
수단이 악랄하고 치밀해 천혈방 세력이 악양무림을 절반가량 장악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그자에 의해 멸문을 당한 악양 내 중소문파만 십여 군데라 원수도 많았다.
하지만 무공이 대단해 한 번도 암습에 성공한 적이 없었다.
천혈방 악양지부는 말이 지부지 그 규모는 영웅보를 능가했다.
그만큼 경계도 삼엄해 암살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영웅보에서 손을 쓴 건가요?”
“우리는 그럴만한 고수가 없어요. 안타깝지만 아버님도 조도생 그자를 죽일 실력은 되지 못하세요.”
“그럼 누가?”
“아직 몰라요. 다만 살수에게 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요. 지금 계속 알아보고 있으니까 위령제 때 좀 더 확실한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거예요.”
“아! 뜻밖의 사건이군요. 조도생 같은 거물이 죽었으니, 천혈방 눈치를 보느라 위령제 참석을 주저하던 분들도 많이 오시겠군요.”
“네. 솔직히 그분들이 오해하고 있긴 해요. 조도생을 죽인 살수를 본보에서 보냈다고 생각하고 계시지요.”
“저라도 그렇게 생각하겠습니다. 최후통첩까지 받은 상황이니까. 이게 득이 될지 화가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고해풍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백여희가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화산신룡이시군요. 솔직히 우리도 당황스러워요. 일시적으로 놈들의 공격을 지연시키고 세력 규합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당한 것보다 열 배로 갚아주는 천혈방주의 성격을 생각하면······.”
“장사에 있던 천혈방 본대가 이곳 악양으로 올 수도 있겠군요.”
“네. 아무래도 대략 한 달 이내에 악양무림 전체의 명운을 걸고 대전투가 벌어질 것 같아요. 그때까지 지원 세력을 최대한 모아야 해요. 오늘 인근 영웅들을 모두 모아 영웅회를 결성하려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고 공자님.”
“네. 말씀하십시오.”
“화산파 장문인 매화검선께 지금 상황을 설명해 드리고 병력을 보내주실 것을 한 번 더 요청해주실 수 있나요?”
“알겠습니다. 말씀을 그대로 전하겠습니다.”
“감사해요.”
백여희가 엷은 미소를 지었다.
몇 마디 말로 단숨에 형산파와 화산파의 지원을 다시 한번 기대하게 만든 것이다.
백엽이 그런 그녀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여희가 있는 한 영웅보가 완전히 망하는 일은 없겠구나. 저 정도면 차기 보주 자리를 맡아도 될 것 같은데, 굳이 아들이어야만 할 이유가 있을까.’
백엽이 문득 영웅보의 미래를 생각했다.
먼저 자신이 보주 자리를 계승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오늘 지켜보면 알겠지. 여희에게 계획이 있는 것 같다. 그나저나 살수들에게 명을 내려 조도생 그자를 암살한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겠군. 숱한 부녀자를 겁탈하고 악행을 저지른 자이니 죽어 마땅한 자였다. 본교가 움직인 것을 알고도 천혈방주가 영웅보를 공격한다면 어쩔 수 없이 천혈방부터 제거해야겠군. 본교의 경고를 무시할 정도면 분명 내가 알지 못하는 배후가 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천하 각지에서 흑도들이 창궐하고 있는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무림맹만 견제하다가 내가 천하대세를 오판할 뻔했구나.’
백엽이 생각에 잠시 잠겼다가 말했다.
“백 부군사께서는 조도생 그자를 암살한 곳이 어디라고 생각합니까?”
“호호. 예리하시군요. 솔직히 한 군데를 의심하고 있긴 해요. 백 공자님 생각부터 들어봐도 될까요?”
“천하에 많은 살수가 있지만 그들의 능력은 차이가 있지요. 천혈방 악양지부 같은 곳의 경계를 뚫고 지부장을 죽일 수 있는 곳은 한군데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살수 육성의 귀재들이 모여 있는 곳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호호. 저와 생각이 같네요. 하기야 일개 살수가 교주가 되는 곳이니 어찌 그곳의 살수들이 무섭지 않겠어요?”
“언니! 설마 마교의 천마살수(天魔殺手)를 말하는 거야?”
백여옥이 놀라며 물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백엽만이 침착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백여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래. 아마 틀림없을 거야. 천혈방에서 매우 당황하고 있다고 하니까 그곳이 마교가 아니면 어디겠어?”
“그게 정말이냐? 호오! 마교 놈들이 무슨 일이래? 설마 본보를 도와주려는 건가?”
“그럴 리가 있겠니? 자신들의 먹잇감을 손대지 말라는 경고일 가능성이 매우 커.”
“하지만 다른 성에서는 마교가 움직였다는 말이 없잖아?”
“그래서 나도 골치가 아파. 일단 낙양에 계신 총군사님께 전서구를 보내 여쭤봤으니 답을 주시겠지.”
“중요한 것은 천혈방의 입장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마교의 소행이라고 해도 영웅보의 책임으로 돌릴 가능성도 배제 못 해요. 일단은 두고 봐야겠군요. 제 생각에 오늘 위령제 때 이 문제를 놓고 논쟁이 거셀 거예요.”
악완의 말에 백여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제 위령제가 시작될 시간이 다 되었으니 다들 연무장으로 가도록 해요. 위령제가 끝나면 영웅회 결성을 위한 영웅대회를 열어 회주까지 결정하게 될 거에요.”
“아! 회주는 어떤 식으로 뽑기로 했나요? 영웅보주님이 맡기로 했나요?”
“그럴 리가 있나요? 만장일치 추천이 아니라면 아마도 비무로 뽑게 될 거예요. 가장 무공이 강한 분이 회주가 되어야 모든 사람이 승복하게 되고 그 세력이 갈수록 커지는 법이지요. 이것은 오랜 세월 증명된 무림의 법칙이에요.”
백여희가 백엽을 쳐다봤다.
백엽은 담담한 모습 그대로였다.
“혹시 저를 회주로 생각하십니까?”
“네. 제가 생각하기에 현재 악양 무림에서 최고수는 백 공자님이세요.”
“하하하.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저는 일개 무명소졸에 불과합니다. 장강 이무기를 죽인 것은 운이 따라서였지요. 여기 악 소저와 고 공자도 있지만 두 분이 먼저 놈의 힘을 빼놓아서 운 좋게 죽인 겁니다.”
“그럼 호신강기만으로 제 숙부님의 공격을 막아내고 내상을 입힌 것은 어떻게 설명하실 건가요?”
“그건······.”
백엽이 당황했다.
‘여희 이 녀석이 보통이 아니구나. 무림맹 부군사가 된 것이 우연이 아니다.’
기선을 제압했기 때문일까.
백여희의 말이 이어졌다.
“제 숙부님 무공은 제 아버님과 큰 차이가 없어요. 오히려 내공은 숙부님이 더 강하지요. 그런 분을 호신 반탄력으로 물리쳤으니, 두말할 나위가 없지요. 그러니 영웅회주가 되시는 것을 한번 고려해주세요. 이번에 선출될 영웅회주의 무공이 천혈방주보다 높아야 우리에게 승산이 있답니다. 추천은 제가 직접 해드릴게요.”
“하하하.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영웅회란 것도 무림맹 휘하 세력이 될 것 같은데, 저는 어떤 경우에도 무림맹에 들어갈 생각이 없습니다.”
백엽이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백여희가 아쉬워했다.
“그 문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 하기로 하지요. 하지만 세상에 절대 안 되는 경우는 없다고 생각해요. 혹시 아나요? 장차 백 공자께서 무림맹주가 되실지. 다만 백 공자께서는 본보의 은인이시니 강요는 하지 않을 겁니다. 실례가 되었다면 용서하세요.”
“아닙니다.”
백엽이 미소를 지었다.
백여옥이 웃으며 말했다.
“어서 가요. 아까 들으니 벌써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고 해요. 수천 명이나 된다고 하던데요?”
“그렇게나 많이?”
중인들이 놀라며 서둘러 연무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