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83
금마광장.
지하 감옥인 금마옥 안에서도 가장 아래층에 있는 곳으로, 평상시에는 출입이 금지된 금역이기도 했다.
한데 지금 이곳에 포로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었다.
물론 그들 스스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었다.
혈도가 찍힌 그들을 간수들이 간이 수레에 실어 일일이 나르고 있었다.
포로들 소속은 모두 천마신교였으며, 그 수는 천여 명에 달했다.
그들을 나른 간수들의 수는 삼백여 명이었다.
포로들의 혈도가 모두 찍혀 있는 데다가 평소 제공하는 음식과 물에 내공 사용을 제한하는 군자산이 섞여 있는 것을 생각하면 충분한 숫자였다.
“모두 옮겼습니다. 간수장님.”
수석 간수의 보고에 백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지금 있는 곳은 금마광장으로 천여 명의 포로들이 혈도가 찍힌 채 모여 있는 장면을 보고 있었다.
아혈까지 찍혀서인지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표정에는 절망감이 어려있었다.
그들도 간수들의 입을 통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자신들에 대한 처형이 있을 거라는 것을.
그들 중에는 단목연도 있었다.
백엽의 신원 보증을 위해 동원되었던 그녀는 금마옥에 돌아오자마자 이곳으로 끌려온 셈이었다.
백엽은 그녀를 보며 눈을 빛냈다.
‘혹시 간수장 그놈이 해코지할까 걱정했는데 무사해서 다행이군. 그나저나 몸이 성한 사람이 드물어 이들을 어떻게 밖으로 데려갈지 걱정이구나.’
백엽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단순히 혈도만 풀어준다고 해서 따라올 포로들의 몸 상태가 아니었다.
고문으로 인해 몸이 만신창이가 된 데다가 아예 거동하기 힘든 사람도 백여 명이 넘었다.
‘저들을 버리고 갈 수도 없고 큰일이군.’
“간수장님. 이제 어떻게 합니까? 독 안개는 어디 있습니까?”
수석 간수의 말에 포로들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독 안개로 자신들을 죽이겠다는 공공연한 말에 놀라지 않는 것이 더 이상했다.
“이곳에 비밀 기관장치가 있다. 기관이 작동되면 순식간에 광장 전체에 독 안개가 가득하게 되지. 너는 간수들을 데리고 올라가 있어라. 여기 있게 되면 함께 중독되어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간수장님은 괜찮으십니까?”
“나는 이미 해독약을 복용했다. 나 혼자라도 이곳에 남아 포로들이 모두 죽는 것을 본 후 집무실로 올라갈 것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까?”
“최소 한시진이다. 늦으면 내일 아침까지 진행될 수도 있다. 그러니 내가 올라갈 때까지 절대 아무도 천마광장으로 다시 내려와서는 안 된다. 독 안개가 위로 번지면 모두 죽게 될 것이니까. 알겠느냐?”
“네. 명심하겠습니다. 한데 너무 오래 걸리는 것 아닙니까? 아무리 처형 대상이 많아도 독살은 금방이면 될 것 같은데······.”
“지금 나를 의심하는 것이냐? 광장이 너무 넓어 독의 위력이 희석될 수 있다는 점을 왜 생각하지 못하느냐? 정 의심된다면 나와 함께 있도록 해라.”
“아, 아닙니다. 해독약도 복용하지 못한 제가 어찌 간수장님과 함께 있을 수 있겠습니까? 다만 총군사님의 처형 공문이 없어서 그러는 겁니다.”
“이놈이! 그래도 계속 딴지를 거는구나. 놈들이 탈출을 꾀해서 어쩔 수 없이 긴급 처형한 것으로 발표할 텐데, 미리 처형 공문이 있어서야 말이 되느냐? 잔말 말고 어서 간수들을 데리고 올라가라.”
“알겠습니다.”
수석 간수가 고개를 숙인 후 삼백여 간수들을 데리고 금마광장을 떠났다.
감방들이 있는 위층으로 올라간 것이었다.
“휴우!”
백엽이 안도의 한숨을 쉰 후 기관을 작동해 연결 통로를 봉쇄했다.
내려오지 말라고 경고를 했지만,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발각될 일이라 시간을 좀 더 벌기 위해 통로를 막은 것이다.
‘설사 수석 간수 그자가 의심을 풀지 못해 만통선생에게 연락해도 광장에 내려오는 문을 여는데 최소한 반시진은 걸릴 것이다. 일단 비밀통로부터 개방해야겠군.’
백엽이 금마광장 한구석에 세워져 있는 석탑 쪽으로 갔다.
간수장의 기억에 의하면 그 석탑에 비밀 통로를 여는 기관이 있었다.
백엽이 석탑 양옆을 잡고 천천히 돌리기 시작했다.
그그긍.
내공을 사용하자 놀랍게도 석탑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열 번의 회전을 시킨 순간.
굉음과 함께 석탑 뒤편의 벽면이 갈라지며 동굴 하나가 나타났다.
바로 비밀 통로였다.
“아! 성공이다!”
백엽이 매우 기뻐하며 포로들을 쳐다봤다.
이제 그들을 안전하게 천마신교 낙양 분타로 옮기는 일만 남은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의 혈도를 풀어주고, 성한 사람이 다친 사람을 업고 가든지 해야 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그들이 현 상황을 이해하게 만들어야 했다.
탈출하는 동안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백엽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포로들을 향해 말했다.
“다들 의아해하실 겁니다. 저는 간수장이 아니라 교주님의 명으로 여러분을 구출하러 온 비밀호위 무영객(無影客)이라 합니다.”
백엽의 말에 포로들이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냥 처형하면 될 것을 이런 식으로 자신들을 속일 이유가 없기에 벌써 흥분하는 사람도 있었다.
“일단 혈도부터 풀어드리겠습니다.”
백엽이 십지풍을 날렸다.
곧장 열 가닥의 지풍이 날아갔다.
한데 이에 그치지 않고 다시 두 번 더 분화해 결국 천여 개의 지풍을 만들어 포로들의 혈도를 풀었다.
열 개가 백 개로, 백 개가 천 개로 지풍이 늘어난 것이다.
투투투툭.
혈도가 풀린 포로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은 그 직후였다.
다들 한마디씩 하느라 광장 전체가 떠들썩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이런 소란이 간수들을 다시 불러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이내 조용해졌다.
포로들의 대표로 보이는 노인 한 명이 말했다.
“나는 장로 전붕(全鵬)이라 하오. 정말 교주님의 명을 받아 우리를 구하러 온 것이오?”
“맞습니다. 여러분은 이제 본교 낙양 분타로 가게 될 겁니다. 모두 저를 믿고 따라오시기만 하면 됩니다. 지금 거동을 할 수 없는 분이 얼마나 됩니까? 손을 한번 들어보십시오.”
백엽의 말에 포로들이 웅성거렸다.
전붕이 급히 말했다.
“이분이 시키는 대로 하시오.”
“하지만 놈들의 흉계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입술이 얄팍한 한 젊은이의 말이었다.
그는 이민봉(李民琫)이란 자로, 천마수호대 소속 무사였다.
“이 무사. 무슨 뜻인가? 저분이 우릴 속일 이유가 없지 않은가? 진짜 간수장이라면 이렇게 혈도를 풀어줄 이유도 없지.”
“혈도만 풀어줬지 군자산까지 해독시켜 준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무엇보다 무영객이란 이름은 처음 들어봅니다. 아무리 교주님 비밀 호위라고 하지만, 불과 일 년 전까지 교주님을 모시던 저로서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으음, 그 말도 일리가 있군. 무영객이라 하셨소? 혹시 언제부터 교주님 호위를 맡으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소?”
“오래되었습니다. 교주님께서 교주가 되실 때부터 임무를 수행했지요. 십 년이 넘었군요.”
“오! 그럼 나를 모르오?”
전붕이 물었다.
포로 중 장로 출신은 그가 유일했기에 다들 백엽의 대답을 기다렸다.
참고로 전붕은 칠 년 전에 사적인 일로 낙양에 왔다가 무림맹 고수들에게 잡힌 자로, 백엽 또한 그가 이곳에 갇혀있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백엽이 담담히 말했다.
“어찌 전 장로님을 모르겠습니까? 칠 년 전 갑자기 실종되어 교주님께서도 한동안 찾으셨지요. 한데 이곳 금마옥에 갇혀 계실 줄 몰랐습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장로님의 가족과 제자분들은 건재하니까요.”
“아! 내 셋째 제자 이름이 무엇인지 아시오?”
“오건호(吳建豪) 아닙니까?”
“아! 맞소. 확실히 본교의 고수이구려. 이 무사. 이래도 이분을 의심할 건가?”
“그게······ 좋소. 그럼 천마수호대 대주님 성함은 아시오?”
“물론입니다. 관풍요(官豊要) 대주님이시지요. 나이는 올해 오십으로 쌍검으로 유명하지요. 사실 이민봉 무사님도 알고 있습니다. 천마촌에 노모가 살고 계시지 않습니까?”
“아! 어찌 그 사실까지?”
이민봉이 매우 놀랐다.
백엽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민봉에 대한 내력은 조금 전에야 겨우 생각해낸 것이었다.
그는 천마속독술 덕분에 웬만한 교의 고수들을 모두 알고 있었다.
다만 일반 무사들은 잘 몰랐는데, 천마수호대 무사들은 예외였다.
근접 경호를 서는 그들의 신상에 대해 알아두어야 여러모로 편하기 때문이었다.
백엽이 포로들의 믿음에 확신을 주기 위해 품속에서 물건 하나를 꺼냈다.
그것은 방울이었다.
한데 그 방울을 본 포로들이 기겁하며 오체투지를 했다.
“천마령이다!”
“천마령이다!”
“설마 교주님이십니까?”
전붕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백엽이 담담히 말했다.
“아닙니다. 교주님께서는 지금 십만대산에 계십니다. 다만 저의 신분을 의심하는 분들이 있을 때 이 천마령을 보여주면 될 거라 하셨습니다. 이제 되었습니까?”
“오! 천마령까지 교주님께서 주실 정도라니! 저희는 무슨 명이든 따르겠습니다.”
“따르겠습니다!”
“따르겠습니다!”
포로들이 일제히 복창하며 백엽에 대한 신뢰를 확인해주었다.
백엽이 미소를 지었다.
사정상 자신의 진짜 신분을 밝힐 수 없었지만, 수하들의 충성심에 감회가 새로웠다.
“자, 다들 일어나십시오. 일단 군자산부터 해독해드리겠습니다. 여러분 몸속에 들어있는 군자산은 매우 오래되어 한 번에 해독하기 힘들 것 같으나, 제가 한번 무리를 해보겠습니다. 독이 해소되는 즉시 운공을 통해 기혈을 안정시키십시오. 여유 시간이 없으니 곧바로 시작하겠습니다.”
백엽이 우수를 들었다.
순간, 그의 장심에서 금빛 광채가 우러나와 포로들의 전신을 감쌌다.
천마해독술(天魔解毒術)이란 것인데 아직 한 번도 공개적으로 펼쳐본 적이 없었다.
포로들은 금빛 광채에 몸이 닿자 내공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끼고 다들 매우 기뻐했다.
백엽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지체되긴 했지만, 포로들이 내공을 회복하면 탈출이 더 쉬워지므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쉽지가 않았다.
오래 금마옥에 갇힌 포로의 경우 군자산이 몸속 깊숙이 축적되어 쉽게 제거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도중에 그만두면 주화입마의 위험이 컸다.
백엽이 처음에 혈도만 풀어준 것도 이런 이유였다.
하지만 최근 깨달음으로 무공이 더욱 깊어진 백엽이었다.
반시진 정도 걸려 마침내 포로들의 독을 모두 해독할 수 있었다.
이는 몸이 상해 거동도 할 수 없었던 포로들이 혼자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효과도 있어 매우 고무적이었다.
‘이제 비밀 통로를 통해 나가면 된다.’
백엽이 천마해독술을 마치고 포로들을 이끌고 비밀 통로 쪽으로 가려던 순간.
위쪽 감방과 연결된 문 뒤편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백엽의 안색이 굳어졌다.
‘아차, 만통선생 귀에 들어갔구나.’
백엽이 소리쳤다.
“모두 저를 따르십시오. 바깥으로 통하는 비밀 통로이니, 서둘러 나가면 탈출할 수 있을 겁니다. 간수들이 쫓아올 수 있으니 서둘러주십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