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86
백엽이 영웅대회장에 온 것은 자신의 환영분신에 대한 금마석 시험이 한창 진행 중일 때였다.
금마옥에 갇혔던 천마신교 무사들을 무사히 낙양 분타로 옮긴 그는 최대한 빠르게 돌아온다고 했지만 여러 사정이 있어 조금 늦게 왔다.
하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상황을 지켜봤다.
‘환영분신의 몸에는 아무런 내공도 없으니 시험을 무사히 통과할 것이다. 오히려 잘된 일인 것 같군. 아무리 무명심법을 익혔어도 내가 직접 응했다면 어느 정도 위험했을 텐데······.’
백엽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실 그가 금마석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지는 정말 알 수 없었다.
단지 느낌상 가능할 거라는 정도.
하지만 그 느낌이 틀렸을 경우 치러야 할 대가는 엄청난 것이었다.
마공이 강할수록 그 대가 역시 크기 때문에 죽음이 유력했다.
한데 자신을 대신해 환영분신이 시험에 응하고 있으니 실로 의외의 일이었다.
한편 환영분신의 손이 금마석 위에 올려진 지 일각이 다 되어가도록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이대로면 무사히 통과할 것이 유력했다.
혹시나 했던 매영설 또한 안심하는 표정이었다.
이대로 통과한 후 환영분신을 데리고 처소에서 휴식을 취하다 보면 백엽이 돌아올 것으로 믿었다.
물론 복귀 시간이 하루가 넘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해지기 전까지는 돌아와야 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좌약약이 소리쳤다.
“일각이 넘었어요. 이제 그만해도 좋을 것 같네요.”
와아아.
짝짝짝.
군웅들의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금마석 시험에 통과했음을 인정하는 바이오.”
집법당주가 이맛살을 찌푸린 후 금마석을 거둬갔다.
하지만 환영분신은 여전히 눈을 감고 아무 말도 없었다.
만통선생이 말했다.
“무명서생께서 마교 간자가 아닌 것은 입증이 되었지만, 저 상태로 용봉비무 시합에 참여할 수는 없을 것 같구려. 심사위원장이신 당 가주께 여쭤보겠소. 이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오?”
사천당가주 당경이 말했다.
“원래는 기권 처리해야 하나 보시다시피 이미 비무대 위에 올랐기 때문에 형식적이나마 시합은 개시해야 할 듯하오. 다만 상대의 몸 상태를 고려해 살짝 비무대 밖으로 밀어내는 게 좋을 듯하오. 물론 무명서생이 지금이라도 눈을 뜨고 일어난다면 정식 대결이 가능할 것이오.”
“그렇군요. 그렇게 하는 게 좋겠소.”
만통선생의 말에 대기하고 있던 본선 진출자 한 명이 비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는 소림파 출신으로 해월(海月)이란 승려였다.
나이는 이십 대 중반 정도.
하지만 나이에 비해 그 무공이 웬만한 고승보다 높다고 알려져 있었다.
해월은 담담한 표정으로 환영분신을 쳐다봤다.
매영설이 해월을 한번 노려본 후 비무대 밑으로 내려갔다.
그냥 환영분신을 데리고 떠났으면 했으나 규칙이 그렇다고 하니 그녀도 어쩔 수 없었다.
다만 과도한 충격으로 환영분신이 파괴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는 여전히 있었다.
이윽고 비무대 위에 백엽과 해월 두 사람만 남게 되자 본선 비무의 사회를 맡은 무림맹 총관 중원선생(中原先生)이 말했다.
“무명서생께서 앉아서 시작하는 관계로 두 사람 중 먼저 비무대 밑으로 떨어지는 사람이 패하는 것으로 하겠소. 바로 시작하시오!”
둥둥둥!
북소리와 함께 해월이 가볍게 일장을 날렸다.
가부좌하고 앉아 있는 환영분신이 비무대 밑에 안전하게 떨어질 수 있는 세기였다.
퍽.
가벼운 격타음과 함께 환영분신의 신형이 뒤로 날려갔다.
반전을 기대했던 군웅들이 일제히 탄식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의외의 일이 발생했다.
그것은 바로 비무대 밑으로 추락하던 환영분신이 갑자기 눈을 뜨고 다시 몸을 떠올려 비무대 위로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이제는 두 발로 당당히 서 있었다.
와아아.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제대로 된 승부를 보고 싶었던 군웅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그것은 바로 천마환영술의 특성 때문이었다.
환영분신을 만드는 것은 천마환영술 중 가장 어려운 비술 중 하나로, 환영분신이 존재하는 한 언제든 본체가 복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그 복귀 과정은 외부에 전혀 드러나지 않으며, 이는 고도의 은잠술 그 이상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환영분신 안에 백엽의 혼이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순간이동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본체가 분신을 대체할 수 있었다.
복귀한 백엽이 가장 먼저 한 것은 비무대 밑에서 놀라고 있는 매영설을 안심시키는 것이었다.
「설아. 내가 돌아왔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 정말 사부님이신가요?」
「그렇다. 구출 작전은 성공했으니 그렇게 알고 안심하도록 해라.」
「네. 사부님.」
매영설이 전음을 보낸 후 군웅들이 들으라는 듯이 백엽에게 말했다.
“사부님. 내상을 치료하신 겁니까?”
“그렇다. 금마석 시험을 통과하면서 정신을 집중하느라 막혔던 기혈이 풀린 것 같다. 금마옥 안에서 당했던 무형 군자산 역시 해독이 되었지. 너도 해독해주마.”
백엽이 우수를 뻗자 금빛 광채가 매영설을 감쌌다.
순간 매영설은 몸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해독되었느냐?”
“네. 내공을 회복했습니다.”
매영설이 미소를 지었다.
물론 그녀의 말은 거짓이었다.
애초 백엽 덕분에 무형 군자산에 중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무림맹 지휘부 고수들의 의심을 살 수 있기에 일부러 이런 연극을 벌인 것이었다.
다행히 매영설은 눈치가 빨라서 전혀 어색한 점이 없었다.
만통선생이 껄껄 웃었다.
“하하하. 무명서생께서 때마침 회복했구려. 아, 그리고 무형 군자산을 높은 무공으로 해독했다고 하니 다행이오. 이제 마교 간자라는 오해도 벗었으니 최선을 다해 목표한 대로 와룡대주가 되기를 바라오.”
“감사합니다.”
백엽이 포권한 후 해월을 쳐다봤다.
해월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여전히 침착했다.
‘보통 고수가 아니구나. 처음 봤을 때는 그저 그랬는데 지금 보니 실력을 숨기고 있었구나.’
백엽이 안색을 조금 굳혔다.
역시 무림의 태산북두라는 소림파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원선생이 말했다.
“무명서생께서 깨어나셨으니 원래 규칙대로 먼저 쓰러지는 경우에도 패배한 것으로 간주하겠소. 다시 시작하시오.”
둥둥둥.
북소리가 다시 한번 울려 퍼졌다.
진정한 대결의 시작이었다.
스스슷.
먼저 움직인 것은 바로 해월이었다.
합장을 한 채 신형이 마치 미끄러지듯이 빠르게 백엽을 향해 다가왔다.
그 속도가 워낙 빨라 신형이 중첩되어 보일 정도였다.
백엽은 그대로 서 있었다.
순간 해월이 우수를 뾰족이 세워 백엽의 어깨를 노렸다.
바로 칠십이종 절예 중 하나인 용조수(龍爪手)였다.
쐐애액.
일견 평범해 보이지만 가공할 경력이 담긴 수법이었다.
해월의 손이 어깨에 닿기 직전.
백엽이 몸을 비틀어 공격을 피했다.
순간 좌수를 뻗어 일장을 날렸는데, 팍 하는 소리와 함께 해월이 뒤로 세 걸음 물러났다.
“으으······.”
해월이 인상을 찌푸리며 자세를 바로 했다.
하지만 큰 충격을 받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백엽이 장세에 내력을 가볍게 실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처음 해월이 환영분신을 향해 가벼운 일장을 날린 데 대한 보답의 차원이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해월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아미타불! 시주의 내공이 대단하오만 그 정도로는 많이 부족하오. 이제부터 빈승이 최선을 다할 것이니 시주 역시 온 힘을 다해야 할 것이오.”
해월이 풍자처럼 양손을 돌리기 시작했다.
순간 거대한 경력이 백엽을 향해 쏟아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장력을 날리자마자 신형을 솟구친 해월이 빠른 속도로 하강하며 다시 백엽의 어깨를 노렸다.
장력부터 막아야 하는 백엽으로선 곤란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백엽이 우수를 들어 무명신장으로 장세를 막았다.
꽝.
엄청난 폭음과 함께 해월의 우수가 백엽의 어깨에 닿았다.
장력 간의 충돌이 생긴 순간 해월의 신형이 공간을 좁히며 내려왔기 때문이었다.
백엽이 철판교의 자세로 뒤로 누운 채 물러난 것은 바로 그때였다.
백엽의 어깨를 누르고 있던 해월이 쫓아왔으나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츠츠츠츠츠.
비무대 바닥이 끌리며 마찰음이 생겨났다.
하지만 두 사람은 동일한 자세로 비무대 끝까지 갔다.
이대로는 뒤로 물러나고 있던 백엽이 비무대 밑으로 먼저 떨어질 수 있는 상황.
비무대 끝에 도착한 백엽이 신형을 회전하여 허공으로 솟구쳤다.
해월이 흠칫하는 순간 백엽이 빠르게 지풍을 날려 해월의 다리를 가격했다.
“으윽!”
해월이 비틀거리자, 백엽이 대각선으로 마치 줄을 타고 내려오듯 하강해 오른 주먹을 날렸다.
퍽.
어깨에 주먹을 맞은 해월이 그대로 뒤로 날려가 비무대 밑으로 떨어졌다.
쿵.
“으윽!”
해월이 급히 일어났으나 이미 승부는 결정된 후였다.
와아아.
짝짝짝.
“무명서생의 승리요!”
백엽이 포권한 후 해월을 향해 말했다.
“내가 운이 좋았던 것 같소.”
“아미타불. 배려해줘서 고맙소.”
해월이 패배를 자인하고 소림사 승려들이 모인 곳으로 돌아갔다.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백엽이 마음만 먹었다면 일초에 승부가 났을 거란 것을.
중원선생이 말했다.
“그럼 반시진 후에 결승전이 거행되겠습니다. 그동안 휴식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용봉비무가 끝나는 대로 이번 정마대전의 작전 방향을 최종적으로 결정짓도록 하겠습니다.”
휴식 시간 동안 백엽과 매영설은 대기 막사에 머물렀다.
“사부님. 정말 걱정을 많이 했어요. 이렇게 무사히 돌아오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매영설이 백엽이 금마광장에 내려간 후의 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줬다.
백엽은 묵묵히 들으며 운기조식을 취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막사에 한 사람이 찾아왔다.
한데 그는 총군사 만통선생이 아닌가.
“결승전에 진출한 것을 축하하오.”
“감사합니다. 한데 무슨 일이신지?”
“하하하. 별거 아니오. 격려차 들린 것이오.”
만통선생이 말을 한 후 곧바로 전음을 보냈다.
「조금 전 맹주님과 이야기를 나눴소.」
「무슨 이야기 말씀입니까?」
「전에 말씀드린 천마암살단 단주에 관한 것이었소. 맹주님께서 무명서생 귀하의 단주 자리 수락을 기대하고 계시오. 지금 답변을 해주실 수 있겠소?」
「지금 말입니까?」
「그렇소. 원래는 와룡대주가 된 후 기회를 봐서 다시 설득하려고 했는데, 맹주께서 지금 확답을 듣고 싶어 하시오. 설득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소. 그만큼 중요한 자리라서 그러는 것이니 이해 바라오.」
「제가 거절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안타깝지만 용봉비무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해도 와룡대주가 될 수 없을 것이오.」
「우승하면 곧바로 와룡대주가 되는 게 아니었습니까?」
「물론 그렇소. 우승자에게 와룡대주 자리를 준다고 공표가 되었으니까. 하지만 아시다시피 맹의 중책은 그 임명자가 맹주님이시오. 맹주님께서 임명하지 않으면 와룡대주가 될 수 없다는 뜻이오. 어떻게 하겠소?」
「거절하겠습니다.」
「후회하지 않겠소? 아직 우리가 그대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지운 게 아니란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오.」
「그렇다면 할 수 없지요. 저 역시 와룡대주 자리에 미련이 없다고 몇 번이나 말씀드렸습니다. 기권 선언까지 했었지요. 하지만 이번엔 기권하지 않고 끝까지 승부를 보겠습니다. 이후의 일은 알아서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