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88
무림맹 작전 방향을 정하는 것.
그것은 이번 영웅대회의 최고 목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용봉비무가 마무리된 지금.
최종 작전 계획을 수립해야 했다.
만통선생이 말했다.
“본맹의 작전 계획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정하려는 이유는 바로 단합과 집중을 위해서입니다. 아무리 강한 세력도 그 힘이 분산되면 그 파괴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법이지요. 그러기 위해서 일단 현 상황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만통선생이 말을 한 후 칠마종의 중원 침공으로 인한 피해를 간단히 설명했다.
큰 피해만 수십 개가 넘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화산파와 형산파 본산을 빼앗긴 것이었다.
“화산파는 검마종이, 형산파는 도마종이 장악한 것으로 파악 중입니다. 놈들은 다른 칠마종과도 연계해서 그 점령지를 넓히고 있습니다. 요컨대, 그 두 곳의 탈환이 최우선 목표라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마교의 본산인 십만대산을 공략하는 문제입니다. 물론 이것만이 아닙니다. 본맹의 청룡당과 백호당 무사들을 궤멸시킨 반선들의 본거지인 신선계의 위치를 알아내어 복수하는 것 역시 시급한 과제입니다. 좋은 의견 있으신 분은 지금 기탄없이 말씀해주십시오. 최종 방안이 확정되면 이후 무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반격에 나서도록 하겠습니다.”
만통선생의 말에 군웅들이 술렁였다.
최대한 군웅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이렇게 공개적인 의견 규합을 시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군웅 중 한 명이 물었다.
“일단 맹의 계획은 어떠합니까? 원칙적인 계획은 세웠을 것 같은데, 그 계획을 들어보고 수정할 것은 수정하면 될 것 같습니다.”
“좋은 의견입니다. 일단 본맹 지휘부에서 마련한 계획은 최우선으로 화산파 본산을 탈환한 후 남하하여 형산파 본산을 탈환하는 겁니다. 이후는 전 병력을 이끌고 십만대산으로 진격해 마교의 씨를 말리려 합니다. 우리는 이를 무림대장정으로 명명했으며, 반드시 이루어낼 겁니다.”
“화산파와 형산파 본산만 수복하고 곧바로 십만대산으로 진격한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칠마종 잔존세력을 내버려 두고 마교부터 공략하는 셈인데, 조금 전 무명서생의 말씀대로 괜히 전선만 확대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귀하께선 칠마종 모두를 소탕한 후 십만대산을 공략하자는 뜻입니까?”
“네. 아직 칠마종과 마교의 관계를 확실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천마의 심기를 건드리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입니다. 천마의 속셈을 모르겠다면 정식으로 사자를 보내 정말 우리와 전면전을 벌일 의사가 있는지 확인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칠마종의 진정한 배후가 어떤 세력인지도 시급하게 파악해야겠지요. 만약 무명서생 말씀대로 그 배후가 신선계 반선들이라면 더욱더 칠마종 공략에 집중해야 할 겁니다. 칠마종 배후에 반선들이 있다면 항간의 소문대로 이미 마교와는 갈라섰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니까요.”
“귀하는 뉘신데 무명서생의 의견을 곧이곧대로 믿는 겁니까?”
“낙방선생(落榜先生)이라고 합니다.”
백의중년인, 즉 낙방선생의 말에 군웅들이 술렁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낙방선생은 명성이 자자한 책사이기 때문이었다.
진법과 전략 등에 밝은 그는 강호를 떠돌아다니며 수많은 방파에 도움을 준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별다른 소속 없이 홀로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영웅대회에 참석한 것이다.
만통선생이 안색을 굳혔다.
무명소졸이면 그냥 무시하면 되는데 이제는 그럴 수도 없었다.
“낙방선생이셨군요. 선생의 말씀도 일리가 있으나 칠마종 배후에 마교가 있는 것은 본맹에서 수집한 정보를 취합해볼 때 거의 확실합니다. 설사 일부 사람들의 의견대로 칠마종이 마교와 완전히 갈라섰다고 해도 십만대산 공략은 불가피한 일입니다. 모두 잊으셨습니까? 분명 얼마 전에 천마가 전 무림을 향해 선전포고했습니다. 만약 우리가 칠마종하고만 싸운다면 천마 그자가 반드시 우리 뒤통수를 칠 겁니다. 하지만 반대로 칠마종 세력을 완전히 소탕하지 못해도 마교 본산을 초토화하면 그때는 칠마종 역시 분란에 휩싸일 게 확실합니다. 그때는 놈들이 자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어떻게든 마교 총단을 무너뜨리는데 작전의 중심이 있어야 합니다.”
“총군사님의 말씀에 찬성합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십만대산으로 진격하는 가운데 화산과 형산을 거친다고 생각하면 될 겁니다. 칠마종을 아예 무시한다는 것도 아니고, 놈들이 장악한 대표적 두 곳을 수복하는 것을 우선 목표로 정했다는 데 뭐가 문제란 말씀입니까? 아시다시피 칠마종의 근거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상황이 이러하기에 놈들이 장악한 화산과 형산을 수복한 후 달리 공격할 곳도 없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십만대산에 마교 총단이 있는 것은 확실한 사실입니다. 분란을 일으키는 의견을 자제하고 맹의 지휘부 의견에 따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집법당주의 말에 군웅들이 다시 한번 술렁였다.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봐서 제법 설득력이 있었던 것 같았다.
비무대 밑에 내려와 매영설과 함께 있던 백엽이 안색을 굳혔다.
‘말로써 무림맹의 작전 방향을 바꾸는 게 쉽지 않겠구나. 만약 칠마종이 일부러 화산과 형산에서 철수한다면 그야말로 본교와 무림맹은 전면전을 치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십만대산을 수십만 무사들이 공격을 가하면 어찌 방어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무래도 공식적으로 평화협정을 제의하는 수밖에 없겠구나. 본교가 무림맹과 싸울 의사가 없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힌다면 전면전을 막을 수 있고, 잘만 하면 무림맹과 힘을 합쳐 칠마종을 궤멸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화산과 형산을 수복할 때까지 여유 시간이 좀 있으니 계획을 잘 세워야겠군. 문제는 반선들인데, 그들이 내 예상대로 칠마종의 배후에 있는지 확인이 필요할 듯하구나.’
백엽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토론은 막바지에 달하고 있었다.
예상대로 무림맹 지휘부의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자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었다.
만통선생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영웅분들의 의견에 따라 십만대산을 공격하는 계획은 확정하겠습니다. 사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마교를 발본색원하는 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럼 이제 최우선 목표라 할 수 있는 화산파 본산 수복에 대해 공격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지요. 먼저 화산파 본산의 현 상황에 대해 매화검선께서 한 말씀 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화산파 장문 매화검선입니다. 먼저 이렇게 여러 영웅께서 본파를 도와주시기로 한 점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 은혜는 나중에 반드시 갚을 겁니다. 그럼 현 상황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해드리겠습니다.”
매화검선이 잠시 말을 끊은 후 화산파가 검마종의 공격을 받고 본산을 빼앗긴 상황을 설명했다.
악양에 지원하러 갔었던 그는 본산이 공격을 당한 이후 그 수복을 위해 화산으로 복귀했었기 때문에 전후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검마종은 칠마종 중에서도 가장 세력이 큰 곳으로 놈들의 무공은 실로 대단했습니다.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무엇보다 칠마종은 서로 동맹을 맺었기 때문에 우리가 공격을 가하면 놈들도 방어 세력을 규합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전력을 기울여 이번 기회에 놈들을 완전히 소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있으신 분은 해주십시오.”
매화검선의 말에 낙방선생이 물었다.
“현재 화산파 본산에 있는 검마종 놈들의 병력이 어느 정도나 됩니까?”
“확실하게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최소 만 명은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화산에만 모든 병력을 보낼 필요가 없을 것 같군요. 병력을 분산해 일부는 형산에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총군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 이번에 결성될 무림 연합군 병력이 대략 어느 정도나 됩니까?”
“으음, 대략 삼십만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 모인 영웅 여러분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면 최대 오십만까지도 가능하겠지요.”
“좋습니다. 그럼 일단 삼십만이라고 하지요. 여쭤보겠습니다. 삼십만 병력이 전부 화산으로 진격하는 겁니까?”
“네. 이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지리적으로 약간 둘러서 가긴 하지만 화산이 이곳 낙양에서 훨씬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둘째, 놈들의 병력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을 가능성도 크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다른 칠마종 세력이 화산으로 모일 가능성도 배제 못 하기 때문에 압도적 병력으로 놈들을 공격하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봅니다. 이번 작전을 무림대장정이라고 칭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하지만 일부 병력이라도 미리 형산에 보내는 것이 더 낫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문제는 재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밤 지휘부 회의를 거쳐 내일 출정식을 열 때 최종 발표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낙방선생이 더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자 분위기는 완전히 무림맹 지휘부 쪽으로 넘어왔다.
백엽이 질문을 던졌다.
“무명서생입니다. 총군사께 여쭤보겠습니다. 칠마종 놈들이 일부러 화산파와 형산파 본산을 비우고 도주한다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그때도 십만대산으로 진격하실 생각입니까?”
“물론이오. 사실 우리가 가장 바라는 상황이기도 하오. 그래야 우리 병력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오. 아울러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우리가 마교 총단을 궤멸시키면 칠마종은 자체 분란에 휩싸여 자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굳이 그 전에 칠마종 놈들과 싸워 힘을 뺄 필요가 없을 것이오.”
“그 반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칠마종 놈들이 무림맹과 마교의 전면전을 유도한 후 양측이 양패구상하면 그때 무림을 장악하려는 음모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하하하.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오. 다시 말하지만 마교가 멸망하면 칠마종은 반드시 분열할 것이오. 이는 칠마종의 역사를 보더라도 잘 알 수 있소. 여기서 더 깊은 이야기는 할 수 없을 것 같구려. 이제 질문은 그만 받기로 하고 병력을 재편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맹에 가입할 분들과 그렇지 않은 분들을 나눠 크게 두 부대로 분류하겠습니다. 다들 집법당주의 지시대로 따라주십시오. 아시겠습니까?”
“네.”
“네.”
군웅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칠마종 병력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들어서인지 군웅들의 사기는 매우 높았다.
하지만 맹의 지휘부 고수들의 표정은 그렇게 밝지만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무림 전쟁의 승패는 그 병력의 양도 중요하지만 질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정파 무림인들의 무공 수준이 이번에 발호한 칠마종보다 낮았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무공이 약한 것을 그 머릿수로 보완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무림맹주 좌평이 눈을 빛냈다.
‘신선계 반선들의 행보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 같구나. 하지만 이번 무림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면 무림맹주 임기 역시 종신직으로 변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반드시 마교를 궤멸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