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91
퍽.
단 한 주먹이었다.
매영설의 주먹에 왕웅이 보기좋게 나가떨어졌다.
“으윽!”
왕웅이 턱을 만지며 일어서려 했으나 꿈틀거릴 뿐 좀체 일어서지 못했다.
막사 안에 있던 낭인대 100조 무사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왕웅은 100조에서 조장 다음으로 강한 무공을 지닌 자였다.
특히 신입무사 대부분이 매영설처럼 트집이 잡혀 무공을 겨뤘는데 모두 그에게 패한 바 있었다.
한데 단 한주먹에 왕웅이 쓰러지자 다들 놀란 것이다.
더욱더 놀란 것은 매영설의 주먹이 날아가는 모습을 자세히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점이었다.
다들 나름대로 한 가닥 한다고 자부하는 자들이었기에 그 변화를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를 잘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매영설의 상대가 되지 못할 거란 것을.
이쯤 되자 모두의 시선이 조장 사내에게 쏠렸다.
조장은 방랑도객(放浪刀客)이란 자로 낭인무사 중 제법 이름이 난 자였다.
사실 그는 면접 심사 때 정식 무림맹 무사로 영입 제의를 받기도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어디 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이번 정마대전 때 여차하면 전장에서 도주할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래서 탈퇴가 자유로운 낭인대 무사로 들어온 것이었다.
“제법이군. 정식으로 무공을 배웠군. 내공도 심후한 편이고. 월하공자라고 했나? 지금부터 네가 부조장이다.”
방랑도객의 말에 조원들이 술렁였다.
하지만 이는 당연했다.
낭인대는 그 특성상 무공이 강한 순으로 조장과 부조장을 뽑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누구든 조장과 부조장을 이기면 즉시 그 자리 교체가 이루어졌다.
혹자는 그러면 매일 분란이 생겨 부대 운영에 큰 지장이 있지 않냐고 물어볼 수 있겠지만, 낭인무사들의 특성상 오히려 그런 점이 전체 전투력을 배가시키고 있었다.
“축하하오!”
“부조장이 된 것을 축하하오!”
조원들의 축하에 매영설이 포권했다.
“과찬이오. 하지만 부조장 자리는 사양하겠소. 난 귀찮은 것은 질색이라서 말이야. 그러니 앞으로 나와 내 사부님을 건드리지 말았으면 좋겠소. 나는 상관없지만 내 사부님께서는 누구든 당신을 건드리면 손가락 하나씩을 자르는 습관이 있으시오. 이 기회에 분명하게 말씀드리니 다들 조심하시오. 사부님. 저기 가서 쉬시지요.”
매영설이 백엽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백엽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피곤하구나.”
백엽과 매영설이 빈자리로 가서 누웠다.
원래 막사 안 침상은 빈자리가 거의 없어 한 사람이 눕기도 어려운 공간만 남아있었다. 하지만 매영설의 말에 금세 빈 곳이 두세 배 넓어졌다.
방랑도객이 눈을 빛냈다.
‘제자의 무공이 나와 비슷하니 그럼 사부의 무공은 대체 어느 정도란 말인가.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될 놈들이군.’
* * *
백엽과 매영설이 낭인대에 들어간 첫째 날은 예상과 달리 무료했다.
하지만 둘째 날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맹주 암살로 흐트러졌던 무림맹 전체가 조금씩 안정화되고 있었다.
비록 아직 맹주를 죽인 범인을 찾지 못했지만, 위기에 처한 현 무림 상황을 혼란스럽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무림인들의 일치된 생각 때문이었다.
다만 한 가지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못했다.
바로 새 맹주 선출문제로, 위기 타개를 위해 즉시 맹주를 뽑아야 한다는 의견과 당분간 집단지도체제로 지휘부를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의 대립이 심했다.
새 맹주를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은 주로 무림평의회에 대표를 내지 못한 문파들에서 나왔다.
반면 구파일방와 오대세가는 집단지도체제를 지지했다.
여기서 집단지도체제는 맹주가 죽은 후 즉시 가동에 들어간 무림평의회를 말했다.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출정식은 요원한 분위기였다.
「사부님.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네요. 혼란은 많이 수습되었지만, 맹주 선출문제로 대립이 매우 심한 것 같아요.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예측하기 힘들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는 하지만 무림 연합군 병력 대부분은 다른 문파 무사들이다. 머릿수로 저항한다면 아무리 무림평의회라도 자신들의 의견만 고집하기 힘들어지지.」
「그럼 결국 새 맹주를 선출하게 될 거라는 말씀인가요?」
「그렇다.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다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금쯤 무림평의회 쪽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의논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 혹시 맹주 선출 비무대회가 열리는 건가요?」
「일반적인 비무대회는 열지 않을 것이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에서 이번만큼은 자신들 문파에서 맹주를 배출하려고 할 텐데, 괜히 비무대회를 얼어 경쟁자들을 늘릴 이유가 있겠느냐?」
「그럼 사부님 생각은?」
「나도 잘 모르겠구나.」
「맹주 선출 비무대회가 안 열린다면 이건 너무 안타깝네요. 사부님께서 무림맹주가 되실 절호의 기회가 될 텐데, 두 번 다시 그런 기회는 오지 않을 거예요.」
「두고 보면 알겠지. 내 예상이 틀릴 수도 있고 말이야. 아까 조장이 조장 회의에 갔으니까 돌아오면 그것과 관련한 소식을 전해줄 것이다.」
막사 안 침상에서 백엽과 매영설이 전음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바로 그때.
낭인대 제100조 조장 방랑도객이 막사로 돌아왔다.
조원들이 일제히 그를 쳐다본 것은 물론이었다.
부조장 왕웅이 물었다.
“조장님. 회의가 어떻게 됐습니까? 새로운 소식이라도 있습니까?”
“그러하네. 새 소식이라기보다 우리 100조에 첫 임무가 하달되었네. 모두 잘 들으시오. 맹주님 시해 사건으로 무림맹 총단뿐만 아니라 낙양성 전체가 혼란스럽다고 하오. 오늘부로 이곳 총단의 질서는 대강 수습되었지만, 낙양성 흑도들의 약탈과 분쟁이 심해져 질서 유지 무사들을 성안 곳곳에 파견하기로 했소. 그 결과 낭인대도 무사들을 파견하기로 했고, 그 영광을 우리 100조가 차지했소.”
방랑도객의 말에 매영설이 물었다.
“그럼 우리 조만 파견 나가는 겁니까?”
“그렇다. 각 부대에서 백 명씩 병력을 차출했고, 오늘부터 출정식이 열릴 때까지 성내 질서 유지 임무를 맡게 될 것이다.”
“무공이 제일 약한 조라 뽑힌 것이군요. 재수가 없군.”
매영설이 투덜댔다.
그 표정이 너무 자연스러워 그녀가 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부님. 전혀 생각지 못한 임무를 맡게 되었네요. 성내 질서 유지 임무를 맡게 되면 총단에 머무르는 시간이 부족해 사부님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되는 게 아닌가요?」
「할 수 없지. 일단 지켜보자. 그래도 임무를 마치면 총단으로 복귀할 수 있을 테니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백엽이 매영설에게 전음을 보냈을 때.
왕웅이 물었다.
“맹주님을 암살한 범인이 잡혔다고 하던가요?”
“아니.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고 하는군. 아무래도 장례 기간이 끝나는 내일까지 범인을 찾는 것은 무리일 것 같다.”
“그럼 새 맹주 선출 비무대회 소문은 뭡니까?”
“뭐야? 비무대회가 열리면 왕웅 자네도 나가서 무림맹주가 되려는 것인가?”
“아, 아닙니다.”
왕웅이 얼굴을 붉혔다.
어제 매영설에게 당한 이후로 기가 죽어있는 그였다.
하지만 조장이 회의를 마치고 오면 조원들 대신에 적절한 질문을 던져 궁금증을 풀어주는 게 부조장의 임무라 말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방랑도객이 말했다.
“일단 예선 비무대회는 열지 않기로 했다고 하네.”
“하지만 반대가 심하다고 들었는데요? 당장 우리 낭인대 무사들도 대부분 비무대회를 선호하고 있지 않습니까?”
“당연하지. 맹주 선출 비무대회는 여덟 명이 겨루는 본선만 올라가도 장로 자리를 보장해주니까 다들 욕심을 낼 만하지. 하지만 무림 상황이 그렇게 한가하지 않네. 당장 맹주님을 암살한 범인을 색출해야 하고, 화산파와 형산파 본산을 비롯해 칠마종 놈들이 점령한 곳도 수복해야 하지.”
“하지만 비무대회를 열어 맹주를 뽑지 않으면 반발이 심할 겁니다. 막말로 무림평의회가 임시 지휘체계 성격을 넘어 영구적인 집권 방식으로 정착한다면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만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셈이지. 그러한 반발 때문에 어물쩍 넘어가지는 않을 걸세. 사실 미확인 소문이긴 하지만 한 가지 정보를 듣긴 했네.”
“그게 뭡니까?”
“위급한 무림 상황을 고려하여 특별한 무림맹주 선출 방식을 생각 중이라고 하더군.”
“그게 뭡니까?”
“으음, 쉽게 말해 맹주 선출 비무대회의 본선 진출 자격을 큰 공을 세운 사람에게 준다고 하네. 최대 여덟 명인데, 그들이 누구인지 아나?”
방랑도객의 말에 왕웅을 비롯한 조원들이 눈을 빛냈다.
백엽과 매영설 또한 호기심이 생긴 표정이었다.
“모릅니다. 말씀해주십시오.”
“먼저 맹주님을 시해한 살수를 잡는 사람에게 한 장의 출전권이 주어진다고 하네.”
“아! 그건 당연하군요. 절대고수이셨던 맹주님을 시해할 정도라면 엄청난 고수일 테니까. 사실 맹주님을 죽일 수 있는 고수는 실질적으로 천마 한 사람뿐이라는 게 정설이 아니었습니까? 하여간 첫 번째 조건은 아무도 반대하는 사람이 없을 것 같습니다. 따로 문파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정확한 분석이네. 두 번째는 한꺼번에 일곱 명을 말해주지. 바로 칠마종의 종주 일곱 명을 한 명이라도 죽인 사람에게 출전 권한을 주기로 했네.”
“아! 그것도 일리가 있군요. 한데 왜 천마가 빠진 건가요?”
“하하하. 천마가 빠질 리가 있나? 누구든 천마를 죽이면 그 사람은 즉시 무림맹주로 선출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하네. 굳이 본선 대회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이지.”
“그것 역시 합리적이군요. 한데 천마를 죽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고, 아무래도 살수를 붙잡거나 칠마종의 종주들을 죽이는 사람 중에서 새 맹주가 나올 가능성이 클 것 같군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하지만 칠마종 종주들을 모두 죽이는 것 역시 현실성이 떨어지네. 실제 본선에 오를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을 공산이 크네.”
“하기야 네 명 정도만 되어도 성공적인 비무대회가 될 겁니다. 무림평의회에서 머리를 많이 썼군요. 신분이나 사문의 제한이 없으니 무림 연합군의 사기도 올리고 집단지도체제를 비무대회가 열릴 때까지 계속 유지할 명분도 챙겼으니 말입니다.”
“그런 셈이지. 확실한 것은 장례 기간이 모두 끝나고 발표될 것이네. 또 다른 질문이 있나?”
“비어 있는 낭인대주 자리는 언제 채워진다고 합니까?”
“아직 결정되지 않았네. 원래는 오늘 중 맹주님께서 임명해주시기로 했는데, 그게 불가능하니 아무래도 우리 낭인대 자체 비무로 대주를 뽑게 될 것 같네.”
“언제 말입니까?”
“출정식 전에는 무조건 뽑게 될 것이네. 오늘 회의에서는 그 출전자격만 정해졌네.”
“출전자격도 있습니까?”
“물론이네. 만 명이 넘는 낭인대 무사들이 모두 출전하면 언제 대주를 뽑을 수 있겠나? 일단 출전자격은 조장 이상으로 정해졌네.”
방랑도객의 말에 조원들이 웅성거렸다.
물론 그들 대부분이 대주가 될 무공을 보유하지 못했으나, 그렇다고 원천적으로 출전이 차단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다들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불만 섞인 표정이 역력했다.
방랑도객이 말했다.
“무림평의회에서 예외도 인정했다고 하니 너무 상심하지 말게. 대주 선출 전까지 일정 수준 이상의 공을 세운 사람에게도 자격이 주어질 것이네. 그런 의미에서 오늘부터 주어진 특별 경계 임무에서 분란을 일으킨 흑도놈들을 제압하거나 죽이면 그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이 있을 걸세. 우리 조의 특별 임무는 점심 식사 후 바로 시작될 걸세. 다들 내 이야기를 들었으니 식사 후 한 명도 빠짐없이 막사 밖으로 모이기 바라오. 알겠소?”
“네.”
“명을 받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