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92
낭인대 제100조 무사들이 특별 경계 임무에 투입된 곳은 낙양 성내 황금장원(黃金莊園)이었다.
황금장원은 성내 제일 부자라는 황금노인(黃金老人)이 살고 있는 곳으로, 그는 오래도록 무림맹의 후견인으로 자처하면서 막대한 군자금을 제공한 사람이었다.
한데 이번에 좌평이 암살당해 성내 치안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 도적들이 대거 장원에 침입하자 무림맹 총단에 지원을 요청한 것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황금장원 자체 경계무사들이 도적들을 막았다.
하지만 도적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그 때문에 황금장원 측의 경계무사들 또한 큰 피해를 봤다.
겨우 놈들을 격퇴해 약탈은 막았지만, 오늘 밤이 문제였다.
그래서 무림맹 총단 측에서 천 명의 무사들을 지원해주기로 했고, 낭인대 100조 무사들은 그 지원 무사 중 일부였다.
방랑도객이 백엽과 매영설을 비롯한 100조 무사 백여 명을 황금장원 대문 앞에 모아두고 말했다.
“우리가 맡은 곳은 장원 외곽으로 내일 아침까지 장원의 백장 거리까지 흩어져 경계를 서야 하오. 장원 내부는 장원 자체 병력과 본맹의 다른 전투부대 병력이 이미 배치되어 경계 임무를 수행 중이니, 우리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오. 경계 중 수상한 자가 나타나면 즉시 호각을 불도록 하시오. 질문을 받겠소.”
“도적들이 아무리 무공이 높아봤자 거기서 거기일 텐데, 이렇게 많은 병력이 지원을 온 것은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 총단에서 우리 말고도 구백 명이 넘는 무사들이 지원을 와서 지금 장원 안에 있다고 하던데, 아무리 자체 병력이 부족하다고 해도 과한 게 아닙니까?”
“그렇지 않소.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젯밤 천여 명이 넘는 도적 떼가 들이닥쳐 격전이 벌어졌다고 하오. 그 결과 겨우 놈들을 물리쳤지만, 황금장원 자체 경계 병력 대부분이 죽거나 다쳐 지금은 황금장주 황금노인을 호위하는 호위대 무사들만 남았다고 하오. 이에 황금노인이 긴급 지원을 무림맹 총단에 요청했고, 만통선생께서 특별히 지시를 내려 무사 천 명이 파견된 것이오.”
“아, 그렇군요. 소문에 의하면 황금장원 경계무사들의 무공이 매우 높다고 하던데, 도적들 또한 보통 놈들이 아니었나 보군요.”
“그렇소. 어제 사로잡은 도적들 일부를 신문해본 결과 낙양 인근 산채 도적들이 계획적으로 공격한 것이었소.”
“인근 산채라면 염왕채(閻王寨) 놈들이 성안까지 들어왔다는 말입니까?”
“그렇소. 염왕채는 비록 녹림칠십이채에 가입하지는 않았으나, 그 세력이 막강해 구대문파 중 한 곳과 비견될 정도요. 한데 놈들이 황금장원에 있는 막대한 재물을 노렸다고 하니 어찌 지원 병력을 파견하지 않을 수 있겠소?”
“하기야 앞으로 본격적으로 마교와의 전쟁이 벌어지면 군자금이 필수일 텐데, 대표적인 자금원이라 할 수 있는 황금장원이 도적들에게 털려서는 안 되겠지요. 한데 염왕채라고 하면 그 채주의 무공이 녹림왕과 비견될 정도라고 하던데, 설마 채주가 직접 오지는 않겠지요?”
“그건 아직 모르오. 다만 어제 공격을 가한 도적들은 선발대라고 하니 어쩌면 오늘 밤 그가 직접 올 수도 있을 것이오.”
“그렇군요. 놈의 목을 자르면 큰 공을 세웠다 할 수 있겠군요.”
“물론이오. 자, 이제부터 각자 흩어져 경계를 서시오. 다시 말하지만 장원 담에서 백장 밖까지 떨어져서는 안 되오. 해가 진 후는 더욱 경계에 철저해야 하고, 임무 종료 시각은 내일 아침이오. 아는 사람이 있으면 두세 명씩 함께 움직이는 게 효율적일 것이오. 자, 바로 흩어지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낭인대 100조 무사들이 대답과 함께 흩어졌다.
무사들의 표정은 비교적 밝은 편이었다.
처음 외곽 경계 임무를 맡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실망했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말이 외곽 경계이지 조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별다른 통제가 없는 자율적인 임무였다.
쉽게 말해 장원에서 백장 이상만 떨어진 곳이 아니면 아무 곳이나 가서 쉬고 있어도 되는 것이다.
“허술하기 짝이 없군요. 제대로 된 순찰 계획도 없고, 내일 아침까지 알아서 경계를 서라니. 호각을 불면 된다고 하지만 이런 식으로 도적들을 막을 수 있을까요?”
매영설의 말에 백엽이 미소를 지었다.
“오히려 잘된 일이지. 비상시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니까. 일단 우리가 경계를 설 장소를 찾도록 하자. 으음, 저곳이 좋겠군.”
백엽이 손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은 장원에서 삼십장 정도 떨어진 곳으로, 큰 소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저 나무 위에 올라가자는 말씀인가요?”
“그렇다. 장원 내부도 일부 보이고 주위 감시를 하기에 적당할 것 같다. 어서 올라가자.”
“네. 사부님.”
백엽과 매영설이 나무 위에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주위에 다른 조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금세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초승달이라 주위는 어둑어둑했다. 다만 장원 내부는 횃불이 밝혀져 대낮처럼 밝았다.
백엽이 장원 주위를 둘러보니 생각보다 인적인 드문 곳이었다.
“염왕채 산적들이 공격을 가해올까요?”
“글쎄다. 염왕채주의 무공 수위 여부에 따라 달라지겠지. 황금장원에 있는 재물이 목표였고 반드시 빼앗을 생각이라면 총공격을 가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하기야 염왕채 산적들의 수는 만 명이 넘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떼거리로 공격을 가해온다면 방어하기 힘들 거예요. 한데 그런 염왕채가 왜 녹림칠십이채에 포함되지 않았을까요?”
“그 이유는 자세히 모르지만, 이전에 받은 동향보고에 의하면 염왕채주가 녹림왕의 견제를 받고 있다고 하더군. 녹림왕을 제외하고 녹림 고수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니, 아예 녹림칠십이채 가입을 막은 것이지.”
“아! 그렇다면 얼마 전 악양에서 녹림칠십이채 병력이 진에 갇혀 사라진 이후 염왕채주가 새롭게 녹림 질서를 재편하려는 것 같군요. 제2의 녹림왕이 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테니까요.”
“그렇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황금장원 안에 한 나라를 살 수 있을 정도로 막대한 재물이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니까 욕심을 낼만 하지.”
“역시 그렇군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탈취하려고 하다니 염왕채주 그자도 대범하군요.”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겠지.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무림맹 무사들이 천여 명이나 배치되어 있고, 황금장원 자체 병력도 아직 완전히 무력화되지 않았으니까.”
“네. 아무튼 염왕채주가 직접 왔으면 좋겠어요.”
“그건 또 무슨 이유냐?”
“그자가 와야 사부님께서 놈을 잡아 무림맹 내에서 지위를 높일 계기를 마련하실 게 아니겠어요?”
“지위라 함은 나보고 낭인대주가 되라는 뜻이냐?”
“네. 최소 낭인대주 정도는 되어야 지휘부 회의에 참석해 영향력을 행사하실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무림맹주가 되시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지요.”
“그렇다. 맹주가 되려면 맹주 시해 범인을 잡거나 칠마종 종주들을 죽이는 것을 목표로 해야겠지.”
“아! 무림맹주가 되려는 결심을 완전히 굳히신 건가요?”
“그렇다. 최소한 칠마종 종주 중 한 명은 내가 직접 제거할 생각이다.”
“호호. 만약 그렇게만 되면 사부님께서 단독으로 본선에 진출해 무림맹주가 되실 수도 있을 거예요.”
“나 혼자?”
“네. 솔직히 무림맹주 좌평이 죽은 지금 정파 무림에서 칠마종주 중 한 명이라도 죽일 실력이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어요? 저는 거의 없다고 봐요.”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설사 나 혼자 본선 진출 자격을 획득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비무없이 우승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기야 무림평의회에서 가만있지 않을 것 같군요.”
“그렇겠지. 무림평의회에서는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출신 고수 중 한 명이 맹주가 되기를 바랄 터. 신원도 불명한 내가 비무도 없이 맹주가 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 일단 상황이 발생할 때까지 운공을 하도록 해라. 이 기회에 내가 조금 봐주마.”
“운공이라면 자연심법말인가요?”
“그래. 바로 시작해라. 도적들이 나타난다고 해도 삼경이나 되어야 할 테니까.”
“네. 사부님.”
매영설이 얼굴을 붉히며 자연심법 운공에 들어갔다.
백엽은 그녀의 등 뒤 명문혈에 오른손을 대고 기혈순환을 도왔다.
“마음을 편히 해라. 마음자리를 비우는 만큼 대자연지기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 * *
다음 날 새벽 무렵.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자 매영설은 운공을 마무리했다.
간밤에 백엽의 도움으로 그녀의 경지는 놀라울 정도로 높아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백엽이 단순한 기혈순환 보조에 그치지 않고 직접 내공을 넣어줬기 때문이었다.
이전에도 많은 내공을 넣어줬지만, 지금처럼 완벽하게 받아들인 적은 없었다.
이는 그만큼 매영설의 무위가 높아져 있었기 때문으로, 이제 가히 절정고수로 불려도 어색함이 없었다.
“감사해요. 사부님. 이제 제가 절정고수가 된 건가요?”
“아쉽지만 아직은 아니다. 하지만 거의 다 왔다. 너무 초조해하지 말아라. 가장 중요한 관문은 돌파했으니까 이제 절정고수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아!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집착을 어느 정도 떨쳐내니 확실히 진보가 빠르군요.”
“핵심을 잘 짚었다. 자연심법은 자신의 몸이 대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겸허해질수록 경지가 오르게 된다. 하지만 진정한 경지에 오르려면 집착을 비운다는 그 마음마저 넘어서야 한다.”
“초월인가요?”
“그렇다.”
“초월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뭔가에 집착하지 않는 초연함이란 것은 알겠는데, 막상 그 이상의 뭔가를 깨닫자니 막연한 것 같아요.”
“당연하다. 사실 그 부분은 나 역시 아직 많이 부족하다. 완벽한 초연함을 달성한다면 그 사람은 이미 무형검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겠지.”
“네.”
매영설이 대답은 했지만 막연함은 여전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알고 있었다.
진정한 깨달음은 스스로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아무리 백엽이 설명을 잘 해줘도 그것은 피상적일 뿐이라는 것을.
백엽이 담담히 말했다.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겠느냐? 아니면 손가락을 봐야겠느냐?”
“그야 달을 봐야지요.”
“한데 너는 왜 내 손가락만 보고 있느냐?”
“호호! 제가 언제요? 전 언제나 사부님 말씀에 담긴 깊은 뜻을 깨닫기 위해 노력한답니다.”
“그래. 그런 마음이면 충분하다. 노력이야말로 최고의 성공 열쇠이니까. 다만 올바른 방향이어야 할 것이다.”
“네. 자연심법이 그 지표라고 생각해요.”
“그래. 네 말이 맞다.”
백엽이 고개를 끄덕인 그 순간.
장원 내부에서 호각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삐이익.
“적이다!”
“도적놈들이다!”
“으윽!”
“으윽!”
비명과 함께 곳곳에서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사부님! 도적놈들이 들이닥친 것 같아요.”
“그래, 가보자. 아무래도 장원 내부의 비밀통로 정보가 새나간 것 같다.”
백엽이 신형을 날려 황금장원 안으로 날아갔다.
그러는 동안 곳곳에서 비상 상황을 알리는 호각 소리가 들렸다.
삐이익.
삐이익.
급기야 종소리까지 울리며 갑자기 나타난 도적들과 장원 방어 무사들이 전면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백엽이 매영설과 함께 장원 내부 전각 한 곳의 지붕에 올라가 보니, 수천 명의 무사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사부님! 복면을 쓴 자들이 바로 염왕채 도적들인가요?”
“그렇다. 생각보다 많이 왔구나. 최소한 삼천 명이 넘는 것 같다.”
“작정하고 왔군요. 게다가 그 무공들도 다들 뛰어나요.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기습을 당해 밀리고 있지만, 곧 우리 측이 승기를 잡을 것이다. 우리 두 사람은 황금노인이 있는 곳으로 가자. 저기 저곳이 황금각(黃金閣)인 것 같군.”
백엽이 거대한 전각 한 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바로 황금노인이 거주하는 곳이었다.
주위에 호위무사들이 대거 경계를 서고 있었지만, 빠르게 쓰러지고 있었다.
그만큼 적들의 공격이 매서웠다.
백엽은 매영설에게 그들을 맡기고, 곧바로 장주 집무실이 있는 칠층으로 올라갔다.
집무실로 들어간 그는 황금노인으로 보이는 자가 복면인 수십 명에게 포위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백엽이 주목한 것은 복면인들 뒤에 담담히 서 있는 자였다.
다른 도적들과 달리 귀면탈을 쓰고 있는 그는 막 황금노인을 향해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쐐애액.
무서운 금나수법이었다.
“으윽!”
맥문을 붙잡힌 황금노인이 비명을 질렀다.
“어서 말해라. 황금열쇠는 어디에 있느냐?”
“으으······ 황금열쇠는 내게 없다.”
황금노인이 고개를 저었다.
귀면탈 사내가 뭔가를 말하려다가 조금 전 올라온 백엽을 쳐다봤다.
그도 그럴 것이 곧바로 제거될 줄 알았던 그가 염왕채의 최정예 고수들을 손쉽게 제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놈이!”
귀면탈 사내, 즉 염왕채주가 분노하며 일장을 날렸다.
동시에 황금노인을 데리고 신형을 날려 황금각 밖으로 빠져나가려 했다.
집무실 벽에 나 있는 창문을 통해 도주하려는 것이다.
이는 사실 의외기도 했다.
수하들과 합세해 먼저 백엽을 죽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잠시 본 백엽의 무공 수위가 놀라웠다.
단순히 손을 몇 번 흔드는 것만으로 염왕채 정예고수들이 제대로 반항 한 번도 못 하고 쓰러지고 있었다.
백엽이 장풍을 피한 후 창을 통해 빠져나가는 염왕채주의 등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
바로 미혼진 안에서 얻은 비수였다.
비수의 이름은 지존비수로 얼마 전 백엽이 스스로 지은 바 있었다.
염왕채주가 신형을 돌려 검으로 지존비수를 쳐낸 것은 그 직후였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오산이었다.
쳐냈다고 생각한 지존비수가 오히려 속도를 높여 그의 목에 박힌 것이었다.
“크윽!”
염왕채주가 목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백엽이 나머지 염왕채 고수들을 모두 제거한 후 염왕채주에게 다가갔다.
염왕채주는 이미 즉사한 상태였다.
황금노인은 조금 전 혼혈을 찍혀 실신해있었다.
백엽이 지존비수를 회수한 후 황금노인의 혈도를 풀어줬다.
정신을 차린 황금노인이 백엽을 향해 물었다.
“무림맹 총단에서 지원 온 무사이시오?”
“네. 놈들을 모두 제거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 고맙소.”
황금노인이 안도하며 품속에 손을 넣어 금으로 된 열쇠 하나를 꺼냈다.
바로 황금열쇠였다.
황금열쇠를 본 황금노인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우! 잘못하면 큰일 날 뻔했구나.”
“그게 바로 황금열쇠입니까?”
“그렇소. 덕분에 놈들에게 빼앗기지 않을 수 있었소. 고맙소. 나중에 충분히 사례하겠소. 이름이 무엇이오?”
“무적공자라고 합니다.”
백엽이 인사를 한 후 창밖을 내다봤다.
무림맹에서 추가 지원 병력이 도착했는지 염왕채 도적들이 도주하기에 바빴다.
‘성동격서 작전이었나? 수하들을 대거 희생시켜서라도 경계무사들의 시선을 돌린 후 염왕채주 자신은 황금노인을 노렸던 것이군. 한데 저 황금열쇠는 무엇일까? 비밀창고의 문을 여는 열쇠쯤 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