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93
“사부님. 고생 많으셨어요. 사부님께서 황금노인을 구했으니 이제 낭인대주에 도전할 자격을 얻게 되실 거예요. 따로 황금노인이 사례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걸 어떻게 알았느냐? 나중에 사례한다고 하던데, 지금 내게 돈이 부족한 것이 아니니 큰 관심은 없다. 그보다 도주한 놈들은 어떻게 처리했다고 하더냐?”
“거의 궤멸되었다고 해요. 염왕채주가 죽은 사실이 알려져 염왕채 도적놈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산채 역시 불탔다고 해요.”
“염왕산(閻王山)까지 무림맹 무사들이 공격을 가했다는 말이냐?”
“네. 총군사 지시로 산채 주위에 병력이 대기하고 있었다고 해요. 염왕채주가 정예 병력을 데리고 황금장원을 공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대기하던 병력이 산채를 완전히 불태운 것이지요. 이제 염왕채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해요.”
“일 처리가 깔끔하군. 역시 만통선생이다. 만약 본교와 전면전을 벌이게 된다면 우리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하지만 평화협정을 맺게 된다면 같은 편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아니지. 사부님께서 무림맹주가 되면 그를 수하로 부릴 수 있게 되겠네요.”
“무림맹주가 그렇게 쉽게 되겠느냐? 생각해봤는데 내가 아무리 맹주가 되려고 해도 무림평의회에서 가만있지 않을 것 같다.”
“하기야 어떤 수를 써서라도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출신 고수를 뽑으려 할 거예요. 그래도 일단 맹주 선출대회 본선 진출 자격을 갖추는 게 급선무예요. 사부님께서 무림맹주가 되지 않는 한 본교와 무림맹의 평화협정 체결은 극히 어려울 테니까요.”
“네 말이 맞는다. 하지만 너무 초조해할 필요 없다. 어떤 경우에도 최선을 다하면 될 뿐 그 결과는 하늘에 달려있으니까. 마음을 편히 가져라.”
“네. 사부님.”
백엽과 매영설이 담소를 나눈 후 낭인대 막사로 들어갔다.
어제 낮부터 오늘 아침까지 있었던 특별 경계 임무는 성공적으로 종료되고, 조금 전 무림맹 총단으로 돌아온 두 사람이었다.
물론 그 전에 황금장원에 지원을 온 무림맹 무사들의 지휘관이라 할 수 있는 무림맹 장로에게 황금노인을 인계한 바 있었다.
당시 백엽은 염왕채주를 비롯한 염왕채 정예고수들을 죽이고 황금노인과 함께 집무실에 있었는데, 마침 무림맹 장로가 안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장로의 이름은 항윤량(項倫亮)이라 했다.
그는 백엽에게 자초지종을 듣고 얼마 후 집무실로 올라온 매영설과 함께 무림맹 총단으로 복귀할 것을 명령했다.
이유는 큰 공을 세웠으니 일찍 복귀해 쉬고 있으라는 것이었다.
백엽과 매영설은 그 명에 따라 돌아와 지금까지 막사 밖에서 쉬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 낭인대 100조 무사들은 복귀하지 않고 있었다.
아무래도 뒷수습을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았다.
하기야 시신 수습만 하는데도 종일 걸릴 것이었다.
빈 막사 안에 들어와 침상에 앉은 매영설이 말했다.
“항 장로가 우리 두 사람을 쉬게 해줘서 고맙긴 한데, 왠지 의심스러워요. 혹시 사부님 공을 가로채려는 게 아닐까요?”
“너도 그렇게 생각하느냐?”
“아! 그럼 사부님께서도?”
“당연하지. 내가 염왕채주를 죽였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황금노인이 증언을 해줘서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지. 황금노인이 살아있는 한 내 공을 빼앗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겠네요. 한데 설마 항 장로가 황금노인을 죽이지는 않겠지요? 황금노인이 죽게 되면 증언할 사람이 없잖아요?”
“아무리 공을 세우고 싶다고 하지만 장로까지 되는 자가 그 정도 공을 가로채겠느냐? 염왕채주를 죽인 공이 작지는 않지만 이미 장로 신분인 그에게 그다지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하기야 제가 괜한 걱정을 했네요. 이왕 쉬는 김에 좀 더 쉬도록 해요. 잘하면 오늘 밤이라도 낭인대주를 뽑을 수 있으니까요.”
“출정식은 언제 열린다고 하더냐?”
“아까 잠깐 옆 막사에 가서 들어보니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해요. 황금장원이 공격을 받은 일 때문일까요?”
“그건 나도 모르겠다. 일단 기다려보면 알겠지.”
“네. 그럼 저는 조원들이 올 때까지 운공이나 할래요.”
“그래. 어제오늘 얻었던 깨달음을 천천히 정리하도록 해라. 모든 것은 습득이 되어야만 진정으로 자신의 것이 되는 법이니까.”
“네. 명심하겠습니다.”
* * *
낭인대 100조 무사들이 복귀한 것은 해 질 무렵이었다.
다행히 그들 중 사망자는 없었다.
이는 외곽에 있던 그들이 뒤늦게 싸움에 가담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뒷수습은 낭인대 무사들의 몫이 되었다.
조장 방랑도객이 막사에 있는 백엽과 매영설을 보고 언성을 높였다.
“뭐야? 내 명도 받지 않고 먼저 복귀했던 것이냐? 안 그래도 통 보이지 않더니.”
“항 장로님의 명으로 일찍 복귀한 겁니다.”
매영설이 재빨리 대답했다.
“항 장로께서 왜 너희를 보내셨지? 따로 임무를 주신 것이냐?”
“아직 모르고 계셨습니까? 제 사부님께서 염왕채주를 죽이고 황금노인을 구한 사실을. 항 장로께서 그 공을 인정해 저희보고 일찍 돌아가 쉬고 있으라고 하신 겁니다.”
“하하하! 지금 장난하자는 것이냐? 황금노인은 염왕채주에게 당해 죽었다. 염왕채주는 항 장로께서 처단하셨고. 이미 공식적으로 발표된 일을 너희만 몰랐단 말이냐? 아니지. 싸움을 피해 미리 도망해 이곳에 숨어 있었으니 그 사실을 알 리가 있나. 지금 당장 저놈들을 체포하라. 정식으로 낭인대에서 탈퇴도 하기 전에 탈영한 셈이니 그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네놈들 무공이 아무리 강해도 무림맹 전체를 대적할 수는 없을 것이다. 뭣들 하느냐? 어서 내 명을 집행하지 않고.”
“네.”
“네.”
조원들이 일제히 백엽과 매영설을 향해 다가왔다.
매영설이 백엽을 쳐다봤다.
조원들을 제압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지만, 뒤탈이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백엽은 아까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막사 입구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막사 안으로 한 사람이 들어왔다.
한데 그는 바로 항윤량이 아닌가.
“앗! 장로께서 어인 일로?”
방랑도객을 비롯한 조원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백엽과 매영설 또한 예를 표했다.
방랑도객이 말했다.
“항 장로님. 마침 잘 오셨습니다. 이놈들이 장로님 명으로 일찍 복귀했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입니까?”
“허허허. 사실이네. 염왕채주에게 당해 내상을 입었다기에 일찍 복귀해 운공요상을 하라고 했지. 내가 온 것은 저 두 사람에게 물어볼 게 있어서네.”
“아, 그랬었군요.”
“보안 사항이니 저 두 사람만 남고 모두 막사 밖으로 나가 있게.”
“알겠습니다.”
방랑도객을 비롯한 조원들이 막사 밖으로 나갔다.
막사 안에 남은 사람은 이제 백엽과 매영설, 그리고 항윤량 세 명뿐이었다.
매영설이 말했다.
“장로님. 공을 가로채신 겁니까? 염왕채주는 제 사부님께서 죽인 것이고, 장로께서는 이후 오셨지 않습니까? 그리고 황금노인께서 돌아가셨다는 게 사실입니까?”
“자네들이 돌아간 이후 염왕채주가 다시 살아났네. 황금노인은 그때 죽은 것이고. 그러니 내가 저 친구 공을 가로챈 것은 아니지. 의문점이 있나?”
“그 말을 지금 믿으라는 겁니까? 설마 설마 했는데 정말 너무하시군요. 장로씩이나 되는 분이 이런 짓을 하다니.”
“자네는 가만있게. 무적공자라고 했지? 자네 대답을 듣고 싶네. 무공이 대단한 것 같던데 이쯤에서 물러서겠나? 아니면 내 말을 믿지 않고 자네 공을 계속 주장하겠나? 어서 선택하게.”
“염왕채주를 죽인 공을 가로채신 것은 묵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슨 이유로 황금노인을 죽인 겁니까? 혹시 황금열쇠 때문입니까?”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좋네. 자네 주장을 계속하게. 하지만 자네 말을 믿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걸세. 그럼 가보겠네.”
“잠깐만.”
“왜 할 말이 있나?”
“좋습니다. 어차피 황금열쇠에 관해서는 아무 관심이 없으니 모른 체하겠습니다. 다만 낭인대주 후보 자격을 확보해야 하니 공을 세웠다고 증언해주십시오.”
“하하하. 좋네. 염왕채 고수들을 죽인 공을 인정해주지. 내 말 한마디면 낭인대주 선출 시합에 참여할 수 있을 걸세.”
“감사합니다. 오늘 밤이라도 시합이 열릴 수 있으니 곧바로 처리해주십시오.”
“그렇게 하지. 그럼 다음에 보지.”
항윤량이 비릿한 미소를 지은 후 막사 밖으로 나갔다.
매영설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런 자가 장로라니 놀랍군요. 사부님. 저자가 황금노인을 죽인 게 틀림없는 것 같아요. 사부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그 황금열쇠란 것을 차지하기 위해서였을까요?”
“그런 것 같다. 황금열쇠가 대체 뭐기에 이런 무리수를 사용한 것이지? 황금열쇠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느냐?”
“아뇨. 저도 처음 들었어요. 한번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한데 이 정도로 넘어가실 건가요? 낭인대주 선출 시합 출전자격을 준다는 목표만 달성하면 되긴 하지만 왠지 찝찝해요.”
“네 말이 맞는다. 하지만 어쩌겠느냐? 지금 항 장로 그자를 죽일 수도 없지 않으냐? 다만 내 짐작이지만 조만간 저자가 우리를 노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조심하도록 해라.”
“네. 저보다 사부님을 먼저 노릴 거예요.”
“그래 주면 고맙지.”
“만약 놈을 죽이게 되면 황금열쇠를 갖고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보세요. 중요한 것 같으니 갖고 있으면 나중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알겠다. 본교의 재물 역시 부족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모르는 일이니 군자금은 많을수록 좋겠지.”
백엽이 말을 한 바로 그때 방랑도객을 비롯한 조원들이 다시 막사로 돌아왔다.
“조금 전 장로께 들었다. 염왕채주를 죽이는 데 도움을 줬다는 게 사실이냐?”
“그렇습니다. 염왕채주와 함께 있던 고수들을 일부 제거했지요.”
“으음, 좋다. 그 정도 공이라면 낭인대주 선출 시합에 참여할 자격 정도는 인정될 것이다. 혹시 대주 자리에 도전할 생각이 있느냐?”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낭인대주는 언제 뽑는다고 합니까?”
“출정식이 사흘 후로 정해졌으니 그 전에 뽑을 것이다. 아직 아무 말이 없는 것을 보니 내일은 아닌 것 같고 모레쯤 시합이 열릴 가능성이 가장 크다. 다만 내가 한마디 경고하는데, 대주 선출 시합에 나가봤자 헛수고일 것이다. 그러니 욕심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무슨 이유라도 있습니까?”
“낭인대주 자리는 이미 내정이 되어 있다. 무림평의회에서 미는 인물인데, 시합은 형식적인 절차가 될 가능성이 크다.”
“내정된 사람이 누굽니까?”
“제1조 조장 절대낭인(絶對浪人)이다. 한때 개방에 몸담은 적이 있어, 개방 방주가 적극적으로 추천했다고 하는군. 무공 역시 무림백대고수에 들 정도이니 실력으로 겨뤄도 승산이 없을 것이다. 무적공자 네 녀석의 무공이 강한 것은 알겠으나, 그렇다고 어찌 무림백대고수를 대적할 수 있겠느냐? 그러니 조용히 있어라. 네가 조용히 지내면 나도 귀찮게 하지 않겠다.”
“출전 여부는 제가 결정하겠습니다.”
“뭐라고? 내가 이렇게까지 부탁하는데 내 말을 듣지 않는다니. 네놈이 대주 자리를 노리면 우리까지 상부에 찍힌다는 사실을 왜 모르느냐? 정 고집을 부리면 내가 용서치 않겠다.”
“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뭐라고? 한번 해보자는 것이냐? 아무래도 안 되겠군.”
방랑도객이 발끈하며 백엽에게 다가왔다.
왕웅이 급히 말렸다.
“조장님. 총군사께서 사적인 싸움을 금하셨습니다. 진정하십시오.”
“으음, 무적공자. 운이 좋은 줄 알아라.”
방랑도객이 마지못한 표정으로 물러났다.
백엽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하기야 우리 편끼리 싸울 필요가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