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94
두 번째 특별 경계 임무가 하달된 것은 백엽과 매영설 등 낭인대 100조 조원들이 복귀한 날 오후 무렵이었다.
전날 밤을 새운 조원들은 낮까지 잠을 잤는데, 깨어나자마자 새로운 임무가 주어진 것이었다.
“밤사이 낙양성 성주님의 여식이 백발색마(白髮色魔)에게 납치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하오. 놈이 대담하게도 성내에 진입하여 성주님 여식까지 납치했다고 하니, 절대 묵과할 수 없는 일이오. 이에 총군사님 지시로 낭인대 무사 전원이 수색에 나서기로 했으니, 우리 100조 역시 성내 곳곳으로 흩어져 수색에 참여할 것이오. 기한은 내일 아침까지요. 성주님 여식을 찾든 못 찾든 이곳으로 복귀하도록 하시오. 질문 있으면 하시오.”
방랑도객의 말에 조원들이 웅성거렸다.
그것은 납치된 성주의 딸에 대한 소문 때문이었다.
낙양성주의 여식 이름은 이심애(李尋愛)라 하며 낙양제일미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미인이었다.
남자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무림인들의 특성상 그녀에 대한 소문이 퍼지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무림맹 총단 차원에서 그녀를 찾기 위해 조력을 아끼지 않으려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는 무림맹 총단 방어에 관부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무림과 관부의 불간섭 원칙이 워낙 견고해 직접적인 무력 지원은 어려우나, 전면전 발발 시 성문을 닫거나 성벽을 방어벽으로 사용하는 등 간접적인 지원은 얼마든지 가능했다.
무엇보다 이러한 무림과 관부의 협력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 바로 이곳 낙양성이었다.
무림맹 총단 차원에서 성내 치안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도 이런 낙양성의 특수 상황 때문이었다.
이처럼 낙양성주 여식의 납치 사건에 무림맹이 발 벗고 나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왕웅이 물었다.
“백발색마 그놈은 희대의 색마로 그 무공이 천마와 맞먹을 정도라는 말도 있던 데 정말 그렇게 강합니까?”
“그러하네. 놈은 색마종 출신으로 이십 년 전 색마종주 자리다툼에서 밀려나자, 색마종에서 나와 천하를 떠돌며 희대의 색공을 연마하기 시작했지. 놈에게 당한 부녀자만 수천 명이 넘는다고 하네. 하지만 아무도 그의 모습을 보지 못했지. 그만큼 무공이 강하기 때문으로, 천마와 돌아가신 맹주님 정도만 놈을 제압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이 있을 정도네. 그러니 놈을 발견하면 즉시 호각을 불어 인근에 있는 동료들을 불러야 할 것이네.”
방랑도객의 말에 매영설이 백엽에게 전음을 보냈다.
「사부님. 백발색마 그놈에 대해 아는 바가 있습니까?」
「이전에 한 번 들은 적이 있다. 이십 년 전 전대 색마종주가 죽자, 지금의 색마종주가 취임했는데 그때 종주 자리를 두고 다퉜던 인물이지. 하지만 세력이 약해 종주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게 되자 그날로 색마종을 탈퇴해 무서운 색공을 연마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무서운 색공요?」
「그렇다. 백발색공(白髮色功)이란 것으로 일단 대성하게 되면 아무도 막을 수 없게 된다.」
「그 정도로 강한가요? 사부님께서도 막을 수 없나요?」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당한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나 역시 놈을 어쩌지 못할 거라는 말이다. 이는 백발색공을 대성하게 되면 금강불괴의 몸을 가지게 되기 때문인데, 그야말로 무적의 몸을 갖게 되는 것이지. 놈이 만약 대성하게 된다면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니 이번 기회에 제거해야 할 듯하구나.」
「하지만 놈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막막할 것 같아요. 벌써 성 밖으로 빠져나갔을 수도 있고.」
「내게 방법이 있다. 그러니 나를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
「알겠습니다. 사부님. 모든 것을 떠나 그런 색마는 최대한 빨리 죽여야 할 것 같아요.」
「당연하다.」
백엽이 전음을 보냈을 때.
왕웅의 다음 질문이 이어지고 있었다.
“성주님 여식을 구했을 때 받을 상이 궁금합니다.”
“우리 낭인대 무사 중 누구라도 백발색마를 죽이고 맹주님 여식을 구출하는 데 성공하면 그 즉시 낭인대주로 취임하게 될 것이네. 비공식적이지만 무림평의회에서 그렇게 결정 내렸다고 하니 그렇게 알고 다들 최선을 다하도록 하시오.”
“우리 낭인대 무사들만 출동하는 겁니까?”
“그건 아니네. 낭인대 말고도 무림맹 팔대당 전체가 수색에 참여할 것이네. 맹주님을 암살한 살수의 행방을 쫓는 임무에 다른 임무가 추가된 셈이지. 시간이 없으니 지금 당장 출발하도록 하시오.”
“네. 하지만 맹주님 여식 얼굴도 모르는데 어떻게 찾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 성내 곳곳에 맹주님 여식의 초상화가 붙어져 있네. 그걸 참고로 하면 될 것이네. 다들 출발하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100조 조원들이 대답과 함께 뿔뿔이 흩어졌다.
백엽과 매영설 역시 무림맹 총단을 빠져나왔다.
나오면서 보니 방랑도객의 말대로 수만 명의 무사가 속속 총단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백엽과 매영설은 먼저 무림맹 총단 대문 옆에 붙어 있는 이심애의 초상화부터 확인했다.
굳이 성내 벽보를 볼 필요 없이 바로 확인할 수 있어 많은 무사가 담벼락에 붙어 있는 방문을 보고 수색에 나섰다.
매영설이 말했다.
“주먹구구식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이번에도 마찬가지군요. 이렇게 해서 납치된 사람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아, 사부님께서는 다른 방법이 있다고 하셨지요? 그게 뭔가요?”
“백발색공을 연마할 때 발생하는 백발색향(白髮色香)을 추적할 생각이다. 일단 높은 곳으로 가자. 저기가 좋겠군.”
백엽이 인근 야산을 가리켰다.
“네.”
매영설이 대답과 함께 백엽을 따라갔다.
가면서 매영설이 물었다.
“백발색향이라 하심은?”
“백발색공을 연마할 때 백발에서 나오는 향기를 말한다.”
“추적에 사용하는 천리향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건가요?”
“그렇다. 하지만 아무나 맡을 수 없고 내가 익힌 천마추적술(天魔追跡術)로만 가능하지. 놈이 성안에 있다면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얼마 후 야산에 도착한 백엽은 언덕 위 평평한 바위에 앉아 천마추적술을 펼치기 시작했다.
매영설은 옆에 서서 경계를 섰다.
그녀는 백엽이 어떤 식으로 백발색향이 나는 곳을 알아낼지 무척 궁금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백엽은 가부좌한 채 눈을 감고 아무 말이 없었다.
겉으로만 보면 추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오히려 운기조식을 취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백엽은 천마추적술을 통해 후각을 확대하고 있었다.
‘천마추적술로 추적할 수 있는 향기 중 하나로 백발색향이 있어서 다행이다. 천마 조사께서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미리 대비하신 것일까.’
백엽이 내심 감탄했다.
천마추적술은 천마대장경에 수록된 것으로 제1대 천마가 죽기 전 창안한 것이었다.
그 어떤 것도 추적할 수 있는 천마추적술은 사건 현장에 있는 그 어떤 단서라도 찾아낼 수 있는 위력이 있었으나, 이미 추적 대상이 등록된 경우도 있었다.
물론 등록이라 해서 따로 장부에 기록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특정 향기를 추적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 향기의 수는 수백 개가 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백발색향이었다.
‘백발색마 그놈이 익히고 있는 백발색공은 원래 본교의 금지마공 중 하나였다. 금지마공으로 분류된 이유는 바로 색공을 익히기 위해 수천 명의 부녀자 음기가 필요하기 때문이었지. 한데 어떤 경로로 그 무공이 색마종으로 흘러 들어갔고, 백발색마 그놈이 연마하게 된 것이다. 이전부터 놈의 종적을 찾게 되면 내가 직접 제거하려고 했는데, 오늘 그 기회를 갖게 되는구나.’
* * *
천마추적술을 펼친 백엽이 눈을 뜬 것은 해 질 무렵이었다.
“사부님. 알아내셨어요?”
“그렇다. 놈이 그곳에 있다니. 뜻밖이구나.”
“그곳이 어딘데요?”
“도화곡.”
“도화곡이라면 사부님께서 금마옥에 갇혔던 본교 무사들을 구출할 때 거쳤던 그 계곡이 아닌가요?”
“그렇다. 놈이 성 밖으로 나가지 않은 것으로 봐서 그곳에서 색공을 대성할 생각인 것 같다. 내 손을 잡아라. 절벽에서 뛰어내려야 할 것 같으니, 너의 공력으로는 무리일 것이다.”
“아, 네.”
매영설이 얼굴을 붉히며 손을 내밀었다.
백엽이 매영설의 손을 잡은 후 경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가 향한 곳은 도화곡 위 절벽으로 일단 한번 목적지가 정해져서인지 속도가 엄청났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이라도 늦게 되면 성주 여식의 정절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휙휙휙.
* * *
백발색마가 이곳 도화곡에 성주 여식인 이심애를 납치해 끌고 온 것은 오늘 새벽이었다.
그는 혈도를 찍혀 실신해있는 이심애를 보고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새벽부터 지금까지 사전 준비를 거쳐 이제 비로소 음기를 흡수할 차례였다.
“후후후! 지난 이십 년간 고대하던 일이 마침내 성사되기 직전이구나. 백발색공을 대성한 후 곧바로 색마종으로 가서 색마종주를 죽인 후 종주가 될 것이다. 이후 십만대산으로 가서 천마까지 죽인다면 천하는 내 차지가 될 것이다. 일단 대성만 하게 되면 아무도 막을 수 없는 게 백발색공이니까.”
이미 밤이 깊었지만, 그가 있는 동굴은 벽에 박혀 있는 야명석 덕분에 대낮처럼 밝았다.
이 동굴은 백발색마가 우연히 발견한 곳으로, 이곳 도화곡 자체가 그에게는 좋은 피신처이기도 했다.
물론 무림맹 총단에서 관리하는 구역이긴 했으나, 실제 경계병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워낙 은신술이 뛰어난 백발색마로서는 이곳에 오기만 하면 안심할 수 있었다.
“후후후! 이제 시작해야겠군. 참느라고 혼났다.”
백발색마가 앞에 쓰러져 있는 이심애의 옷을 벗기려던 찰나.
뒤에서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멈춰라.”
“웬 놈이냐?”
놀란 백발색마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절정의 경지에 오른 지 이미 수십 년째.
아무리 대성을 앞두고 흥분해 있었지만, 자신이 인기척을 놓쳤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백발색마의 머리 위로 손 하나가 나타났다.
“허억!”
백발색마가 놀랐을 때는 이미 늦었다.
손바닥 하나가 무서운 속도로 내려와 그의 천령개를 내리쳤기 때문이었다.
퍽.
수박 터지는 소리와 함께 백발색마의 머리가 그대로 박살 났다.
이윽고 나타난 두 사람은 바로 백엽과 매영설이었다.
백발색마의 은신처를 알아낸 두 사람이 은신술을 펼친 채 백발색마를 죽인 것이었다.
백발색마가 매영설의 은신술까지 파악하지 못한 것은 백엽이 그녀의 손을 잡고 있어 두 사람의 은신술이 일체화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쉽게 놈을 제거할 수 있었군요.”
“그렇다. 놈이 흥분해 있어 자신의 실력을 일할도 발휘하지 못했다. 아무리 대성을 하지 못했어도 최소한 수백 초를 겨룰 실력이었는데, 그만큼 마음의 안정이 중요하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지. 어서 성주님 여식을 데리고 떠나자. 설이 네가 등에 업어라.”
“네. 사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