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95
둥둥둥.
“지금부터 낭인대 대주 선출시합을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
짝짝짝.
만여 명의 낭인대 무사들이 일제히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출정식을 하루 앞둔 오늘 이곳 연무장에서 낭인대주를 뽑는 대회가 열린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더는 낭인대주 자리를 비워둘 수 없었다.
내일 출정식을 마치면 낭인대 무사들 역시 전투에 참여하게 될 텐데, 총지휘자가 필요했다.
무엇보다 오늘 밤 열릴 최종 작전 회의에 대표를 보내기 위해서라도 대주를 꼭 뽑아야 했다.
지휘부 회의에서 대주가 참석해 좀 더 나은 전투 현장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사회를 맡은 사람은 무림맹 총관 중원선생이었다.
“이미 공표가 되었지만 대주 선출방식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시합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은 조장 이상 대원들입니다. 그 외 특별히 공을 인정받은 사람도 출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항 하나를 말씀드린다면, 이번에 낙양성주 따님을 구한 무적공자가 부전승으로 이미 결승전에 올라가 있다는 점입니다. 요컨대 지금부터 펼쳐질 시합의 최종 승리자가 결승전에서 무적공자와 붙어 그 승자가 낭인대주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겁니다. 질문 있는 분은 해주십시오.”
중원선생의 말에 낭인대 무사들이 웅성거렸다.
조장급 무사들이 아닌 일반 무사들로서는 이번 대주 선출 시합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도 많았기에 뜻밖이라는 표정이었다.
낭인대 무사 중 한 명이 물었다.
“누구든 백발색마를 죽이고 성주님 여식을 구하게 되면 즉시 낭인대주가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사실이라면 시합을 할 필요 없이 무적공자가 낭인대주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적절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하하, 성주님 여식을 구출한 사람에게 낭인대주 자리를 준다고 한 것은 어디까지나 무림평의회의 비공식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반론이 제기되어 이렇게 공식적으로 절충안이 마련된 겁니다. 또 질문 있습니까?”
“······.”
무사들이 웅성거릴 뿐 별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 중에는 백엽과 매영설도 있었다.
이미 부전승으로 결승전에 오른 백엽은 대기 막사에 앉아 있었다. 그의 뒤에는 보조 무사 자격으로 매영설이 서 있었다.
백엽의 표정은 비교적 담담했다.
하지만 매영설은 화가 난 표정이었다.
매영설이 백엽에게 전음을 보냈다.
「사부님. 이자들이 너무하군요. 사부님께서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출신이었다면 이렇게 시합이 열렸을까요? 약속을 지키지도 않고 결승전에서 또 무슨 수작을 부릴지 걱정이 커요.」
「어쩌겠느냐?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다. 그래도 성주님께 상금도 받고 이렇게 부전승으로 결승에 진출해 한 시합만 이기면 되니 크게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내 실력을 직접 대원들에게 보여줄 필요도 있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다니. 하긴 공식적이 아니라 비공식적 결정이라고 할 때부터 의심스럽긴 했어요. 처음부터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대주를 뽑으려고 작정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지요. 아마도 결승전에서도 꼼수가 있을 가능성이 커요. 아무리 절대낭인이 결승전에 진출한다고 해도 백발색마를 죽인 사부님 상대로 버겁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요.」
「사실 나도 그 점이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낭인대주 자리를 차지하려고 무리수를 둘 필요는 없다. 여러 번 내가 말했듯이 최종 목표는 무림맹주이니까 필요하다면 낭인대주 자리는 내줄 수도 있지.」
「하지만 무림맹주를 뽑기 전에 무림맹에서 본교 총단을 공격할 수도 있으니 그전에 사부님께서 지휘부 회의에 참석해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영향력을 행사하셔야 할 거예요.」
「네 말도 일리가 있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자.」
「네. 사부님.」
백엽과 매영설이 전음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 시합은 시작되고 있었다.
시합에 참여한 무사는 모두 여덟 명이었다.
조장급 이상 무사는 백여 명이었는데, 의외로 적게 참여한 셈이었다.
하지만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측면도 있었다.
이미 이들 중 한 사람이 낭인대주로 내정되어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이었다.
내정된 사람은 물론 절대낭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결국 팔인 시합의 최종 승자는 절대낭인이 되었다.
그는 세 번의 시합에서 딱 세 번의 장력만 발출했을 뿐이었다.
내공 소모도 거의 없었고 너무나 수월하게 결승전에 진출했다.
중원선생이 말했다.
“결승전에 오른 무적공자와 절대낭인 두 분은 비무대 위로 올라오십시오.”
와아아.
짝짝짝.
낭인대 무사들이 엄청난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이는 강자끼리의 대결을 보고자 하는 무사들의 본능이었다.
하기야 백엽의 무공을 실제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 때문에 백엽이 백발색마를 죽였다는 것을 아직 믿지 않고 있는 사람도 무척 많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기회에 실력을 보여 대주로서의 권위를 세울 필요가 있다는 백엽의 생각도 일리가 있었다.
문제는 대결 방식이었다.
특별한 말이 없으면 직접 비무를 하게 될 것이지만 절대낭인에게 휴식 시간을 따로 주지 않은 게 마음에 걸렸다.
군웅들이 기대감 어린 눈빛으로 두 사람의 대결을 기다릴 때.
시합장에 한 무리가 나타났다.
모두 열다섯 명이었는데, 놀랍게도 그들은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수장들이 아닌가.
중원선생이 말했다.
“결승전 심사를 보기 위해 무림평의회 위원들께서 오셨습니다.”
와아아.
짝짝짝.
낭인대 무사들이 열광했다.
낭인대 자체 행사에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수장들이 직접 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
수장들이 단상에 앉은 후 무림평의회 회주 진공대사가 말했다.
“아미타불. 앞으로 낭인대의 역할이 막중해 우리가 직접 대주를 뽑기 위해 이곳으로 왔소이다.”
“직접 뽑는다는 말씀은 어떤 의미입니까?”
중원선생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결승전 심사를 위해 무림평의회 위원들이 온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것은 그도 모르고 있었다.
진공대사의 말이 이어졌다.
“무적공자와 절대낭인 두 분 모두 우리 무림맹에 꼭 필요한 인재이기 때문에,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직접 비무보다는 간접 비무가 적당하다고 판단했소. 따라서 각자 절기를 보여주면 우리가 투표해 한 표라도 더 받는 분을 낭인대주로 임명하겠소.”
진공대사의 말에 낭인대 무사들이 웅성거렸다.
하지만 무림평의회에서 한번 결정한 사항은 무림맹주의 명과 다를 바 없는 게 현 무림맹의 지휘체계였다.
강자끼리의 직접 대결을 기대했던 무사들은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했지만, 그렇다고 항의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럼 바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절대낭인께서 먼저 하십시오. 자신의 절기를 위원들께 보여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절대낭인이 고개를 숙였다.
자동으로 백엽은 비무대 밑으로 내려갔다.
그는 여전히 태연한 표정이었다.
매영설이 다소 불안한 표정으로 전음을 보냈다.
「사부님. 어쩌죠? 분명 어떻게든 절대낭인 쪽으로 투표할 가능성이 커요.」
「알고 있다. 하지만 어쩌겠느냐?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으니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는 법이다. 지켜보도록 하자.」
「네. 사부님. 하긴 낭인대주가 되면 사부님에 대한 뒷조사가 심해질 수도 있겠네요.」
「그걸 무서워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 기회에 무림맹의 생리를 제대로 알 수 있게 되겠지.」
「생리라 함은 뿌리 깊은 기득권 같은 것 말씀인가요?」
「그렇다. 설사 내가 무림맹주가 된다고 해도 그런 것들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정파 무림인들을 다스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본교와의 평화협정 체결과 유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백엽이 전음을 날렸을 때.
절대낭인의 무공 시범이 시작되었다.
절대낭인이 선택한 무공은 바로 장풍이었다.
연무장 한 곁에 있던 바위 하나를 향해 그가 가볍게 장력을 날렸다.
쏴아아.
겉으로 보기에 너무나 평범한 장풍.
콰콰쾅.
폭음과 함께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다.
한데 그 파편의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가.
바위를 파괴하는 것이야 웬만한 고수라면 가능하지만, 이렇게 일정 모양으로 산산조각내는 것은 내공의 완벽한 조절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었다.
와아아.
짝짝짝.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수장들도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이 정도면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평가해도 충분히 백엽을 이길 수 있겠다는 표정이었다.
“다음은 무적공자 차례입니다.”
“네.”
대답과 함께 백엽이 비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가 선택한 것 역시 장풍이었다.
한데 공격 대상으로 정한 것이 사람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장력을 날린 곳은 바로 조금 전 절대낭인이 박살 낸 바위의 잔해가 있는 곳이었다.
일정 모양으로 수북이 쌓여 있는 돌 조각들을 향해 장풍이 날아갔다.
꽝.
폭음과 함께 돌 먼지가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랐다.
관전하던 무사들이 그 결과를 보기 위해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대부분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미 부서진 바위 부스러기를 파괴해봤자 그 실력을 제대로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설사 가루로 만든다고 해도 처음 단단한 바위를 박살 낸 절대낭인을 뛰어넘기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얼마 후 먼지가 걷히고 드러난 결과는 모든 이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바위.
분명 산산조각이 났던 바위가 원래 모양대로 돌아와 있었다.
“아!”
“어떻게 저런 일이!”
무사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매영설이 손뼉을 치며 호응을 유도하자 그제야 무사들이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와아아.
짝짝짝.
뭔지 모르지만 백엽이 해낸 결과물이 더욱더 고차원적이고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수장들이 내리게 되어 있었다.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위원들께서 무기명 투표로 결정을 내리실 겁니다.”
중원선생의 말에 무사들이 대결 결과를 예측하며 떠들어댔다.
매영설이 비무대 밑으로 내려온 백엽에게 말했다.
“사부님. 고생하셨습니다. 눈이 똑바로 달렸다면 분명히 사부님께서 승리한 것으로 결정될 겁니다.”
“기다려보자. 결과가 어떻든 큰 상관은 없다.”
백엽이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드디어 투표가 끝나고 발표 시간이 되었다.
최종 우승자, 즉 낭인대주로 정해진 사람을 발표하는 일은 진공대사가 맡았다.
진공대사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미타불. 대결의 승자를 발표하겠습니다. 참고로 승자는 열다섯 분의 위원 중 한 분을 제외하고 열네 분의 표를 얻었습니다. 승자는 바로 절대낭인입니다.”
와아아.
짝짝짝.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전보다 훨씬 못 미치는 호응이었다.
오히려 다수는 판정 결과에 실망한 표정이었다.
특히 무공이 높을수록 그러했다.
하지만 그들 수준에서 백엽이 더 뛰어났다고 확실하게 증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 반발은 없었다.
매영설이 전음을 날렸다.
「위원들이 무공을 볼 줄 모르는 건가요? 아니면 의도적으로 사부님을 떨어뜨린 건가요? 표정을 보니 화산장문인 한 분만 사부님께 표를 주신 것 같군요.」
「그런 것 같구나. 사실 저들이 왔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다. 비록 낭인대주가 되지는 못했지만, 오늘 대결 결과는 나중에 무림맹주 선출대회 때 공정한 판단을 받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기야 상승고수들은 오늘 판정 결과에 대해 비판을 할 게 분명해요. 그런 분위기에서 무림맹주 선출대회가 열린다면 오늘처럼 간접 대결은 성사되기 어렵겠지요.」
「그렇다. 가장 공정한 대결은 바로 직접 대결이라고 할 수 있지. 직접 비무가 벌어진다면 그 어떤 변수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하니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하지만 속상해요. 적어도 본교에서는 이렇게 대놓고 편파적인 판정을 내리지 않는데, 지금 보니 정파의 기득권은 문제가 많군요.」
「그런 것 같다. 그런 기득권이 실력 있는 자를 포용하지 못하게 되고 종국적으로 힘의 약화를 초래하게 되지. 무림맹이 본교와 오랜 세월 대립하고 있지만, 끝내 본교를 멸망시키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인 것 같다.」
「예리한 분석이세요. 한마디로 오만이지요. 사부님께서 무림맹주가 되시면 그 부분부터 개혁하셔야 할 거예요.」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한번 호되게 당한 이후라면 또 모를까. 현 기득권 세력을 그대로 두고 개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씩 변하게 할 수는 있겠지.」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출신과 관계없이 인재를 공정하게 등용한다면 분명 변화가 있을 거예요. 본교 역시 지난 십 년간 사부님의 노력으로 많이 바뀌었으니, 무림맹 또한 가능할 거예요.」
「그래. 하지만 먼 훗날의 일 같구나. 어서 막사로 돌아가자.」
「네. 사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