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96
“지금부터 최종 작전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좋은 의견 있으신 분은 적극적으로 개진해주시기 바랍니다.”
만통선생의 말에 무림맹 취의청에 모인 삼백여 지휘부 고수들이 웅성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내일 출정식을 앞두고 최종 작전 계획이 결정되는 자리이기 때문이었다.
회의 참석자의 면면은 화려했다.
무림평의회 위원인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수장들은 물론이고, 무림맹 소속 각파의 장문인, 낭인대주와 같은 전투부대 수장, 무림맹 팔대당 당주 등등 출정을 앞두고 정파 무림의 핵심 고수들이 대거 모여 있었다.
무림평의회 회주 소림방장 진공대사가 말했다.
“아미타불. 일단 현 전황을 총군사께서 간단히 말씀해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전체 상황을 알아야 적절한 병력 배분을 결정할 수 있을 테니까요.”
“네. 방장님.”
만통선생이 고개를 숙인 후 간단한 설명을 했다.
그 내용은 다들 알고 있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칠마종 중 검마종이 화산파 총단을 장악했고, 도마종이 형산파 총단을 장악했다는 사실이 그 주요 내용이었다.
그 외 수십 군데 칠마종 병력이 들이닥쳐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지원 병력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는 정도였다.
“핵심 주제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처음 계획대로 전 병력을 이끌고 화산부터 간 후 형산으로 향할 것인가, 아니면 병력을 나눠 화산 외에 형산에도 병력을 보낼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현재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소규모 전장에 모두 병력을 보낼 것인가. 이 정도가 오늘 결정할 사항일 듯합니다. 좋은 의견 있으신 분은 말씀하십시오.”
“그전에 무림 연합군 총 병력이 어느 정도나 됩니까?”
무당장문인 현진자(賢眞者)의 질문이었다.
만통선생이 대답했다.
“대략 삼십만이 조금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천하 각지의 지부 병력을 뺀 숫자입니다.”
“그럼 화산과 형산에 있는 검마종과 도마종 병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그게 정확한 파악을 못 하고 있습니다. 다만 화산과 형산에 최소한 각각 일만 이상의 병력이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최대 얼마 정도로 파악되고 있습니까? 아니, 그 부분은 화산파 장문인과 형산파 장문인 두 분께 여쭤보는 게 더 정확하겠군요.”
현진자가 회의에 참석한 화산파 장문인 매화검선과 형산파 장문인 범적을 쳐다봤다.
매화검선이 먼저 말했다.
“화산 인근에서 정보 수집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제 딸 아이의 보고에 의하면 최대 오만 정도로 추산되는 것 같습니다.”
“오만? 그럼 그 병력이 모두 검마종 소속이란 말씀입니까?”
“그것까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원래 그 정도 병력을 보유하고 있었을 수도 있고, 다른 칠마종에서 지원 병력을 보냈을 수도 있겠지요. 아니면 휘하 문파에서 보낸 병력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 말씀은 하나 마나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칠마종 중 검마종의 무력이 가장 강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니 우리 병력의 주력을 화산에 보내야 하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도마종 병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현진자가 어제 막 무림맹 총단에 도착한 범적을 쳐다봤다.
그의 옆에는 아들인 범건과 형산파 총군사 형산선생이 앉아 있었다.
화산옥녀 악완과 대제자 고해풍 등 화산파 일부 병력을 화산 근처에 남겨두고 낙양에 온 매화검선과 달리 형산파는 거의 멸문당해 남은 병력은 실제 이들 세 명뿐이었다.
물론 도주한 무사도 수백 명 정도 되긴 하지만 그들이 언제 복귀할 줄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내상을 입은 듯 창백한 안색의 범적이 말했다.
“형산에 있는 도마종 놈들의 병력 또한 최대 오만에 달할 겁니다. 상황은 화산파와 비슷하며 워낙 귀신 같은 놈들이라 정확한 병력 파악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말이 나온 김에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우리 형산파 총단 역시 시급하게 탈환해 주십시오. 이는 본산 회복의 문제만이 아니라 호남성 전체의 안위와 관계가 깊습니다. 화산파 본산 수복이 며칠이나 걸릴지 모르는 지금 최소 오만 정도의 병력을 미리 형산으로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길 안내는 저희 세 사람이 맡겠습니다.”
범적의 말에 지휘부 고수들이 다시 웅성거렸다.
범적의 말을 시발점으로 현재 칠마종 병력과 중소 규모의 전투를 벌이고 있는 문파들의 대표 수십 명이 일제히 지원을 요청했다.
들어보니 최소 오천 정도의 병력을 보내야 한 지역의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만통선생이 말했다.
“여러분의 애타는 심정은 저 역시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무림전쟁의 경우 세세한 전투까지 참여하게 되면 큰 흐름을 놓칠 우려가 큰 것도 사실입니다. 이점 모두 명심해주시길 바랍니다.”
“좋습니다. 일단 총군사님 생각부터 들어보고 싶군요.”
사천당가주 당경의 말이었다.
현진자에 이어 그까지 질문을 던지는 것을 봐서 아직 무림평의회 전체의 결론은 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만통선생이 담담히 말했다.
“원래 돌아가신 맹주님께서 구상하신 방안은 화산과 형산, 그리고 십만대산으로 이어지는 무림대장정이었습니다. 우리가 승리를 거두게 되면 나머지 지역에 있는 적들이 지원을 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굳이 수십 군데 분쟁 지역으로 병력을 보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셨지요. 다만 제 생각은 거기에 덧붙여 형산에도 병력을 미리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요컨대 총 삼십만 병력 중 이십만을 화산에 보내고, 나머지 십만을 형산에 보내 양동작전을 벌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형산파 본산을 탈환한 이후 그 병력은 움직이지 않고 화산으로 간 본대 병력을 기다려야 합니다.”
“화산파 본산을 탈환한 병력이 형산으로 올 때까지 기다려 병력을 다시 합친다는 계획입니까?”
“네. 형산에서 전체 병력이 모이면 그곳에서 맹주를 선출하고, 이후 십만대산으로 남하해 마교 총단을 공격하게 될 겁니다.”
만통선생의 말에 지휘부 고수들이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미 알고 있던 계획이었지만 이렇게 공식적인 자리에서 들으니 그야말로 무림대장정의 뜻이 피부로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아미파 장문인 정의사태(正義師太)가 물었다.
“검마종과 도마종 외에 다른 칠마종을 제거하지 못해도 일단 십만대산으로 진격한다는 겁니까?”
“네. 칠마종의 근거지는 파악하기 힘들어 시간을 지체할 수 없습니다. 다만 칠마종의 배후에 천마가 있는 게 거의 확실하기 때문에 우리가 십만대산으로 향하면 남은 칠마종 병력 역시 모이게 될 겁니다. 그럼 십만대산에서 무림의 운명을 걸고 대전투가 벌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좋습니다. 역시 총군사님입니다. 하지만 신선계 반선들은 어떻게 할겁니까? 놈들이 개입하게 되면 모든 작전의 수정이 불가피할 겁니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정보에 의하면 신선계 반선들의 움직임은 최근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반선들이 신선계란 곳으로 돌아간 게 거의 확실합니다. 그래서 저는 마교를 궤멸시킨 후 마지막 정벌지역으로 신선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신선계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나 아직 시간이 많으니 마교를 궤멸할 때까지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아미타불. 그야말로 진정한 무림대장정의 끝이군요. 빈승은 총군사 의견에 찬성하겠습니다.”
진공대사의 말에 다른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수장들도 일제히 동의 의사를 밝혔다.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자연스럽게 무림평의회의 의사가 만장일치로 모여진 셈이었다.
이후는 일사천리였다.
만통선생의 작전 계획이 공식적으로 추인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병력의 배분.
어느 병력이 화산으로 가고, 어느 병력이 형산으로 가는가를 결정하는 문제가 남았다.
하지만 그 문제 역시 만통선생이 이미 정해둔 방안이 있었다.
“화산으로 갈 본대 병력과 형산으로 갈 나머지 병력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특별한 상황이 없다면 이대로 따라주십시오.”
만통선생이 병력 배치 계획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대체로 무난했다. 지리적인 특성과 무공 정도 등을 반영해 불만은 없었다.
한데 아예 언급되지 않은 부대도 있었다.
바로 낭인대였다.
낭인대주 절대낭인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 낭인대는 어디로 갑니까?”
“낭인대는 총단 방어를 위해 남기기로 했습니다. 놈들이 우리 뒤통수를 쳐 총단을 공격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총단 방어 임무만 수행할 게 아니라 성내 치안 유지도 관부와 협력해 수행해야 할 겁니다. 이미 낙양성주님과 협의를 끝냈으니 그렇게 알고 따라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절대낭인이 안색을 굳히며 말했다.
낭인무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 걱정이 되었지만, 그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무엇보다 대주 선출 시합에서 무림평의회의 도움을 받은 터라 더욱더 그랬다.
‘할 수 없지. 칠마종 종주 중 한 명을 죽여 무림맹주 자리에 도전하려 했건만 쉽지 않겠구나. 칠마종 종 한 곳이 무림맹 총단을 공격해오기를 바랄 뿐이다.’
* * *
최종 작전 회의의 내용은 밤늦게 전 무림 연합군 무사들에게 전달되었다.
다음 날 아침 출정식을 위해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백엽과 매영설이 소속된 낭인대의 사정은 달랐다.
총단 방어와 성내 치안 유지 임무를 맡게 된 낭인대의 경우 따로 준비할 것이 없었다.
물론 출정식에는 참석하지만 낙양을 떠나지 않기 때문에 여유가 있었다.
대원들은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공을 세울 기회를 잃어 아쉽다는 사람이 다수였지만 오히려 잘되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백엽과 매영설의 반응은 당혹감 그 자체였다.
화산행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막사 밖 한적한 곳으로 자리를 옮긴 두 사람은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사부님. 이를 어쩌지요? 화산에 가야 검마종주를 죽일 수 있을 텐데 뜻밖이에요. 아니면 형산으로 가서 도마종주를 제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이곳 낙양에서 자리만 지키고 있어도 될까요?”
“예기치 않은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화산이나 형산으로 가야만 하는 것도 아니지. 일단 이곳 총단에 머무르면서 전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구나.”
“하지만 그렇게 되면 무림맹주 선출대회 참가 권한을 확보하기 힘들어지지 않겠어요? 칠마종 중 한 곳이 이곳 무림맹 총단을 노린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에요.”
“그렇긴 하지. 하지만 상당한 가능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곳 낙양은 무림 연합군의 보급 창고 역할도 하므로, 칠마종 중 한두 곳이 병력을 보내 총단을 점령하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때문에 내가 이곳에서 상황을 지켜보려는 것이다.”
“하지만 화산이나 형산에서의 전황이 무림맹 쪽에 불리해지면 어떻게 하지요?”
“그때는 지원을 나가든지 해야겠지. 우리에게 천마조가 있으니 기동력 면에서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아! 천마조를 생각하지 못했네요. 반나절이면 어디든 갈 수 있으니 상황에 따라 지원을 갈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정확한 전황을 알 수 있을지 그것도 걱정이긴 해요.”
“본교 낙양 분타의 정보력도 만만치 않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게다가 무림맹 병력이 칠마종 병력보다 못하지 않으니 한쪽이 압도하지는 못할 것이다.”
“무림맹과 칠마종이 양패구상할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그렇다. 다만 실제 싸움이 벌어진다는 가정하에서 하는 말이다. 그리고 신선계 반선들이라는 무시 못 할 변수가 있으니, 이왕 낙양에 남게 된 이상 차라리 신선계 반선들에 대해 본격적으로 조사해보려 한다.”
“하지만 아무런 단서도 없잖아요?”
“왜 없느냐? 무림맹주 좌평의 죽음이 있지 않으냐? 어떤 수를 써서라도 그의 시신을 살펴보면 작은 단서라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벌써 계획을 세우셨군요. 하기야 장례 후에도 좌평의 시신을 특수 관속에 계속 보존하고 있다고 하니 기회가 있을 거예요.”
“그래. 조사하러 갈 때 설이 너도 함께 가자.”
“네. 사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