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97
둥둥둥.
“출발하라!”
와아아.
함성과 함께 출정식을 마친 무림 연합군 무사들이 일제히 출발하기 시작했다.
출정대는 둘로 나뉘었다. 계획대로 무림 연합군 삼십만 병력 중 이십만은 화산으로 나머지 십만은 형산으로 향했다.
화산행은 서쪽, 형산행은 남쪽이었다. 그 방향이 확실히 구분되어 무림맹 총단 대문에서부터 진군 방향이 달라졌다.
짝짝짝.
무림맹 총단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낙양성 양민들이 열렬한 박수를 보낸 것은 물론이었다.
그들 대부분은 영웅대회에 참석했던 사람들로 비록 직접 전투에 참여는 하지 못하나 마음만은 함께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마대전에서 무림맹이 패배하고 낙양성이 적에게 넘어가면 그들의 삶 역시 비참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혹자는 누가 무림을 장악해도 양민들의 삶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실제는 달랐다.
특히 이곳 낙양성은 대부분의 사업체가 무림맹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만약 칠마종이 낙양 무림을 장악하면 그 터전을 빼앗길 공산이 매우 컸다.
“꼭 승리해서 돌아오세요!”
“무림맹 만세!”
무림 연합군 무사들의 행렬을 지켜보는 양민들이 격려의 말을 쏟아냈다.
양민들의 표정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전쟁에서 승리 후 무사히 돌아올 거라는 기대가 더 컸지만, 우려 역시 적지 않았다.
특히 무림맹 병력 절대다수가 출정을 나간 지금 혹시 모를 적의 침입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
세간에 알려진 무림맹 총단 잔존 병력은 대략 이만여 명.
특히 그중 절반은 정식 무사들이 아닌 낭인대 병력이었기에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양민들의 눈에 낭인무사들이란 전황이 불리해지면 언제든 도주할 수 있는 자들이었다.
양민들이 가장 믿고 있는 병력은 이번에 전격적으로 총단 잔류 결정이 내려진 와룡대 대원들이었다.
대부분 명문정파 출신인 그들의 잔류 결정은 오늘 새벽에야 이루어졌다.
원래는 그들 역시 화산행이 결정되었으나, 낙양성주의 간곡한 잔류 부탁이 있었다.
무림맹 지휘부는 숙고 끝에 이를 받아들였다.
사실 낙양성주의 부탁 외에 다른 이유도 있긴 했다.
첫 번째는 와룡대의 상징성이었다.
와룡대 자체 무력은 그렇게 크다고 할 수 없으나 사실 그들은 정파 무림의 미래라 할 수 있었다.
만에 하나 무림맹 총단이 공격을 받아 고립된다면 와룡대원들 때문이라도 무림 연합군 병력의 일부가 돌아와 총단을 사수할 거라는 강력한 기대감이 있었다.
두 번째는 다소 형식적이긴 하나 대주의 부재였다.
백엽이 용봉비무에서 우승하고도 대주 자리를 포기하는 바람에 아직도 대주 자리가 공석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출정 전에 새 와룡대주를 뽑으려 했으나, 좌평이 죽기 전 한 말이 논란이 되었다.
그것은 바로 영웅보 대공자가 복귀하면 그를 와룡대주로 임명하겠다는 선포로, 이번에 와룡대가 잔류하는 하나의 명분이 되었다.
실제 무림평의회 명의로 영웅보 대공자 백동방에 대한 와룡대주 임명이 공식적으로 발표되기까지 했다.
따라서 백동방, 아니 백엽이 영웅보 대공자로 낙양에 나타나기만 하면 별다른 절차 없이 와룡대주로 활동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된 셈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백엽이 걱정을 덜 수 있는 사실도 있었다.
그것은 잔존 병력에 영웅보와 장씨세가도 포함되었다는 점이었다.
백엽이 복귀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쓴 것인데, 출정식 직전 그 사실을 알게 된 백엽이 매우 기뻐한 것은 물론이었다.
“사부님. 영웅보와 장씨세가가 남게 되어서 기쁘시겠어요.”
“물론이다. 하지만 아버님은 그렇게 달갑게 생각하지는 않으실 것이다.”
“하기야 큰 공을 세울 기회인데 총단을 지키고 있어야 하니 답답하실 것 같네요. 하지만 저의 직감이지만 칠마종 놈들이 어떤 식으로든 낙양을 공격할 가능성이 큰 것 같아요. 무림맹 지휘부도 그럴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만 병력을 남긴 게 아니겠어요?”
“당연하다. 만통선생이 그 정도도 예상하지 못하겠느냐? 내 생각으로는 낙양성 내에 비밀 병력을 숨겨뒀을 가능성도 클 것이다.”
“저번에 염왕채 공격 때처럼 말인가요?”
“그렇다. 무림맹 총단이 적들의 손에 넘어가면 그야말로 큰일이기 때문에 절대로 소홀할 수 없지. 다만 그 병력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나도 알 수 없구나.”
“하기야 병참기지의 역할도 해야 하니까 무림맹 총단을 끝까지 사수하려 할 거예요. 한데 총단 방어 책임자가 의외이던데요?”
“좌 소저 말이냐?”
“네. 물론 원로원 고수들이 보필해준다고는 하지만 좌 소저가 총순찰 자리를 맡아 방어 책임자가 될 줄 몰랐어요. 아마도 부친을 암살한 범인을 계속 찾기 위함이겠지요?”
“그런 목적도 있겠지. 하지만 그보다 좌 소저가 갖고 있는 상징성도 있을 것이다. 죽은 맹주의 여식이니까 비상시에 단합을 이루는 계기가 될 수 있지.”
“그럼 여의공자는 어떻게 된 건가요? 그는 형산행 무림 연합군의 총지휘자가 되어 떠났잖아요? 정말 그에게 십만 병력을 맡겨도 될까요?”
“그 역시 상징성 때문이다. 내가 듣기로 부친의 죽음 이후 여의공자 역시 각성을 했다고 한다. 게다가 장로들이 대거 그를 보필하고 있으니 도마종을 상대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듣고 보니 그렇군요. 그래도 화산으로 향한 본대의 지휘는 만통선생이 맡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에요. 구파일방 장문인들도 화산으로 모두 향했고 말이에요. 아, 맞다. 오대세가 가주들은 모두 형산으로 갔다고 했나요?”
“그렇다. 아까 보지 않았느냐? 한데 설이 네가 요즘 무림맹 무사들 신경을 많이 쓰는구나. 어쩌면 향후 우리와 적이 될 수도 있는 자들인데 말이다.”
“그야 사부님께서 무림맹과 평화협정을 맺고 나아가 동맹까지 생각하고 계시니 저도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이지요. 그나저나 어서 좌평의 사인을 알아내야 할 텐데, 시신을 보지도 못하고 있으니 걱정이에요.”
“조급하게 굴지 마라. 아까 좌 소저가 나를 유심히 쳐다보는 것을 봤다. 조만간 부를 가능성이 크다.”
“아! 정말인가요? 저는 면사를 벗은 좌 소저 얼굴을 처음 보고 놀라느라 거기까지는 몰랐네요.”
“왜 놀랐느냐?”
“그야 너무 아름다워서지요. 북해빙궁에서 무공을 연마해서인지 특히 피부가 너무 고왔어요.”
“설이 너도 보통 미인이 아닌데, 임무 때문에 이렇게 남장을 하고 있으니 미안하다.”
“호호. 감사해요. 저는 괜찮아요. 남장을 해야 사부님 곁에 계속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 어서 막사로 돌아가자.”
“네. 사부님.”
* * *
좌약약이 백엽과 매영설을 자신의 집무실로 부른 것은 무림 연합군이 출정하고 이틀 후였다.
그전까지 백엽과 매영설은 낭인대 무사로서 성내 치안 유지 임무에 투입되었다.
다행히 낙양성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오히려 무림 연합군이 낙양을 떠난 이후 사람들의 경각심이 높아져서인지 혼란도 없었다.
다만 언제라도 적의 침공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 긴장감은 여전했다.
순찰당 당주이기도 한 총순찰 좌약약의 부름을 받은 백엽과 매영설은 집무실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그녀를 만났다.
총단 방어 책임자로 바쁜 좌약약의 미모는 가까이서 보니 더욱더 대단했다.
하지만 부친을 잃은 슬픔이 아직 가시지 않아 초췌한 모습도 간간이 보였다.
“어서 오세요. 어제 두 분을 부른다는 게 처리할 일이 많아서 하루 늦었어요.”
“아닙니다. 무슨 일입니까?”
백엽이 무심히 물었다.
좌약약이 말했다.
“두 분. 특히 무적공자께서 성주님 여식인 이 소저를 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제 아버님 시신을 한번 살펴봐 주시겠어요?”
“맹주님 시신 말입니까?”
“네. 공자께서 보시면 무슨 단서라도 발견할 수 있을까 해서······ 가능할까요?”
“물론입니다. 총순찰님의 명을 어찌 거역하겠습니까?”
“감사해요. 그리고 명이라니 가당치 않아요. 낭인대는 엄밀히 말해서 무림맹 소속도 아니고 거의 독립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부대이니까요. 절 따라오세요.”
“네.”
얼마 후 도착한 곳은 놀랍게도 무림맹주 집무실이었다.
좌평의 시신은 집무실 안에 놓여 있는 특수 관 안에 있었다.
마치 얼음처럼 한기를 내뿜는 관 때문에 집무실 안은 매우 추웠다.
물론 무공을 익힌 백엽과 매영설이 추위를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혹시 북해빙궁에서 만든 빙관(氷棺)입니까?”
“만년빙정(萬年氷精)으로 만든 관이에요. 만년빙관(萬年氷棺)이라고 하지요.”
“알고 있습니다. 만년빙관 속에 시신을 모시면 절대 썩지 않지요”
“네. 한번 살펴봐 주세요. 가슴에 구멍이 뚫린 것 말고는 아직 어떤 단서도 찾지 못했어요. 최소한 어떤 장력에 당했는지 알아야 흉수를 찾아낼 텐데······ 부탁드립니다.”
“네.”
백엽이 고개를 끄덕인 후 좌평의 시신을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일단 가장 먼저 본 것은 역시 가슴에 뚫린 구멍이었다.
심장은 완전히 파괴되어 흔적도 없었다.
하지만 그 외 특별한 것은 없었다.
가슴에 구멍이 뚫려 완전히 죽었다는 것.
그 외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가슴의 구멍 역시 지극히 평범했다.
강력한 장력에 의해 구멍이 뚫린 것은 확실했지만 그렇다고 어떤 특별한 장풍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무공을 특정할 수 없다. 정파 무공인지 흑도 무공인지 아니면 본교 무공인지 아예 알 수가 없다. 정말 평범한 수법에 당했구나.’
백엽이 안색을 굳혔다.
처음 좌평이 암살을 당했다고 했을 때 당연히 심한 싸움이 벌어졌을 거로 생각했다.
아무리 살수의 기습을 받았다고 해도 좌평 정도 되는 고수가 어떤 저항도 하지 못했을 거로는 생각 못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처는 너무 단순하고 깨끗했다.
‘상처만으로 흉수의 정체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일부러 숨겼다기보다 무공의 격차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던 것 같구나. 그래도 일단 중독 여부를 살펴봐야겠군.’
백엽이 품속에서 금침을 꺼내 좌평의 몸에 꽂았다.
모두 백팔 개였다.
생사금침대법을 응용해 사인을 알아내려는 것으로, 중독 여부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중독도 발견되지 않았다.
백엽이 금침을 뽑아 다시 침통에 넣자, 옆에서 초조하게 지켜보던 좌약약이 물었다.
“어떤가요? 뭐라도 발견하셨나요?”
“아닙니다. 지금으로서는 맹주님께서 중독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습을 당해 가슴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파악됩니다.”
“무슨 무공에 당하셨는지 알 수 있나요? 혹시 마교의 마공인가요?”
“아닙니다. 지극히 단순한 장력입니다. 따로 무공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한 장풍입니다.”
“그 말씀은 정사마 어느 쪽의 소행인지 알 수 없다는 건가요?”
“네. 죄송합니다.”
“아! 그럼 다른 방도는 없나요?”
“추적술을 펼쳐보려 합니다.”
“추적술이라 하심은?”
“일종의 향기를 추적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범인은 어떤 식으로든 맹주님을 타격했고 그때 발생한 파동이 아직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파동을 발견하면 그 흐름을 따라가 범인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제 제자만 남고 총순찰께서는 나가주시겠습니까?”
“아, 네. 얼마나 걸리나요?”
“한시진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네. 한데 월하공자 이분이 제자분인가요?”
“네. 추적술을 펼칠 동안 호법을 서줄 겁니다.”
“네. 부탁드려요.”
좌약약이 서둘러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말은 안 했지만 집무실 밖에서 자체 호법을 서게 될 그녀였다.
그녀가 나가자 백엽은 가부좌하고 눈을 감았다.
매영설이 말했다.
“가능할까요?”
“이곳이 사건 현장이니 기대해볼 만할 것이다. 그럼 바로 시작하겠다. 누구의 접근도 막아야 한다.”
“네. 사부님.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백엽이 천마추적술을 펼치기 시작했다.
시간이 점점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