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98
“뭔가 알아냈나요?”
좌약약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한시진 동안 집무실 밖에 있었던 그녀는 백엽이 천마추적술을 마쳤다는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안으로 들어왔었다.
“미세하지만 살수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아! 그게 정말인가요?”
“네. 하지만 워낙 미약해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놈이 도주한 방향을 조금씩 추적해보려 합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총순찰께서 낭인대에 연락해 제가 자유롭게 범인 색출 임무에 전념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알겠어요. 곧바로 낭인대주에게 연락하겠어요. 지금 이 시각부터 무적공자, 월하공자 두 분은 소속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하세요.”
“감사합니다. 중요한 단서를 찾거나 범인을 색출하면 최대한 빨리 총순찰께 보고드리겠습니다.”
“네. 기다리고 있겠어요. 한데 공자께선 누구의 소행이라고 예측하고 있나요?”
“칠마종과 신선계 반선 둘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총순찰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천마를 의심하고 있어요.”
“천마는 지금 십만대산에 있는데 어떻게 낙양까지 와서 살수를 펼칠 수 있겠습니까?”
“놈이 십만대산에 있다는 것 역시 완전히 확인된 것은 아니에요. 무엇보다 생전에 아버님께서 말씀하셨어요. 당신께서 변을 당하게 되면 십중팔구 천마의 짓일 거라고.”
“아, 그런 말씀을 하셨군요.”
백엽이 안색을 조금 굳혔다.
하기야 반선들이 출현하기 전까지는 그 역시 자신의 상대는 좌평 한 사람일 거로 생각했었다.
옆에 있던 매영설이 말했다.
“제 생각에는 반선들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반선들 수십 명이 이만 무림맹 정예를 궤멸시킨 것만 봐도 그들의 무공이 얼마나 가공한지 알 수 있지 않습니까? 게다가 놈들은 지금 칠마종 배후로도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반선들 몇 명 정도가 총단에 잠입해 맹주님을 시해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월하공자의 말씀도 일리가 있어요. 조사해보면 알게 되겠지요. 두 분께 거는 기대가 큽니다. 어서 서둘러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백엽과 매영설이 포권한 후 집무실에서 나왔다.
낭인대 무사들에게 내려진 임무에 구애받지 않게 되었기 때문인지 두 사람은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사부님. 정말 살수의 흔적을 알아내셨나요?”
“그건 아니다.”
“헉, 그럼 총순찰을 속인 건가요?”
“그것도 아니다. 다만 살수가 도주한 방향을 알아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외 알아낸 게 없으니 단서가 없다고 말할 수 있지.”
“방향만 알아낸 것만 해도 어디에요? 훌륭한 단서예요.”
“그런가? 일단 북쪽으로 가자.”
“북쪽이라면 와룡곡 방향인가요?”
“그렇다. 천마추적술에 의할 때 파동이 와룡곡 쪽으로 이어졌다. 일단 와룡곡으로 가서 주위를 수색해본다. 마침 와룡곡이 비어 있으니 방해를 받지 않을 것이다.”
“네. 바로 가도록 해요.”
“그러자.”
* * *
“여기서 흔적이 끊긴 것 같다.”
“파동 말인가요?”
“그렇다. 분명 이 주위다. 살수가 이곳으로 도주한 후 사라진 것 같다. 근방에 탈출로가 있을 것이다.”
백엽이 계곡 주위를 둘러봤다.
매영설 역시 두리번거렸다.
두 사람이 있는 곳은 바로 와룡곡이었다.
평소 와룡대원들이 수련하는 곳이나 최근에는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어쩌다 한 번씩 소수의 와룡대원들이 오긴 하나 그런 경우 역시 극히 드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정마대전이 발발한 비상시국으로 정상적인 훈련이 시행되는 시기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다만 와룡곡은 그 자체로 제2의 근거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삼일에 한번 와룡대원 몇 명이 점검차 들리고는 있었다.
백엽과 매영설은 좌약약의 허락을 받고 수색 임무를 수행하고 있어 누가 와도 거리낄 것이 없었다.
“계곡 안에 탈출로가 있다면 아무래도 저 동굴들 중 한 곳이 아닐까요?”
매영설이 와룡곡을 둘러싼 절벽에 뚫려 있는 수백 개가 넘은 동굴들을 가리켰다.
그 동굴들은 대원들의 임시 거처로 한 달 이상의 장기 훈련 때 요긴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동굴 안에는 벽곡단이 쌓여 있고 샘물 또한 사시사철 있었다.
식량과 물이 공급되고 있어 이곳에서 몇 달이고 버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네 말대로 동굴들 중 한 곳일 가능성이 있겠구나. 계곡 입구 외에 다른 곳은 막혀 있으니. 하지만 어느 세월에 저 동굴들을 다 살펴볼지 그게 걱정이구나. 수색한다고 반드시 살수의 탈출로를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하긴 그러네요. 한데 살수가 굳이 이곳에 와서 사라졌을 이유가 있을까요? 지금은 아니라 해도 당시는 와룡대원들이 수시로 들어왔다 나가고 했을 텐데 약간 이상해요.”
“은신술이 뛰어나면 다른 사람이 있든 없든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살수가 여기서 잠적한 것이 사실이라면 어떤 비밀 통로가 근방에 있는 게 확실하다. 지금으로서는 그 통로를 찾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구나.”
백엽이 동굴 입구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다가 가장 가까운 곳부터 들어가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다 조사해보시려고요?”
“그 수밖에 더 있겠느냐? 느려도 이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
백엽이 첫 번째 동굴에 들어가 수색을 하자 매영설 또한 가담했다.
두 사람이 독립적으로 수색할 수도 있지만 살수가 사라진 통로를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함께 찾아보기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만 허비해 금세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사부님. 이런 식으로 하면 열흘도 넘게 걸릴 것 같아요. 오늘은 그만하고 돌아가도록 해요. 낭인대 막사에 밤늦게 들어갈 수는 없지 않나요?”
“굳이 낭인대 막사에 돌아갈 필요가 없다. 살수 수색 임무를 맡은 이상 순찰당에서 지내도 되지. 그보다 나는 오늘 밤을 새울 생각이니 설이 너는 이만 돌아가 보도록 해라.”
“저 혼자서요? 낭인대 100조 막사로 복귀하란 말씀인가요?”
“아니다. 너는 이 길로 본교 낙양 분타에 들른 후 새 소식을 알아보고 순찰당에 가서 나를 기다려라. 아마도 새벽쯤 내가 갈 것 같으니 방을 하나 잡아놓고 자고 있으면 될 것이다. 그럼 내가 알아서 들어갈 것이다.”
“네. 사부님.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매영설이 고개를 숙인 후 와룡곡 밖으로 빠져나갔다.
원래라면 함께 밤을 새워 수색하겠다고 떼를 썼겠지만 천마신교 낙양 분타에 들러보라는 말에 순순히 떠난 것이었다.
매영설이 사라지자 백엽은 계속해서 동굴들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천마추적술을 믿는다. 반드시 이 근처에 살수의 대피로가 있다. 대피로를 발견하면 파동이 이어질 터. 그 흔적을 찾아가면 신선계 위치를 알아낼 단서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 * *
스스슷.
백엽의 몸놀림이 갈수록 빨라졌다.
와룡곡 동굴 수색에 속도가 붙은 것이다.
매영설이 가고 난 후 그의 수색 속도는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그 결과 새벽이 다되어 갈 무렵.
그 많던 동굴들을 거의 전부 들어가 보기에 이르렀다.
최소 열흘은 걸려야 할 것 같은 수색이 하루 만에 종결될 수 있을 듯했다.
“휴우! 이제 마지막이군.”
백엽이 와룡곡 한구석에 있는 동굴 한 곳을 쳐다봤다.
한데 동굴 입구가 너무 좁았다.
어린아이 한 명 정도 겨우 들어갈 정도였다.
와룡대원의 입대 조건 중 하나가 십오 세 이상임을 생각하면 거의 사용이 안 되는 동굴일 가능성이 컸다.
‘축골공을 사용해야겠군. 동굴 자체는 매우 오래된 것 같은데 실제 거처로 사용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마지막 동굴이니 간단히 살펴보는 게 좋겠군.’
백엽이 축골공을 펼쳐 몸을 절반으로 줄인 후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한데 얼마 지나지 않아 동굴이 끝나는 게 아닌가.
‘동굴 입구도 좁은 데다가 내부 공간도 협소하구나. 다른 동굴처럼 샘터도 없고. 그러고 보니 벽곡단을 넣어둔 항아리도 보이지 않는군.’
백엽이 실망하며 신형을 돌리려 했다.
그 실망은 지금 동굴에 대한 실망이라기보다 새벽까지 이어진 전체 수색에 대한 것이었다.
천마추적술을 통해 이곳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었지만 결국 이렇게 아무 성과 없이 끝나게 된 것이었다.
이제 이후 수색은 그야말로 기대할 수 없는 상황.
범인이 누구인지 과연 그가 신선계 반선인지 알아낼 수 없게 된 것이었다.
이는 사실 여간 꺼림칙한 일이 아니었다.
반선들의 능력을 생각해볼 때 앞으로 그의 계획에 막대한 차질을 불러올 수 있었다.
‘정체를 알게 되면 두려움은 반으로 줄어드는데 정녕 이렇게 수색을 끝내야 하는 건가.’
백엽이 착잡한 심경으로 동굴에서 빠져나오려 할 바로 그때.
그의 손가락에 끼어 있던 반지에서 위잉 하는 소리가 났다.
그 반지는 바로 미혼진에서 얻게 된 반지, 즉 지존환(至尊環)이었다.
지존환이란 이름은 지존비수처럼 백엽 스스로 만든 것이었다.
그동안 사실 이 지존환은 별다른 특성을 나타내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반응을 나타낸 것이었다.
“으음, 무슨 소리지?”
백엽이 지존환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들었다.
위이잉.
반지 자체에서 우러나오는 진동음이었다.
한데 살짝 움직일 때마다 그 소리의 고저가 달라졌다.
백엽이 통로를 가로막고 있는 벽 쪽으로 걸어가자 그 소리가 극대화되었다.
‘으음, 이 벽 뒤에 공간이 있다는 말인가.’
백엽이 맞은편 벽에 손을 댔다.
아무 느낌이 없었다.
사실 동굴에 들어와서 길이 막혔을 때 무형지기로 벽 전체를 살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벽을 부숴보는 수밖에 없겠다.’
백엽이 우장에 내공을 실어 그대로 벽을 내리쳤다.
콰콰쾅.
폭음과 함께 벽이 무너지며 공간 하나가 나타났다.
새 통로였다.
특수 재질이라서 외부에서 공간을 파악하지 못한 것 같았지만 지존환 덕분에 발견하게 된 셈이었다.
백엽이 주저하지 않고 새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빠른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가자 다행히 점점 공간이 넓어졌다.
백엽이 자연스럽게 축골공을 멈추고 본래 몸으로 돌아갔다.
아무래도 축골공을 펼친 상태에선 본신의 힘을 제대로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했다.
우르릉하는 굉음과 함께 백엽 뒤의 통로가 그대로 무너져 버리고 만 것이었다.
“아!”
백엽이 탄식을 터뜨렸다.
졸지에 퇴로가 막힌 것이었다.
이는 와룡곡으로 돌아갈 길이 없어진 것으로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금마옥에서 탈출할 때 비슷한 경험을 해서인지 그렇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일단 계속 들어간다. 와룡곡으로 돌아가는 문제는 나중에 생각한다.’
백엽이 눈을 빛내며 계속 전진했다.
하지만 한참을 가도 끝이 없었다.
분명 일직선으로 나아가고 있는데도 그 느낌이 왠지 이상했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인가 동굴에서 느껴지는 기운 역시 달라졌다.
동굴 특유의 퀴퀴한 냄새와 습함이 아닌 뭔가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라고 할까.
동굴 벽 역시 언제부터인가 금빛이 우러나오고 있어 통로 전체가 금빛으로 가득 찼다.
백엽이 뭔가를 깨닫고 눈을 빛냈다.
‘진법이다. 그것도 내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고도의 진법이다. 느낌으로 봐서 거대한 환영진법 같은데 혹시 신선계로 들어가는 입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