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01
훈수 두는 천마님 99편
목소리는 왜 이런 주제에도 안 맞는 게임을 만든 것일까?
첫 번째와 두 번째 게임은 콘셉트도 나쁘지 않았고, 나름 손에 땀을 쥐게 했었다.
그러나 마지막 서커스 게임은 굳이 서커스일 필요가 있었나 싶었다.
물론 박현수와는 관계없는 일이었다.
그는 빠르게 원숭이들을 잡아 목걸이를 확인했다.
벌써 오십 개가 넘었지만 모두 가짜였다.
“대체 몇 마리야?”
오십 마리를 넘게 잡았는데, 서커스장을 뛰어다니는 원숭이는 아직도 빼곡했다.
박현수는 중앙으로 내려가 원숭이를 차례로 잡아갔다.
피에로는 기분 나쁜 얼굴로 히죽히죽 웃으며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다고 말을 걸거나 하진 않았다.
그게 더 기분 나빴다.
‘근데 저 원숭이는 왜 갇혀 있지? 저 녀석이 걸고 있는 게 진짜 목걸이인가?’
고개를 저었다.
목소리는 분명 엄청 어렵다고 말했다.
대놓고 특별해 보이는 것이 진짜일 리가 없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노릇.
박현수는 피에로 앞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이시죠?”
“이 녀석 확인해 보고 싶은데요.”
“얘 목에 걸려 있는 건 가짜랍니다. 설마 진짜를 여기다 뒀겠어요? 그런 기만은 하지 않아요.”
“됐고. 확인하고 싶다고요.”
“이 손님 참 완강하시네.”
피에로가 곤란한 얼굴로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그럼 확인시켜 드릴게요. 잠…….”
“야.”
피에로가 막 철창문을 열려는데, 뒤에서 낮게 깔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피에로는 고개만 들어 박현수를 보았다.
그늘진 박현수의 얼굴엔 매서운 살기가 흐르고 있었다.
“넌 뭐냐?”
“가, 갑자기 왜……. 그렇게 무서운 표정으로 말하지 말아 주세요.”
“넌 뭐냐고.”
“자꾸 저보고 뭐냐고 하시면……. 보다시피 피에로입니다만?”
“넌 왜 나랑 대화가 되는 거냐고 묻는 거야.”
처음엔 위화감이 없었지만, 목소리 녀석이 만든 놀이동산엔 모두 가짜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한데 피에로하고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곳 역시 목소리가 만들어 낸 장소일 텐데 말이다.
“그, 그것이……. 어떻게 눈치를 채셨는지.”
피에로는 어색하게 웃으며 자연스럽게 뒷걸음질을 쳤지만.
박현수의 손이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
“컥!”
“네가 목소리구나?”
“아, 아니…….”
“어디에든 있다. 그래, 너는 어디에든 있을 수 있지.”
“이, 일단 놓고…… 컥!”
아귀에 힘을 주었다.
목소리가 준 팁은 마치 원숭이를 두고 하는 말 같았지만, 그건 착각하기 좋게끔 만들기 위해 한 말이었다.
“치사한 새끼.”
박현수는 그대로 피에로의 목을 분질렀다.
발버둥 치던 팔다리가 아래로 축 늘어졌다.
그대로 바닥에 내려놓으니.
“후우! 한 번 죽었네!”
피에로의 부러졌던 목뼈가 원상태로 되돌아오며,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의 목덜미를 문질렀다.
“첫째!”
그리곤 박현수에게 검지 하나를 내밀었다.
“게임 클리어는 저를 죽인다고 되지 않습니다! 둘째!”
검지에 이어 중지가 펼쳐졌다.
“게임 클리어는 진짜 목걸이를 찾아야 합니다! 아시겠나용?”
“역시 안 죽나.”
대화가 통해서 혹시나 죽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목소리가 만들어 낸 곳답게 놈의 소유물은 파괴되지 않았다.
“넌 목소리가 아니구나.”
“진짜 무서운 사람이네요.”
“진짜 목걸이 어디 있어.”
“찾아보세요.”
피에로가 양팔을 활짝 펼치며 말했다.
그의 뒤로 원숭이들이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확실히 있는 거야?”
“확실히!”
“그러면.”
한 마리씩 잡는 건 지겹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박현수가 눈을 부릅뜨자, 신나게 달리던 원숭이들이 일제히 허공으로 떠올랐다.
‘저 사람들은 역시 인형이군.’
관객들은 원숭이가 떠오르는 중에도 하늘을 향해 기계적으로 팔을 허우적거리고 있다.
“세상에나. 마법사십니까?”
박현수는 피에로의 질문을 무시하고 원숭이들을 한데 모았다.
그가 오른손을 올리자 원숭이들의 목에 걸린 목걸이들이 일제히 진동하기 시작했다.
움켜쥐듯 빈 허공에서 주먹을 쥐자 목걸이들이 뚝뚝 끊기며 그에게 천천히 내려왔다.
“아니, 이건 너무 반칙인데?”
“여기 중엔 진짜가 없군.”
“그건 어떻게 아십니까?”
피에로가 과장된 얼굴로 묻자, 박현수가 같잖단 얼굴로 대답해 주었다.
“네 반응이 없다고 말해 주잖아.”
“아.”
주먹을 완전히 움켜쥐자 목걸이가 일제히 파괴됐다.
원숭이들을 모두 놔주었다.
‘같은 생각입니다.’
원숭이의 수는 엄청나지만, 아닌 말로 박현수가 전력을 다한다면 모든 목걸이를 다 확인할 수 있었다.
‘원숭이라는 게 비유적인 표현이 아닐까요?’
[예를 들어?]‘음……. 예까진 들지 못하겠는데.’
[모르면 돌아다녀야지. 시간이 많지 않다.]시간은 어느새 40분대에 진입했다.
박현수는 피에로를 지나쳐 출구 쪽으로 뛰어갔다.
“흠. 뭔가 눈치를 챈 걸까요?”
피에로의 물음에 목소리가 대답해 왔다.
“고생이 많으시네용.”
“저, 저도요?”
“사, 사장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피에로는 시무룩한 얼굴로 자신의 목을 문질렀다.
아까 목 부러졌을 때가 떠오르자 괜히 소름이 돋았다.
* * *
박현수는 창고에 도착했다.
서커스답게, 창고엔 온갖 동물이 창살에 갇혀 있었는데, 그중엔 맹수도 잔뜩 있었다.
대부분 지구에서 볼 수 없는 종이었다.
“저건 뭐야?”
위아래로 송곳니가 굉장히 발달 된 맹수였는데, 생긴 건 커다란 여우 같았다.
그 옆엔 털 전체가 뻣뻣해 보이는 다리가 여섯인 짐승은 가까이 가자, 고슴도치처럼 털들이 날카롭게 섰다.
“왠지 여기가 의심스러운데요?”
[공역을 펼쳐서 살펴봐라.]“안 그래도 그러려고요.”
박현수는 의념을 열고 공역을 사용했다.
창고는 상당히 넓었지만, 그래 봐야 서커스 천막의 일부였다.
그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창살을 덮고 있는 헝겊들을 치웠다.
자고 있던 동물들이 놀라서 깨거나, 무시하거나, 으르릉거렸다.
사나운 종은 발로 창살을 거칠게 두들기는 경우고 있었다.
“예민한 것들.”
하긴 저 좁은 우리에 종일 갇혀 있으면 좀이 쑤시다 못해 괴로울 것이다.
“확 탈출시켜?”
[그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지.]“그렇겠죠? 지금은 어떤 변수라도 노려야 하니.”
시간이 20분을 돌파했다.
박현수는 기공을 일으켜 모든 우리의 자물쇠를 파괴했다.
동물들은 움찔했지만, 이내 문이 열렸다는 걸 알고 하나둘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어차피 목소리가 만들어 낸 것들이니 다 가짜겠지만, 그렇더라도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면 저놈들도 행복할 것이다.
아마도.
“한층 편하네.”
동물들이 대부분 빠져나가자, 찾아보기 좀 더 수월해졌다.
문제는 수월해졌다뿐이지 원숭이는커녕, 원숭이 꼬리도 발견하지 못했다.
박현수는 턱을 긁으며 창고를 샅샅이 살폈다.
“다른 장소인가?”
[저기 문이 하나 더 있구나.]그는 스승이 가리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작은 사무실이었다.
안을 둘러보니, 아기자기한 서커스용 소품들이 잔뜩 있었다.
박현수는 그것들을 만지작거리며 낡아 보이는 책상을 둘러봤다.
각종 서적과 서류철, 볼펜, 불을 비추는 향초 정도가 끝이었다.
“별거 없네.”
대충 더 둘러보고 나가려고 할 때, 그의 눈에 묘한 게 눈에 들어왔다.
“바닥에 뭐가 그려져 있는 거야?”
바닥을 가로지르는 꼬불꼬불한 갈색 선 같은 게 그려져 있었다.
[미적 감각 하고는.]“애가 낙서해 놓은 것 같네.”
다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창고 바닥을 보게 되었는데.
“어?”
[왜 그러느냐?]“잠시만요.”
박현수는 빈 창살 아래로 지나가는 갈색 선을 발견했다.
머릿속에서 번개가 치는 것 같았다.
그는 선을 따라 달려갔다.
선을 가리는 소품들은 다 치워 버리고 따라간 끝에, 드디어 발견할 수 있었다.
“동물들 탈출시키길 잘했네요.”
[뭐?]“찾은 것 같습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게냐?]“원숭이 엉덩이 찾았다고요.”
박현수는 갈색 선과 이어진 펑퍼짐한 곡선을 가리키며 웃었다.
* * *
피에로는 우르르 나오는 동물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치우라고 저 동물들을 다 풀었담.”
그 짧은 시간 동안 모든 우리를 다 풀었다는 것도 놀라웠다.
‘설마 찾는 건 아니겠지?’
피에로는 고개를 털었다.
원숭이는 쉽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아니, 쉽게 찾을 수 있지만, 그 때문에 더 쉽지 않았다.
모순되는 말이었지만, 사실이 그러했다.
10분이 지났다.
박현수는 아직도 밖에 나오지 않았다.
‘못 찾은 게 분명해.’
지금까지 창고를 배회하고 있는 거면 가망은 없다.
그리고 이 정도로 찾지 못했다면, 남은 두 목숨 동안에도 찾긴 글렀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피에로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래. 게임은 강하다고 무조건 깰 수 있는 게 아니지.’
피에로가 킥킥 소리 내어 웃었다.
“뭘 웃냐?”
그때, 창고에 있어야 할 박현수가 웃는 얼굴로 걸어 나왔다.
“차, 찾으셨나요?”
“글쎄.”
“찾기 힘들죠? 하하, 쉬운 게 아니라니까요.”
“옆으로 비켜 봐.”
“네?”
“비켜 보라고.”
“아니, 잠…… 으헉!”
박현수가 옆으로 손을 젓자 피에로의 몸이 관중석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의념을 사용한 것이다.
그는 서커스장을 덮고 있는 카펫을 들어 올렸다.
보통 사람이 한 번에 걷어 내기엔 너무 컸지만, 박현수는 어렵지 않게 위로 걷어 버렸다.
피에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디에든 있다. 꿀팁 줬었네.”
박현수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바닥에 커다란 원숭이 그림이 그려져 있고, 원숭이 목엔 붉은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박현수는 바닥에 기운을 불어넣었다.
“아, 안 돼!”
피에로가 비명을 지르며 관중석에서 뛰어내렸지만, 박현수가 다시 밀어내자 저항도 못 하고 관중석에 처박혔다.
“거기서 구경해라.”
붉은 목걸이가 실체화되기 시작했다.
그곳으로 걸어가 실체화된 목걸이를 움켜쥐었다.
목걸이가 붉은빛을 내뿜었다.
-어?
할리가 깨어난 것도 그 순간이었다.
-그거 맛있겠다.
“하, 할리?!”
반지에서 튀어나온 할리가 졸린 눈으로 목걸이를 움켜쥐었다.
그다음 작은 입에 쏙 집어넣었다.
“할리!”
-우물우물~ 맛있어.
그리고 변화가 시작되었다.
반지에서 불길처럼 보이는 붉은색 기운이 솟구쳤다.
박현수는 팔목을 손을 꽉 붙잡았다.
서커스 천막이 무너져 내렸다.
피에로는 그 광경을 보며 얼굴을 잡아당겼다.
“줴에엔장…….”
[WIN!!]박현수는 게임이 끝났음에도 진정할 수 없었다.
“할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거죠?”
[본좌도 정확히 모르겠지만, 할리의 힘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반지의 형태가 점점 변화하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타들어 가는 기분이었다.
그대로 반지를 뽑고 싶었지만, 왠지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보르도는 클리어 장소에서 벌어지는 사태에 눈살을 찌푸렸다.
박현수가 어찌 알고 동물들을 모두 탈출시켜 클리어의 실마리를 잡았는지는 도통 알 수 없었지만, 클리어보다 그에게 발생한 변화가 더 신경 쓰였다.
어차피 그가 여기까지 온 이상, 자신의 승산은 극히 적었다.
검은 벽이 깨지며 꼭두각시 인형이 튀어나왔다.
꼭두각시 인형은 형형한 안광을 빛내며 양손에 든 망치를 꽉 쥐고 박현수를 향해 뛰어올랐다.
“죽어라!!”
망치가 리볼버의 탄창처럼 변하더니, 해머가 뒤로 밀리며 장전되었다.
꼭두각시 인형 보르도가 있는 힘껏 망치를 내려쳤다.
박현수가 혀를 차며 몸을 뒤로 빼려 했지만, 갑자기 손가락에서 끔찍한 격통이 일었다.
“크악!”
망치가 박현수의 머리에 닿았다.
콰아앙!!
커다란 폭발과 함께 화약 냄새가 연기를 타고 사방을 퍼져 나갔다.
보르도가 입가에 미소가 만개했다.
“히히! 주, 죽였…… 헉!”
그러나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망치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보르도는 막대기만 남은 망치를 보며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할리……. 이런 거였으면 말을 했어야지.”
-미안.
약간 성숙해진 듯한 할리의 목소리.
박현수는 연기를 걷으며 보르도를 향해 걸어 나왔다.
보르도는 달라진 박현수의 모습을 보며 말을 더듬었다.
“너, 너, 그, 그 모습 뭐야?”
“이거?”
그는 양팔과 어깨를 잇는 건틀렛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널 데려가는 사신의 모습.”
박현수의 신형이 움직였고, 보르도는 그 속도를 인지하지 못했다.
“……제기랄, 샐든이 여기였어야 해.”
꼭두각시 인형이 먼지조차 남지 않고 소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