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10
훈수 두는 천마님 108편
일주일 전.
집에 돌아온 박현수는 곧장 냉장고를 옆으로 치워 버리고 검은 구멍을 확인했다.
천경의 심상 세계라기에 사라진 줄 알았지만, 어째선지 검은 구멍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유를 알기 위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펼쳐진 광경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왔냐?”
두더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박현수는 우울한 눈으로 두더지를 바라봤다.
“너.”
“하하. 지금 꼴이 좀 그렇긴 하지?”
두더지는 실시간으로 사라져 가는 중이었다.
들판도 마찬가지였다.
한땐 창창한 하늘과 푸르른 초원이 펼쳐져 있던 들판은 검게 죽다 못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핏빛 하늘이었던 때가 나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야?”
“할배가 자신을 희생했을 때부터.”
고작해야 몇 시간 되지 않았다.
“영영 사라지는 거야?”
“글쎄. 나는 그렇지 않을까?”
박현수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는 의문스러운 눈으로 두더지를 보았다.
“방금, 뭐라고 했어?”
“뭐가?”
“방금…… 나는 그렇다고?”
두더지가 조용히 그를 지켜보다가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눈치는 빠르구나.”
“무슨 뜻이지? 빨리 말해!”
“박현수.”
두더지가 진지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왠지 모를 긴장감이 흘렀다.
그는 대답하지 않고 두더지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나도 모든 걸 알지는 못해. 하지만 아예 모를 수도 없지.”
두더지는 천경의 화신.
천경 본인은 아니지만, 세상에서 누구보다 천경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박현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스, 스승님은 살아 계신 거야?”
“모른다.”
“그럼 네가 아는 건 뭔데.”
“적어도, 이곳에서 죽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다.”
천경은 사라졌지만, 죽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곳에선 죽었을 수도 있고, 살아 있을 수도 있다.
두더지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박현수는 떨리는 두 손을 꽉 붙잡았다.
“확신은 할 수 없어. 네 몸에서 빠져나가고부터 그를 느낄 수 없게 됐으니까. 내가, 그리고 이곳이 사라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겠지.”
“너는 사라지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야?”
“몰라. 영영 소멸할 수도 있고. 사실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나란 놈은 할배의 과거가 허상이 되어 만들어진 가짜일 뿐이니.”
두더지는 그리 말하면서 들판을 길게 훑어봤다.
“지난 한 달은 꽤 재밌었다.”
한 달 동안 박현수는 스승과 두더지와 함께 이곳에서 죽을 각오로 수련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나름 재밌었다.
“나도 즐거웠다.”
“그만 나가 봐. 여기 있다가 같이 사라지지 말고. 할배 다시 봐야 하잖아?”
“……고맙다.”
“고맙기는. 그리고, 한 가지 더.”
박현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밖에 누구 있다.”
그 말을 끝으로 두더지는 완전히 사라졌다.
들판도 서서히 먼지가 되더니, 두더지가 사라지는 걸 기점으로 급속도로 사라져 갔다.
박현수는 마지막 말을 떠올리며 미간을 찌푸렸지만, 이내 표정을 풀고 두더지가 사라진 방향을 보며.
“한 달 동안 고마웠다.”
고개를 꾸벅 숙인 후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들판이 완전히 사라지자 검은 구멍이 진동하더니, 작은 점이 되어 소멸했다.
한때 박현수와 천경이 수련하던 장소는 아무것도 없는 새까만 어둠으로 뒤덮였다.
* * *
유성우가 쉴 새 없이 떨어지는 땅.
그곳에 붉은 기운을 줄줄 흘리는 마검 한 자루가 박혀 있었다.
그 맞은편엔 한 청년이 앉아 있었는데, 그의 눈엔 짙은 음영이 깔려 있었다.
“아니다.”
[키킥. 과연 내 주인답다. 일어나라. 강해지려면 쉴 시간 따윈 없으니까.]아이작이라 불린 청년은 무릎을 짚고 힘겹게 일어났다.
그는 마검의 손잡이를 쥐곤 눈살을 찌푸렸다.
혈관을 파고드는 끔찍한 감각은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아이작이 현재 있는 곳은 아프리카.
무법 지대라 불리는 곳으로 이미 버려진 땅이나 다름없는 지대였다.
하루에도 수차례 포탈이 개방되어 끔찍한 재앙이 발생하는 곳으로 이곳이라면 얼마든지 강해질 수 있었다.
아이작은 피폐한 몰골을 이끌고 마검이 말한 장소로 이동했다.
킹을 죽이기 위한 힘을 기르기 위해서.
* * *
박현수는 방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았다.
말끔한 하얀 피부와 앞에는 청색, 뒤는 남색으로 된 신기한 머리 모양, 지구의 복장이라기엔 독특한 의복, 마지막으로 적황으로 나뉜 오드아이까지.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생긴 남자였다.
이 자가 두더지가 밖에 있다고 한 누군가인 모양이었다.
“누구지?”
박현수는 날이 선 목소리로 남자에게 물었다.
허락 없이 집에 막 들어온 사람한테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었다.
“하하, 목소리가 조금 무섭네.”
“누구냐고 물었다.”
박현수는 주먹을 서서히 쥐며 대답을 재촉했다.
상대에게서 살의가 느껴지진 않지만,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여차하면 전투가 벌어질 수도 있다.
남자가 박현수의 행동에 양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아아- 싸울 생각 없으니까 주먹은 쥐지 않아도 돼.”
“닥치고 누구냐고 물었잖아.”
내공이 흘러나와 방 전체를 가득 채웠다.
남자는 식은땀을 흘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진정하라고, 진정.”
“네가 진정하지 못하게 구는데 어떻게 진정을 하겠냐?”
“난 싸울 생각 없어. 오히려 너랑은 긴밀하게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찾아온 거야.”
“나도 싸울 생각은 없는데, 여차하면 싸울 생각도 있어.”
“특이점이야.”
“……?”
갑자기 훅 들어온 남자의 발언에 박현수는 고개만 기울일 뿐이었다.
순간적으로 ‘특이점’이라는 단어가 뭘 말하는지 알 수 없었다.
물론 깨닫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특……이점?”
“너와 같은.”
남자가 박현수를 검지고 가리키며 말했다.
박현수는 머리가 혼란스러웠지만, 그의 말을 쉽사리 부정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남자에게서 예측하기 힘든 힘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나타난 적 없는 특이점이 뜬금없이 왜 나타난 거지?”
“너라면 함께해도 괜찮겠다 싶어서.”
“나랑 함께한다고?”
“그래.”
“그 말은, 다른 헌터들과는.”
“같이할 생각 없어~”
남자가 빙긋 웃으며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박현수가 어째서냐고 물어보려는데, 남자 쪽에서 먼저 대답해 왔다.
“시험해 봤는데 너무 약하더라고.”
“네가 언제 그들을 시험해 봤는데?”
“아, 이 얘기를 안 했네.”
남자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아무렇지도 않게 충격적인 말을 내뱉었다.
“얼마 전까지 군세에서 일했었거든.”
“……너 이 새끼!”
박현수는 남자의 목을 움켜쥘 생각으로 팔을 뻗었다.
그러나 남자는 푸른 빛의 입자가 되어 어렵지 않게 피했다.
의념이 열리며 마나가 그의 손안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남자를 이루는 빛의 입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남자는 재밌다는 말을 중얼거리면서 다시 형태를 이루었다.
박현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지만, 남자의 손에서 튀어나온 금색 지팡이가 그의 팔을 쳐 냈다.
그리곤 끝에 달린 파란 보석이 빛을 내더니, 허공에서 수십 개의 빛의 사슬을 소환해 박현수의 사지를 포박했다.
물론 사슬들은 단숨에 깨졌다.
“워워- 진정하라니까?”
“이 자식.”
박현수는 성급하게 달려들지 않았다.
몇 번 손을 섞어 본 결과, 이런 작은 공간에서는 제압할 자신이 없었다.
‘상상 이상으로 강해.’
S급 헌터들보다 강하다.
그러니 놈은 특이점이 맞다.
박현수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군세에 있었다는 말, 제대로 해명하는 게 좋을 거다.”
“무서운 녀석. 일단 내 소개를 하지. 내 이름은 카본. 예언에 나온 세 명의 특이점이자, 오래전 대실종에서 마라카나란 세상으로 떨어졌다가 이번에 귀환하게 된 귀환자다.”
대실종이란 말에 박현수의 눈이 커졌다.
10년 전, 모스크바에서 발생했던 사건으로, 약 200명의 아이가 한날한시에 사라진 일이 있었다.
러시아 당국은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찾으려고 했지만, 결국 단 한 명의 아이도 찾지 못하고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네가 대실종의 생존자라고?”
“나도 처음 알았어. 그 사건에 대실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걸.”
카본은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씁쓸하게 웃었다.
“대실종이 일어난 날, 나를 비롯한 200명의 아이는 마라카나라고 불리는 이계에서 눈을 떴고, 10년이 흐른 오늘.”
그는 마지막 말을 담담하게 내뱉었다.
“나만 살아남아 지구로 귀환했다.”
* * *
“……충격적이군.”
“뭐, 이미 지난 일이니까.”
사연을 들으니 새삼 그가 달라 보였다.
정확히는 그가 가진 힘에 집중하게 되었다.
카본이 마르카나에서 손에 넣은 힘은 마법이었다.
마법사를 본 적 없는 건 아니었지만, 제대로 겪은 적은 없었다.
악의 엔트로피는 마법이라기엔 악한 힘에 휩싸여 제대로 된 마법을 사용한 적 없었고, 제례용과는 싸움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비숍은 사령 마법을 사용했지만, 할리의 활약으로 아무것도 못 하고 사라졌다.
‘엔트로피나, 비숍과 비교하면 확실하게 위. 제례용과는…….’
제례용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나, 그가 했던 일들을 떠올리면 앞선 두 명보다는 확실히 월등했다.
즉, 카본은 초월의 영역에 이른 마법사였다.
“좋아. 네 말을 믿겠다. 하지만 그게 군세에서의 일을 해명할 수는 없어.”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 친구.”
“난 네 친구가 아니야.”
박현수가 으르렁거리며 대답했다.
카본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건 조금 슬프군. 아무튼, 내가 군세에 있었던 이유는 간단해. 이런 말이 있잖아.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무조건 이긴다. 그래서 군세에 잠입했다.”
“잠입?”
“나쁘지 않았어. 의외로 복지가 괜찮더군. 물론, 악취 나는 놈들뿐이었지만.”
“그곳에서 뭘 알아냈지.”
“딱히 알아낸 건 없어. 폰의 자리까지 올라갔지만, 룩이란 놈이 나를 못 믿었는지 많은 걸 가르쳐 주지 않았거든.”
폰이라면 군세의 간부 중 말석이었다.
그리고 뒤늦게 밝혀진 바에 따르면, 초거대 포탈에서 각 영역을 지키고 있던 이들이 폰의 직책을 가진 간부들이었다.
“……설마 시험했다는 게.”
“흑란과 버팔로의 힘을 시험해 봤다.”
“네가 모드의 팔을 잘랐구나?”
“좀 더 극적인 연출이 필요할 것 같아서.”
카본이 무슨 문제라도 있냐는 얼굴로 말했다.
박현수가 당장에라도 달려들려고 하자, 카본이 다급하게 뒷말을 덧붙였다.
“물론, 다시 붙일 수 있어.”
“정말이냐?”
“당연하지. 일단 쓸모가 없어도 총알받이 정도는 될 테니까.”
카본은 모드의 팔을 잘랐을 때를 떠올렸다.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단단해서 자르는 데 꽤 애를 먹었다.
“S급 헌터는 충분히 인류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 너는 왜 자꾸 그들을 쓸모없다고 얘기하는 거냐?”
“쓸모가 없으니까. 그들은 킹이 본격적으로 나선다면 아무것도 못 할 거야.”
직접 킹을 보지 못했지만, 킹이 가지고 있는 힘이 어느 정도인지는 간접적으로 느꼈다.
과연 오싹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를 잡는 게 불가능하진 않았다.
“다른 이들은 필요 없어. 너와 나면 충분해.”
“…….”
“너도 알고 있잖아. 넌 이미 초월의 영역에 발을 들였어. 그들은 인간치고 강하지만, 평생을 가도 절대 초월에 도달할 수 없어. 초월에 이르지 못한다면 우리가 설 전장에 낄 자격이 없는 거라고.”
박현수는 반박할 수 없었다.
킹이 살아 있는 이상, 강서일 같은 적이 또 나타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둘 이상이라면, 장담컨대 그 혼자만으로는 막아 낼 수 없었다.
마지막에도 그들은 강서일에게 타격이랄 것도 입히지 못했다.
아주 작은 틈을 만들었을 뿐이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쓰러트린 건 박현수 자신이었다.
“제약이 끝날 때까지 남은 시간인 2년. 너의 성장 속도라면 2년 동안 꾸준히 수련했을 때, 충분히 킹을 죽일 수 있다. 내가 전력으로 돕도록 하지.”
“아이작은?”
박현수는 또 다른 특이점 아이작을 언급했다.
카본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안 돼. 잠깐 지켜봤지만, 이미 마검에 완전히 잡아먹혔다. 독자 노선을 걸을 거야.”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힘을 합치는 건 불가능하리라.
“모드의 팔부터 되돌려라. 얘기는 그다음이다.”
“좋은 생각이야. 그럼 내일 이 시간에 다시 오지.”
카본의 몸이 흩어져 사라졌다.
박현수는 구석진 자리로 가 등을 기대고 앉았다.
-현수 힘내.
“그래.”
그는 할리의 작은 위로를 받으며 눈을 감았다.
큰일이 지나간 지 얼마나 됐다고.
박현수는 머릿속이 복잡해짐을 느꼈다.
* * *
“크큭. 최상호와의 거래가 짐을 살린 셈이 되었군.”
킹은 손에 쥔 세 개의 보석을 보며 광인처럼 웃었다.
엄청난 손해를 입었다.
박현수라는 인물 하나 때문에.
지금까지 자신을 방해하긴 했지만, 이번 건 방해한 수준을 넘어 일을 거의 망쳤다.
어쩌면 목적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위기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최상호에게 붙잡혔던 5년의 기간 중 아직 2년이 남았다는 것.
걸려 있는 제약이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될 줄은 몰랐다.
어차피 인간들은 이곳을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이르지만, 아무래도 깨울 준비를 해야겠군.”
슬슬 깨어날 시기가 다가오긴 했지만, 일이 급해질 대로 급해졌다.
그 작은 차이가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모르지만, 그들이 깨어난다면 세상은 다시 자신의 손으로 돌아오리라.
“형제들이여, 준비하라. 묵시록의 때가 곧 도래하리니.”
킹의 손에서 거무죽죽한 기운이 흘러나와 보석들을 휘감았다.
보석들이 각각의 색을 발광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세상을 탐할 것이다.”
킹의 등을 비추는 창에서 한 마리의 창백한 말이 울음을 토했다.
* * *
다음날이 되었다.
카본은 약속했던 시간에 돌아왔다.
“그의 팔을 고쳤다.”
“재주도 좋군.”
“결정은.”
“나는 헌터들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어. 그들은 분명 강해질 거고, 그때가 되었을 때 나와 함께 군세와 맞서 싸울 거야.”
“그 말은.”
“하지만.”
박현수는 정리한 이불을 손으로 툭툭 털었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 카본을 쳐다보았다.
“2년 동안 힘을 길러야 한다는 말은 동감이다.”
강함은 지키는 것이다.
박현수는 그렇게 정의했고, 그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선 당연히 힘이 필요하단 정답을 내렸다.
“2년 동안 네놈과 어울려 주지.”
“하하. 좋은 선택이야.”
“대신, 네놈도 약속해라.”
“어떤?”
“인류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마.”
“…….”
“네가 타 차원에서 고생한 건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2년 동안 그들은 누구보다 노력했고,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예정이다.”
“그들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인간의 한계를 네놈이 정하지 마!”
카본의 눈이 커졌다.
“인간은 언제나 진화해. 인류라고 부를 수 없는 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그래 왔어. 그러니까 이번에도 그들은, 나는 진화할 거다. 그러니까 포기하지 마.”
“뭐.”
카본은 바닥을 응시하다가 고개를 주억였다.
“좋아. 그 정도는 어렵지 않지.”
“잠깐만 기다려.”
“뭐하게?”
“쪽지 좀.”
박현수는 작은 종이에 한 줄짜리 쪽지를 적었다.
그는 이불 위에 쪽지를 올려두고 떠날 준비를 끝냈다.
“됐나?”
“그래.”
“2년 동안 꽤 혹독할 거다.”
“걱정하지 마.”
박현수는 배낭을 짊어지며 말했다.
“나는 존나 강하니까.”
두 사람의 모습이 빛에 휩싸였다.
그리고 빛이 사라졌을 땐, 좁은 반지하 원룸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고, 하유락이 쪽지를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