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38
훈수 두는 천마님 135편
더 블랙이 노한 음성을 토해냈다.
“실패하였단 말이냐!!”
“소, 송구합니다.”
그의 신하가 몸을 덜덜 떨며 고개를 숙였다.
퀸의 핵을 회수하기 위해 무리해서 쏜 ‘열광의 재해’였다.
재사용하려면 5년을 재충전해야 하는 강력한 무기였다.
아무리 초월자라도 견딜 수 없는 파괴력이었다.
한데 실패했다.
“그 마법진은 뭐란 말이냐?!”
“그것이…… 현재 파악 중이옵니다.”
“통탄할 일이로다!”
핵 회수에 실패하더라도, 지구의 대륙 하나 정도는 날려 버렸어야 했다.
그러나 그조차 성공하지 못했다.
뜬금없이 연성된 열 개의 마법진 때문이었다.
‘그 방어력. 초월에 이른 마법사가 분명하다.’
박현수 말고도 초월에 이른 이가 인간 중에 있단 말인가?
군세가 파악하기로 그런 존재는 있을 수 없었다.
지구는 아리스의 유지를 이어받은 행성.
고작 2년 동안 초월에 이른 각성자가 나타나는 건 불가능했다.
‘특이점 중에 마법사가 있었나?’
박현수와 마검을 다루는 인간, 그리고 정체 모를 한 명.
더 블랙의 눈이 번뜩였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세 번째 특이점.
그 마법진은 그가 사용한 것이 분명했다.
특이점이 아니고선 그런 짓을 벌일 인물이 지구엔 없었으니까.
예상하지 못했다.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았기에 없는 존재로 인식했다.
실책이었다.
“빌어먹으으으으으을!”
더 블랙의 로브가 거세게 펄럭거렸다.
신하는 몸을 벌벌 떨며 무릎 꿇고 최대한 몸을 낮췄다.
오랜 경험상 지금 같은 상황에서 실수라도 한다면 그날이 마지막 날이다.
사악한 기운이 폭풍이 되어 장내에 휘몰아쳤다.
그때였다.
“괜찮소, 황제여.”
검은 바람과 함께 킹이 나타났다.
더 블랙은 거무죽죽한 안광을 흩뿌리며 킹을 보았다.
“무엇이! 무엇이 괜찮단 말인가!”
“핵은 회수되었소.”
“지금 나랑 장난…… 뭐라고?”
킹이 망토 안에서 손을 꺼냈다.
그곳엔 커다란 회색 구슬이 들려 있었다.
구슬의 표면엔 붉은색 살점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어떻게……?”
열광의 재해는 박현수를 뚫지 못했다.
퀸의 시체는 그의 품 안에서 지켜졌다.
한데 킹은 어떻게 퀸의 핵을 가져왔단 말인가?
더 블랙의 머릿속에서 수많은 가설이 떠올랐지만, 죄다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무슨 짓을 해도 박현수의 눈을 속이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킹은 달랐다.
“본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오.”
“……그렇군. 오로지 그대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어.”
더 블랙이 웃기 시작했다.
킹이 누구인가.
초월자?
군세의 주인?
모두 틀렸다.
킹이란 ‘죽음’을 지배하는 존재.
이론상 죽은 모든 것들은 그의 통제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퀸은 어떻게 보면 그와 가장 가깝다고 볼 수 있었다.
“이제 필요한 건 기적과도 같은 우연뿐.”
“흐흐흐흐, 흐하하하하하하하!”
더 블랙의 광소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 * *
박현수는 퀸의 가슴이 빈 것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누군가 심장을 가져갔다.
방금까지만 해도 그녀의 가슴은 멀쩡했다.
잠깐 하늘을 보는 사이에 훔쳐 간 것이다.
“내 기감에 잡히지 않았어.”
그 말은 물리적인 간섭이 아니었다는 뜻이 된다.
흥미로운 일이었다.
비어 버린 가슴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축축하고, 끈적한 느낌이 들었지만, 생살과 피를 만지는 느낌이 아니었다.
‘음?’
손은 피 칠갑이 되어 있었지만, 짙은 혈향은 나지 않았다.
살짝 맛을 보았다.
가래를 끌어모아 퉤 뱉었다.
피 맛이 아니다.
약간 역하고 머리가 띵한 것이, 기름 냄새 같기도 한 것이.
‘인위적인 느낌이야.’
정확한 설명은 못 하겠지만, 날 것이 아닌 건 분명했다.
그렇다면 퀸은 만들어진 존재라는 게 된다.
확실한 건 아니었다.
몸에 기름 냄새가 진동하는 생물이야, 우주에 없다고 장담할 수 없는 거니까.
하지만 박현수는 그녀가 인공 생명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면 심장만 쏙 빼간 게 설명되지 않아.”
그는 퀸의 시체를 허공섭물로 띄우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안데르센이라면 퀸의 정체가 무엇인지 충분히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정 안 되면 아멜리아의 돌을 써도 좋고.’
현실 조작 능력을 갖춘 아멜리아의 돌이라면 퀸을 심장이 ‘있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현태도 있으니 걱정은 없겠어.’
그녀의 비밀을 알아낼 방법은 많았다.
* * *
“현수야!”
본부로 돌아오니 하유락이 한걸음에 달려 나왔다.
그 뒤로 익숙한 얼굴들이 줄줄이 따라 나왔다.
박현태만이 건물 입구에서 약간 피곤한 얼굴로 형을 지켜보고 있었다.
“괜찮은 거야? 다친 데는 없고?”
“드, 등이. 괜찮은 것이냐?”
“그 여자는 해치웠나?”
하유락, 칭란, 타케시가 동시에 말하니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박현수는 진정하라면서 두 손을 내밀었다.
“한 명씩 말해요, 한 명씩.”
“괜찮은 거야?”
하유락이 앞으로 걸어 나와 걱정스러운 눈으로 물어왔다.
“보다시피 멀쩡합니다.”
“등이 피범벅이잖느냐!”
“상처만 요란할 뿐인 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그렇다면야 상관없다만.”
칭란은 여느 할머니가 그러하듯 쯧쯧 혀를 차며 상처를 돌봤다.
외형과 안 어울리는 목소리 톤과 행동이었기에 박현수는 어색하게 웃을 뿐이었다.
“그 여자는 어떻게 됐는지 알려다오.”
“야, 이왕 이렇게 된 거 너도 걱정해 주면 안 되냐?”
“그 정도 상처론 끄떡도 안 한다는 걸 알고 있다.”
맞는 말이라서 반박할 수 없었다.
장난으로 한 말이라 서운한 것도 없었고.
박현수가 손가락을 튕기자 허공에 숨어 있던 퀸의 시체가 나타났다.
세 사람이 헉 소리를 냈다.
“이거, 보물을 가지고 오셨군.”
“헙.”
“아, 놀랐나요?”
박현태는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흠칫했다.
안데르센이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괘, 괜찮습니다.”
“아무튼, 대단한 형님을 두셨습니다. 그리고.”
박현태는 힐긋 바라보는 안데르센의 시선에 마른침을 삼켰다.
“당신도 말이죠.”
“네?”
“이번에 각성한 겁니까? 그 힘.”
“아…… 네. 이번에 각성, 했는데요.”
알 수 없는 위화감에 박현태는 살짝 시선을 돌렸다.
“아직 각성자 등록은 하지 않으신 모양입니다.”
“고, 곧 할 생각이었어요.”
“아하.”
잠깐의 정적이 이어졌다.
박현수는 퀸의 시체를 둔 채로 세 사람과 대화하고 있었다.
이곳은 불편해서, 어서 저곳으로 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움직일까 하다가도 괜히 눈치가 보였다.
“눈치 보지 않으셔도 됩니다. 가 보세요.”
“아, 네.”
당사자가 그리 말해 주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박현태는 고개를 숙이고 형에게로 달려갔다.
안데르센은 안경을 벗어 가운으로 알을 닦았다.
“로벤. 어떻게 된 겁니까?”
박현태의 능력은 분명 로벤의 ‘시공간의 도면’이었다.
그리고 눈치로 보아하니, 본인도 그걸 아는 듯했다.
박현수도 마찬가지였다.
알고 있으니까 이곳으로 불렀겠지.
‘이건 좋은 상황인가?’
로벤의 능력은 절대성을 가졌다.
킹에게 패배하긴 했지만, 대체재가 존재하지 않는 능력이었다.
그 능력이 돌아왔다.
박현태라는 인물에게로.
하지만 그가 로벤이 될 수 있을까?
로벤의 카리스마와 리더쉽을 흉내나 낼 수 있을까?
안데르센은 주머니에 손을 꽂고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향했다.
‘지켜보면 알겠지.’
능력을 공개한 이상 여러 가지로 이슈가 될 것이다.
결과는 그때 가서 내도 된다.
지금은 그보다 급한 문제가 있었다.
“제가 그 시체를 좀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그러려고 가지고 왔는걸요.”
박현수가 웃으며 퀸의 시체를 그에게 양도했다.
안데르센은 시체를 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흥미롭군요.”
“아무래도 인공적인 생명체인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을 조사 부탁드립니다.”
“인공적인 생명체라.”
과연 인위적인 향이 코를 찌른다.
만약 정말 인공 생명체라면 대단한 보물을 얻은 셈이었다.
군세에서 이런 걸 만들어 냈다는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왔고, 다음으로 큰 상처 없이 죽인 박현수가 놀라웠다.
지구의 영웅이란 별칭이 잘 어울리는 남자였다.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군요.”
“그리고 여러분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아니, 뉴 월드의 모든 간부진을 소집해 주세요.”
“어떤 말?”
하유락의 질문에 그녀를 쳐다봤다.
“군세의 목적을 알아냈어요.”
정적이 흘렀다.
모두가 속으로 생각했다.
박현수는 정말 괴물이라고.
* * *
“삐이…….”
모나미는 한창 꿈속을 배회하고 있었다.
사방이 분홍색 솜사탕 구름으로 된 하늘이었다.
아기 용은 신나게 날갯짓하며 솜사탕을 포식했다.
솜사탕 색은 모두 같았지만, 맛은 부위별로 달랐다.
행복했다.
역시 단 게 최고였다.
하지만 솜사탕 구름은 영원하지 않았다.
하늘이 어두컴컴해졌다.
“안 댸!!!!”
쿠르릉-!
천둥소리와 함께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날씨가 되었다.
솜사탕 구름 위엔 아무것도 없어 비가 내릴 일도 없건만, 이곳은 꿈속이었다.
모나미는 똑똑하지만, 세상의 지식이 부족한 헤츨링이었고.
아무것도 없는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솜사탕이 빠르게 녹아내렸다.
모나미는 삐삐 소리를 내며 비를 막으려고 했지만, 작디작은 아이가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삐이…… 삐이이…….”
커다란 눈에 물기가 맺히며 줄줄 흘러내렸다.
솜사탕은 거의 다 녹아 사라졌다.
아직 한참 더 먹을 수 있는데.
그러나 비는, 모나미 따윈 알 바 아니라는 듯이 더욱 거세게 내리기 시작했다.
앙증맞은 볼이 양옆으로 부풀어 올랐다.
아이는 울먹거리며 하늘을 원망스럽게 노려보았다.
노란색 날개가 열심히 파닥거렸다.
스읍- 있는 힘껏 숨을 들이켰다.
배가 빵빵하게 차오르더니, 축구공처럼 동그래졌다.
“하지마아아아아아아!!!”
토해진 숨과 커다란 모나미의 목소리가 하늘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비가 멎었다.
모나미는 갑자기 그친 비에 동그랗게 뜬 눈으로 주변을 보았다.
까맣던 하늘이 다시 파랗게 물들고 있다.
입술이 귀엽게 벌어졌다.
“우와아아아!”
곳곳에서 솜사탕 구름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모나미는 기분 좋게 솜사탕 구름에 몸을 던졌다.
그러나 몸은 어이없이 솜사탕 구름을 뚫고 지나갔다.
모나미가 눈을 껌뻑거리며 뒤를 돌아봤다.
솜사탕 구름이 사라지고 있다.
하늘이 다시 어두워지며 비를 쏟아내려고 했다.
서러워서 다시 눈물이 났다.
거기에 분노까지 차올랐다.
눈을 잔뜩 찌푸린 모나미는 작은 주먹을 부르르 떨며 소리칠 준비를 했다.
“하지……!”
그러나 소리를 지를 수 없었다.
새빨간 눈이 하늘에서 자신을 내려다봤다.
모나미는 멍한 표정으로 그 눈을 마주했다.
세로로 길게 뻗은 검은색 동공은 흉측하게 꿈틀거리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그리고 모나미 앞에서 멈추었다.
쩍쩍 갈라지는 메마른 목소리였다.
후욱-!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남아 있던 솜사탕 구름들이 바람에 찢겨 허공에 흩날렸다.
그리고.
“…….”
거대하며, 새빨갛고, 단단해 보이는 피부가 드러났다.
흉측한 발톱은 세상을 갈라놓을 것 같았고, 다섯 쌍의 날개는 하늘을 덮었으며, 꼬불꼬불하게 솟은 여섯 개의 뿔은 모든 것을 꿰뚫을 것처럼 뾰족했다.
무엇보다 경악스러운 것은 행성을 통째로 깨부술 것 같은 거대하고, 길쭉한 주둥이였다.
“딸꾹!”
너무 놀란 나머지 모나미가 딸꾹질을 시작했다.
저 거대한 것에 비하면 모나미는 먼지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거대하고, 사악한 ‘드래곤’이 모나미를 내려다보았다.
드래곤의 입꼬리가 위로 길게 찢어졌다.
그것은 그리 말하곤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동시에 모나미도 잠에서 깼다.
“끵…….”
모나미는 멍한 표정으로 커다란 눈을 껌뻑였다.
비록 꿈속일지라도.
“딸꾹! 딸꾹!”
눈앞에 나타난 압도적인 공포에 연신 딸꾹질만 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