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4
훈수 두는 천마님 13편
“차로는 접근할 수 없습니다.”
“헬기에서 낙하하는 방법밖엔 없을 것 같습니다.”
“생존자들을 수색하려면 경찰과 소방청의 도움이 필수입니다.”
“최우선으로 몬스터로 인한 2차 피해를 최대한 막아야 합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발생한 피해 추정액만 천억 이상입니다.”
“다른 포탈들도 문제입니다. 당장은 괜찮다 해도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들이 있습니다. 이쪽에만 신경을 팔고 있다간 그곳들도 개방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제2의 ‘포탈 임팩트’가 벌어질 겁니다.”
이민아는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2년 전, 세계를 대공황 상태에 빠트렸던 포탈 임팩트가 이 땅에서 다시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생존자들의 구조입니다. 어떻게든 생존자들을 찾아내십시오. 그것이 우리 협회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몬스터들은 투입되는 길드들에게 맡기는 방향으로 갑니다.”
“시체 수습은…… 모든 사건이 종결된 이후입니다. 산 사람이 먼저입니다. 명심하세요.”
이민아는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자신도 곧장 강동구로 가기 위해 준비했다.
그때, 부하 하나가 다급히 달려왔다.
“무슨 일이죠?”
“일단 보시죠. 강동구로 보낸 감시 드론의 라이브 영상입니다.”
부하가 노트북을 내밀었다.
이민아는 노트북을 받아들고 실시간으로 업로드되는 드론의 영상을 보았다.
폐허나 다름없게 된 강동구의 전황이 한눈에 들어왔다.
정말 2년 전이 떠오를 정도로 처참한 광경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이민아는 너무 놀라 하마터면 노트북을 놓칠 뻔했다.
“이, 이 뱀은?!”
“일자산 포탈의 주인으로 추측됩니다.”
영상으로도 엄청난 크기였다.
7층짜리 건물보다 더 큰 걸 보면 지금까지 발견된 몬스터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했다.
이런 괴물이 날뛴다면 강동구가 아니라 서울 전역이 난리가 날 것이다.
“B등급 포탈에서 나올 만한 몬스터가 아니잖아…….”
어째서 이런 괴물이 서식하는 포탈이 고작 B등급으로 측정되었단 말인가?
“단순히 패턴 타입만이 새로운 게 아니었단 말이야?”
“팀장님.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이게 문제가 아니라면 또 뭐가 문제란 말인가?
“또 뭐가 있습니까?”
“아니요. 화면을 잘 보십시오.”
“뭘 잘 보라고…….”
부하의 말에 다시 화면을 들여다봤다.
자세히 보니 거대한 뱀이 갈라진 도로 한복판에서 몸을 배배 꼬며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마치 뭔가와 싸우는 것처럼 보였다.
“확대하겠습니다.”
부하가 화면을 두 번 두드리자 영상이 확대되었다.
이번만큼은 이민아도 경악을 감출 수 없었다.
영상 속에서 한 남자가 거대 뱀과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민아가 남자의 이름을 외쳤다.
“현수 씨?!”
그는 얼마 전 협회에서 A급으로 판정받은 헌터 박현수였다.
* * *
[저런 거대 괴수와의 싸움에선 거리는 무의미하다. 차라리 놈의 시야가 닿지 않는 지근거리에서의 전투가 효율적이다.]천경은 오래전 내단을 얻기 위해 영물 사냥을 나선 적이 있었다.
당시에 눈앞의 거대 뱀보단 떨어져도, 15척 크기의 영물 뱀과 맞선 적 있었다.
박현수는 쏘아져 온 뱀의 머리를 반대편으로 회피했다.
양손으로 바닥을 짚고 균형을 붙잡았다.
그리고 곧바로 천마비행을 사용해 뱀의 머리 위까지 뛰어올랐다.
몸을 한 바퀴 돌려 다리를 아래로 찍어 내렸다.
공격에 실패한 뱀이 재빨리 몸을 구부려 위치를 낮췄다.
발꿈치가 애먼 허공을 격했다.
“칫, 덩치는 산만 한 놈이 재빠르긴!”
[공중에서 오래 머무르지 마!]내공을 발바닥에 보내 천경이 했던 것처럼 공중을 밟았다.
당연히 뜀박질 같은 건 불가능했지만, 방향을 트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박현수가 아래로 떨어지기 무섭게, 몸을 180도로 튼 뱀이 그가 있던 곳을 꽉 깨물었다.
착지하기 무섭게 천마출도로 몸을 빠르고, 경쾌하게 만들었다.
뱀이 자연스럽게 허리를 꺾어 돌진해 왔다.
박현수는 녀석의 붉은 눈을 마주 보았다.
‘빨라.’
크기가 크기인지라, 조금만 움직여도 거리를 확 좁혀 왔다.
속도까지 빠르니 매 순간이 위험했다.
이대로 달려가다가는 놈의 아가리 속으로 다이빙하는 꼴밖엔 안 된다.
천마출도는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핵심 포인트.
박현수는 벌어진 뱀의 아가리 속을 들여다보며 나아가던 발을 억지로 뒤로 옮겼다.
천마출도의 흐름이 끊겼지만, 천마출도는 노선만 확실하다면 언제고 다시 이어 붙일 수 있는 보법이었다.
곧장 반대 발을 바깥으로 선회해 방향을 틀었다.
물리적으로 어려운 움직임이었지만, 내공을 최대로 끌어내 가능하게 만들었다.
기존보다 이해도가 7%나 상승했다.
‘젠장, 무릎이.’
그렇다 해도, 절반조차 안 되는 이해도.
능숙하지 않은 움직임은 결국 몸에 과부하를 주었다.
“아, 안 했는데요 그런 말?”
[그래?]“예!”
[그렇다면 뭐. 넘어가도록 할까?]“뭐라는 거야, 이 영감탱…… 우왁!”
뱀이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아무튼, 방금 같은 움직임은 차라리 내공으로 전신을 강화해 부담을 나눠라. 그편이 유지력 면에서 더 낫다.]“알겠습니다!”
박현수는 뱀의 몸통 쪽으로 파고들어 주먹을 연달아 날렸다.
몸통을 파괴해도 죽지 않는다지만, 데미지까지 누적되지 않는 건 아닐 것이다.
천마군림보의 걸음을 통해 내뻗은 정권 지르기가 뱀의 중앙 몸통에 정확히 꽂혔다.
크아아-!!
뱀이 괴로운 듯 비명을 질렀다.
펀치 기계를 때릴 때보다 파괴력이 훨씬 늘었다.
지금이라면 적어도 1,300점 이상의 위력이라고 확신했다.
역시 데미지는 들어갔는지, 뱀이 몸통을 구부렸다.
그러자 머리도 딸려 내려왔다.
몸이 스프링처럼 말려 있어 오르는 건 금방이었다.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뱀이 몸을 크게 흔들었지만, 천마출도와 천마 비행을 적절히 섞어 균형을 잡았다.
천경의 내려찍기가 머릿속으로 파고들었다.
심플한 공격이었다.
성공시키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성공만 시킨다면 엄청난 파괴력을 내포하고 있었다.
뱀이 턱관절을 뽑아 주둥이를 180도로 열었다.
박현수를 떨어트리기 위한 수법이었다.
“늦었어!”
각력은 전력을 다했다면 S급 판정을 받을 정도로 강력했다.
그때보다 더 강해졌으니, 이딴 뱀의 뚝배기 정도는 아예 터트려 버릴 수 있을 것이다.
“덩치만 큰 새끼야!”
하중에 힘을 싣고 그대로 뱀의 머리에 내려찍었다.
빡-!
묵직한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박현수는 울상을 지었다.
내려찍기가 제대로 들어갔지만, 반대로 자신의 다리가 반쯤 부러진 것 같았다.
‘그래도 이 정도라면……!’
골통을 부쉈을 것이다.
[뛰어내려!]그때, 아래에서 다급한 스승의 목소리가 들렸다.
-위험한 인간은 죽여야 한다.
“컥!”
기이한 목소리가 뇌리에 파고들었고, 등에서 차가 들이받은 듯한 묵직한 충격이 느껴졌다.
뱀의 꼬리가 박현수의 등을 가격한 것이다.
버스보다 크고, 두꺼운 꼬리였다.
전신의 뼈가 부서지는 듯한 고통이 일었다.
의식이 끊어지기 직전의 실처럼 간당간당했다.
-주인이시여, 강자를 잡아 성장하십시오.
크롸라라라라!
뱀이 포효했다.
박현수의 내려찍기에 제대로 당했을 텐데도 생각보다 멀쩡한 모습이었다.
뱀의 두 눈에서 붉은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천경이 미간을 찌푸렸다.
술사가 있다면 또 다른 문제가 된다.
아무리 박현수가 뱀을 쓰러트려도 완전히 소멸시키지 못하는 이상 몇 번이고 부활할 가능성이 있었다.
“쿨럭, 쿨럭!”
[큰일이로군.]천경은 각혈하는 제자를 보며 혀를 찼다.
뱀은 거대했지만, 충분히 박현수가 싸워 볼 만한 상대였다.
그런데 방해꾼이 끼어들었다.
심지어 목숨줄까지 걸린 상황이 되었다.
박현수만이라면 천경이 충분히 데리고 도망칠 수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목적을 떠나, 하나뿐인 제자가 괴물의 손에 죽는 건 극구 사양이었다.
죽을 땐 적어도 사람에게 죽어야 한다.
-이 세상은 우리의 것이 되리라.
[저 미친 물고기 새낀 아까부터 뭐라고 하는 거야?]마음 같아선 골통을 터트려버리고 싶었지만, 박현수를 제외하면 건드릴 수 없는 몸이었다.
[가자, 제자 놈아.]천경이 박현수를 들어 올리려 했다.
“이것 참, 몰골이 말이 아니시군. 우리 슈퍼 루키 군은?”
공간에 거대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주변의 수분이 삽시간이 증발했다.
공기가 뜨거워졌다.
건조해진 아스팔트 위로 불길이 솟구쳤다.
그 위로 뾰족한 구두가 내려앉았다.
사자 갈기 같은 붉은 머리칼이 위로 흩날리며, 열풍으로 코트가 펄럭였다.
그 안으로 몸매 굴곡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새빨간 원피스가 보였다.
“그래도 술사의 존재를 모르는 것치곤 아주 잘해 줬어. 역시 차기 길드원감이라니까?”
레드 라이온의 수장이자, 세계에 단 아홉뿐인 S급 헌터.
하유락이 뱀과 어인 사제를 보며 붉은 입술을 위로 끌어당겼다.
“그러니, 이제 이 누나한테 맡기고 푹 쉬고 있으렴.”
가장 먼저 발화하기 시작한 건 머리카락이었다.
열기로 떠오른 머리카락이 한 올 한 올 타오르기 시작했다.
다음은 걸치고 있는 코트였다.
마치 불의 망토를 두른 것처럼 새빨갛게 이글거렸다.
하유락은 반쯤 그러쥔 쥔 손을 들어 올렸다.
팔 전체가 불길이 되어 노란색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여자는 음의 기운을 타고나 양의 기운이 과하면 목숨이 위태롭다.
한데 하유락은 고유 능력을 통해 극양지체가 되었고, 그 자체로 타고나는 성질을 역전시켰다.
무림인인 천경의 입장에선 놀랄 노자였다.
“뱀 새끼랑 물고기 새끼. 이번엔 나랑 놀아 보자.”
불꽃이 폭발했다.
* * *
박현수는 힘겹게 눈을 떴다.
그는 눈동자만 굴려 주변을 살펴보았다.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건물 내부였다.
“스승님 어떻게 된…… 큭.”
일어나려던 박현수는 등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다시 드러누웠다.
“스승님이 절 데리고 도망치신 겁니까?”
[도망쳤다는 표현은 저급하다. 앞으론 후퇴라는 표현을 쓰도록.]“그거나 그거나요. 잠깐, 그럼 그 뱀은…… 으윽.”
[멍청한 놈. 하여튼, 도망치긴 했다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구나.]“무슨 말이죠?”
[그 처자가 나타났다. 왜, 머리부터 발끝까지 빨갛던 처자 있잖나.]박현수는 처음에 못 알아들었지만, 정황상 이곳에 단독으로 올 만한 사람이라면 한 명밖에 없었다.
“레드 라이온의 길드장입니까?”
[맞다, 그거. 이름 참 어렵단 말이지.]“그 여자가 어떻게?”
[본좌야 모르지. 그 처자 덕분에 쉽게 이곳까지 올 수 있었다. 처자의 힘이라면 그 두 놈 정도는 어떻게든 되겠지.]천경은 하유락의 힘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무공과는 완전히 다르지만,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힘이었다.
경지로 치자면 초절정은 못 되지만, 준하는 수준은 되었다.
“안 됩니다.”
[무슨 소리냐?]“그놈은 제 먹잇감입니다. 다른 놈에게 뺏길 수는 없어…… 크윽…….”
박현수는 억지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전신의 뼈가 요동칠 텐데도 입술이 피가 날 정도로 깨물어 고통을 참아 냈다.
“그럼 방법이 없겠습니까?”
[뭐라?]“방법이 없을까요?”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예.”
천경이 눈살을 찌푸렸다.
방법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랬다간, 박현수의 몸이 버티지 못할 것이다.
박현수의 눈을 보았다.
그 안에 투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이런 눈도 할 줄 알았던가?
천경이 입꼬리를 슬며시 들어 올렸다.
“정말요?”
[대신 후폭풍을 견뎌야 하는 건 오로지 네 몫이다.]“……그건 문제없습니다.”
콰아앙!!
창밖으로 빨간 불길이 스쳐 지나갔다.
천경이 박현수에게 손을 뻗었다.
[끝나고 나서 아프다고 징징대지 말아라.]“물론입니다.”
[이건 일시적이니, 무적이 됐다고 착각했다간 그대로 골로 가는 거야. 명심해.]박현수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천경의 공력이 손을 타고 박현수의 머리 안으로 스며들었다. [이것은 언젠가 네놈이 얻어야만 하는 힘이다.]
쿵쾅-!
심장이 터질 듯이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