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53
훈수 두는 천마님 150편
콰광!!
번개가 내리치며 어두운 방 안이 한순간 환해졌다.
킹은 각 자리에 앉아 있는 세 명의 기수를 보며 말했다.
“다음 주가 인간들의 마지막 훈련이란 첩보가 들어왔다.”
2년 전 사건으로 첩보원들을 대량으로 잃긴 했지만, 극소수는 살아남아 지속적으로 정보를 보내오고 있었다.
“약한 자들이 위기에서 새로운 힘을 손에 넣고 있다고 하더군.”
“흥. 그래 봐야 버러지들 아니겠소?”
“S급 헌터가 벌써 8명 추가됐다더군.”
“그런 것들 한 무더기 모여 봐야 불나방에 불과할 뿐이오.”
레이지가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
S급 헌터가 인간 중에서 강할진 몰라도, 기수급으로 올라오면 별 볼 일 없는 건 사실이었다.
다른 기수들도 그건 동의했다.
문제는.
“다음 훈련에서 S급 헌터들도 각성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문제지.”
“놈들이 각성해 봐야…….”
“초월자가 대량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이 말이로군.”
“그렇소, 황제여.”
더 블랙만이 킹의 의중을 눈치챘다.
바이스가 이해했다는 듯 그 말에 덧붙였다.
“이례적인 일이겠군요. 한 행성에서 초월자가 여럿 발생한다는 것은.”
우주를 뒤져 봐도 그런 사례는 찾기 힘들 것이다.
사실 이미 이례적인 일은 벌어졌다.
군세는 알지 못했지만, 박현수를 제외한 아이작과 카본은 지구 출신 초월자였다.
한 세대에서 동시에 3명의 초월자가 탄생한 셈이었다.
거기다 세피로트의 12 가문 중 한 곳의 적자인 루치엘도 지구에 있었다.
만약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경악을 금치 못하리라.
“흥. 초월자가 여럿 나타나도 고작해야 이제 막 초입에 선 애송이들. 힘을 되찾고 나면 그딴 것들은 나 혼자서 처리할 수 있다 이 말이야.”
“쯧쯧. 멍청한 놈.”
“뭐요?”
더 블랙이 한심한 눈초리로 쏘아보자, 레이지가 인상을 팍 구겼다.
“상대 진영에 초월자가 많아진다는 건, 박현수의 뒤를 받쳐 줄 전력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넌 그것을 감당할 수 있겠나?”
“박현수라면 내 좋은 상대지.”
“좋은 샌드백이겠지.”
“그건 나를 두고 하는 말이오?”
“영 말귀를 못 들어먹는 녀석은 아니라 다행이군.”
“이 늙은이가!”
“그만.”
두 사람이 충돌하기까지 일촉즉발의 상황.
킹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더 블랙은 콧방귀를 꼈고, 레이지는 혀를 차며 더 블랙을 노려보았다.
“우리끼리 싸우자고 모인 자리가 아니다, 레이지.”
“어련하시겠소.”
“우리는 마지막 훈련에 개입할 것이다.”
“그러다가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어요.”
잠자코 있던 바이스가 껴들었다.
“이미 박현수에게 큰 피해를 두 번이나 봤어요.”
바이스와 레이지의 정체가 드러났고, 기존의 퀸의 육체를 빼앗겼다.
군세 입장에선 엄청난 손실이었다.
운이 좋아 더욱 강력한 퀸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지만, 네 기수 중 두 명의 정보가 공개된 건 결코 좋지 못했다.
“또 당하지 말란 법은 없어요.”
“맞는 말이야.”
킹은 놀라울 정도로 쉽게 수긍했다.
바이스는 그의 의중이 뭔지 궁금했다.
당최 속마음을 모르겠다.
그러자 킹이 그녀를 보며 조용히 웃기 시작했다.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이로군.”
“아무래도요.”
킹은 옆에 놓인 와인잔을 들었다.
찰랑거리는 자주색 와인이 글라스에 담겨 부드럽게 흔들렸다.
“방법은 단순하다. 충분히 전장을 어지럽힐 전력을 보내면 된다.”
“그만한 전력이라면 우리 기수이거나, 새로운 군세의 간부 정도밖에 없소.”
“그 말이 맞다, 레이지. 하지만 꼭 군세의 전력일 필요는 없지.”
군세의 전력이 아니라면 어떤 전력을 말하는가?
바이스가 묘한 눈으로 킹을 응시했다.
그 시선이 응답하듯.
“666의 짐승이 곧 깨어난다는 사실은 모두 아는가?”
“?!?!?!”
세 기수가 경악한 얼굴로 킹을 보았다.
더 블랙이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 말이 사실인가?”
“사실이오.”
“사탄이…… 깨어나기 직전이란 말이오?”
“그런 모양이더군.”
“왜 그걸 당신만 알고 있는 거요?”
레이지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묻자, 킹은 자신도 모르겠다며 은근슬쩍 넘어갔다.
“머지않음을 알고 있었지만, 코앞으로 다가왔을 줄은 몰랐군……!”
더 블랙의 늙고 추레한 입술이 위로 비틀려 올라갔다.
그는 앙상한 손을 밖으로 내놓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오오-! 그때의 환희를 다시 한번 느껴 볼 수 있는가!!”
신화시대.
그 치열했던 전장에서 사탄은 누구보다 눈부시게 반짝였다.
적어도 더 블랙에게 만큼은.
“그런데 666의 짐승을 불러들일 방법은 있나요?”
666의 짐승은 사탄의 분신이자, 가장 믿음직한 수족이었다.
그는 사탄을 제외한 모든 걸 아래로 봤으며, 그건 네 기수도 마찬가지였다.
명령하면 했지 기수들의 말을 따를 리 없었다.
“아주 오래전에 그에게 빚을 하나 지워 놨다.”
“빚?”
“그것까진 알 필요 없다. 중요한 건 666의 짐승은 딱 한 번뿐일지라도 내 뜻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크흐흐. 좋구나, 킹이여. 아주 좋아!”
“그렇다면야.”
더 블랙과 레이지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이스는 그 빚이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킹의 말처럼 인제 와서 알 필요 없었다.
“운이 좋아. 이런 기회가 우리에게 찾아온 것은.”
킹이 낮게 웃었다.
* * *
루치엘은 코끝을 스쳐오는 새빨간 칼날을 한 끗 차이로 피했다.
동시에 날개로 바람을 타고 위로 솟구쳐올랐다.
두 개의 은빛 칼날이 번쩍! 하며 X자로 교차했다.
챙-!
아이작은 마검을 비스듬히 세워 칼날을 막아 냈다.
갑옷에서 징그러운 입들이 쩍 벌어졌다.
벌어진 입 사이로 끈적한 체액이 길게 늘어난다.
루치엘은 눈살을 찌푸리며 거리를 주지 않았다.
빛의 잔상이 지그재그로 그려지며 돌진해 왔다.
아이작은 핏빛 광선을 사방으로 뿜어냈다.
콰아아앙-!!
곳곳에서 폭발했지만, 루치엘에겐 조금도 닿지 않았다.
그는 하얀 궤적을 그리며 쌍검을 자유롭게 휘저었다.
채쟁- 챙! 카가가가각-!!
세 자리의 날붙이가 충돌하며 불똥을 사정없이 튀었다.
마검의 칼날을 목 뒤로 넘겼다.
페이스 가드 안으로 흘러나오는 핏빛 안광이 폭사하듯 뿜어져 나온다.
그대로 마검을 크게 휘둘렀다.
루치엘의 가슴팍에 검은 실선이 그어졌다.
전개된 헤일로에서 성전이 강렬한 빛을 내뿜었다.
지이잉-!
허공에 그어진 실선이 크게 꿈틀거리더니,
사악!
핏-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심검 아주 귀찮아!]루치엘은 진심으로 짜증 났는지 이를 아득 갈았다.
옷만 베인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었다.
두 쌍의 날개가 눈부시게 펼쳐졌다.
성전의 빛이 더욱 강렬해졌다.
아이작과 하루에도 몇 번씩 대련한 결과 루치엘 역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가고 있었다.
하얀빛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루치엘의 몸이 엄청난 속도로 증식하기 시작했다.
그냥 분신과는 다르다.
모든 개체가 성전의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한 개체, 한 개체에 독자적인 의식이 부여되었다.
수십의 루치엘이 아이작에게 동시에 돌진했다.
아이작은 마검을 아래로 향하게 하고 정신을 집중했다.
“아직 멀었어.”
[심검 – 변형]두 눈을 감았다.
보통 사람이 눈을 감으면 포기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게 아이작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보지 않기에 더 많은 걸 볼 수 있었다.
[허억!]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는데, 어째서……!] [젠장…….]루치엘들의 배가 붉게 물들었다.
전부가 그런 건 아니었다.
감각의 분배가 많이 된 개체들은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완전히 회피하는 데 성공했다.
단, 피격당한 개체들은 하나도 남지 않고 모두 소멸했다.
그때, 가장 끝에 있던 루치엘이 속도를 높였다.
황금빛 궤적이 아이작에게까지 도달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
[피해, 파트너!]마검이 외쳤지만, 반응하기엔 루치엘의 속도가 압도적이었다.
아이작은 뒤로 최대한 물러나며 심검을 발휘했다.
그의 의지로 구현된 칼날이 루치엘을 사정없이 가르려고 했지만, 그의 속도를 붙잡지 못했다.
코앞에 도달한 루치엘이 입꼬리를 올리며 쌍검을 내리그었다.
“둘 다 좋았어.”
루치엘의 잘생긴 얼굴이 짜증으로 일그러졌다.
그는 한 손에 붙잡힌 자신의 쌍검을 보며 소리쳤다.
“오늘은 네 승리. 그러니까 여기까지 하자.”
[이익! 이거 놔! 맨날 나만 호되게 처맞았단 말이다! 이번엔 내가 호되게 패 줄 차례다!]박현수는 애처럼 칭얼대는 루치엘을 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네가 무슨 애냐?”
그리곤 앞으로 휙 밀어 버렸다.
루치엘은 별다른 저항도 못 하고 그대로 밀려났다.
그게 자존심이 상했지만, 상대가 박현수다 보니 적극적으로 항의할 수 없었다.
“그래, 그래. 네가 이겼다고.”
[이건 이긴 게 아니다!]“어차피 아이작은 그 공격 막지 못했어. 그러니까 그냥 넘어가자, 오늘은.”
이렇게까지 말하니 더 말했다간 루치엘만 치졸해질 뿐이었다.
위대한 세피로트 12 가문의 일원이 치졸하단 소리를 들을 수는 없는 노릇.
그는 혼자서 구시렁구시렁하며 쌍검을 역소환시켰다.
“흠. 이번엔 내가 진 건가.”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작은 다시 한번 방금의 싸움을 복기하고 있었다.
“변형한 식은 괜찮았지만, 루치엘은 이미 너한테 완전히 적응한 상태야.”
루치엘은 이미 심검을 지겹도록 경험했다.
그러니 특징이 어떻고, 약점은 어떤지 누구보다 많이 꿰고 있었다.
심지어 그 또한 숱한 대련을 통해 성장을 이뤘으니, 이번 패배는 어느 정도 당연했다.
“방금 부족한 부분 계속 생각해 봐.”
“알겠다. 그보다 여긴 왜 온 것이지?”
“아. 둘 다 따라와. 할 얘기가 있으니까.”
루치엘이 입을 잔뜩 내민 채 물어왔다.
이왕 올 거면 표정 좀 풀 것이지.
이래서 어릴 때 엄마가 입을 내밀지 말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꼴불견이다.
그렇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간 진짜 제대로 삐질 게 분명하니 그 말까진 하지 않았다.
“마지막 몬스터 웨이브 건이야.”
“그거 우리랑은 상관없는 일이잖아.”
“원래 있었어.”
박현수는 군말 말고 따라오라고 명령했다.
위층으로 올라가니 모두가 모여 있었다.
‘모두’라고 해 봐야 기존의 멤버뿐이었다.
“아빠~!”
모나미가 박현수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그래, 그래.”
박현수는 모나미를 안은 채로 자리에 앉았다.
“무슨 일? 무슨 일?”
가장 먼저 셀리가 부른 이유를 물었다.
그녀는 살짝 흥분한 상태였는데, 박현수가 그녀를 찾은 게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다름이 아니고. 다음 주에 있을 마지막 웨이브 날에 우리 전부 나갈 거야.”
“한계의 한계까지 몰아붙이겠다지 않았나?”
아이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람들이 죽어 나가거나, 크게 다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박현수는 그때까지 한 번도 나서지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긴 해.”
[그럼 우리가 나설 필요는 굳이 없잖나.]“정말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하니까.”
대답은 카본이 했다.
“죽는 건 죽는 거고, 전멸은 피해야 하지 않겠어?”
어쩌면 마지막 웨이브에서 모든 각성자가 전멸할지도 모른다.
몬스터 1마리당 S급 헌터가 최소 하나 포함되어야 한다는 조건은 문자 그대로 하나 이상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어쩌면 둘, 혹은 셋 이상이 달라붙어야 한 마리를 간신히 처리할 수 있단 뜻이다.
“4차 웨이브로 6명의 S급이 추가되었지만, 그래 봤자 총 17명이야.”
배분을 잘한다고 해도 한참 모자란 전력이다.
지금까지의 웨이브와는 차원이 다른 난이도다.
“적어도 전멸은 면하게 해야지.”
“그 말대로야. 이 자리에 있는 인원이라면 게이트에 나오는 몬스터쯤은 어렵지 않을 테니까.”
“물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는 거지, 새로운 초월자가 탄생할 수도 있어.”
새로운 초월자.
사실 몬스터 웨이브의 가장 큰 목적은 헌터들의 재각성도 있었지만, S급 중 새로운 초월자가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이었다.
박현수는 이번에 그 희망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민아 씨는 여타 S급 헌터보다 훨씬 강력해. 현태 정도가 아니라면 비벼 볼 엄두도 못 낼 거야.’
적어도 아르망이 가진 ‘염동왕’이란 별명은 그녀에게 넘어가는 게 옳을 정도였다.
그녀가 A급 중에서도 유독 강했기에 이런 재각성이 성공한 거라고 생각되었다.
그렇다면 S급이 재각성했을 땐 어느 정도가 될 것인가?
‘초월지경도 노려볼 수 있어.’
S급과 초월자의 간극은 감히 메울 수 있는 차이가 아니었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여하튼 그러한 이유로 이번엔 전부 출석할 수 있도록.”
“흠. 대련은 잠시 밀어놔야겠군.”
“배고파.”
아이작은 루치엘이 뭐라고 떠들든 들은 채도 안 하고 식량 창고로 향했다.
“근데, 현수.”
그때, 셀리가 커다란 눈을 빛내며 그를 불렀다.
박현수가 그녀를 보자 쫑긋 선 귀가 양옆으로 살랑살랑 흔들리는 게 보였다.
기대감이 높을 때 보이는 모습이었다.
“나도 진짜 가?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로?!”
“시끄러운 토깽이 녀석. 또 시작됐네.”
카본은 셀리의 병이 도졌다며 자리를 떴다.
그 말처럼 셀리는 눈을 빛내며 박현수에게 시선을 조금도 떼지 않았다.
자신이 만족하기 전까지!
“……으응. 너도 같이 가.”
“진짜? 진짜지, 진짜?!”
“…….”
“진짜! 진짜 진짜!”
박현수는 어느새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마내!!!!”
“히이이익!”
지켜보고 있던 모나미가 결국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
셀리는 전신 털을 바짝 세우며 후다닥 도망쳤다.
“역시 우리 딸.”
“헤헤헤.”
모나미는 생글생글 웃으며 다시 고개를 옷 틈에 파묻었다.
다시 일주일이 흘렀다.
그리고.
“크르르르…….”
온갖 짐승이 뒤섞인, 이마에 666을 새긴 무언가가 지상으로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