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55
훈수 두는 천마님 152편
“어떻게 된 거야?”
-거긴 너희한테 맡길게.
“이봐, 박현수!”
-절대 이곳으로 오지 마.
“야!”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카본은 인상을 구기며 거대한 두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쳐다봤다.
하나는 박현수였고, 하나는 당최 무엇인지 모를 기운이었다.
중요한 건, 박현수와 같이 있는 그것은 심상치 않은 힘을 가지고 있단 것이다.
“으으…… 위험해. 엄청 위험해.”
셀리가 털을 곤두세우곤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의 눈은 이미 커다랗게 확장된 채였다.
루치엘이 카본에게 물었다.
박현수 혼자 가능한가?
카본은 확신할 수 없었다.
“녀석이 오지 말라고 했으니 당장은 따를 수밖에. 일단, 아이작 녀석부터 데리고 와야겠어.”
아이작의 존재감이 빠른 속도로 흐릿해지고 있었다.
죽음은 면한 모양이지만, 이대로 두면 진짜로 죽어 버릴 것이다.
“아으, 미치겠네!”
갑자기 이게 무슨 소란이란 말인가?
카본은 파란 머리를 거칠게 헤집으며 일단 아이작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레비니안이란 종족은 원래 이런가?]루치엘은 호들갑 떠는 셀리를 보다가 고개를 저으며 박현수가 사라진 방향을 보았다.
[우주는 넓군.]이토록 강한 존재가 지구에 또 존재했단 사실이 그를 놀라게 했다.
세피로트의 천사들, 그중에서도 12 가문의 가주들보다 강한 존재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다.
‘우물 안의 개구리였나.’
루치엘은 그리 생각하며 카본의 뒤를 따랐다.
“어뜩해!”
셀리만이 혼자 남아 발을 동동 구를 뿐이었다.
* * *
박현수는 사악한 그것을 보았다.
전체적으로 흉측하단 표현이 잘 어울리는 짐승이었다.
특히 거대한 황금색 왕관과 이마에 새겨진 666이란 숫자는 그 정체를 짐작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사탄의 하수인이냐?”
“긴 세월이 흘렀다는 건 알았지만, 그분의 존함을 함부로 언급해도 되는 시대일 줄은 몰랐군.”
짐승이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렸다.
“예전엔 언급하는 것만으로 공포에 덜덜 떨던 것들이 말이야.”
“뭐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맞다 이 말이지?”
“얼마 전, 어떤 것이 우리가 있는 곳까지 온 적 있었지. 넌 그것과 관련이 있느냐?”
마레를 말하는 모양이었다.
박현수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가볍게 손발을 풀었다.
“너는 짐에게 질문했는데, 어찌 짐의 질문엔 대답을 안 하지?”
“그런 게 인생이란 거지.”
“약아빠졌고로.”
“약아빠진 김에.”
단전에 담겨 있던 내공이 풀려 나오며, 기혈을 타고 거대한 기운이 약진하기 시작했다.
새까만 공력이 부글부글 끓어댔다.
두 눈에 이글거리는 귀화가 허공에서 좌우로 흔들리더니.
검은 빛살을 그리며 짐승을 향해 도약했다.
[목장파(木長破)]허공에서 주먹을 찔렀다.
강기가 꿈틀거리며, 꽝! 소리를 내었다.
666의 짐승은 눈에 이채를 띠며 뒤로 몸을 날렸다.
짐승이 있던 자리가 여러 겹으로 뒤틀리며 우득 일그러졌다.
침투경인 목파를 원거리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변형시킨 기술이었지만, 통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공격이 성공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박현수는 허공에 착지하며 다시 앞으로 쏘아졌다.
“저돌적이로구나.”
짐승이 아가리를 커다랗게 벌렸다.
[천마신회류]온갖 기운이 몸을 휘감는다.
“크아아아아아!!”
벌어진 아가리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공간이 실시간이라 찌그러지는 게 눈에 들어왔다.
천마신회류로 바로 앞에 두꺼운 장막을 만들었다.
까아앙-!!
굉음이 장막에 닿자 날붙이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막이 찌르르 울리는 게 느껴졌다.
시커먼 호신강기를 온몸에 둘렀다.
휘익-!
날쌘 소리였다.
어느새 다가온 짐승이 거대한 발톱을 휘둘렀다.
뻑-!
북 터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피해는 없었다.
박현수는 허공을 밟으며 밀려나는 속도를 줄였다.
짐승이 비스듬히 서서 그를 노려보았다.
“오랜만에 강한 인간이도다.”
짐승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신화시대에도 강한 인간은 많았지만, 저 정도 수준이 이른 인간은 극히 드물었다.
그래.
사도쯤 되지 않는가.
“퉷!”
박현수는 입에 머금은 피를 뱉었다.
분명 통증은 없었는데 방금 그 공격으로 내장이 진탕된 모양이었다.
오로천의 흘려보내기를 착각으로 만들었단 얘기였다.
처음부터 쉬운 상대가 아니란 건 알아서 크게 놀랍진 않았다.
“제대로 간다.”
“호오.”
시커멓기만 하던 흑강기에 서서히 별빛이 담기기 시작했다.
짐승의 눈이 가늘어졌다.
“허세가 아니었군.”
사방으로 퍼지는 흑강기는 아름다운 은하수처럼 하늘을 서서히 잠식해 갔다.
짐승은 그것을 보며 입술을 끌어올렸다.
얼마 만에 잠에서 깨어 지상으로 올라왔는지 모르나, 세상은 시시해지지 않았다.
그것이 666의 짐승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주인께서 짐을 만드심에 세상을 혼란하게 만들라 명하셨다.”
즐겁던 시절이다.
모든 것을 파괴하고, 이간질하여 불구대천의 원수로 만들고, 맹목적으로 목숨까지 바치게 했다.
비록 패배하여 지하에 갇혔고, 두 번 다시 그때의 즐거움은 얻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먼 미래는 즐길 거리가 많지 않은가.”
짐승의 몸에서 불결하면서도, 성스러운 황금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짐승의 네 다리 중 앞 두 다리가 위로 올라갔다.
몸통은 세로로 반듯하게 세워지며, 근육의 배열이 인간의 그것처럼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흉측한 얼굴은 하나로 자리 잡아 이형(異形)이 되었다.
여전한 것은 왕관과 그 사이로 솟은 거대한 뿔.
“즐겨 보자, 이 시대의 주인이여.”
666의 짐승이 환하게 웃었다.
박현수는 짐승을 노려보며 주먹을 바짝 쥐었다.
* * *
두 주먹이 허공에서 교차했다.
박현수는 다른 손으로 날아오는 주먹을 붙잡았다.
그건 짐승 역시 마찬가지.
각자가 서로의 주먹을 붙잡고 있는 상황.
먼저 공격에 들어간 건 박현수였다.
송곳처럼 구부린 무릎이 턱을 올려쳤다.
“호!”
그전에 짐승의 고개가 뒤로 빠졌다.
박현수는 발로 그의 가슴을 밀어냈다.
서로 잡혔던 주먹이 빠졌다.
짐승은 눈을 빛내며 다시 앞으로 내달렸다.
소닉붐이 허공을 새하얗게 물들였다.
묵직한 주먹이 상대적으로 가느다란 팔뚝을 찔렀다.
박현수의 작은 팔이 뒤로 빠지며 반대 손으로 짐승의 주먹을 쳐 냈다.
그리곤 품으로 파고들어 오른쪽 어깨선과 견갑골 방향을 짐승의 가슴에 바짝 대었다.
쩍-!
“컥!”
넓은 면 전체가 운산천의 범위가 되어 짐승의 거구를 멀리 날려 버렸다.
박현수는 멈추지 않고 손가락을 까딱였다.
허공에 검은 점 수십 개가 만들어졌다.
[루천 – 선]점과 점이 이어지며, 무수히 많은 선을 만들었다.
그리고 선이 이어지는 곳에 짐승이 있었다.
짐승은 비릿하게 웃으며 둥그런 보호막을 펼쳤다.
지이잉-!
루천이 선으로 완성되지 않았다.
“쉽게 당해 줄 수는 없느니라.”
보호막 주변으로 보랏빛의 뇌기가 펄떡거리며 튀었다.
“끝 아닌데.”
박현수의 조용한 대꾸에 짐승이 눈을 부릅떴다.
[뇌광천]선은 이어지지 않았지만, 이미 시작된 선들은 짐승을 완벽하게 포위한 상태였다.
올곧은 선에 선율이 흐르기 시작했다.
콰르르릉!!!!
새까만 번개가 사방에서 보호막을 후려쳤다.
그 위력은 가히 천지가 격동할 정도!
눈부신 섬광이 그들의 싸움터를 집어삼켜 모든 것을 하얗게 탈색시켰다.
박현수는 색이 사라진 세상 속으로 몸을 던졌다.
검은 꼬리가 탈색된 세상을 가로질렀다.
순식간에 뇌격으로 엉망이 된 보호막 앞에 도달한 그는 가차 없이 일장을 떨쳤다.
철썩-!
보호막이 무너지며, 손바닥이 그 안으로 빨려들어 갔다.
짐승의 붉은 눈이 갈고리처럼 휘었다.
거대한 손이 빠져나와 박현수가 내뻗은 팔과 목을 움켜쥐었다.
벗어나려고 버둥거려 봤지만, 힘이 얼마나 센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게 다인가?”
색이 돌아오며, 검보랏빛으로 물든 거대한 뿔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엔 내 차례다.”
“턴제 게임이냐? 순서 찾게!”
박현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뒤로 길게 뺀 다리를 힘차게 휘둘렀다.
그보다 먼저 짐승이 붙잡은 몸을 옆으로 돌려 버렸다.
다리가 애꿎은 허공을 갈랐다.
“먼저 땅에 머리 박는 법부터 배우도록 하지.”
짐승의 몸이 아래를 향해 무섭도록 빠르게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있던 높이가 에베레스트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걸 생각하면, 아무리 박현수라도 충격을 무시 못 할 것이다.
“웃기지…….”
박현수는 공력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파지직, 소리와 함께 뇌기가 몸 위로 튀어 올랐다.
“마!!”
[천마신회류]모여든 자연의 마나가 한순간에 팽창했다!
[사래(絲郲)]희미한 빛을 흘리는 실타래가 넓고, 풍성하게 펼쳐졌다.
짐승은 갑자기 덮쳐오는 실타래의 습격에 눈살을 찌푸렸다.
“허튼짓이다.”
“허튼짓?”
조소 어린 목소리.
짐승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허튼짓인지 직접 겪어 봐.”
땅으로 떨어지기까지 앞으로 200m.
박현수는 이를 악물고 전신에 힘을 주었다.
실 한 올 한 올에 검은 전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
발작을 일으키듯, 거구의 몸이 박현수 주변에서 튕겨 나갔다.
그대로 수 킬로미터를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박현수는 떨어지기 일보 직전 부드럽게 착지에 성공했다.
곧장 짐승을 향해 전력 질주했다.
수백 미터를 주파하는 것은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오른 주먹에 공력을 잔뜩 실었다.
“일단 처맞자.”
주먹을 힘껏 떨어트렸다.
그러나.
“……제법 아프군.”
짐승의 손이 주먹을 세게 움켜쥐었다.
전신이 숯덩이처럼 타 버렸다.
그는 박현수를 옆으로 집어 던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순간이지만 의식이 끊어졌다.
실타래가 전신을 뒤덮은 탓에 충격이 수 배로 뛰었다.
방금은 정말로 아찔했다.
“후우.”
짐승은 머리를 털고 멀리서 노려보고 있는 박현수를 보았다.
“정말로 강한 인간이로구나. 이 정도일 줄은 생각도 못 했거늘.”
“너도 말이지. 이대로는 안 되겠어.”
지구에 돌아오고 이 정도로 쉽지 않은 상대는 처음이었다.
“처음엔 빠르게 제압하고 이것저것 캐내려고 했는데, 지금 상태로는 조금 부족할 것 같아.”
“허허! 짐을 얕보았군?”
“솔직히, 인정.”
박현수는 히죽 웃으며 자세를 잡았다.
“그래서, 지금부턴 얕잡아 보지 않으려고.”
짐승의 표정이 굳었다.
저것은 무엇인가?
그는 박현수의 뒤로 보이는 알 수 없는 힘에 등골이 오싹했다.
그가 자랑하던 은하수와 비슷한 기운과는 전혀 달랐다.
좀 더 진하고, 폭력적인 그 힘은 마치.
‘주인님……?’
아니다.
저것은 주인님이 아니다.
그렇다면 뭐란 말이냐.
아니, 이 역시 중요한 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허억!”
“미안. 조절이 좀 안 되거든.”
박현수는 짐승의 배에 꽂아 넣은 주먹을 보며 자조했다.
이 힘을 꺼내지 않더라도 장기전으로 갔으면 승리했을 건 자신이었다.
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
해서, 이 힘을 꺼내고 말았다.
“이것저것 많이 토해내야 할 거야.”
“……너 이 녀석.”
박현수의 이마에 처음 보는 문장이 그려졌다.
그것은 ‘정복’을 상징하는 문장.
그 안에 잠들어 있는 정복의 마왕이 가진 힘의 근원이었다.
“각오해라.”
쩌엉-!!!
거대한 지반 위로 어둠의 폭풍이 휘몰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