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56
훈수 두는 천마님 153편
666의 짐승은 박현수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했다.
애초에 그럴 여유도 없었다.
휘몰아치는 폭력은 커다란 몸뚱이를 사정없이 난타했다.
대응조차 어렵다.
이토록 두꺼운 가죽과 지방, 근육층을 고작 주먹 한 방 한 방으로 뚫어 버렸다.
‘이대론 어렵겠군.’
무슨 짓을 한 건진 모르겠지만, 주먹을 계속 허용하다간 아무리 자신이라도 버티지 못할 게 분명했다.
결정을 내린 짐승은 배를 파고드는 주먹을 꽉 붙잡았다.
박현수는 귀화를 불태우며 붙잡힌 손을 역으로 틀어 뽑았다.
그리곤 뱀처럼 휘어 짐승의 손목을 낚아챘다.
극한을 넘어선 금나수!
붙잡은 손목을 지지대 삼아 몸을 거꾸로 세웠다.
두 다리를 짐승의 목에 고리처럼 걸었다.
그대로 아래로 끌어당겼다.
‘무슨 힘이!’
목과 허리가 멋대로 굽혀졌다.
짐승은 최대한 버티려고 했지만, 버텨지지 않았다.
땅에서 발을 뗀 상태임에도 이 무게중심은 무어란 말인가?
짐승은 의념에 대해 알지 못했다.
현재 박현수는 의념의 힘을 사용해, 땅에 발을 댄 상태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힘과 기술만 충분하다면 놈을 끌어당기는 것쯤은 어렵지 않았다.
“썩 꺼지지 못할까!”
짐승이 악을 쓰며 자유로운 주먹으로 박현수를 후려쳤다.
“넌 못 벗어나.”
주먹이 박현수의 코앞에서 멈추었다.
무언가 팔을 반대로 잡아당기는 느낌이었다.
더 뻗으려고 해도 꿈쩍하지 않았다.
이 역시 이해할 수 없었다.
짐승은 지금의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말했지. 많은 걸 토해내야 할 거라고.”
마왕의 힘까지 끌어다 쓴 이상, 어떻게든 사탄에 관한 걸 말하게 할 작정이었다.
“크흐흐…….”
짐승이 낮게 웃었다.
박현수는 그걸 허세라고 생각했다.
절대 벗어나지 못한다.
의념은 이미 짐승의 모든 걸 지배하고 있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절대 빠져나올 수 없었다.
“인정하지. 짐보다 강대한 이는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너는 확실히 짐보다 강하구나.”
666의 짐승은 비릿하게 웃었다.
숨도 제대로 못 쉴 텐데, 입은 잘도 놀린다.
별로 숨 막힘 같은 게 없는 걸까?
짐승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잘 알겠다. 너의 수준.”
뿔이 요동친다.
왕관이 기괴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시시했으면 죽고 싶었으리라.”
쿵쾅-!
목의 부피가 두 배 가까이 부풀었다.
그곳을 기점으로 몸 전체가 점점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박현수는 갈고리처럼 걸어놓은 양쪽 다리가 강제로 풀리는 걸 느꼈다.
‘이놈, 대체 뭐야?’
하는 수 없이 다리를 풀고, 붙잡은 손목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공력을 집중시킨 정권을 앞으로 내질렀다.
꽝!
주먹에서 폭음이 울렸다.
짐승의 거체가 흔들렸다.
은하수가 펼쳐진다.
마기가 은하수의 별빛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새까만 강기의 용이 거대한 아가리를 벌려 짐승을 통째로 물었다.
콰가가가각-!
바닥을 거칠게 긁으며 산을 타고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검은 강기의 구체가 사방에 떠올랐다.
구체들이 박현수를 중심으로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강기의 소용돌이가 되어, 묵룡이 날려 버린 짐승을 향해 솟구쳤다.
강기의 소용돌이가 짐승을 집어삼켰다.
저 안에선 어떤 것도 형태를 유지할 수 없었다.
짐승의 거체는 잘게 분쇄되어 고기 반죽이 되리라.
“주인께서 말씀하시매.”
소용돌이 사이로 보라색 기운이 새어 나온다.
“세상을 혼돈으로 물들여라!”
콰아아아아아-!!!!!!!
강기의 소용돌이가 흩어졌다.
박현수가 눈살을 찌푸렸다.
“저건 뭐야?”
방금까지 엄청난 거구였을 텐데.
“어째서 왜소해진 거지?”
짐승은 보라색 털을 휘날리며 허공에 서 있었다.
엄청났던 덩치는 인간의 크기로 줄었고, 빵빵하던 근육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무엇보다, 산처럼 솟아 있던 뿔이 유니콘처럼 앞으로 뾰족하게 솟아 있었다.
‘왕관도 보이지 않아.’
파워 업을 한 건 맞는 것 같다.
그럼 어떤 느낌으로 바뀐 걸까?
“고민보단 직접 겪는 게 빠르게 않겠나?”
하늘에 떠 있던 짐승은 인지할 수 없는 속도로 움직여 지상에 서 있다.
그리고 그의 주먹은 어느새.
“피할 수 있겠나?”
박현수의 얼굴에 꽂혔다.
* * *
오싹-!
카본과 루치엘, 셀리는 엄청나게 거대한 불길함을 동시에 느꼈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카본이 둘의 눈치를 살피다가 먼저 입을 열었다.
“방금 그거.”
“위, 위험…….”
“위험하단 말만 하지 말고.”
카본은 셀리가 앵무새처럼 말하려는 걸 사전에 차단했다.
루치엘은 팔짱을 끼고 오싹함이 느껴졌던 방향을 보았다.
그곳은 분명 박현수가 있는 곳이었다.
“젠장……. 이걸 도와야 말아야 해?”
박현수는 절대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이 존재감, 이 오싹함은 아무리 생각해도 평범하지 않았다.
까놓고 말해서 달의 마력을 써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루치엘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혼자 하겠다고 했으면 혼자 하는 거야.]“……뒤늦게 합류한 주제에 말은.”
카본은 혀를 차며 전투가 벌어지는 장소를 바라보았다.
루치엘의 말대로다.
박현수는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자신이 하겠다고 한 거면, 정말 혼자서 할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현수 괜차나……?”
셀리가 귀를 축 늘어트린 채 질문했다.
인간이나 천사보다 본능이 강한 레비니언인 만큼, 여기 있는 누구보다 더 불길함을 강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카본은 그녀를 보며 작게 한숨 쉬었다.
“박현수니까.”
그 이름에 담긴 무한한 신뢰.
그걸 믿어야 한다.
그리고, 박현수는 그 믿음을 배반하지 않았다.
* * *
“……어떻게?”
“설마 놓쳤을 줄 알았어?”
박현수는 코앞에서 짐승의 주먹을 붙잡았다.
엄청난 속도였지만, 쫓지 못할 속도는 아니었다.
가만히 봤을 뿐이다.
어떤 식으로 바뀌었는지를.
그리고 확인은 끝났다.
“시시해.”
“뭣이?”
“더 해 봐야 무의미하다.”
우득-!
짐승의 주먹을 꽉 쥐었다.
손뼈가 박살 나는 소리가 여실히 들렸다.
짐승은 눈살을 찌푸리며 주먹을 빼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차라리 도망을 쳤어야 했어.”
이마에 새겨진 정복의 문장이 빛나기 시작했다.
짐승은 팔을 잘라내기 위해 다른 손으로 자신의 팔을 내려쳤다.
“안 되지.”
“꺽!!”
짐승의 몸이 새우처럼 꺾였다.
박현수는 깊게 꽂아 넣은 주먹을 뽑아냈다.
무릎을 꿇고 꺽꺽거리는 짐승의 꼴은 방금까지 여유 넘치던 모습과 상반되었다.
“사탄은 지금 어떤 상태냐?”
첫 번째 질문이었다.
짐승은 대답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방금 주먹으로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상태였다.
붙잡은 주먹을 위로 끌어올려 가슴을 손바닥으로 때렸다.
“쿨럭! 허억…… 허억, 허억!”
가슴을 때린 탓인지, 막혀 있던 숨이 입 밖으로 토해졌다.
짐승은 두려운 눈으로 박현수를 보았다.
그림자 진 얼굴엔 검은 귀화만이 일렁이고 있었다.
“사탄은 지금 어떤 상태냐.”
다시 물었다.
짐승은 두려움을 느꼈단 사실에 분개했다.
“이노오오오오옴!”
짐승이 주먹을 휘둘렀다.
“말하는 데 팔 한쪽은 필요 없겠지.”
검은 기운이 칼날처럼 솟구쳐 날아오는 짐승의 팔을 갈랐다.
“끄아아아아아!”
짐승이 찢어지게 비명을 질렀다.
잘린 팔은 먼지 바닥을 나뒹굴었다.
“마지막이야. 지금 사탄은 어떤 상태지?”
“크흐흐흐……. 짐이 네놈에게 말할 것 같으냐?”
“그래?”
“무슨 짓을 해도 짐은 굴하지 않…… 아아아아악!”
박현수는 고통을 극대화하는 혈을 사정없이 눌렀다.
그것만으로도 짐승은 죽어라 비명을 질렀다.
“지금부터 끔찍한 고통이 시작될 거야.”
“그걸…… 아는가?”
“뭘 말이지?”
“고통이란 건 아주 익숙한 거야.”
“아, 그래.”
박현수는 코웃음 치며 피식 웃었다.
“그럼 견뎌 봐.”
끄아아아아아아아아!!
짐승의 비명이 광활한 고원에서 울려 퍼졌다.
* * *
짐승은 시체처럼 바닥에 누워 있었다.
사지는 다 잘려나가 없었고, 급소를 제외한 모든 부분에 구멍이 나 있었다.
박현수는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
그가 정보를 토해낼 때까지 고통을 주고 또 주었다.
당연하지만 죄책감 같은 건 느끼지 않았다.
문제는 짐승은 단 한 번도 정보를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징한 놈.”
“크흐흐흐……. 말했잖나, 의미 없다고.”
이빨과 혀를 뽑지 않은 이유는 그래 봐야 말하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팔다리를 쪼개고, 쪼개고, 쪼갰다.
분근착골도 여러 번 했다.
아무리 정신력이 강해도 진즉 미쳤어야 정상이었다.
“짐이 살던 곳은 유황불만 존재하는 세계다. 그런 곳에서도 견뎠는데, 고작 이따위 걸 못 참으랴?”
사지도 없는 주제에 입만 살았다.
확 혀랑 이빨까지 뽑을까 싶었지만, 그런 걸 즐기는 성격은 아니었다.
박현수는 짐승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할 수 있으면 고문으로 끝내고 싶었다만.”
“무,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이냐?!”
이마의 문장이 불길한 빛을 흘리기 시작했다.
눈에 흐르던 귀화가 꺼지며, 검은 안광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거 아냐?”
짐승은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박현수의 눈에서 거대한 무언가를 보았다.
웅크리고 있는 것 같은 저것은……!
“정복이란 건, 마음마저 굴복시켰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거다.”
손이 짐승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쌌다.
짐승은 세상이 암전됨을 느꼈다.
그것도 잠시.
주위에 미약한 빛이 흐르고, 주변 윤곽이 점차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시야가 완전히 돌아왔을 때 짐승이 본 것은 감히 이루 말할 수 없는 광활한 우주였다.
하지만 그의 눈에 비친 것은 시야를 사로잡는 은하수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도 아니었다.
“……저것은 무엇인가.”
광활한 우주에 외로이 웅크리고 있는 백발의 사내.
나체로 존재하는 사내는 이곳에서도 강한 이질감을 품고 있었다.
마치 어미의 배 속에 웅크린 아기 같았다.
백발의 사내가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감긴 눈이 떠지진 않았지만, 짐승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주인이시여.”
짐승은 주인을 부르며 어둠에 빨려 들어갔다.
박현수는 이채를 잃은 짐승의 눈을 보며 중얼거렸다.
“녀석은 그렇게 말했었지.”
정복의 마왕과 싸우던 무렵, 그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었다.
마음을 굴복시키면 그것이야말로 정복이라고.
그리고, 그는 마음을 굴복시키는 능력이 있었다.
“깨진 않겠지?”
박현수는 이마를 문지르며 짐승의 얼굴에서 손을 뗐다.
“자.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
“내 이름은…….”
정복의 힘으로 마음을 굴복시키니, 더는 자신을 짐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짐승은 멍하니 허공을 보다가 답했다.
“유……다.”
유다.
박현수의 얼굴이 볼품없이 일그러졌다.
설마 그 이름이 나올 줄 몰랐다.
“배신자…… 유다?”
“그렇, 소.”
짐승, 유다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고개를 주억였다.
그 누가 배신자 유다를 모를까.
그쪽에 뜻이 없는 사람이라도, 배신자의 대명사인 유다는 알고 있었다.
고작 은 30닢에 스승을 팔아먹은 쓰레기.
과연 흉악한 짐승의 모습을 할 만했다.
“너는 왜 지상으로 올라왔지.”
“창백한…… 말의 기수 부탁, 으로 왔소.”
창백한 말의 기수.
킹을 뜻하는 것이다.
킹과 그 동료들은 신화시대에 사탄과 함께했단 건 마레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무엇을 부탁했지?”
“인간, 들. 죽이라고.”
아무래도 자신들이 몬스터 웨이브를 막는 건 부담스러워 유다를 이용한 모양새였다.
유다는 확실히 강했고, 자신이 아니었다면 막아내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카본이 달의 마력을 쓴다고 해도 다른 이들의 희생은 불가피했을 터.
“좋아.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묻지.”
“……무엇, 이오.”
“사탄은 지금 뭘 하지?”
“그분께선. 억!”
입을 열던 유다가 멈칫하더니,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뚝 멈추었다.
박현수는 한쪽 눈을 찡그리며 그에게 고개를 가까이 가져가는 순간이었다.
“즐겁게 보았노라.”
전신을 파고드는 살의.
박현수는 자신이 있는 곳을 확인했다.
‘……유다에게서 100m 정도 떨어졌어.’
본능적으로 몸이 움직였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유다의 옆에 있으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적어도 몸은 그렇게 반응했다.
“반응이 빠르군.”
유다의 팔과 다리가 우드득 소리를 내며 자라났다.
기괴한 모습이었지만, 자주 보던 광경이라 위화감은 없었다.
“……사탄이구나.”
“눈치가 빨라서 좋군.”
“눈치라고 할 것까지야. 모르면 그게 등신이지.”
“그것도 그런가? 후흐흐흐흐.”
사탄이 입을 가리고 작게 웃었다.
예언에서 봤을 땐 엄청난 크기를 자랑해서 성격도 포악할 줄 알았다.
아니, 포악한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음험한 자라는 건 알 수 있었다.
“내가 뭘 하는지 많이 궁금한 모양이더군.”
“대놓고 나타날 줄은 몰랐지만.”
박현수는 호신강기를 두르며 자세를 잡았다.
그 모습에 사탄이 눈을 가리고 껄껄 웃었다.
“오해하지 마. 싸울 생각은 없으니. 이 꼴로 싸우는 것도 영 어려워 보이고.”
일시적으로 유다의 몸을 재생시켰지만, 얼마나 당한 것인지 몸이 너덜너덜했다.
“그보다는.”
유다의 몸을 빌린 사탄이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제안을 하나 하고 싶어서 말이지.”
“제안?”
“네게도 나쁜 제안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사탄은 히죽 웃으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와 함께하지 않겠나? 네게 모든 걸 안겨 주지.”
“……갑자기?”
“지하에서 많은 생각을 했지. 내게 적이 너무 많았던 게 아닐까? 너무 많은 이들과 척을 지진 않았는지, 원수가 됐다면 어째서? 이유가 너무 많아 셀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사탄은 양팔을 넓게 펼치며 부드럽게 웃었다.
“그런 삶은 별로 좋지 못하다는 것. 결과적으로 탈출할 수 없는 무저갱에 갇히고 말았잖아.”
“그게 너랑 손을 잡을 이유가 되나?”
“본인 입으로 이런 말을 하긴 그렇지만, 나는 개과천선했다네. 더는 나쁜 짓을 하고 싶지 않아. 질렸다고. 무저갱이 얼마나 괴로운지 알아? 내가 또 같은 짓을 반복하면 그들이 나타날 거야. 굳이 그런 위험을 감수하는 생활은 질렸어.”
사탄은 빙그레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들이 누군지 떠올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마도 천사.
혹은 신.
정확한 주체는 알 수 없지만, 그들 중 하나거나, 어쩌면 그들 전부일 가능성도 있었다.
“이제 싫어. 지긋지긋해. 그러니 나와 손을 잡아,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행복하게 꾸려 보자. 그 유토피아의 주인은 네가 하고.”
사탄은 마치 춤을 추듯 움직이며 박현수의 주변을 맴돌았다.
그는 호소하고 있었다.
믿어 달라고.
그 믿음에 보답하겠다고.
“행복을 얻을 수 있을 거야. 잔인한 세상은 여기에 내려두고, 미래로 떠나자.”
목소리는 절절했고, 거짓은 느껴지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그의 손을 붙잡고 함께 춤을 추고 싶었다.
아아- 사탄은 과거의 죄를 모두 청산했구나.
지금의 사탄이라면 함께 할 수 있어.
그가 하는 말이 전부 옳아.
그렇기에 박현수는 실소했다.
“그래서 안 되는 거야.”
“음?”
“속삭임은 잘 들었다, 사탄. 지저분한 뱀 새끼야.”
단전이 꿈틀거리며 기혈을 타고 천마신공의 내공이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검어진 눈이 귀화로 타올랐다.
정복의 문장이 점점 흐릿해지며, 천마신공의 힘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네놈이 만들어 가는 타락은, 내게 닿지 않아!”
[천마군림]쩡-!
의념이 담긴 발돋움이 천지의 균형을 어그러트렸다.
그곳에서 사탄은 재밌다는 듯 웃었다.
“흐하하하하하하!”
힘을 잃은 유다의 몸이 부식되듯 가루처럼 흩날렸다.
“나의 마력이 닿지 않는 자는 정말 오랜만이야. 너무너무 오랜만이야.”
그는 길게 휜 눈을 한 채 손을 흔들었다.
“또 만나지.”
이윽고 형체가 완전히 사라졌을 때.
“지독한 놈.”
박현수는 거친 숨을 몰아쉴 수 있었다.
고작 몇 마디 말일 뿐인데도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마력을 가졌다.
본체가 아님에도 이만한 정신 공격이라면, 본체였다면 도대체.
사탄.
모든 것을 타락시키는 악마.
그리고 다른 이름으로는.
“타락의 마왕……!”
사탄의 부활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