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59
훈수 두는 천마님 157편
“후우.”
박현태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그의 몸은 땀범벅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정좌로 앉아 있었을 뿐인데 옷이 전부 젖어 버렸다.
하지만 표정은 좋아 보였다.
“이 정도면 됐어.”
준비는 끝났다.
4개월 동안 형인 박현수는 모두에게 쉬라고 했지만, 그는 굳이 쉬지 않았다.
조금만 더 하면 뭔가를 붙잡을 수 있을 것 같은 감각이 왔기 때문이었다.
그 감각을 느낀 것은 5차 웨이브 당시였다.
몬스터가 쏘아낸 광선의 시공간 좌표를 본능적으로 읽어내 다른 몬스터에게 전이시켰다.
원래라면 할 수 없는 기술이었다.
그 이후로도 쉽게 되지 않았지만, 꾸준히 연습한 덕분에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뿐 아니라 그 이상까지도.’
주먹을 꽉 쥐었다.
이 힘이라면 전쟁에서 충분히 쓸모가 있을 것이다.
차윤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4개월간 단 한 번도 그녀를 만나러 가지 않았다.
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그녀를 보면 마음이 무너질 것 같았다.
“다짐했잖아.”
박현태는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돌아서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하늘이 창창했다.
마치 폭풍전야처럼 말이다.
“……킹.”
로벤의 사념에 남아 있는 킹의 기억은 아직도 또렷하다.
그때였다.
「타닥타닥-!
불똥이 튀어 오른다.
폐허가 된 세상엔 검은 털 망토를 두른 노인이 서 있었다.
노인의 주변엔 죽음이 도사리고 있었고, 그의 병사들은 폐허가 된 도시를 유령처럼 배회했다.
그곳은 멸망한 세계의 중심이었다.
“모든 게 끝이로구나.”
노인은 중얼거리며 칙칙한 하늘을 올려다봤다.
상념에 잠긴 듯 눈을 감는 노인.
그리고 다시 노인이 눈을 떴을 때.」
“허억!”
박현태는 머리를 부여잡고 비틀거렸다.
방금 그것은 미래의 광경인가?
모르겠다.
모르겠지만, 불길한 위화감이 들었다.
“킹……!”
그놈 때문에 이 모든 비극이 시작되었다.
그놈 때문에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그놈 때문에 형과 긴 시간을 보지 못했다.
그놈 때문에 모두가 불행하다.
방금 본 광경이 어떤 걸 암시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자신의 마음은 굳건하다.
전쟁에서 승리한다.
그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 * *
야마모토 타케시는 평온한 얼굴로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그는 한 자루의 검처럼 날카롭게 서 있었다.
5차 웨이브에서 재각성한 후로 한 번도 도를 뽑지 않았다.
박현수의 말에 따른 것도 있지만, 마음속으로 오늘이 오기까지 절대 도를 뽑지 말자 다짐한 것도 있었다.
“바쁜가?”
그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였다.
“학센.”
“바쁘지 않다면 오랜만에 얘기나 좀 하지.”
3년 전 박현수와의 일전에서 학센의 발언으로 그에게 큰 실망을 한 후, 그와는 거의 접점을 가지지 않았다.
학센은 그 옆에 대충 앉았다.
“오랜만이군.”
“어쩐 일이냐.”
“그냥 마지막이잖나.”
마지막이란 말에 타케시가 감았던 눈을 떴다.
학센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리라고 생각지 못했다.
그가 아는 학센은 고집불통에 독불장군이었으니까.
그러나 박현수에게 패배한 이후로 상당히 유해졌다고 듣긴 했다.
그날의 결과가 사람을 이렇게 바꿔 놓은 것일까?
타케시는 알 수 없었다.
“이번에 죽을지도 모르니까, 너와는 짧게나마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
“내게 실망했다는 건 알고 있다.”
그 시절의 학센은 누구라도 좋아하기 어려웠다.
미치광이에 사이코패스 소리를 들어도 모자랐으니까.
그래도 타케시는 그와 함께했다.
학센의 본심을 몰랐으니까 그랬었던 것이었지만, 그걸 감안해도 웬만하면 함께 일하기 어려운 스타일인 건 확실했다.
그래서 더 미안했다.
“네겐 언젠가 사과하고 싶었다.”
“나한테 사과할 이유가 있나?”
“널 배신한 거니까.”
타케시의 믿음과 신뢰를 배신했다.
그날 보였던 추한 모습으로.
바로 사과를 해야 했는데, 그때의 학센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타케시의 기분이나, 감정을 고려할 생각은 조금도 떠올리지 못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뒤늦은 후회를 바로 잡고 싶었다.
“미안하다.”
“늦게도 사과하는군.”
“그렇게 됐다.”
“네가 지난 시간 동안 방황한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타케시는 십장생이 그려진 병풍을 보았다.
“지금 와서 왜 내 믿음과 신뢰를 배신했냐고 탓하고 싶지는 않다. 그동안 많은 벌을 받았을 테니까.”
보지 않았다고 해서 학센이 그간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르는 건 아니었다.
잘못된 사상이라도 그건 그의 정체성이었다.
그런 게 하루아침에 와르르 무너졌으니,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 삶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들려오는 얘기 중 좋은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고생했다.”
“고생은 무슨.”
학센은 장판의 묶인 실을 손톱으로 긁었다.
“살아남는다면.”
타케시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술이나 한잔하지.”
그리고 방을 떠났다.
혼자 남은 학센은 가만히 있다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거 좋지.”
전쟁이 끝났을 때,
둘 다 살아 있다면.
“나는 빼는 거냐?”
“언제 들어왔나?”
“방금.”
검은 코트를 펄럭이며 질 로드먼이 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히죽 웃으며 학센을 보았다.
“가자고. 모두가 기다린다.”
“그러지.”
시간이 되었다.
* * *
모든 헌터가 집결했다.
그 수만 해도 10만 명.
엄청난 숫자가 아프리카에 집결했다.
무법지대 아프리카.
생명이 살아갈 수 없는 땅.
이곳만큼 최후의 전장에 어울리는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수많은 무기가 설치되었고, 핵무기는 언제라도 쏠 수 있게 세팅이 끝났다.
그리고 그것은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였다.
지름만 수백 킬로미터는 되어 보였고, 웬만한 도시는 지워 버릴 것 같은 함포가 수백 개는 장착되어 있었다.
마치 SF영화에서나 볼 법한 광경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헌터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대부분은 속으로 절망을 삼켰다.
저런 것과 과연 싸우는 게 가능한가?
그때, 누군가 앞으로 걸어 나갔다.
모두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아르망 데카르트.
모든 헌터를 이끄는 뉴 월드의 최고 의장이었다.
그는 거대한 군세의 우주선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아무리 담이 큰 자라고 해도, 저런 것을 마주한다면 겁먹지 않는 게 이상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모두의 대표였고, 모두를 책임지는 위치에 서 있었다.
그가 숨을 크게 들이마신 후,
“후우.”
천천히 내뱉었다.
두려움이 가신 건 아니다.
여전히 심장을 빠르게 뛰고 있었다.
그러나 두려움만 있는 건 아니었다.
“오늘 이곳에서, 네놈들을 쓰러트린다.”
두려움 못지않은.
아니, 이깟 두려움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거센 분노!
아르망은 적대감 가득한 시선으로 군세의 우주선을 노려보았다.
그가 오른팔을 위로 들어 올렸다.
“준비.”
치이이잉-!
철컥!!
모든 미사일이 우주선 방향으로 조준되었다.
“발사!”
손이 아래로 떨어졌다.
콰아아아아아-!!!!
거센 화염이 발사대와 낡은 땅을 녹일 기세로 뿜어져 나왔다.
메케한 연기가 순식간에 전장을 휘감다 못해 집어삼켰다.
엄청난 숫자의 미사일이 우주선을 향해 솟구쳤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광경이었다.
그것들은 순식간에 우주선에 도달했고,
꾸와아아아앙!!!!!!!
귀청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굉음과 함께.
붉은 화염과 시커먼 폭연이 휘감긴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추가 화력이 병사들의 손에서 시작되었다.
화려한 불꽃놀이였다.
푸른 하늘이 새까맣게 물들어 버릴 정도였다.
“아직이다.”
이 정도로는 아직 멀었다.
저들을 말살하기 위해선 더 크고, 더 강력한 화력이 필요하다.
아르망이 이번엔 왼팔을 옆으로 길게 뻗었다.
아까랑 달리 이번엔 손이 위를 향했다.
지이잉-!!
대기 중이던 수십 개의 발사대에서 푸른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철컥- 소리와 함께 보호용 철갑이 벗겨졌다.
그곳에 나타난 것은 푸른 마정석이 박힌 핵미사일!!
“발사!!”
아르망의 팔이 아래로 떨어졌다.
――――――――――――――――――――――――――!!!!
눈이 멀어 버릴 것 같은 빛이었다.
질 로드먼의 혼돈이 빛을 가로막지 않았다면, 급이 낮은 헌터는 그대로 실명했을 것이다.
폭음은 들려오지 않았다.
소리는 결국 진동.
하이덴이 핵폭발의 진동을 실시간으로 지우고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표정은 전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일제히 발사된 수십 발의 핵미사일은 마정석과 결합한 신무기!
그 위력은 경천동지라는 표현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내가 돕지.”
안데르센의 눈에서 유형의 전자파가 흘렀다.
그가 새로이 각성한 전자기력.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현상은 전자기력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대량의 핵폭발 여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가 힘을 쓰자 질 로드먼과 하이덴의 표정이 편해졌다.
“이걸로 끝났으면 좋겠는데.”
누군가의 중얼거림이었다.
이 정도 파괴력이라면 아무리 거대한 우주선이라도 최소 반파됐으리라.
하지만 그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미친.”
모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몇몇은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엄청난 폭발 세례와 마정석과 결합한 핵미사일 수십 발이 제대로 직격했다.
한데.
“전혀 통하지 않았다고……?”
우주선은 매끈했다.
그런 공격은 흠집조차 낼 수 없다는 듯이.
끼기기긱!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함포가 지상을 향했다.
우웅- 진동이 울리며 어마어마한 입자가 함포로 몰려들었다.
대량의 광자탄이 지상을 폭격한다.
“그렇게 안 둬!”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박현태였다.
그는 떨어지는 광자탄을 향해 손을 펼쳤다.
지이잉-!!
하늘을 가득 메운 광자포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엄청나게 먼 거리에서.
콰앙!!
폭발 소리가 몰려왔다.
모든 헌터가 뒤늦은 후폭풍에 팔로 얼굴을 가로막았다.
시공간의 도면으로 모든 광자포를 이곳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전이시킨 것이다.
그런데도 이딴 파괴력이다.
“현태 너?!”
하유락이 놀란 눈으로 박현태를 보았다.
다른 헌터들도 그의 활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박현태는 그들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았다.
오직 추가적인 공격에 대비할 뿐이었다.
“역시 박현수의 동생답다.”
타케시가 도를 뽑았다.
아프리카 전역이 그의 입체도면에 빨려 들어간다.
“나도 질 수 없지.”
군세에 대한 분노라면 누구 못지않은 게 바로 야마모토 타케시란 사내였다.
“돕겠습니다앗!”
그의 옆에 선 초록 머리의 남자가 환하게 웃으며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4차 웨이브에서 S급으로 각성한 인물인 모듈이었다.
그의 능력은 빛의 스펙트럼!
“부탁하지.”
타케시가 도를 휘둘렀다.
공간이 사정없이 굴절되며 공간이 예리하게 베였다.
쩡-!
핵미사일로도 흠집 내지 못한 외피를 칼자국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뚫는 건 불가능했다.
그 순간, 모듈의 능력이 발동했다.
빛의 스펙트럼은 말 그대로 빛이 가진 수많은 모습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빛은 본연의 힘을 드러냈을 때 그 어떤 것보다 막강한 파괴력을 가졌다.
이렇게.
콰아아앙!!!
타케시가 낸 칼집 위로 파괴적인 빛이 닿자 주위의 갑판이 거품을 내며 부풀더니, 그대로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그에 맞춰 동시에 움직인 이들이 있었으니.
‘반드시 살아남아서, 현수와 미래를 살 거야!’
[다크 브레스!]어느새 드래고닉 모드로 화한 하유락이 내뿜은 용의 숨결과,
“오늘 당신들을 어떻게 해서든 쓰러트릴 거예요!”
[초염창(超念槍)]이민아가 염동력으로 공기를 한계까지 압축시켜 만들어 낸 한 자루의 창이었다.
두 개의 힘은 우주선에 뚫린 구멍으로 파고들었고,
쿠와아아아아아앙!!!
내부에서부터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우주선이 크게 휘청였다.
본격적인 공격은 지금부터였다.
모든 S급 혹은 S급 이상의 헌터가 자신의 모든 능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페링클의 손에서 일직선으로 전격이 쏘아졌고,
[절대 진동]하이덴은 대기를 진동시켜 우주선을 크게 뒤흔들었다.
[저주의 음파]꽈강!
귀를 찢는 압둘아히의 오르간 소리는 하이덴의 진동에 힘을 실어주었다.
장은 우주선의 가장 오른쪽에 중력구를 설치에 균형을 무너트렸다.
그것을 기점으로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모든 헌터가 우주선을 향해 능력을 퍼부었다.
아프리카의 넓은 땅에서 황사 수준의 흙먼지가 흩날릴 정도로 무자비한 공격이었다.
덕분에 우주선은 추락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후배들이 엄청나게 활약해 주는군.”
“이거 부끄러워서라도 질 수 없겠어.”
“동감이다.”
기존의 S급이었던 이들은 웃으며, 각자의 능력을 발휘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들이 우주선을 공격할 기회는 오지 않았다.
“온다!!”
우주선 전체가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빛이 땅을 가득 메웠다.
처음엔 공격인가 싶었지만, 빛은 그들을 밝힐 뿐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았다.
“설마!”
칭란이 눈을 부릅뜨며 공터를 보았다.
빛이 내리쬐는 자리에서 아주 많은 무언가가 스캔 되기 시작했다.
그것들의 크기는 제각각이었다.
누군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몬스터…….”
크와아아아아아!
이요오오오오!
꾸요오옹!!!
군세가 가진 모든 몬스터가 이곳에 풀려났다.
기세가 단번에 군세 측으로 넘어가려는 순간!
쾅!!!!!
“어떤 새끼가 여기다 차 댔어!”
뜬금없는 외침과 함께, 작은 우주선 한 대가 군세의 우주선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 * *
“야호!”
카본이 신나게 외치며 우주선을 들이받았다.
“이 자식!”
아이작은 크게 흔들리는 우주선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셀리는 진즉에 벽에 매달려 있었고, 루치엘은 어차피 허공에 떠 있던 터라 충격이 어떻든 알 바 아니었다.
“왜 신나잖아?”
“박을 거면 말을 하고 박든가!”
“너 머리도 있었냐?”
카본의 이죽거림에 마검이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스크린으로 보이는 드넓은 군세의 우주선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드디어! 드디어 이 새끼들을 때려죽일 수 있겠구나!”
“저 자식 왜 이렇게 흥분했어?”
“카본, 저런 성격 아닌데. 카본 이상해.”
그를 꽤 오래 본 셀리마저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였다.
루치엘은 역시나 관심 없었기에 먼저 나갈 준비를 했다.
빛이 그의 몸을 휘감자, 그대로 사라졌다.
아이작은 혀를 차며 마검을 등에 멨다.
“나도 먼저 나간다.”
그는 배틀 폼으로 무장한 다음 열린 입구로 뛰어내렸다.
매달려 있던 셀리도 내려와 열린 입구로 걸어갔다.
“먼저 갈게 카본. 말썽부리면 혼나?”
“시끄러!”
“히히!”
깡총-!
셀리가 토끼(?)처럼 아래를 향해 점프했다.
혼자가 된 카본은 스태프와 로브를 소환했다.
박현수는 모나미를 데리고 먼저 떠났다.
그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와선 관심 없었다.
“즐겁게 놀아 보자고.”
사실 지구엔 큰 미련이 없었다.
미련을 갖기엔 지구를 떠나 있던 시간이 너무 길었다.
그렇다고 군세를 용서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미련이 없는 건 없는 거고, 이곳이 고향이란 건 변치 않으니까.
그곳이 악질 녀석들에게 파괴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용납할 수 없었다.
“다 뒤졌어.”
카본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마나를 전개했다.
“일단은.”
스태프가 우주선 바닥을 가볍게 내려찍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우주선이 그대로 폭발했다.
그 폭발은 군세의 우주선의 절반을 집어삼켰다.
이어지는 연쇄 폭발.
하늘이 새까맣게 물드는 건 순식간이었다.
카본은 텔레포트로 진즉 우주선을 탈출했다.
“야호!!”
그는 폭발하는 우주선을 바라보며 시원하게 소리쳤다.
“너어어어어어어! 이 새끼이이이이이!!!”
그때였다.
어마어마한 폭연을 뚫고 붉은 머리칼을 흩날리는 거구의 사내가 등장했다.
네 기수 중 폭력과 투쟁의 상징!
레이지였다.
그는 운이 없게도 우주선이 충돌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거기다 폭발에까지 휘말렸다.
그는 시꺼멓게 그을린 얼굴을 흉하게 일그러트렸다.
“네놈이로구나!! 우주선을 파괴한 자식이!!!”
카본은 그를 보며 손가락을 흔들었다.
“덤벼라, 버러지 자식아!”
“죽여주마!!”
카본과 레이지가 격돌했다.
그 시각.
폭발하는 우주선보다 훨씬 높은 상공.
“시작됐구나.”
박현수는 격전이 시작된 전장을 보았다.
커다란 폭발의 잔재가 허공을 부유한다.
그곳에서 그는 천천히 발을 들어 올렸다.
“천마신공.”
[천마군림]떨어진 발끝에서부터 어둠이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