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61
훈수 두는 천마님 159편
“큭!”
레이지의 거구가 아프리카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외딴섬에 처박혔다.
카본은 은은한 달의 마력을 뿌리며 하늘에서 그를 내려다봤다.
“생각한 것보단 별론데?”
“건방진 자식이……!”
자신을 덮은 돌무더기를 날려 버린 레이지는 씩씩거리며 일어났다.
붉은 피부 위로 굵직한 핏줄이 돋았다.
“같잖은 잔재주로 시간을 끌어 봐야, 네놈의 몸뚱이가 터져 나가는 건 변하지 않는다!”
“벌크업을 입으로만 했냐?”
“아가리부터 찢어 주지!”
쿵!
레이지가 뛰어오르자 작은 섬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카본은 그 무식함에 혀를 내둘렀다.
허공에 수십 개의 마법진을 만들었다.
그곳에서 온갖 다양한 마법이 튀어나와 레이지를 덮쳤다.
“짜증 나는 놈!”
레이지는 전신을 두드리는 마법 세례에 이를 악물었다.
놈은 거리를 쉽게 주지 않는다.
붙어서 싸우기 어려운 상대다.
‘이런 건 이 몸의 취향이 아니다만.’
레이지의 양손에 거대한 기운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카본은 공기의 흐름이 바뀐 걸 깨닫고 강력한 보호막을 여러 개 중첩했다.
“어디 한번 막아 봐라!”
적광색 덩어리가 보호막을 강타했다.
카본은 금방이라도 깨질 것처럼 출렁이는 보호막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스태프를 허공에 내리찍었다.
강력한 마력이 한점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적광색 덩어리가 그곳에 빨려 들어갔다.
그러나 엄청난 질량 때문에 쉽게 빨려 들어가지 않았다.
“또 허튼짓을!”
어느새 추격해 온 레이지가 히죽 웃으며 적광색 덩어리를 제 발로 후려쳤다.
“무식한 새끼……!”
와드득!
보호막에 굵직한 균열이 그어졌다.
이대로 두면 전이시키기 전에 보호막이 깨져나갈 것이다.
손가락을 흔들었다.
“큭! 이 빌어먹을 놈!”
레이지는 자신을 밀어내는 어떠한 힘에 욕지거리를 참을 수 없었다.
이래서 마법사란 부류가 극도로 싫었다.
‘마법’이란 이름으로 그들이 부리는 힘은 모든 물리법칙을 초월했다.
특히 눈앞의 상대처럼 마법으로 초월에 이른 것들은 하나 같이 귀찮기 짝이 없었다.
지금도 보라.
누군가에겐 유일한 능력인 염동력을 고작 손가락 까딱이는 정도로 사용하지 않는가?
“하지만 까딱이는 정도의 준비로는 이 몸을 막지 못한다!”
“윽!”
카본은 손가락이 빳빳해짐을 느꼈다.
염동력에 저항하다 못해 오히려 힘으로 밀어붙인다.
적광색 덩어리가 다시 보호막을 깨트리기 위해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시간은 충분히 벌었거든!’
덩어리가 소용돌이처럼 회전하며 한 점으로 급속도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레이지는 눈을 부릅뜨고 뒤로 몸을 날렸다.
적광색 덩어리가 사라졌다.
카본은 손을 옆으로 대충 털었다.
―――――――――――――――――――――――――!!
저 먼 수평선에서, 일대의 바닷물을 증발시켜 버릴 정도의 폭발이 발생했다.
그 빛은 두 사람이 싸우는 장소까지 붉은빛으로 물들였다.
“무식한 위력이구만.”
저딴 걸 맞았다가는 아무리 그라도 흔적도 남지 않았으리라.
“제법이군.”
레이지는 사그라지는 빛을 보았다.
방금 그 공격을 이렇게 흘려보내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그 어떤 마법사도 적광색 덩어리를 막아 내지 못했다.
마법적 역량이 상상한 것 이상이었다.
이 정도 수준의 마법사를 적으로 만난 것은 꽤 오랜만이었다.
“과연 박현수의 동료답구나.”
“뭐라는 거야?”
카본은 왼손가락에 마법진을 하나씩 걸어두었다.
이번엔 왜 황소처럼 달려들지 않는진 모르겠지만, 오히려 그에겐 캐스팅 시간을 주는 꼴이었다.
“처음엔 단순히 화가 나서 후딱 찢어 버리고 박현수를 쳐 죽일 생각이었는데. 너도 꽤 재밌겠어.”
레이지의 입술이 위로 비틀렸다.
고슴도치 같은 그의 붉은 머리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구구-!
천지가 진동했다.
바닷물이 흔들리며, 대량의 물방울이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섬의 잔해도 중력을 역행했다.
카본은 미간을 좁혔다.
‘이 정도였어?’
인정하기 싫지만, 대해(大海)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느낌이었다.
그 정도로 레이지가 발산하는 기운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손가락에 걸어둔 마법진들을 보았다.
‘역부족.’
달의 마력을 전개한 상태지만, 지금 상태로는 꽤 버거울 것이다.
‘출력을 높여야 해.’
은빛 로브가 바람에 펄럭인다.
카본은 달빛으로 물든 머리칼을 뒤로 쓸어 넘겼다.
오드 아이가 서로 다른 안광을 내뿜었다.
소매가 펑퍼짐하게 부풀어 올랐다.
알 수 없는 문자가 띠처럼 몸 주변에서 공전했다.
달의 마력은 그가 생존해야 했던 마르카나의 근원이 되는 힘.
즉, ‘별의 힘’이었다.
초월자의 육체라도 출력을 최대까지 높이면 쉽게 감당할 수 없다.
‘제한 시간은 대충 30분.’
그 이상은 몸에 과부하가 걸려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 제한 시간 안에 놈을 쓰러트린다.
“대단하구나! 대단해!”
레이지가 신이 난 목소리로 손뼉을 쳤다.
“어디, 둘 중 하나가 죽을 때까지 신나게 싸워 보자꾸나!”
“미안하지만.”
카본의 손에서 수십 개의 사슬이 튀어나왔다.
“난 죽을 생각이 없어.”
초월이 이른 마법사와 폭력의 화신 간의 목숨을 건 사투가 시작되었다.
* * *
“시작됐군.”
더 블랙은 곳곳에서 펼쳐진 전투를 보았다.
오늘 두 세력 중 한 곳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그것이 총력전의 의미였다.
“생각보다 잘들 버티는군.”
그는 인간 진형을 보며 조소했다.
인간들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실제로 당장은 그들이 원하는 그림이 연출되고 있었다.
그러나 저곳에 감당할 수 없는 폭탄 하나만 떨어트려도 저들은 혼비백산할 것이다.
인간이 이길 가능성은 없었다.
혹여나 기적이 일어날지라도, 그 기적이 승리까지 도달하는 건 불가능하리라.
“자넨 어찌할 생각이지, 킹?”
“때를 기다리고 있소.”
킹은 눈을 감은 채 대답했다.때를 기다린다니.
더 블랙은 그가 말하는 ‘때’가 언제인지 알지 못했다.
아니, 예전부터 그랬다.
한 번도 그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했다.
한땐 그런 태도가 못마땅했지만, 결국은 그의 뜻대로 되리란 걸 알게 되었다.
“짐은 날벌레들을 잡고 오겠네.”
“수고하시오.”
“수고까지야.”
더 블랙의 신형이 흐릿해졌다.
그제야 킹은 눈을 떴다.
“넌 어쩔 테냐.”
킹은 맞은편에서 손장난하던 퀸을 보았다.
이전과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으나, 그녀의 머리는 백치나 다름없었다.
그만큼 강한 힘을 손에 넣었지만, 제대로 사용하기 힘든 게 현실.
퀸은 그의 부름을 듣지 못했다는 듯 멍청하게 웃으며 손장난을 계속 이어 갔다.
“박현수가 오고 있다.”
멈칫.
퀸이 손장난을 멈추고 킹을 보았다.
킹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박현수를 언급하자 그녀가 반응했다.
“박현수를 아느냐?”
“박…… 현수.”
퀸의 눈이 서서히 커졌다.
“윽.”
그녀가 가슴을 붙잡고 비틀거렸다.
쿵쾅쿵쾅 심장 뛰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다.
박현수라는 이름이 반응하는 게 확실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심장의 역할을 해 주는 핵 때문임이 분명했다.
‘박현수에 대한 공포가 핵에 자리를 잡았군.’
이전 퀸이 지독하게 당한 사실은 지켜봤기에 알고 있었다.
“박…… 현수!!”
퀸이 얼굴을 흉측하게 일그러트리며 분노했다.
그 모습이 킹은 다시 한번 놀랐다.
‘자리를 잡은 건 공포만이 아니었군.’
분노 또한 공포와 함께 핵 안에서 똬리를 틀고 있었다.
실패한 줄로만 알았던 퀸이었다.
한데, 아니었다.
비록 활용성은 전보다 떨어졌을지언정, 충분히 제 몫을 할 수 있다.
“퀸이여. 네가 해 줘야 할 게 있다.”
퀸이 으르렁거리며 킹을 노려보았다.
커다란 살기가 두 눈에 가득 담겨 있었다.
“박현수를 죽여라.”
“박현수!!!”
쾅!!!
퀸이 땅을 박차고 사라졌다.
킹은 그녀가 서 있던 자리를 보았다.
거대한 구덩이가 만들어져 있었다.
“짐은 다시 때를 기다리면 되겠군.”
킹은 웃으며 다시 눈을 감았다.
* * *
“박현수!!”
퀸은 고개를 빳빳이 세운 채로 주변을 둘러봤다.
그녀의 머릿속엔 오로지 박현수라는 이름으로만 가득했다.
얼굴은 모른다.
키는 어느 정도고, 체형이 어떤지 역시 모른다.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른다.
그저 박현수라는 이름을 가진 누군가를 향한 끝없는 분노가 퀸을 움직이고 있었다.
“박현수! 박현수!”
닫힌 문을 억지로 비틀어 열고, 복도의 벽을 뜯어 안쪽을 살폈다.
천장을 뚫어 위로 올라가기도 하고, 바닥을 무너트려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오직 박현수를 찾아내기 위해 그녀는 가뜩이나 망가진 우주선을 계속 파괴했다.
“박현수!!”
하지만 어디에도 박현수는 없었다.
그때, 어딘가에서 거대한 힘이 느껴졌다.
“박현수?”
확실하지 않지만, 박현수라면 엄청나게 강할 것이다.
퀸은 고민하지 않았다.
두 다리를 열심히 놀려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달렸다.
콰가가각-!
달릴 뿐인데 그녀가 지나온 길이 엉망진창으로 무너져내렸다.
“박현수?”
퀸은 저 멀리 하얀 날개를 두 쌍 달고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저자가 박현수인가?
강한 기운을 가진 걸 보면 그럴 가능성이 컸다.
퀸은 팔을 기괴하게 꺾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심장, 핵이 미친 듯이 박동했다.
박현수로 추정되는 모든 것을 죽이라는 듯 백치의 뇌를 자극한다.
“박현수!!!”
[뭐야?]
킹의 병사를 상대하던 루치엘은 뜬금없는 외침에 뒤를 돌아봤다.
[저 여자는 또 뭐야?!]모든 것을 파괴하며 달려오는 미친 여자다!
루치엘은 혀를 차며 킹의 병사들을 뒤로 날려 버렸다.
뭔지 모르겠지만, 적당히 할 상대가 아니라는 것쯤은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박현수!!”
[박현수는 자꾸 왜 불러!]
퀸의 손톱이 날카롭게 자라나 루치엘을 할퀴었다.
쌍검을 세워 손톱을 막았다.
‘큭! 이 여자 정체가 뭐야?’
힘이 엄청났다.
끼기긱-!
손톱과 검 사이에서 불똥이 사정없이 튀어 올랐다.
루치엘은 눈살을 찌푸렸다.
몸이 점점 뒤로 밀려났다.
‘이 내가 힘에서 밀려?’
볼품없어 보이는 주제에 자신을 힘으로 압도한다.
자존심이 상했다.
헤일로가 더욱 넓게 확장됐다.
성전의 빛이 그를 따뜻하게 감쌌다.
루치엘은 눈 부신 빛을 내뿜으며 퀸을 저 멀리 밀어냈다.
두 쌍의 날개 위로 네 개의 구체가 만들어졌다.
네 개의 구체에서 심판의 빛이 쏘아졌다.
퀸은 코웃음 치며 손톱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심판의 빛이 허무하게 막혔다.
루치엘은 경악한 얼굴이 되었다.
폭연을 뚫고 퀸이 나타났다.
얇고, 긴 다리가 채찍처럼 떨어졌다.
검을 교차시켜 막았지만, 말도 안 되는 완력에 수 개의 벽을 뚫고 바닥에 처박혔다.
킹의 병사들이 루치엘이 날아간 방향을 쳐다보다가 퀸에게 고개를 돌렸다.
“박현수!!”
퀸의 손안으로 먹을 머금은 듯한 기운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루치엘은 그 기운에서 익숙함을 느꼈다.
그는 돌 잔해를 치우며 벌떡 일어났다.
새까만 기운이 광선이 되어 쏘아졌다.
루치엘은 숨을 들이켜며 신성력을 최대치로 방출했다.
두 개의 힘이 충돌했다.
그러나 힘의 균형은 맞지 않았다.
루치엘의 신성력이 거침없이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퀸이 쏘아낸 검은 광선.
그 힘은 분명 박현수의 천마신공의 내공과 매우 흡사했다.
루치엘은 자신을 덮쳐오는 거대한 힘에 저항하지 못하고 그대로 휩쓸렸다.
* * *
우주선의 외벽이 불그스름하게 달아오르더니, 새까만 광선이 우주선을 뚫고 하늘로 솟구쳤다.
“저건, 내 힘?”
하늘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박현수는 멀어져가는 광선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박현수!!!!!]그리고 안에서 들려온 우렁찬 여자의 목소리.
이 목소리의 주인은 알고 있었다.
“퀸.”
그녀가 부활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