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62
훈수 두는 천마님 160편
루치엘은 피를 뚝뚝 흘리며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를 보았다.
‘이게 무슨 꼴이야?’
그전에 저 여자는 어째서 박현수랑 같은 힘을 사용한단 말인가?
루치엘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전을 방어로 모조리 집중한 덕에, 생각보다 피해는 적었다.
그렇다 해도 꽤 치명적인 건 사실이었다.
‘싸우면 져.’
자존심 상하긴 하지만 상대는 자신보다 강하다.
이건 인정하기 싫어도 변하지 않는 사실.
루치엘은 쌍검을 고쳐 잡았다.
“박현수.”
[그러니까! 왜 자꾸 나보고 박현수라고 하느냔 말이다!]
무식하게 등을 보이고 후퇴하는 건 멍청한 짓이다.
일단 싸우는 척을 하면서 페이크를 줘야 한다.
챙챙-!
루치엘은 쌍검을 부딪치며 퀸을 향해 날아올랐다.
신성력을 머금은 칼날이 하얀 궤적을 그리며 X자를 그렸다.
검은 기운으로 물든 손톱이 쌍검을 후려쳤다.
쩡-!
엄청난 진동이 그립을 타고 피부로 전해졌다.
‘됐어!’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퀸의 얼굴을 발로 밀어냈다.
퀸은 발목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루치엘의 화려한 날개 컨트롤은 순식간에 몸의 방향을 반대로 틀었다.
쌍검이 바람 가르는 소리를 내며 참격을 사정없이 쏘아냈다.
“박현수!!”
참격이 그녀의 머리 위로 사정없이 떨어졌다.
루치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후퇴했다.
‘큰일 날 뻔했군.’
저런 녀석이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루치엘은 킹의 병사들을 베며 빠르게 자리를 떴다.
“박현수!!!!!”
그러나.
쾅쾅쾅쾅쾅쾅쾅!!!
퀸은 놓칠 생각이 없다는 듯, 바닥과 벽을 때려 부수며 엄청난 속도로 추격했다.
[이런 무식한!]루치엘은 빠르게 좁혀지는 거리를 보며 더욱 속도를 높였다.
하지만 퀸의 달리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으아아아아아!!”
쿠극-!
우주선 바닥이 움푹 파였다.
꽝!
폭탄 터지는 소리였다.
루치엘은 저도 모르게 뒤를 쳐다봤다.
그리고 기겁했다.
퀸의 얼굴이 코앞에 있다.
그녀의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이 지저분하게 침을 질질 흘리고 있다.
날카로운 손톱이 목을 노리고 날아든다.
루치엘은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젠장.’
이곳이 자신의 무덤이란 말인가?
이토록 허무한 죽음이라고?
해야 할 게 얼마나 많은데……!
꽈악-!
루치엘은 목 앞에서 멈춘 뾰족한 손톱을 보았다.
투박한 손이 퀸의 손을 세게 움켜쥐고 있다.
목소리의 주인을 보진 못했지만, 굳이 안 봐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시끄럽다. 누군 그러고 싶어서 그런 줄 아나?]
박현수가 살짝 웃으며 말하자, 루치엘이 어이없다는 투로 투덜거렸다.
“됐고.”
“박현수!!!!!!”
퀸의 눈이 새까맣게 물들었다.
머리카락이 하얗게 탈색되며, 그와 대비되는 검은 기운이 공간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박현수는 그 기운을 느끼며 눈을 가늘게 떴다.
“어떻게 내 힘을 얻었는지 모르겠지만.”
“박현수!!!!”
“내 이름 좀 그만 불러라!”
뻥!
박현수가 퀸의 배를 축구공을 차듯 까 버렸다.
퀸은 울컥 피를 내뿜으며 땅에 처박혔다.
그대로 다가가 머리채를 휘어잡고 무릎으로 얼굴을 찍었다.
“캬악!”
그보다 먼저 퀸의 손톱이 날아왔다.
머리카락을 바깥으로 당겨 버리자, 손의 궤적이 애먼 곳을 향했다.
퀸은 버둥거리며 박현수의 손목을 붙잡았다.
악력이 상상 이상이다.
그녀가 입을 벌렸다.
시커먼 기운이 입안으로 몰려든다.
“건방지긴.”
그를 보며 박현수는 조소했다.
“날 잡기 위해 내 힘을 손에 넣은 건 영리한 판단이었지만.”
[천마신회류]“내게 내 힘을 쓰는 건 멍청한 판단이야.”
꾸와앙!
퀸의 입에서 새까만 광선이 쏘아졌다.
그러나 광선은 박현수의 코앞에서 멈추었다.
검은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내가 내 힘을 컨트롤하지 못할 리가 없잖아.”
광선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박현수의 주변을 맴돌았다.
퀸은 멍하니 그 광경을 보더니, 서서히 인상을 구기기 시작했다.
“박현……수!!”
찌익-!
퀸은 제 머리카락이 뜯기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박현수의 팔을 떼어냈다.
그녀가 품으로 팔고 들었다.
혈관이 잔뜩 돋아난 주먹이 얼굴을 노렸다.
서억-!
하얀 깃털이 허공을 어지럽히듯 흩날렸다.
퀸은 위로 떠오르는 팔을 보며 날카로운 이를 갈았다.
“크아아아아!”
루치엘은 부드럽게 착지하며 반듯하게 세운 두 자루의 검을 한 번 털었다.
핏방울이 바닥을 적셨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확실히 루치엘의 타이밍은 나쁘지 않았다.
박현수는 잘려나간 퀸의 팔을 보며, 그녀를 옆으로 집어 던졌다.
퀸이 튕기듯 일어나 다시 돌진했다.
“그때랑은 꽤 다르네.”
예전의 퀸과는 겉모습만 같을 뿐, 정신적인 부분은 완전히 달랐다.
다르다기보단, 머리가 빈 것 같았다.
천마신공.
단전에서 시작된 새까만 내공이 몸 전체를 활주했다.
“박현수!!!”
퀸이 폴짝 뛰어올랐다.
높이 세운 다리를 도끼처럼 내려찍었다.
전투의 흐름이 오로지 박현수만을 위해 흘렀다.
퀸은 다리가 저절로 접히는 걸 보며 이해할 수 없단 표정을 지었다.
루치엘은 공간을 장악한 박현수의 기운을 느끼며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무슨 짓을 한 건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저곳에서의 박현수는 무적에 가깝다……!’
퀸의 공격이 모두 그에게 닿지 않는다.
아니, 닿지 않는다 같은 개념이 아니었다.
‘역으로 피하는 느낌.’
루치엘의 눈엔 그렇게 보였다.
퀸의 입장에선 자신이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 갈 것이다.
3자 입장에서도 그런데, 당사자는 어떻겠는가?
“강함 쪽으로는 업그레이드가 된 것 같다만.”
“이익!”
퀸이 답답한 듯 소리를 내었다.
“더 볼 건 없네.”
[타천 – 명(銘)]“커헉!”
출수한 일장이 그녀의 머리를 때렸다.
고개가 뒤로 꺾였다.
그녀의 몸이 뒤로 날아가거나, 머리가 뽑히는 등의 극적인 연출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퀸의 무릎은 바닥에 닿았고, 그녀는 힘없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박현수는 그녀를 보다가 몸을 돌렸다.
“가자.”
[끝……났나?]
“보다시피.”
그는 퀸을 가리켰다.
루치엘이 보기에도 퀸에게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 위화감은 뭘까?
박현수 정도의 남자가 이걸 못 느낀단 말인가?
[저거 말이다.]
루치엘은 퀸을 턱짓했다.
“이미 죽은 녀석한테서 뭘 느껴?”
‘못 느낀다.’
박현수는 이상한 놈 보겠다는 듯 눈을 흘기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루치엘은 쌍검을 다시 세우고 퀸을 향해 돌진했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박현수가 얼굴을 찌푸렸다.
“이봐!”
[조각을 내야 한다!]
성전이 전개되며, 참격의 비가 시체 위로 쏟아졌다.
그리고.
퀸의 검은 눈이 번쩍 뜨였다.
푸화아아악!
등 뒤로 대량의 검은 입자가 분사되었다.
입자는 참격의 비를 손쉽게 흩어 버렸다.
“……살아 있다?”
박현수가 콧등을 씰룩였다.
타천으로 놈의 뇌를 곤죽으로 만들었다.
자연체라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초월자급의 힘을 가졌어도 절대 살아남을 수 없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흑강기가 풀려 나왔다.
박현수는 힘을 준 손을 시계 방향으로 회전시키며 기수식을 취했다.
“도륙 내면 그만.”
[파천마권 후반 오의] [6식]퀸의 몸이 좀비처럼 흔들렸다.
기괴하기 꺾인 목이 뚜둑- 소리를 내며, 비스듬히 박현수를 향했다.
“박현수!”
사지 관절이 목처럼 기괴하게 뒤틀리더니, 기괴하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날개처럼 펼쳐진 검은 입자가 우주선의 내부를 파괴하며 쇄도해 왔다.
박현수는 왼 주먹을 앞으로 가볍게 내밀었다.
그리고 두 주먹의 위치를 서로 바꾸었다.
쩌적-!
천지의 부조화가 한 곳으로 몰렸다.
퀸은 자신의 몸이 비틀리는 것을 보았다.
검은 입자가 허공에서 산화했다.
박현수는,
[사상 붕괴]쥐었던 주먹을 펼쳤다.
퀸의 몸이 위로 떴다.
그녀는 새우처럼 뒤로 몸이 꺾이며 피를 토했다.
심장 역할을 하는 핵에 균열이 생겼다.
“박……. 현……수.”
부러진 손톱이 박현수를 가리켰다.
까맣게 물들었던 눈동자가 제 색을 되찾았다.
‘본질’이 파괴된 퀸은 그대로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 * *
바이스가 고개를 들었다.
우주를 담은 듯한 그녀의 눈동자에 슬픔이 맺혔다.
“……그건 무슨 고약한 취미냐?”
아이작은 부서진 갑옷의 잔해를 털어 내며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은 한창 치열하게 치고받고 싸우는 중이었다.
한데, 어느 순간부터 그녀의 움직임이 묘해지더니, 이제는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굴고 있었다.
“퀸.”
바이스는 눈을 감으며 이젠 존재하지 않는 퀸을 떠올렸다.
퀸은 만들어진 존재였지만, 그녀를 만드는 데 사용된 건 네 기수의 일부였다.
바이스의 일부 역시 그녀에게 포함되었으니, 애정이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백치란 걸 알았을 때, 표는 내지 않았지만 가슴이 얼마나 미어졌던가.
“아이작.”
“……이름 부를 사이는 아닐 텐데.”
“당신을 죽이는 것으로 제 슬픔과 화를 달래야겠어요.”
바이스의 심안이 빛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눈에는 사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마음으로 빚어낸 검, 심검이라 할지라도.
그게 사실이라는 듯, 지금까지 아이작의 심검은 단 한 번도 그녀를 스치지 못했다.
‘내 경지가 저 여자의 눈을 속이지 못할 정도로 미숙할 뿐.’
아이작은 다시 한번 마음 위로 검을 세웠다.
‘제대로 된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한 건 저 여자 또한 마찬가지다.’
실력은 대등.
[가자고, 파트너.] “시끄러워.”말은 그렇게 했지만, 현재 그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은 마검이었다.
아이작은 마검을 위로 들어 올리며 전진했다.
독과 마기가 충돌했다.
* * *
박현태는 위에서 거대한 힘 하나가 사라진 걸 느꼈다.
‘아군은 아니야.’
죽은 건 적이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몸을 전율케 하는 강자임은 확실했다.
형이 쓰러트린 걸까?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형의 동료들은 전체적으로 엄청나게 강력했다.
꼭 형일 이유는 없었다.
‘중요한 건, 강적 하나가 쓰러졌어.’
희망이 보인다.
박현태는 시공간의 도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몬스터들을 곤죽으로 만들었다.
벌써 몬스터의 3분의 1이 섬멸되었다.
이게 다 몬스터 웨이브 덕분이었다.
꾸와앙!!
저 멀리서 새까만 브레스가 몬스터 군단을 휩쓸었다.
하유락의 것이었다.
‘S급들도 매우 잘해 주고 있어.’
박현태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사활을 건 총력전이 승리한다.
결과가 확정된 건 아니지만, 상상하는 것만으로 웃음이 나왔다.
“반드시 이긴다. 반드시!”
기도하고 있을 차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퀸은 죽었는가.”
소란스러운 전장에서 선명하게 들려온 목소리가 있었다.
박현태는 시간이 왠지 느리게 가는 것 같았다.
갑자기 무슨 일일까?
박현태는 커다래진 눈으로 주변을 보았다.
보이는 것이라곤 헌터와 몬스터 간의 목숨을 건 사투뿐이다.
“백치만 아니었다면 완벽했을 터인데. 운이 나쁘군.”
‘뭐지? 나한테만 들리는 목소린가?’
박현태는 두 귀를 막았다.
그러나 목소리는 손을 뚫고 파고 들어왔다.
“내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는 모양이구나.”
걸걸한 노인의 목소리였다.
박현태는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
쨍하게 뜬 태양에 눈을 제대로 뜨기 어려웠지만, 마치 흑점처럼 그 한복판에 누군가 서 있었다.
“그럼 되었다.”
노인은 시커먼 로브를 펄럭이며 거무죽죽한 안광을 흘렸다.
“짐의 공포를 느낄 이는 그리 많이 필요 없느니라.”
더 블랙이 징그럽게 웃었다.
“절망하라.”
‘재앙’이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