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65
훈수 두는 천마님 163편
“……쉽지 않아.”
[저 여자의 눈, 정말 미쳤어.]
아이작과 마검은 바이스의 눈에 치가 떨렸다.
무형의 검도.
유형의 검도.
마기의 폭격도.
어떤 공격도 그녀에게 닿지 않았다.
마치 미래를 읽는 사람처럼 그녀는 쉽게 공격을 피했다.
반대로, 바이스 역시 아이작에게 제대로 된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거슬리네요, 당신의 능력.”
심검은 공격에만 치중된 능력이 아니었다.
검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아이작의 주 무기가 검이기 때문이었다.
심검은 마음으로 움직이는 힘.
원한다면 최강의 방패도 될 수 있었다.
덕분에, 바이스가 가진 치명적인 독도 그에겐 통하지 않았다.
‘독을 막는다’라는 생각이 마음을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상성이 안 좋군.”
“당신이 제리를 쓰러트렸을 때만 해도 별것 아니었는데, 짧은 기간에 이 정도로 성장할 줄은 몰랐어요. 이게 바로 특이점인가요?”
“글쎄다. 너희를 반드시 죽이겠다는 열망이 날 이렇게 만들었다.”
아이작은 마검을 곧추세웠다.
흉포한 기운이 칼날을 타고 흘러나왔다.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고 대치만 할 수는 없는 노릇.
‘할 수 있는 전부를 한다.’
[가자, 파트너!]
마검이 희번들한 눈을 떴다.
마기의 폭풍이 휘몰아치며, 붉은 파도가 바이스를 향해 덮쳐 갔다.
심안으로 알아도 피할 수 없는 공격이 있는 법.
바이스의 얇은 입꼬리가 위를 향했다.
“방식을 바꿨나요?”
바닥에서부터 보라색 진액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이 정도 힘으로는.”
치이이익-!
녹아내리는 바닥에서 단단한 보라색 가시가 돋아났다.
가시는 마기의 파도를 사정없이 꿰뚫었다.
마기가 꺼멓게 죽어 갔다.
킹의 사기(死氣)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힘!
“절 막지 못해요.”
“읽지 못했구나.”
보이지 않는 검이 바이스의 목 언저리에 나타났다.
우주가 담긴 눈이 이채를 띤다.
“설마요.”
쩌적-!
심검에 균열이 벌어졌다.
아이작은 눈살을 찌푸렸다.
저 눈, 정말 골치 아프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보는지 모르겠지만,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자존심이 상하지만 내 힘으론 못 뚫는다.’
박현수나, 카본이 와야 뚫을 수 있었다.
그들이라면 심안을 뚫을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어도 타개책을 찾겠지.
“포기하시나요?”
마음이 읽히는 게 짜증 났다.
아이작은 이를 갈며 전투 자세를 취했다.
그러다 문득 어떤 생각 하나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마음을 읽는다.’
어떻게 읽는지 방법까지는 모른다.
하지만 결국 마음을 읽는다는 것은 바이스가 만들어 낸 현상.
현상이란 방법을 안다면 막을 수 있다.
문제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
그러나 그에겐 방법을 몰라도 막을 방법이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그 순간, 여유롭던 바이스의 표정이 굳었다.
그녀는 변한 것 없는 아이작을 보며 처음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당신.”
“그 눈으로 마음을 본다면.”
그의 주변으로 수 자루의 무형검이 떠올랐다.
“내 마음을 잠그면 그만.”
심검이란 생각을 통해 마음을 구현하는 힘.
즉, 마음을 보이기 싫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가능케 하는 힘이었다.
바이스는 더 이상 생각을 읽지 못했다.
“심안이란 힘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모르겠지만, 내 예상이 맞다면 더는 공격을 피하지 못할 거다.”
결국, 심안은 마음을 엿보며 생각을 읽는 ‘현상을 일으키는’ 힘이다.
그녀를 초월자로 있게 만든 강력한 무기는 이제 쓸모가 없었다.
“아무래도 상성은 심검 쪽이 우위였던 모양이야.”
“큭…….”
바이스는 어떻게든 그의 마음을 엿보려고 했지만, 굳게 잠긴 것처럼 보이는 것은 암흑뿐.
‘이건…….’
설마 아이작에게 심안이 막힐 줄은 몰랐다.
차라리 다른 상대였다면…….
그런 생각은 이제 와선 의미 없다.
‘심안의 사용법은 꼭 상대의 마음을 읽는 것만 있는 게 아니랍니다.’
심안이나, 심검이나, 결국 마음에서 파생된 힘이었다.
우주를 담은 눈이 그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났다.
그녀의 기세가 변했다.
“심안은 부차적인 힘일 뿐.”
아이작은 바이스의 주위로 떠오르는 수많은 해골 문양을 보며 쓰게 웃었다.
“원래는 이것을 유용하게 다루기 위해 깨우기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우주가 어둠으로 잠겼다.
수많은 해골 문양의 텅 빈 눈덩이에 우주가 담겼다.
갈라진 턱이 쩍 벌어졌다.
―――――――――――――――――――!!
끔찍한 비명이 이어졌다.
아이작은 귀에서 흐르는 피를 인지하지 못했다.
“세상을 정복할 방법 중 가장 유용한 게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심안을 잃은 여인은 빙긋 웃는다.
“다름 아닌 질병이랍니다.”
강력한 폭력도,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재앙도, 죽음을 뿌리는 안개도 아니다.
가장 빠르게, 그리고 드넓게 모든 것을 굴복시키는 것은 오직 질병뿐.
그렇기에 네 기수 중 가장 강대한 것은 레이지도, 더 블랙도, 킹도 아니었다.
바로 바이스, 그녀였다.
“심안을 막아 낸 것은 칭찬해 드리죠.”
아이작은 다가오는 해골 무리를 보며 쓰게 웃었다.
산 하나를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더 큰 산이 앞을 가로막았다.
그런 그 앞에 새하얗고, 길쭉한 귀가 나타났다.
“오오오오!!”
뭉툭한 솜뭉치가 좌우로 흔들렸다.
“해골이야, 해골!”
“네가 왜 여기서 나타나?!”
아이작은 셀리를 보며 경악했다.
그러고 보니, 다른 이들과 다르게 셀리의 기운은 한 번도 느끼지 못했다.
그전에 그녀가 어느 정도의 힘을 가졌는지도 몰랐다.
“너 어디 있다가 나타난 거야?”
“나? 그냥 보이는 것들 다 부쉈어!”
어떤 걸 부쉈다는…….
콰앙-!!!
그때, 엄청난 폭음과 함께 우주선이 급속도로 기울기 시작했다.
“……설마!”
바이스가 주춤하며 고운 미간을 찌푸렸다.
폭음이 들린 곳은 우주선의 엔진실이었다.
쾅!!!
또 다른 폭발음이 거세게 울렸다.
바이스는 표정이 일그러지는 걸 참지 못했다.
이번엔 작전기획실 방향이었다.
그녀는 휘청거리는 우주선에 이를 갈았다.
“헤헤.”
셀리가 멋쩍은 얼굴로 귀를 긁적거렸다.
“너…….”
아이작은 헛웃음이 나왔다.
어쩐지 그녀의 기운이 안 느껴진다 했다.
레비니안인 그녀는 이곳의 누구보다도 우주선의 구조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어디부터 망가트려야 우주선이 무너지는지 알고 있었다.
“자, 그럼 이제 저 여자를 쓰러트려 보자고.”
“오우!”
셀리가 팔을 힘차게 들었다.
바이스는 기가 찼지만, 상대가 상대인지라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우주선이 망가진 건 어쩔 수 없지만, 그 대신 당신들의 목숨을 가져가겠어요.”
주춤했던 해골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로지 생명체만을 말살하는 강력한 바이러스.
모든 바이러스의 시초.
“그렇겐 안 돼!”
셀리가 귀를 쫑긋 세웠다.
그녀의 커다란 눈이 녹색으로 물든다.
레비니안은 태어날 때부터 초월종으로 태어난다.
그리고 모든 레비니안은 힘의 법칙에 따랐다.
그렇기에 가장 강한 것은 종족의 지배자였으며, 셀리는 지배자의 하나뿐인 여식이었다.
누구보다 강한 힘을 지닌 레비니안 중 왕의 핏줄을 이어받은 레비니안.
“우오오오오오오옷!!!”
단 한 번도 전력을 끌어낸 적 없지만, 오늘 셀리는 자신의 한계에 도전했다.
쉐액-!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아이작의 귀를 스쳤다.
보지 못했다.
느끼지도 못했다.
그저 들었을 뿐이다.
‘미쳤군.’
저건 알아도 피할 수 없다.
“……!”
바이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레비니안의 전설 중엔 빛보다 빠른 레비니안의 이야기가 있었다.
그만큼 레비니안은 ‘속도’에 민감했다.
그래서 누구보다 빨랐다.
뻥!
경쾌한 소리였다.
바이스는 분명 봤음에도 반응할 수 없었다.
‘아니. 반응 자체가 불가능했어.’
레비니안은 또다시 사라졌다.
그러나 그녀의 기척과 위치와 어떤 행동을 하려는 지는 심안을 통해 여실히 느껴졌다.
문제는.
꽝!!
피하지 못한다는 것.
“쿨럭!”
바이스는 피를 토했다.
아이작과 상극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다.
심안의 진정한 상극은 심안조차 반응할 수 없는 ‘속도’였다.
그건 멀리서 지켜보던 아이작도 같은 생각이었다.
[워후~ 심안을 저런 식으로 파훼한다고?]잔상조차 보이지 않는다.
바이스의 튕겨 나가는 몸뚱이만 보일 뿐.
저런 속도로 후려치면 웬만한 초월자들조차 고깃덩이가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바이스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저런 정신 나간 속도로 계속 얻어맞는데도 그다지 큰 피해는 없어 보였다.
“내가 도와야 한다.”
[그건 맞아. 한계가 있어.]
셀리는 레비니안의 지배종이지만, 태어난 지 스무 해도 지나지 않은 아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실력을 보유했지만, 저대로는 아까 그 바이러스에 당할 것이다.
심검(心劍).
“빗살.”
바이스의 몸이 바닥에 한 번 튕긴 순간, 그녀의 가슴으로 칼날이 파고들었다.
“참수.”
무형의 기요틴이 뚝- 떨어졌다.
“절대 안 죽어어어어어!!”
바이스의 회색 머리카락이 위로 흩날렸다.
기요틴이 깨져 나갔다.
셀리는 엄청난 반발력에 그대로 튕겨 나갔다.
“나는! 나는 절대!!”
바이스도 더는 존댓말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녀는 눈을 한 번 감았다 떴다.
우주가 사라졌다.
“……블랙홀.”
두 눈에 자리 잡은 것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끄응.”
셀리가 엉덩이를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름답던 바이스의 외모가 흉하게 변모했다.
회색 머리카락은 칠흑보다 어둡게 물들고, 하얀 드레스는 피로 물든 것처럼 빨갛게 적셔졌다.
블랙홀을 담은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내린다.
“이런 곳에서 무너질 수 없어! 내가 어떻게! 어떻게 견뎠는데!!”
태초의 바이러스, 마더 컨테이젼이 공간을 뒤덮었다.
아이작은 셀리를 잡아당기며 심검으로 뚫리지 않는 방패를 펼쳤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그조차 갉아먹겠다는 듯 무형의 방패를 탁기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 순간이었다.
콰앙-!
거구의 무언가가 벽을 뚫고 그대로 바이스를 덮쳤다.
그녀가 꺽 소리를 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쳇. 여기까지 왔나?”
야성미 넘치는 붉은 머리를 털어 낸 근육질 사내가 인상 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뒤에 엎어진 바이스를 보며 묻는다.
“너 거기서 뭐 해?”
“……레이지!!”
“뭘 화를 내고 그러시나?”
“무슨 일이야?”
레이지가 뻔뻔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일 때, 뚫린 구멍에서 카본이 나타났다.
그는 손에 강력한 마력을 머금은 채 상황을 살폈다.
“음.”
아이작과 셀리가 그를 바라봤다.
바이스는 레이지를 보며 화를 내고 있다.
“모르겠다. 둘 다 죽어라.”
카본은 이해를 포기했다.
손에 쥔 마력 덩어리를 그들에게 집어던졌다.
“젠장!”
레이지가 바이스를 옆구리에 끼고 몸을 날렸다.
거대한 폭발이 우주선을 뒤엎었다.
아이작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한숨을 쉬었고, 셀리는 뭐가 그리 좋은지 꺅꺅거리며 웃어댔다.
* * *
“저쪽도 슬슬 마무리 단계인 모양이야.”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킹은 얼굴이 붙잡힌 상태에서 박현수에게 물었다.
분명 상황은 자신에게 유리했다.
박현수가 꺼내든 비장의 한 수는 확실히 위협이 됐지만, 결과가 어찌 됐든 그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한데, 정신을 차려보니 이런 꼴이 되었다.
“글쎄다. 영업 비밀이라서.”
“이마의 문장과 연관이 있는 거냐?”
정복의 문장.
그것은 아까보다 유독 강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박현수는 말하지 않았다.
“사탄이 거의 깨어난 모양이야. 열심히 아가리를 털더라고.”
“크큭. 그렇다면 곧 모든 게 끝나겠구나.”
“너희가?”
“농담이 지나치구나. 설마 진짜 사탄을 쓰러트릴 생각인가? 그 예언이 진짜라고 믿는 건 아니겠지?”
이미 마레에게서, 그날의 예언은 자신의 염원을 보여 준 거라고 진실을 들었다.
하지만 꼭 그게 마레의 염원만은 아니었다.
“모두의 염원이다.”
“무슨 소리냐.”
“그리고 우리의 염원은 이뤄질 거야.”
킹의 얼굴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모든 게 끝나면 다시 평화가 찾아오겠지.”
역 천마신공의 내공이 킹의 몸을 감쌌다.
그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나는 그 날이 오기를 바란다.”
“……헛소리다!”
“타락의 마왕은.”
박현수의 눈에서 귀화가 타올랐다.
“내가 쓰러트린다.”
“크악!”
죽음이 바스러졌다.
킹은 육체가 무너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어째서 이런 지경에 이른 것일까.
아무리 이해해 보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는 죽어가는 그 순간에도 박현수를 저주했다.
“네놈은 실패할 것이다! 사탄에게 패배해 절망 속을 기어 다닐 것이다! 그곳에 구원은 없고, 고통뿐인 삶을 살아갈 것이다! 죽지도 못하고 그럴 것이다! 무엇보다!”
“무엇보다 뭐.”
“……만약, 만약에.”
킹의 입술이 비틀려 올라간다.
“사탄을 쓰러트린다고 해도, 진정한 거악 앞에 무릎 꿇을 것이다.”
크하하하하!
광소와 함께 킹의 몸이 먼지처럼 흩어졌다.
박현수는 모래 산처럼 쌓인 킹의 잔해를 보았다.
지구를 이 꼴로 만든 악의 근원을 오늘 드디어 죽였다.
드디어.
‘아니, 끝나지 않았어.’
진짜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지금도 느껴진다.
무저갱에서 나오기 위해 꿈틀거리는 사탄이.
주먹이 절로 쥐어졌다.
살아남을 것이다.
살아남아서 평화를 누려 주마.
“이곳은 너희한테 맡기마.”
아직 동료들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킹이란 구심점을 잃은 이상 적들은 스스로 자멸할 것이다.
자신이 신경 쓸 것은 오직 타락의 마왕뿐.
“후우.”
박현수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가자.”
걸음을 옮겼다.
사탄에 봉인된 땅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