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68
훈수 두는 천마님 166편
“사탄이 부활했다. 박현수와 싸우기 시작했군.”
“관심 없어!”
바이스는 레이지의 말을 무시하며 적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저 여자가 저런 모습이 된 게 대체 얼마 만인지 모르겠군.”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다.
‘혼돈의 마왕’과 싸울 적에도 저런 모습이 되지 않았었다.
그녀를 기어코 저런 상태로 만든 인간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어디에 신경 파는 거냐?”
“마법사 놈.”
카본은 은은한 달빛을 흘리며 바닥에 내려앉았다.
레이지는 그에게 당한 상처가 욱신거렸다.
박현수의 동료 중 마법사가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박현수 다음가는 실력.’
박현수와는 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자신과 비교하면 전혀 밀리지 않았다.
일이 어려워졌다.
킹은 죽었고, 바이스는 이성을 잃었으며, 더 블랙은 죽어가고 있다.
사탄이 박현수를 쓰러트려도, 군세는 사실상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생각이 많아 보이는군.”
카본은 바람에 펄럭이는 로브 자락을 손으로 붙잡았다.
“일이 생각보다 잘 안 풀려서 말이다.”
“죽으면 다 편해질 거야.”
허공에 마법진이 떠올랐다.
이번에도 처음 보는 마법진이다.
대체 얼마나 많은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건지, 절로 혀를 내두르게 될 지경이었다.
초월에 이른 마법사는 몇 번 봤지만, 눈앞의 카본 정도로 실력이 좋은 놈은 없었다.
“어차피 구심점도 잃었고, 처음의 목적도 이루기 어려워졌어.”
“뜬금없이 무슨 한풀이야?”
“솔직히 흥이 떨어졌다.”
레이지는 폭력과 억압, 지배의 상징이었지만,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싸움만 즐기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폭력을 기반으로 한 ‘승리’.
이곳에선 승리를 찾을 수 없다.
불나방 같은 싸움은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혐오했다.
“그래서, 그만 싸우겠다고?”
카본은 스태프를 어깨 위에 올렸다.
“네놈들이 따르는 사탄이 부활했잖아.”
“뭔가 잘못 알고 있군. 우린 사탄을 따르지 않아. 그는 우리들의 주인이 아니야.”
묵시록의 네 기사는 묵시록의 붉은 용과 협력할 뿐이었다.
그의 지휘를 따른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일시적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지금 널 놔달라, 그런 말을 하는 거냐?”
“놔달라면 놔줄 건가?”
“흠.”
카본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레이지는 강한 상대였다.
계속 싸운다고 해서 이긴다는 보장도 없었고, 이기더라도 자신은 꽤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할 터였다.
그렇다고 그냥 보내주기엔, 그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웠다.
“네가 뒤통수칠 수도 있잖아.”
“그거야 믿기 나름 아니겠나?”
“너 그런 캐릭터였냐?”
“나는 확률이 낮은 싸움은 쿨하게 포기하는 편이라서.”
“싸움에 미친개 아니었어?”
“싸움은 수단일 뿐이다.”
펑!!
우주선의 천장이 폭발했다.
그곳에서 아이작이 튀어나왔다.
아이작은 마검을 고쳐 들고, 따라 나온 바이스에게 심검을 휘둘렀다.
동시에 셀리가 그녀를 덮쳤다.
그러나 바이스의 거대한 힘에 둘 다 나가떨어졌다.
“흠.”
지켜보던 카본은 미간을 찌푸렸다.
저 둘로는 바이스란 여자를 이기지 못할 것이다.
자신이 무조건 참전해야 한다.
“아냐. 역시 못 믿겠어.”
아이작 쪽이 걱정되긴 하지만, 적을 믿을 정도로 카본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설사 진심이라 하더라도.
“널 놔주면 현수 놈이 성질을 부릴 거야.”
“아쉽게 됐군.”
그리 아쉬워 보이는 얼굴은 아니었다.
카본은 다시 술식을 전개했다.
그를 본 레이지가 말했다.
“서로 시간 끄는 건 남자답지 못하니까, 한 방에 끝내자.”
“그거 괜찮은 방법이로군.”
“마법사라서 뺄 줄 알았는데.”
“마법사니까 안 빼는 거야.”
“그거 좋군!”
레이지가 광소를 터트렸다.
방금까지 흥이 없다고 한 주제에, 흥이 넘쳐 보였다.
역시 배신하지 않겠다고 한 건 다 거짓말이었다.
“내 최고의 마법을 보여 주마.”
“그렇다면, 나 역시 최강의 공격을 구경시켜 주지.”
두 거대한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군세 vs 인류.
5년간 이어진 두 세력의 전쟁이 머지않아 곧 끝날 것이다.
그리고.
검은 사념 하나가 폐허가 된 도시 한복판에 나타났다.
* * *
검붉은 창이 선명한 궤적을 그렸다.
그 궤적 위로 푸른빛의 궤적이 떨어졌다.
창이 뱀처럼 휘었다.
푸른빛의 궤적을 훑으며, 적을 향해 독사의 송곳니를 드러냈다.
박현수는 고개를 틀어 창을 피했다.
동시에 몸을 전진시키며 다른 손을 뻗었다.
사탄도 똑같이 일장을 펼쳤다.
쩡-!
두 개의 손바닥이 충돌하자, 공기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박현수는 손바닥을 왼쪽으로 틀었다.
사탄 역시 놓치지 않겠다는 듯 같은 방향으로 틀었다.
손가락이 서로 얽혔다.
검지와 중지를 적의 손가락에 걸어 갈고리처럼 잡아당겼다.
잡힌 손가락은 서로 꼬아 역으로 상대의 검지와 중지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검붉은 창이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다른 손이 창의 모가지를 붙잡았다.
살아 움직이는 창은 골치 아프다.
그 와중에 두 손은 우위에 서기 위해 쉴 새 없이 손가락을 놀렸다.
“정말 대단해, 박현수.”
사탄은 혀를 날름거렸다.
신화가 판치던 시절에도 그를 단신으로 상대할 수 있는 자는 몇 존재하지 않았다.
단 한 명.
자신을 무저갱에 처박은 단 한 명만큼은 천외천의 강함을 가졌었다.
그를 제외하면 박현수는 네 쌍 이상의 천사보다 강했다.
“이런 짜릿함, 정말 오랜만이라고.”
“변태 같은 소리 좀.”
손가락의 템포가 올라갔다.
사탄은 갑작스럽게 빨라진 템포에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순식간에 손가락을 제압당하고 그 기세를 이어 사탄의 손목을 낚아챘다.
“하지 말자.”
손목이 역으로 비틀렸다.
우드득-!
뼈 부러지는 소리가 살벌하게 들렸다.
사탄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안 놓을 거야.”
팔을 잡아당겼다.
박현수는 들어 올린 발로 당겨지는 사탄의 턱을 걷어찼다.
하루에만 벌써 두 번째 사탄의 턱이 박살 났다.
창을 놈의 심장에 때려 박았다.
자신의 무기에 자기가 당했다.
자유로워진 손으로 박살 낸 턱을 한 번 더 후려쳤다.
사탄의 고개를 뒤로 젖혀졌다.
박현수가 출수한 일장엔 모두 타천의 묘리가 담겨 있었다.
내뻗는 다리에도 마찬가지로 파천마권의 모든 묘리가 접목되었다.
무서울 정도의 타격이었다.
아까 전의 타격과는 궤를 달리하는 위력적인 공격이 사탄을 사정없이 난타했다.
‘이건 좀 위험한걸?’
몸이 서서히 망가졌다.
계속 이런 상태로 가다간 싸움이 재미없게 끝날 것이다.
그건 안 된다.
얼마만의 즐거움인데.
명색이 마왕인데 이렇게 끝나 버리면 남들한테 손가락질당한다.
‘쉽게 무너질 것 같지도 않고.’
아까랑은 다르다.
어린아이 재롱이 아니게 되었으니.
턱-!
박현수의 눈이 가늘어졌다.
사탄은 머리를 노리고 오는 주먹을 손쉽게 붙잡았다.
“많이 때렸잖아.”
“죽을 때까지 때릴 생각인데.”
“그건 너무 잔인해.”
“네가 그런 말 하는 건 조금.”
“맞는 말이긴 하지.”
박현수는 붙잡힌 주먹이 점점 짓눌리는 걸 느꼈다.
악력이 강해졌다.
주먹을 으스러트릴 정도로.
빼내지 않으면 위험하지만, 쉽게 빼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제대로 할 생각이 들었나 보군.’
계속 맞아 줬으면 진짜 죽일 수 있었는데.
하긴, 그럴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박현수는 굳이 주먹을 빼지 않았다.
오히려 앞으로 몸을 파고들었다.
사탄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게 보였다.
저놈의 입꼬리는 얼마나 가벼운지, 시도 때도 없이 올라갔다.
꼴 보기가 싫다.
꽝!
사탄의 시야가 까매졌다.
박현수가 머리로 들이받았다.
스타일리쉬한 격투술과 화려한 기공술만 사용하는 줄 알았는데.
더티 파이트도 할 줄 안단 말인가?
그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박현수는 풀려난 손으로 그의 뒷목을 잡고, 한 번 더 머리로 받았다.
“크헉!”
사탄의 입에서 듣기 힘든 신음이 흘러나왔다.
박치기가 제대로 통한 것이다.
손목을 놓고 흡수한 자연의 마나 일부를 구체 형태로 꺼냈다.
“이거나 처먹어라.”
그대로 옆구리에 박아 넣었다.
“우억?!”
구체가 점점 커지더니 엄청난 속도로 그를 땅에 내다 박았다.
그 충격이 얼마나 커다란지, 충돌한 지점이 붕괴하며 일대에 지진이 발생했다.
박현수는 곧장 그리로 날아갔다.
쉴 타이밍을 줘선 안 된다.
떠오른 강기공이 비처럼 그리로 쏟아졌다.
가까워질수록 폭연 때문에 앞이 안 보였지만, 그의 눈엔 사탄이 선명하게 보였다.
목을 붙잡고 땅에 다시 처박았다.
말아쥔 박현수의 주먹에 막대한 공력이 몰려들었다.
이렇게 쉽게 쓸 기술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더 큰 피해를 줘야 했다.
천마신공의 극의가 난잡한 상황에서 펼쳐졌다.
그러나-
“내 차례도 좀 줘야지.”
“……이 자식.”
천지를 빨아들이는 천령인이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에, 박현수는 이를 악물었다.
‘완전히 흩트려 버렸어.’
천령인을 무효로 만들었다.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천령인은 천마신공의 오의였다.
웬만한 적은 이 공격에 소멸하거나, 재기불능 상태가 되었다.
죽이지 못했던 적도 있지만, 천령인의 효과마저 피한 존재는 없었다.
“놀란 얼굴도 꽤 매력적이야.”
폭연 속에서 붉은 안광이 번들거렸다.
박현수는 주먹을 붙잡고 있는 손이 어쩐지 까칠하게 느껴졌다.
아니, 착각이 아니다.
피부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손톱은 아까의 사탄과는 달랐다.
“오랜만이라 진심을 보이는 데 조금 걸렸어. 미안.”
놈의 여유로운 말투.
구역질이 났다.
그러나 놈에겐 저런 여유를 보일 자격이 있었다.
휘잉-!
바람이 불며 연기가 걷혔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그게 네 진짜 모습이냐.”
“명색이 드래곤이니까.”
피부가 반쯤 붉은빛의 비늘로 덮인 사탄이었다.
키도 머리 하나는 더 커졌다.
외형만 변한 건 아니었다.
박현수는 소름이 끼쳤다.
분명 하유락의 드래고니안 모드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풍기는 냄새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했다.
자존심 상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길 것 같단 생각이 들지 않아.’
자연의 마나를 모두 흡수한 상태임에도 도저히 어떻게 해볼 생각이 안 들었다.
아까 그놈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왜 그래?”
사탄은 허리를 낮추고 고개를 기울여 시선을 맞추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놈을 쓰러트리려면 무슨 수를 써야 좋을까.
‘……마왕의 힘을 더 끌어올리면.’
안 된다.
이 이상 끌어올렸다간 정복의 마왕이 확실히 부활할 것이다.
차라리 이이제이를 노려?
……라기엔 둘이 합심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아도 지구는 소멸하고 말 것이다.
“왜 그러냐니깐?”
사탄의 얼굴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도마뱀 같은 세로 눈이 부담스러웠다.
“혹시.”
립스틱 바른 것처럼 새빨갛게 물든 놈의 입술이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겁먹었어?”
“겁?”
그 말에 박현수는.
“누가.”
일권을 내질렀다.
아니, 그런 상상을 했다.
사탄의 입이 길게 찢어질 것 같았고.
팔이 잘려나갈 것 같았다.
방금 주먹을 뻗었다면, 팔은 확실하게 사라졌을 것이다.
“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큭!!”
놈은 못 참겠는지 배를 부여잡고 웃기 시작했다.
이 정도 격차였단 말인가.
그전까진 정말 ‘놀고 있던’ 수준이었단 말인가.
킹을 쓰러트리면서 반드시 승리하겠노라 다짐했거늘.
“웃기지 마……!”
40년.
우주에서 보내온 시간.
그 시간은 박현수에게 있어 지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곳에서도 살아남아 강해졌다.
솔직히 말해서, 네 기수도 혼자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킹은 자신에게 그리 강한 상대가 못 되었다.
사탄은 다르다곤 생각했다.
그래도 열심히 노력하면 쓰러트릴 수 있을 줄 알았다.
“힘을 조금만 꺼낼 걸 그랬나?”
사탄은 절망에 빠진 박현수의 표정을 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것도 잠시, 입술은 다시 귀에 걸릴 정도로 길게 찢어졌다.
“이것도 재밌긴 하네.”
장난감이 망가졌지만, 뭐 어떤가.
망가진 장난감이라도 더 즐길 수 있었다.
무저갱에 있을 때와 비교하면 이 정도는 천상의 즐거움이나 다름없었다.
“일단 아까 배를 관통당했을 때 꽤 아팠으니까, 너도 나랑 같은 걸 느꼈으면 좋겠어.”
사탄은 두껍고, 날카로운 비늘로 덮인 두꺼운 꼬리를 붕붕 저었다.
그리곤 바짝 세웠다.
칼날이 곤두섰다.
“조금 따끔할 거야.”
쇄애액-!
꼬리가 박현수의 배를 노리고 찔러 들어왔다.
피할 수 없었다.
지금의 박현수는 절대로 피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푸욱-!
“아아-!”
피륙이 파열되는 아름다운 소리!
사탄은 양손으로 볼을 어루만지며 목까지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이 느낌이다.
피부를 뚫고, 장기와 뼈를 부순 다음 등 뒤까지 파고드는 감각!
대체 얼마 만이란 말인가!!!
한데.
“왜 너야?”
하얀 깃털이 붉게 적셔졌다.
아름답던 금발은 고통에 부르르 떨렸다.
루치엘은 피로 젖어가는 자신의 제복을 보며 쓰게 웃었다.
“……이 몸이 죽는 게 더 낫거든.”
그는 힘겹게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이봐……. 지금 뭐 해?”
그 말을 끝으로.
“루치에에에에에에에에엘!!”
고향을 잃고 지구로 내려온 천사는 무릎을 꿇었다.
사탄은 시시하다는 듯 코를 후볐다.
“희생이라. 그런다고 의미가 있나?”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박현수의 귀엔 들리지 않았다.
“아아…… 아아아아아아!! 루치엘 이 바보 자식! 대, 대체 어째서…….”
루치엘과 깊은 인연 같은 건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나쁜 인연이었다.
그의 입장에서 박현수는 자신을 두들겨 팼던 인물이었으니까.
다만, 킹의 군세라는 공통의 적을 두고 함께 했을 뿐이었다.
의리 같은 건 없었을 터였다.
한데, 왜.
도대체, 어째서.
이 바보 자식은 자신을 위해 몸을 던졌단 말인가.
“어차피 다 죽일 생각이었어. 그러니까 너무 슬퍼하진 마.”
루치엘의 죽음은 개죽음에 불과하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
“자~ 이번엔 현수 네 차례야. 간다?”
사탄이 생긋 웃으며 꼬리를 다시 들었다.
꼬리가 칼날 가득한 드릴처럼 고속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위잉- 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너무 거슬렸다.
당장에라도 뽑아 버리고 싶을 정도로.
-뽑아라. 파괴하라. 굴복시켜라. 그 위에 서라. 그것이 ‘정복’이다.
그래.
정복.
“조금 재밌었어, 현수.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잘 부탁해.”
사탄의 꼬리가 눈앞에 떨어졌다.
박현수는 죽은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이마의 문장이 강렬해졌다.
사탄은 그때 피했어야 했다.
“……?”
사탄은 현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꼬리를 보았다.
없다.
분명 달려 있었는데, 보이지 않았다.
뜯겨 나간 것처럼 살은 거친 모양을 하고 있었다.
으적, 으적-
“……박현수.”
사탄은 눈살을 찌푸렸다.
“박현수…… 맞아?”
자신의 꼬리를 손에 쥐고 열심히 씹어 먹고 있는 시커먼 무언가.
사람의 형체지만, 검은 것에 뒤덮인 그것은 도저히 박현수로 보이지 않았다.
“넌 대체…….”
[널.]
반쯤 먹힌 꼬리가 바닥에 떨어진다.
형용할 수 없는 공포가 사탄을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