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8
훈수 두는 천마님 17편
“환자분 좀 어떠세요?”
“많이 좋아졌습니다.”
“회복 속도가 헌터 중에서도 경이로울 정도로 빨라요. 퇴원하셔도 될 것 같아요.”
“그런가요?”
박현수는 의사의 말에 기분 좋게 웃었다.
의식을 되찾고 이틀이 지났다.
처음엔 꼼짝도 안 하던 몸은 하루가 지나자 움직일 정도가 되었고, 또 하루가 지나자 거짓말처럼 걸어 다닐 정도가 되었다.
의사와 간호사가 나가자, 박현수가 신기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게 말이 되나.”
[그러게 말이다. 그게 말이 되나?]천경도 어이가 없는 얼굴이었다.
분명 단전에 큰 문제가 생겼고, 그로 인해 기혈이 뒤틀려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내단이 있어야 멀쩡해질 거라고 하셨잖아요.”
[그러게 말이다. 그게 말이 되나?]“스승님?”
[허, 참. 헌터란 것들의 몸뚱이는 죄다 이런 식인가?]“각성자가 되면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는 얘긴 들었는데, 직접 체감해 보니 장난 아니네요.”
[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는구먼.]“개꿀.”
고작 이틀 만에 몸이 정상이 되었다.
당연히 일반 헌터는 그 정도의 회복력을 갖추지 못했다.
박현수가 특이한 것이었으나, 이제 막 헌터가 된 그가 그런 사실을 알 리 없었다.
박현수는 신이 난 얼굴로 옷을 갈아입었다.
따로 짐이랄 건 없었다.
병문안을 온 사람은 하유락과 이민아가 끝이었다.
박현수는 옆에 잘 보관해 둔 내단을 가방에 집어넣었다.
그는 입원비를 계산하기 위해 카운터로 내려갔다.
“입원비 계산하려는데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박현수요.”
“602호 환자분 맞으신가요?”
“네.”
“이미 계산이 되셨어요. 그냥 퇴원하시면 됩니다.”
“네? 계산을 누가……?”
박현수의 고개가 저도 모르게 천경 쪽으로 돌아갔다.
천경이 왜 쳐다보냐는 눈으로 박현수를 쳐다봤다.
‘내가 무슨 생각을.’
박현수가 헛웃음을 흘리며 여직원에게 물었다.
“혹시 누가 계산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아, 레드 라이온 길드 쪽으로 청구되어 있네요.”
“거기서 왜. 아.”
박현수는 레드 라이온 길드 소속이 되었다.
아무래도 이제 길드원이다 보니, 하유락이 병원비 정도는 쿨하게 결제한 모양이었다.
사실 길드 차원에서 해 줄 이유는 없었다.
그가 병원에 실려 왔을 때까지만 해도 길드 소속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박현수는 천경의 말에 수긍하며 병원을 나왔다.
“하루의 시작이 좋네요.”
[병원비를 아껴서?]“그런 것도 있고. 그냥 그런 날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실없기는. 돌아가자꾸나. 라면을 못 먹은 지 벌써 며칠째인지 몰라!]“…….”
천경의 라면 사랑은 식지 않았다.
* * *
힘을 쓰면 집까진 금방이었지만, 아직 완벽하게 나은 건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가는 길에 이민아에게서 온 문자를 확인했다.
이민아는 장문의 문자와 함께 잠든 차윤의 사진을 보냈다.
입에는 호흡기를 달았고, 팔에는 주렁주렁 뭔가를 잔뜩 달고 있었다.
가슴이 아파 왔지만, 한편으론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민아에게 큰 고마움을 느꼈다.
“이렇게까지 해 주시다니.”
이민아가 착한 사람인 건 알고 있었지만, 부탁받은 걸 이렇게까지 해 줄 줄은 몰랐다.
박현수는 고맙다고 문자를 보냈다.
덤으로 다음에 식사 한 끼 대접하겠다고 덧붙였다.
박현수는 그녀의 답장을 흐뭇하게 보곤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곧 버스가 그의 집 근처 정류소에서 멈췄다.
“이곳은 참 평화롭네요. 고작 10km밖에 안 떨어져 있는 곳은 초토화가 됐는데.”
[재앙이란 게 그런 거다. 내 집은 무너져도, 옆집은 멀쩡한 것과 같은 이치지. 그래서 무서운 거다.]“2년 전에 느꼈을 때만 해도, 설마 또 이런 일이 벌어질까 했는데.”
[힘을 길러라. 그래서 이런 일이 발생하기 전에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해라.]처음 힘을 각성했을 때만 해도 오로지 돈만 생각했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할지, 이 생각만 머릿속에 있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단지 목적이 하나 더 추가됐을 뿐이다.
“네. 2년 전이나, 이번 같은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강해질 겁니다.”
[그럼 바로 가서 수련을 해야겠구나! 그것도 아주 고통스러울 정도로 잔혹한 훈련을!]“……네?”
[아주 재밌을 거다. 크크큭. 본좌는 제자를 두진 않았지만, 교인들에게 가끔 가르침을 준 적은 있지. 그것도 아주 끔찍한 가르침을!]천경의 눈이 형형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박현수는 마른침을 꼴딱 삼켰다.
“스, 스승님?!”
“…….”
갑자기 혼자 신나서 광소를 터트리는 스승을 보며 박현수는 조용히 성호를 그었다.
* * *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박현수는 라면부터 끓였다.
오자마자 수련할 준비를 하라며 으름장을 놓은 주제에, 천경은 방바닥에 드러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어이가 없었지만, 박현수에게도 나쁘진 않았다.
‘어휴, 기존의 수련도 빡센데, 지옥 수련?’
피해 갈 수 없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늦추고 싶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말은 정말 개소리니까!
무엇보다 이제 막 퇴원한 상태였다.
이런 몸으로 무슨 수련이란 말인가?
“스승님 라면이 다 됐습니다요~”
박현수가 평소와 다르게 아부하는 자세로 천경 앞에 라면을 내려놨다.
조금이라도 수련의 강도를 낮추기 위해 라면에 이것저것을 많이 넣었다.
“우리 스승님 드시라고 제가 라면에 소시지랑 계란, 파, 베이컨까지 넣었습니다. 그리고 저번에 마트에서 사 온 총각무까지. 맛있게 드십시오~”
천경은 기분 나쁘게 웃는 박현수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너 뭐하냐?]“뭘 하긴요? 스승님이 맛있게 잡수셨으면 좋겠어서 이러는 거죠.”
[그런다고 덜 빡세게 시킬 거란 바람은 집어치우거라.]“…….”
[수련에 덜 빡센 게 어디 있어? 토하다 죽을 때까지 하는 거지. 날로 먹으려는 생각은 집어치우거라.]천경은 면발을 후후 불며 말했다.
웃고 있던 박현수의 얼굴이 급격히 굳었다.
천경이 입을 크게 벌리며 면발을 막 넣으려 할 때였다.
박현수가 젓가락 하나를 들어 냄비를 툭 쳤다.
천경의 입에 들어간 젓가락이 다시 밖으로 나왔다.
천경은 깨끗한 젓가락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크게 한 젓가락 집어서 입에 넣었는데, 입에 들어온 면발은 한 가닥도 없었다.
천경이 다시 라면을 집기 위해 젓가락을 넣자 그대로 냄비 아래로 관통했다.
“못 드십니다.”
[……무슨 짓이냐?]“수련 강도를 낮추기 전까진 못 드십니다!”
[이, 이 치졸한 놈이! 스승은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되는 법이거늘! 뭐 하는 짓거리야!]천경은 박현수가 직접 건드린 것만 만질 수 있고, 먹을 수 있다.
반대로 박현수가 다른 물건으로 천경이 만지고 있는 걸 건드리면 모두 무효화 되었다.
“오늘 퇴원한 사람한테 지옥 수련이 가당키나 합니까?”
[아주 정신머리가 빠졌구만? 아까 했던 말은 다 거짓말이었냐!]“아악! 모릅니다! 오늘만 좀 봐주세요! 제발요!”
[시끄럽고, 빨리 원래대로 돌려놔!]“으악!”
천경이 손가락을 튕겨 박현수의 이마를 때렸다.
평범한 딱밤인데도 머리가 찡하고 울릴 정도로 아파 왔다.
내가중수의 수법을 사용한 것이었지만, 박현수가 그걸 알 리 없었다.
“젠장…….”
[이놈이!]“끄악!”
박현수의 반항은 5분도 가지 못했고, 그의 이마는 불난 것처럼 뜨거워졌다.
그리고 천경은 맛있게 라면을 즐겼다.
* * *
이젠 ‘평원’보다 ‘수련장’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구멍 안쪽 세계에서, 박현수는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그의 앞엔 거대 뱀의 내단이 놓여 있었다.
천경은 박현수의 뒤에서 아까 먹은 음식을 소화하고 있었다.
화장실도 안 가는 주제에 대체 트림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네.”
[아까도 말했지만, 절대 씹지 말거라. 원형 그대로 목구멍으로 넘겨.]“……그런데 이거, 삼킬 수는 있습니까?”
내단은 여자의 주먹 정도 크기였다.
이런 걸 통으로 삼켰다간 기도가 막혀 호흡 곤란으로 죽을지도 몰랐다.
그 이전에, 애초에 목구멍으로 이런 게 넘어갈 리가 없잖나?
“네?”
[일단 해 보면 알아. 내공을 최대한 일으켜 흡수에 집중해라.]“끄응.”
까라면 까야지, 또 태클 걸었다가는 이번엔 이마가 아니라 뒤통수가 될지도 몰랐다.
박현수는 내단을 입에 넣었다.
넣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다 넣고 난 후에도 내단이 입 밖으로 살짝 삐져나왔다.
“우으으으으! 우어으어어어!”
[시끄러! 지금부터 시작한다. 시키는 대로 잘 따르거라.]이 정도 내단이라면 흡수할 때 반드시 집중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호된 꼴을 볼 수도 있었다.
박현수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하지만, 크게 벌어진 입 밖으로 삐져나온 내단은 왠지 그를 추하게 만들었다.
스승의 지시에 따라 천마신공의 내공을 몸 안쪽으로 한 바퀴 돌렸다.
몸이 뜨끈해지며 주변으로 무형의 기운이 흘러나왔다.
오랜만에 듣는 알림 소리에 대주천을 시작했다.
평소보다 천천히.
느릿한 거북이가 기어가듯, 내공을 머리 위로 한 바퀴 돌렸다.
우우웅-!
그러자 입에 문 내단이 기이한 공명을 일으켰다.
입에 물고 있는 내단이 서서히 줄어드는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단전에서 뜨거운 열기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흡수가 시작된 것이다.
우웅!!
단전이 타들어 갈 것처럼 뜨거워졌다.
박현수는 잔뜩 일그러진 상태로 신음을 흘렸다.
전신에 붉게 물들었다.
이마엔 혈관이 도드라지게 자라났다.
“크윽…….”
눈앞에 현기증이 일었다.
울컥, 목구멍을 타고 뜨거운 혈향이 느껴졌다.
참으려 했지만 참을 수 없었다.
피가 한 줄 입술을 타고 흘러내렸다.
처음으로 새로운 알림이 들려왔다.
천경은 박현수의 뒤에서 흘러나오는 노폐물을 보았다.
그가 직접 타혈해 줬을 때도 이렇게까지 찌꺼기가 나오지는 않았다.
내단의 열기가 그의 몸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단전과 이어진 모든 기관이 터질 것처럼 팽팽해져 있었다.
혈압은 이미 정상치를 초과했고, 심장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격렬하게 뛰었다.
붉게 물들던 몸은 완전히 새빨개져 있었다.
눈, 코, 입, 귀 가릴 것 없이, 모든 구멍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
그러나 박현수는 되려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극렬한 고통은 박현수를 이성을 초월한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내단 흡수율이 80%를 돌파했습니다.]
천경은 최소 7할의 흡수율을 보장했다.
한데 이미 8할이 넘어갔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젠 9할.
완벽하게 흡수하기까지도 고작 1할밖에 남지 않았다.
아까 전부터 자연의 공기가 박현수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큰 도움은 안 될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육체를 강제로 보존해 주고 있었다.
원래라면 천경이 해야 할 일이었다.
다시 드는 의문.
천경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푸른 하늘은 그에게 어떤 대답도 해 주지 않았다.
천경이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 박현수의 등에 손을 올렸다.
살갗이 익어 버릴 것 같은 열기가 전해졌다.
천경은 열기 따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자신의 내공을 손끝에 흘려 박현수의 몸속으로 보냈다.
처음 천마신공의 내공을 전해 줬을 때처럼.
“컥!”
박현수가 고개를 위로 치켜들며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었다.
[이걸로 마무리다.]한순간에 박현수의 단전을 통제한 천경이 그대로 대주천을 행했다.
우드드득-!
박현수의 뼈마디가 버티지 못한 듯, 끔찍한 소리를 울렸다.
박현수가 ‘나 죽어라!’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고통은 어느 순간 뚝 끊긴 것처럼 사라졌다.
그런 알림들이 연달아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박현수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대로 실신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천경은 그런 제자를 보며 피식 웃었다.
아쉽게도 박현수는 그 말을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