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86
훈수 두는 천마님 185편
“이건 뭐야?”
“뭔가 엄청나게 다가온다!”
카본은 달의 마력을, 아이작은 두 자루의 심검을 날카롭게 세웠다.
박현수만 평온한 상태였다.
“뭐, 뭐죠?!”
아이센트는 갑작스러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라베녹스 교의 총본산인 이곳에서 누가 이만한 힘을 끌어올린단 말인가!
이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위였다.
그러나 이 거대한 힘은 파죽지세로 이곳을 향해 날아오는 중이었다.
“성녀님은 뒤로 빠져!”
카본이 그녀를 등 뒤로 밀었다.
이만한 힘이 이곳을 향해 들이닥치는 중이다.
그렇다면, 이유는 뻔하잖은가.
성녀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괜찮아.”
그들이 한창 긴장 상태에 놓여 있을 때 박현수가 입을 열었다.
“뭐?”
“괜찮다고.”
“뭐가 괜찮다는 거야? 무식할 정도로 강한 힘이 다가오는데!”
“적의는 없어.”
“……확실히.”
아이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심검의 사용자인 그는 상대의 기세를 조금 더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곳으로 다가오는 무언가가 엄청나긴 했지만, 적의를 가지고 있진 않았다.
처음엔 너무나도 강한 힘이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적의 없이 이만한 힘을 왜 일으키고 있는 거야?”
“누군진 몰라도, 용서할 수는 없어요. 이곳은 라베녹스 교의 총본산. 누구도 허락되지 않는 자가 이런 힘을 내는 것은 용납이 안 됩니다.”
아이센트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는 꽤 화가 난 듯 보였다.
그럴 이유는 충분했다.
자기 집에 누군가가 대놓고 침범했는데 화가 나지 않으면 그게 되려 이상하리라.
“왔다.”
박현수의 말에 모두가 기감을 바짝 세웠다.
곧이어-
쾅!!!
벽면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곳으로 눈부신 황금빛 광채가 터져 나왔다.
박현수는 눈을 가늘게 뜨며 천마신공을 운용했다.
우웅-!
반투명한 장막이 황금빛을 막아 냈다.
강렬한 스파크가 갓 잡힌 활어처럼 날뛰었다.
위에서 새하얀 깃털 몇 개가 나뭇잎처럼 떨어져 내린다.
깃털을 낚아챈 것은 카본이었다.
그는 은은한 광채가 흐르는 눈으로 깃털을 살펴보았다.
신성력이 짙다.
“천사다.”
라베녹스 교에 올 천사라면…….
“찬란한 천계?”
“그중에서도 막강한 힘을 가진 천사는 단 다섯 명뿐인데.”
황금빛 광채가 서서히 걷혔다.
화사한 금발이 바람이 흩날리고, 새하얀 제복이 펄럭거렸다.
활짝 펼쳐진 아름다운 세 쌍의 날개 뒤로 황금색 불꽃이 링의 형태로 타오르고 있다.
“당신이로군.”
금빛 눈동자가 곡선을 그렸다.
아름다움이란 단어가 의인화된 것 같은 남자는 박현수를 보며 화사하게 웃고 있었다.
“넌 뭐야?”
“내 이름은 미카엘. 찬란한 천계 소속의 4대 천사.”
미카엘이란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아니.
모르면 간첩이다.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책에 기록된 위대한 천사가 아니던가.
사탄을 통해 책에 기록된 존재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실제로 보는 건 제법 놀라웠다.
“미카엘이면 그 천사……?”
“보다시피 천사잖냐. 그리고 사탄을 통해 이미 대충 알고 있었으면서 뭘 놀라는 척이야.”
“그것도…… 그렇군.”
카본의 말에 아이작이 수긍했다.
기본적으로 지구인인 그들에게 미카엘의 등장은 상당히 놀라웠다.
하지만 가장 놀란 것은 다름 아닌 아이센트였다.
그녀는 놀람과 동시에 격렬한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당신이…… 당신이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힘을 막 사용해!!”
아이센트의 몸에서 눈이 멀 것 같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박현수도 조금 놀랄 정도로 강력한 신성력이었다.
‘성녀는 성녀인가?’
전투 쪽으로는 별 볼 일 없을지라도, 그녀가 가진 격은 라베녹스 교를 대표한다.
“당장 이곳에서 꺼져!”
신성력은 노골적인 살의가 되어 미카엘을 향했다.
미카엘은 그런 신성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박현수만을 바라보았다.
그 노골적인 무시에 아이센트가 당장이라도 그에게 달려들려고 했으나.
“아서.”
박현수가 그녀를 붙잡았다.
“이거 놔요!”
“네 분노는 알겠는데, 불나방 꼴이 될 뿐이야.”
미카엘에게 적의가 없더라도, 공격해 오는 상대가 있다면 얘기가 또 달라질 것이다.
반격이라도 한다면 아이센트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미카엘은 희미하게 웃으며 그들의 맞은편에 착지했다.
“직접 이렇게 보니 확실히 놀라워.”
그는 박현수를 위아래로 훑으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대등한 수준의 초월자는 처음이야.”
자신보다 강한 존재는 세상에 없다는 것처럼 말한다.
오만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또 오만하지 않았다.
그는 충분히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이지?”
박현수는 답하지 않고 미카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의 표정은 읽기 쉬울 정도로 노골적이었다.
왜 이곳에 저런 무식한 방법으로 찾아왔는지 알 거 같다.
단순한 놈이었다.
고작.
“나 하나 보자고 이런 미친 짓을 저질러?”
“당신의 이름은?”
박현수의 물음에도 미카엘은 고집스럽게 이름을 물었다.
그래도 답이 없자, 유지하던 미소가 서서히 굳어졌다.
아름다운 금안이 날카롭고, 또 예리하게 빛났다.
“마지막으로, 이름은?”
그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 녀석은 자기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힘에 자신이 있는 건 알겠지만, 설마 라베녹스 교 전체를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호의로 나섰는데, 이런 식으로 무시를 받는 건 영 익숙하지 않은…….”
“야.”
박현수가 그의 말을 끊었다.
“세상엔 이런 놈이 왜 이렇게 많은 건지.”
그는 코웃음을 치면서 그의 뒤를 향해 턱짓했다.
미카엘의 고개가 뒤로 돌아갔다.
그곳엔 라베녹스 교의 최강 무력 집단 육성과 전투 기관 세파의 정예병이 그를 포위하고 있었다.
“흠.”
미카엘은 엄청난 병력을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왜 저렇게 모인 거지?”
그는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원상태로 돌리며 질문했다.
아이센트와 카본, 아이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오직 박현수만이 저런 질문을 할 줄 알았다는 표정이었다.
이 녀석도 어디 하나가 제대로 비틀려 있었다.
“왜 내가 적의를 가지고 있는 거지?”
진심으로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
그때, 라베녹스 교의 병력 뒤로 천계 병력이 다가왔다.
“미카엘!”
라파엘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들은 또 왜?”
“다, 네가 이곳에서 개지랄을 해서 그런 거잖아.”
“음?”
“넌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는 거냐?”
“이곳은…… 아.”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 미카엘의 눈이 커졌다.
“내가 실수했군.”
“하?”
아이센트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당최 저 남자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미 저질러 놓고, 지금 와서 실수라고?
아무리 4대 천사 중 하나라도 그래선 안 되었다.
라베녹스 교가 이런 취급을 받는 건 절대 넘어갈 수 없었다.
죄는 반드시 물어야만 했다.
“당신……!”
빡-!!
그때, 박현수의 주먹이 먼저 나갔다.
미카엘의 고개가 홱 꺾였다.
그의 엉덩이가 바닥에 닿았다.
아픈 건 없었다.
애초에 힘을 실은 주먹이 아니었다.
하지만 기분이 나빴다.
그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벌떡 일어나 자신을 친 박현수를 향해 손을 뻗었다.
쩍-!
올려친 다리가 미카엘의 목을 정확히 타격했다.
이번엔 묵직했다.
버티기 위해 하체에 체중을 실었다.
‘음.’
버텨지지 않는다.
그는 히죽 웃고 있는 박현수를 보았다.
하얗게 타오르는 귀화.
이번 건 제대로 노리고 공격한 게 분명하다.
미카엘의 몸이 허공에 붕 떠오르더니 그대로 벽에 처박혔다.
손에 불을 쥐었다.
불은 순식간에 탈색해 황금으로 물들었다.
건물 내벽이 불의 열기에 빠르게 녹아내렸다.
“이건 좀 아팠는데.”
“아예 날려 버릴 작정이었는데, 어떻게 버티기는 했네.”
“이번엔 내 차례…….”
“아니.”
눈앞이 어두워졌다.
미카엘의 눈이 커졌다.
어느새 발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도대체 언제?
꽝!!
포탄 터지는 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미카엘은 몸이 밀려남을 느꼈다.
과연 이 정도 힘을 가졌구나.
그의 입술이 곡선을 그렸다.
황금색 불꽃이 타올랐다.
그것은 뱀처럼 박현수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 * *
“우리는 병풍인 줄 알아?!”
고양이 눈을 한 육성, 셀린느가 미카엘의 등을 노렸다.
“다 우리 잘못이지만, 그래도 공격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어느새 다가온 라파엘이 셀린느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것은 다른 4대 천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안~ 우리도 미카엘이 저럴 줄은 몰랐네.”
“감히 이곳에서 우리를 가로막는다, 라.”
발리란이란 이름의 육성이 잔뜩 휜 쌍검을 뽑았다.
“다들 미쳐가지고.”
리노의 주변으로 난폭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다른 육성들도 본연이 힘을 서서히 일으켰다.
“육성의 힘이 우리와 엇비슷하단 얘긴 들었는데, 과장된 소문은 아니었군.”
“하하! 우린 반대로 네놈들이 우리와 엇비슷한 힘을 가졌다고 들었는데?”
“유치한 말장난이다.”
“진짜인데 어째!”
4대 천사 중 세 명과 육성 중 다섯이 충돌하려는 순간이었다.
백색의 힘이 무너진 외벽을 뚫고 튀어나왔다.
그 힘에 모든 인원이 눈을 부릅떴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엄청난 힘이었다.
그 틈새를 비집고 미카엘의 불꽃이 일렁였다.
뒤엉킨 힘이 격렬한 스파크를 튀겼다.
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성녀께서 위험해!’
‘성녀가 위험해!’
두 집단 모두 성녀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동맹을 떠나서 일이 매우 복잡해지리란 걸 깨달았다.
그러나 저 안으로 들어가는 미친 짓은 할 수 없었다.
아무리 그들이 넓은 우주에서 수위를 다투는 강력한 초월자라도, 저곳은 격이 달랐다.
부디 성녀에게만은 아무 일도 없기를 기도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그곳을 바라봤다.
그리고 결착이 났다.
“누, 누군가 바깥으로 빠져나오고 있습니다!”
천계 소속인지, 라베녹스 교 소속인지 모를 누군가의 외침이었다.
뒤엉킨 거대한 힘 바깥으로 상처로 범벅된 등이 드러났다.
누구의 등일까?
모두가 마른침을 삼켰다.
‘날개는 없어.’
우리엘은 등에 날개가 없는 걸 보고 주먹을 꽉 쥐었다.
대천사인 만큼, 미카엘의 등장엔 세 쌍의 날개가 달려 있었다.
뜯긴 거라면 상처가 남았을 터.
‘하긴. 미카엘이 패배할 리가 없지.’
메타트론조차 넘어선 그였다.
그를 상대하는 자도 만만찮았지만, 천계가 만든 최강의 천사를 상대하는 건 불가능했다.
“미카엘이다.”
한창 승리감을 맛보던 우리엘의 기분에 초를 친 건 라파엘이었다.
“날개가 없는데?”
“넌 미카엘이 전력을 본 적 없잖아.”
그 말처럼 우리엘은 미카엘이 제대로 힘을 쓴 광경은 보지 못했다.
라파엘은 다르다.
4대 천사 중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연배가 높은 것은 소년의 모습을 한 라파엘이었다.
“미카엘은 본격적으로 힘을 쓰면 날개를 없앤다.”
“날개를, 없애?”
천사에게 날개란 힘의 근원이자, 생명의 상징.
날개를 잃은 천사는 더 이상 천사가 아니다.
한데, 자의로 날개를 없앤다?
우리엘이 가진 상식으로는 도저히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라파엘은 딱히 설명해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저 보고 있을 뿐이었다.
바깥으로 튀어나오고 있는 등의 주인을.
그리고 서서히 공개되는 황금색 머리카락을.
“미카엘이 밀렸군.”
그 말과 함께.
콰앙!!!!
미카엘의 몸이 폭연에 휩싸인 채 저 아래로 추락했다.
폭연 속에서 한 남자가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잘못했으면 매를 맞아야지.”
박현수였다.
그의 몰골은 상대적으로 깔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