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87
훈수 두는 천마님 186편
미카엘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위를 보았다.
무너진 건물 외벽 위에서 박현수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잠깐이었지만 확실하게 밀렸다.
오랜 세월을 살아왔지만, 자신을 이 정도로 몰아붙인 상대는 메타트론을 제외하면 없었다.
가뜩이나 강한 호기심이 한층 더 거세졌다.
두 눈에 황금색 안광이 번쩍였다.
불꽃이 폭발했다.
순식간에 쏘아진 신형이 박현수 앞에 도달했다.
갈고리처럼 휜 손가락이 박현수의 얼굴을 노리고 앞으로 뻗어 나갔다.
“정신 못 차렸네.”
[천마신회류(天魔神廻流)]미카엘의 불꽃이 흔들렸다.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모든 불꽃이 박현수의 흐름이 제압당하기 시작했다.
극(極)에 이른 천마신회류는 상대가 가진 본연의 힘까지 침범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것은 유난이 혼돈의 마왕을 상대할 때 사용하던 수법.
“흡!”
미카엘이 숨을 들이켰다.
어지간하면 당황하지 않는 그였지만, 지금 같은 상황은 오랜 삶 동안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했다.
박현수의 손으로 모여드는 불꽃.
그가 일장을 출수했다.
퍽-!
손바닥이 가슴에 닿자, 북 터지는 소리와 함께-
콰아앙!!
불꽃이 폭발했다.
미카엘은 전신을 덮쳐오는 화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모호한 표정은 이내 진한 웃음으로 바뀌었다.
“대단해.”
그 말에 박현수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멀어지는 미카엘의 얼굴만 보면, 도저히 공격당했다곤 생각되지 않는다.
‘순수함.’
그는 처음 공격적인 모습으로 자신 앞에 도착했을 때도 적의를 품고 있지 않았다.
오직 자신을 향한 순수한 호기심.
그것이 뒤틀려 여러 감정을 내비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호기심을 벗어나지 않았다.
‘미카엘이 원래 이런 성격이었나?’
기록에 따르면 ‘신을 닮은 자’라고 불리며, 악을 용서치 않고 정의를 수호하는 심판자였다.
완벽한 천사로 묘사되는 것과 달리 저 미카엘은 그런 것과는 사뭇 달랐다.
‘뭐, 실제랑 꼭 같으리란 법은 없지.’
저 멀리 밀려난 미카엘은 자신의 것이었던 불꽃을 양손으로 붙잡고 거침없이 흩어 버렸다.
그의 이마에 십자가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등 뒤로 사라졌던 세 쌍의 날개가 빛과 함께 강림했다.
머리 위로 동그란 링, 헤일로가 만들어지며 한때 루치엘이 펼쳤던 것과 같은 ‘성전(聖戰)’이 펼쳐졌다.
엄청난 힘이 라베녹스 교 전역에 휘몰아쳤다.
“미카엘! 그 이상 가면 진짜 돌이킬 수 없어!”
“젠장, 라파엘!”
“고약한 일이 벌어졌군. 메타트론도 없는 마당에.”
라파엘이 낮게 혀를 찼다.
라베녹스 교 측의 육성들과 정예병들은 당장이라도 미카엘을 공격하기 위한 준비를 끝마쳤다.
저들을 막으려 든다면, 혼돈의 마왕과 싸우기도 전에 동맹 간 내전이 발발할 게 뻔했다.
그렇다고 미카엘이 공격당하는 걸 지켜볼 수도 없었다.
골치 아픈 상황.
그때였다.
“적당히를 모르는 놈이라면.”
섬광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라파엘의 커다란 눈동자가 흔들렸다.
빛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푹- 꺼졌다.
“쿨럭!”
미카엘의 입에서 피가 한 바가지 토해졌다.
“신도 뭣도 아니라면, 넌 아무것도 아니야.”
박현수는 싸늘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고개 숙인 미카엘을 내려다보았다.
‘무슨 일이?’
미카엘은 배에서 느껴지는 아찔한 통증에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한순간 박현수의 움직임을 놓쳤다.
아니, 그냥 놓친 게 아니다.
아예 움직임을 예측하지 못했다.
예측했더라면, 보지 못했어도 대처는 할 수 있었을 터였다.
‘내가 아무것도 못 한다고?’
성흔(聖痕)에 성전까지 전개했다.
지금 상태라면 웬만한 마왕은 일격에 죽일 수 있었다.
대등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는 자신보다 한 수 위의 세계를 사는 모양이었다.
호기심이 동했다.
그의 한계는 어디일까.
보고 싶어졌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그것밖에 없다.
미카엘의 기세가 변했다.
“미카엘!”
그것을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라파엘이었다.
“저 녀석 그걸 쓰려고 하는 거야!”
“뭐라고? 미카엘! 그것만은 안 돼!”
“그게 대체 뭐야?!”
셀린느가 눈살을 찌푸리며 다른 이에게 물었지만, 애초에 대천사급에게만 허용된 정보였다.
하지만 반응을 보니 꽤 심각한 뭔가가 발생하려는 것 같았다.
“신성한 이곳에서 생명을 죽이는 것은 꺼림칙하지만.”
거대한 삼지창을 쥔 리자드맨이 열쇠 모양 목걸이를 움켜쥐며 말했다.
“어쩔 수 없다. 사살하도록.”
육성 중 최강이라 일컬어지는 우장의 명령에 라베녹스 교의 전 병력이 미카엘을 향해 돌진했다.
“모두 막아!”
가브리엘의 다급한 외침.
천사들이 날개를 펼치며 라베녹스 교의 병사들을 향해 날아올랐다.
“그만!!!”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교 전역을 뒤흔들었다.
몇몇을 제외한 모두가 귀를 틀어막았다.
박현수와 미카엘 역시 마찬가지였다.
“화통이라도 삶아 먹었나.”
박현수는 목소리가 들린 곳을 보았다.
그곳엔 휘황찬란한 성복을 입은 풍성한 수염의 노인이 뒷짐을 지고 있었다.
등 뒤로 흐르는 무지갯빛 아우라가 영롱하기 짝이 없었다.
노인의 등장에 교인 전원이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일제히 노인을 향해 같은 말을 내뱉었다.
“순환의 흐름 속 오롯한 분을 뵙나이다!”
성황 아즈나벨 가루타.
그의 등장이었다.
* * *
라베녹스 교에서 성녀가 교의 얼굴이자 역사의 증거라면, 성황은 신의 대리인이자 분신처럼 여겨졌다.
단순히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었다.
성황은 태초의 신 중 하나인 라베녹스가 선택한 인물.
그 말인즉슨 실제로 원초의 힘이라 할 수 있는 ‘순환’을 다룰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것은 단순 무력을 떠나서 세상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었다.
“더는 그대들의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
순환이란 힘은 흐름을 유도할 수도, 흐름을 막을 수도 있었다.
아즈나벨의 손에 태초의 신성력이 맺혔다.
우주에서 창조된 모든 피조물은 순환 속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니 순환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아무리 막강한 힘을 지닌 존재라도.
“……몸이.”
박현수는 옴짝달싹 않는 몸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반면, 미카엘은 신기하단 얼굴로 순환의 힘을 느끼고 있었다.
“이것이 라베녹스 교의 성황이 가진 힘이구나.”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겪어 본 건 처음이었다.
흐름을 조정한다더니, 과연 실로 놀라운 능력이었다.
능력만 따진다면 성황이야말로 우주의 최강자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하지만 저 힘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고귀한 분이시여! 무리하시면 안 되십니다!”
“괜찮다.”
아즈나벨 주변으로 고위급 사제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모여들었다.
성황의 순환은 유일무이한 최상급 힘이지만, 그 대가로 엄청난 수명을 요구했다.
수명이 줄어든다는 것은 생(生)의 힘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고, 그것은 능력의 약화로 이어졌다.
지금처럼 말이다.
“몸이 서서히 움직이는군.”
미카엘은 양팔을 힘겹게 들어올렸다.
꿈쩍하지도 않던 아까와 달리, 지금은 조금 힘든 정도였다.
박현수는 조금 달랐다.
‘이 힘.’
생전 처음 느껴 보는 힘이 분명했다.
한데, 이렇게 익숙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처음 느껴 봄에도 처음 느끼는 것 같지 않았다.
그때, 단점이 꿈틀거렸다.
천마신공의 내공이 저절로 기혈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뭐지?’
내공이 통제를 벗어났다.
마음껏 활보하겠다는 듯, 전신의 기혈을 빠르게 활주하기 시작했다.
보통 이런 상태가 되면 주화입마에 빠져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아무런 위화감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천마신공이 어떠한 감정을 내비치고 있었다.
‘뭘 바라는 거냐.’
몸 주변으로 먹빛 기운이 피어올랐다.
유난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내공의 기본색은 하얀색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정작 흘러나온 것은 어둡다.
박현수는 시간의 흐름이 점차 느려짐을 느꼈다.
‘순환.’
‘순환.’
‘순환.’
‘순환.’
‘순환.’
연달아 들려오는 목소리들.
세상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물체를 이루는 검은 선이 거세지는 빛에 점점 갈라지고 흩어진다.
그리고 세상은 완연한 백색을 이루었다.
박현수는 그곳에서 자신을 둘러싼 수십 명의 인파를 보았다.
그들은 검은 그림자로 되어 있어 하얀 세상에서 특출나게 도드라져 보였다.
이들은 누구인가.
모든 그림자가 서로 다른 말을 일제히 내뱉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졌다.
박현수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눈알이 뽑힐 것 같았다.
귀가 먹먹했다.
코에 뜨끈한 게 흘러나왔다.
감각이 서서히 상실되어 간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야?’
너무 뜬금없었다.
[깨달아라.] [본질을.] [느껴라.] [흐름을.]‘제발, 제발 닥쳐!’
머리가 터질 것 같단 말이야!
그러나 그림자들은 멈추지 않았다.
단전이 텅 빈 것 같은 기분은 착각일까?
그 방대하던 내공이 촛불처럼 사라진 건 기분 탓이겠지?
계속해서 알아듣지도 못할 추상적인 말만 그럴듯하게 내뱉고 있었다.
정작 당사자는 머리가 부서질 것처럼 아픈데 말이다.
‘순환이고, 본질이고…… 그만, 그만해.’
그만하지 않으면.
‘다 죽인다.’
화르륵-!
귀화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귀화는 거짓말처럼 다시 꺼졌다.
그림자들이 가까이 다가와 포위하듯이 주변을 빙 둘러싼다.
그림자들이 말하는 순환과 본질을 깨닫지 못한다면, 절대 이곳에서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박현수는 오랜만에 짙은 절망감을 느꼈다.
애초에 이런 상태로 뭔가를 생각할 수 있을 리가 없잖은가.
‘죽을 것 같아.’
사탄에게 무자비하게 당했을 때도 이 정도로 절망스럽진 않았다.
가장 큰 절망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감도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순환? 본질?’
라베녹스 교의 성황 아즈나벨 가루타가 펼친 순환의 힘을 말하는 건가?
그렇다면 ‘본질’은 무엇을 뜻하는가.
애초에 아즈나벨의 순환의 힘을 말하는 게 맞긴 한가?
그때였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름을…….’
천마신회류.
차가운 미풍이 불어왔다.
[흐름을 깨달아라.]바람 속 피부에 닿는 이것은 무엇인가.
[흐름 위를 걸어라.]‘걷는다.’
두통이 서서히 가신다.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흐름 위를 걸어라.
이 역시 추상적인 말이다.
그러나 앞선 말들보다 왠지 모르게 가슴에, 그리고 머리에 와 닿았다.
‘내공도 없는데 천마신회류가 발동하고 있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크게 보면, 천마신회류는 공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힘이다.
그로 인해 자연지기라던가, 마나 등을 자신의 힘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도 사용하는 데도 내공을 소모한다.
단전이 텅 비다 못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지금 같은 상황에선 천마신회류를 발동하면 안 되었다.
‘하지만 발동하고 있어.’
이유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박현수는 조심스럽게 한 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흐름 위를 걸어라, 라는 말이 문자 그대로의 뜻을 가졌을지도 모르겠다.
‘할 수밖에 없어.’
원인 모를 이 상황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었다.
박현수는 그 열망 하나만으로 움직였다.
내디뎌진 발에 무언가 느껴졌다.
그것은 실오라기가 다리에 걸린 듯한 느낌이었다.
‘이 느낌, 익숙해.’
그리고, 그리웠다.
실오라기가 다리를 시작으로 몸 전체를 휘감는다.
저항하지 않았다.
거기에 온전히 몸을 맡겼다.
하얀 세상이 사라지고, 드넓은 우주가 나타났다.
빛으로 이루어진 거인이 별 하나하나를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그곳에서 빛이 만들어지고, 그 빛은 새로운 별을 향해 나아간다.
그렇게 연결되고, 연결된 빛은 어느새 시작의 별로 돌아와서.
∞(무한대)를 그렸다.
[비로써 완성될지니.]순환이란 요람에서 무덤으로, 다시 요람으로 이어지는 순리.
세상에 ‘질서’를 만들어 낸 절대적인 법칙.
절대 깨져나가선 안 되는 원칙.
“순환은 복잡한 게 아니야.”
복잡하지 않기에 언제든 타락할 수 있는 것.
박현수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엔 수십 명의 사람이 서 있었다.
그들은 모두 비슷한 느낌의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공통적으론 펑퍼짐한 장포에 용이 수놓아져 있었다.
익숙한 의복이었다.
‘스승님이 입던.’
흑룡포와 흡사하다.
그리고 저들의 얼굴.
흐릿하긴 하지만, 전부 알고 있는 얼굴들이었다.
박현수는 그들 중 가장 앞에 있는 강직한 인상의 노인을 보았다.
고집 있어 보이는 얼굴엔 강한 힘이 깃들어 있었다.
노인이 입을 열었다.
배경이 바뀌었다.
하얀 눈이 가득 쌓인 드높은 산 정상이었다.
그곳엔 눈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노인은 뽀득뽀득 소리를 내며 눈밭을 걸어 다녔다.
[본좌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 이곳엔 그 어떤 것도 없었다.]눈이 덮인 삭막한 산 정상은 풀 한 포기 찾아볼 수 없었다.
[답이 없는 상황이었지. 하지만 본좌는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은 순환의 뜻을 따라간다는 것을.]순환의 뜻을 알기에 노인은 끊임없이 노력했다.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 터를 일구고, 전각을 짓고, 사람들을 불러 모아 마을을 이루었다.
마을은 규모를 불려 나가며 산 전체를 아우르게 됐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믿음이 되었고, 시간이 흘러 하나의 작은 종교가 되었다.
[처음은 미흡했다.]아무도 알아주지 못했다.
실수도 많았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뒤에 있던 또 다른 노인이 한 걸음 걸어 나왔다.
말하는 노인과 연배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노인의 제자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순환이란 하나의 물결만을 이루진 않는다.
그러나 모든 물결이 가는 방향엔 단 하나의 목적지만이 존재했다.
노인은 고개를 들어 박현수를 보았다.
주름진 노인의 눈은 우묵했다.
노인은 장포를 질질 끌며 천천히 다가왔다.
[하지만 너는 알고 있다.]그가 검지로 가슴을 짓누른다.
[할 수 있겠는가?]무엇을 할 수 있느냐, 그런 건 알려 주지 않았다.
박현수는 노인의 깊은 눈을 보며 입술을 살짝 벌렸다가 다시 닫았다.
과연 자신의 대답이 그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모르겠어.’
어떤 것도 장담할 수 없다.
많이 강해졌지만, 상대해야 할 적은 우주를 위협하는 괴물 중의 괴물.
패배할 수도 있었다.
그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다.
주먹을 꽉 쥐었다.
‘본좌의 제자는 완벽해야 한다.’
문득, 어느 날엔가 스승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시야가 넓어진다.
수십 명의 ‘천마’ 중 가장 끝에 선 이가 눈에 들어왔다.
가장 멀어, 흐릿함이 심해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웃고 있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박현수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노인이 다시 물었다.
[너는 할 수 있겠는가!]영혼을 강타하는 목소리.
그러나 위축되지 않았다.
박현수는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
그리고 대답했다.
“할 수 있습니다.”
노인, 초대 천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계승을.]천마신공의 들끓는다!
[시작한다.]* * *
어둠 속에서 혼돈의 마왕이 고개를 들었다.
“유난.”
어디에도 느껴지지 않던 숙적의 기운이 되살아났다.
혼돈의 마왕 몰티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