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9
훈수 두는 천마님 18편
박현수는 무의식의 바다를 배회하고 있었다.
무의식의 바다는 불처럼 뜨거웠다.
그는 수중에서 위를 올려다보며 손을 뻗었다.
꼬르륵-!
참지 못하고 토해낸 숨이 공기 방울이 되어 수면 위로 올라갔다.
바다 위로 떠 있는 햇빛이 바닷물만큼이나 뜨거웠다.
그리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돌려온 목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헉!”
박현수는 튕기듯 상체를 들었다.
그는 주변을 빠르게 돌아보고, 자신의 몸 곳곳을 만지기 시작했다.
그의 손이 뺨에 이르러서야 만지는 걸 멈추었다.
“꿈인가?”
[쯧쯧. 한심한고로. 영약 하나 복용했다고 대체 며칠을 퍼질러 자는 게냐?]“스, 스승님.”
박현수는 뒤로 돌아 호통치는 스승을 보았다.
천경은 한심한 눈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그제야 지금이 현실이라는 걸 깨달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어요?”
[저 작은 바늘이 12라는 숫자를 다섯 번이나 가리켰다.]“헉!”
이틀하고도 반나절이 흐른 것이다.
그렇게나 오래 잠들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박현수는 급히 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식을 시작했다.
천경의 말을 대충 흘려듣고, 단전에 맺힌 내공을 살폈다.
화르륵!
내공이 불길처럼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한데 박현수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내공과는 확연히 달랐다.
일단, 무지막지하게 커졌다.
그리고 단순히 느낌이 아니라 정말 불길 같았다.
운기조식 중에 말은 할 수 없어 입을 다물고 천천히 소주천부터 시작했다.
‘뜨겁다!’
기혈을 타고 흐르는 내공은 기혈의 형태까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뜨거웠다.
뜨거운 국물을 들이켜면 식도의 형태를 알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하지만 괴롭지 않았다.
몸의 일부인 것처럼 뜨거운 내공은 자유롭게 그의 몸 안을 배회했다.
천경은 박현수의 상태창을 볼 수 없어 대략 짐작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실제로 내공을 운용하는 모습을 보니 극양지체가 확실했다.
천마신공의 내공도 양의 내공이지만, 극양지체가 되려면 한참 부족했다.
한데 박현수를 단번에 극양지체로 만들어 주었다.
그 정도라면 수백 년 동안 화기가 축적되어야 가능했다.
아니면, 천마신공과 조화를 이루어 양의 힘이 극대화된 결과일까?
백 년을 넘게 살았지만 천경 역시 확언할 수 없는 결과였다.
“상태창.”
박현수가 조용히 상태창을 열었다.
[고유 능력 : 훈수 듣기][3레벨] -타인의 훈수를 듣습니다.-타인의 훈수를 성공적으로 듣게 되면 해당 효율이 9~70%까지 증가합니다. (능력의 레벨이 오르면 비율이 일정하게 증가합니다.)
-훈수 두는 이의 숙련도에 따라 훈수 내용이 일정 확률로 머릿속에 각인됩니다. (숙련도가 높은 이일수록 각인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훈수에 특화된 특정 인물을 총 한 명까지 설정할 수 있습니다. (능력의 레벨이 올라도 한 명 이상 증가하지 않습니다.)
-특정 인물의 기술을 하루 1회 흉내 낼 수 있습니다. (NEW!!) [특정 인물 목록] -천경 [특이 체질] -극양지체(極陽肢體) : 온몸에 뜨거운 기운이 흐릅니다! 어지간한 화 속성 공격엔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화 속성 공격을 할 시 30%의 추가 효과가 적용됩니다!
-천마지체(天魔肢體) : 천마신공을 기반으로 한 무공의 효과가 200% 증가합니다! 역대 천마들의 무공 지식이 전수됩니다! 존재만으로 다른 이에게 강한 위압을 줄 수 있습니다! 모든 신체 능력이 300% 증가합니다! (현재는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어?”
고유 능력의 레벨이 하나 올라가 있었다.
효과도 하나 추가되었고, 특이 체질 목록도 생성되었다.
“스승님.”
[왜 부르냐?]“재밌는 게 추가됐어요.”
[재밌는 거?]천경에게 새롭게 추가된 효과를 말해 주었다.
천경이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짜잔! 여기 있습…… 끄으악!”
[시끄러워!]결국 한 대 맞았다.
* * *
“참! 핸드폰!”
박현수는 머리를 감다 말고, 고개를 치켜들며 그리 외쳤다.
이틀하고도 반나절 만에 깨어난 그는 원래는 가장 먼저 해야 했을 핸드폰 확인을 하지 않았다.
이제 막 길드와 계약도 했고, 이민아에겐 차윤의 소식도 들어야 하는 그였다.
와야 할 연락이 한창 많을 때 오랫동안 정신을 잃고 있었으니, 분명 전화나 문자가 잔뜩 쌓였을 것이다.
그는 샴푸를 빠르게 씻어 내고 수건으로 물기를 대충 닦았다.
“빨리빨리!”
[이놈! 스승 앞에서 부끄러움도 없느냐?]“남자끼리 뭐 어때요?”
[아주 그냥 뽑아 버리든가 해야지.]“무, 무슨 그런 살벌한 말을.”
박현수는 저도 모르게 다리를 안쪽으로 모았다.
그리곤 총총걸음으로 핸드폰을 집었다.
핸드폰은 꺼져 있었다.
이틀 넘게 방치되었으니 배터리가 방전된 것이다.
곧장 충전기를 연결하고 전원을 눌렀다.
핸드폰이 켜지자 온갖 알림이 울려 퍼졌다.
부재중 20통에 문자는 100여 통을 넘어갔다.
대부분이 하유락과 이민아였다.
간간이 소식을 주고받던 서포터들도 있었다.
박현수는 모두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아, 당장 급한 이민아에게 먼저 연락했다.
차윤의 상태부터 아는 게 중요하다.
-여보세요?
“아, 민아 씨. 저 박현수입니다.”
-도대체 이틀 동안 뭘 하셨길래 연락이 안 되나요? 어느 순간부터는 핸드폰도 꺼져 있고. 오늘까지 연락 안 되면 집에 찾아갈 생각이었어요.
이민아의 말투는 생각보다 날이 서 있었다.
박현수는 할 말이 없어 변명하지 못했다.
그는 이틀 전에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몬스터 하트를 혼자 복용하셨다고요?!
“네.”
-아, 아니, 그런 미친 짓을! 제가 반드시 협회나 길드를 찾아가라고 했죠? 하!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신 건가요?
“아, 아니 그게요.”
-현수 씨는 사람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 분이시군요?
“혼자 가능하겠다는 확신이 있어서 한 건데, 생각보다 몬스터 하트의 힘이 너무 커서 완전히 흡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하아.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에요. 진짜, 그런 위험한 짓을…….
이민아는 아직도 말문이 막히는지, 목소리에서 답답함이 느껴졌다.
박현수는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괜히 머쓱해져 뒤통수를 긁적였다.
“그, 그나저나 차윤이는 어떤가요?”
-의식을 되찾았어요. 그리고 면회 허가가 떴는데, 조금 큰 문제가 생겼어요.
“무슨 문제요?”
-차윤 님의 동생들 문제예요.
“대체 어떤……?”
차윤에겐 두 명의 동생이 있었다.
둘 다 한참 어렸는데, 차윤에겐 그 둘이 세상의 전부였다.
-둘 다 지금 의식이 없는 상태에요. 일자산에 근접한 건물에서 발견됐는데, 발견됐을 때 둘 다 생사를 오가는 상태였대요. 어찌어찌 살려 놓긴 했는데, 의식불명의 기간이 꽤 길어지고 있다네요.
“차윤이는 어떤데요?”
-동생들의 상태를 숨기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서 알려 줬더니, 패닉이 왔는지 아무하고도 말하려고 하지 않아요.
“실어증?”
-그건 아니에요. 아무튼, 연고가 있는 사람이 현수 씨뿐이니까 빨리 가 보세요. 현수 씨라면 말을 할지도 모르니까.
“병원은 어디죠? 생각해 보니까, 저번에 연락했을 때 면회 금지라는 것만 들었네요.”
-강북에 있는 오로라 병원이에요.
“오로라요?”
-네. 최고로 시설이 좋은 병원은 아니지만, 지금 다른 병원은 모두 꽉 찬 상태라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입원했어요.
“알겠습니다. 감사하고, 또 죄송합니다.”
-아녜요. 다음에 비싼 밥이나 사 줘요.
“넵.”
통화가 끊기자, 박현수는 멍하니 벽을 바라봤다.
[왜 그러냐?]미묘한 제자의 표정에 천경이 허공에 드러누운 채로 물었다.
박현수가 고개만 돌려 스승에게 말했다.
“차윤이가 제 동생이랑 같은 병원에 있다네요.”
* * *
-그래서 지금 오로라 병원으로 가고 있다고?
“네.”
박현수는 오로라 병원으로 가면서 하유락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하아. 아무튼, 알겠다. 너랑 계약한 게 잘한 건가, 살짝 후회가 들기도 해. 이 정도로 꼴통일 줄이야.
“하하…….”
하유락에게도 내단을 혼자 복용했다고 얘기했다.
반응은 역시나 이민아와 똑같았다.
다행인 건, 어차피 지난 일이니 잔소리는 하지 않았다는 것.
-조심해서 다녀와라. 조심할 필요가 있겠냐마는.
“볼 일 다 끝나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알겠어. 아, 잠시. 이지스가 왔다고? 들여보내. 통화 다 끝났으니까.
누군가 그녀에게 찾아온 모양이었다.
박현수가 조용히 하고 있자, 비서와 대화를 끝낸 하유락이 다시 전화를 붙잡았다.
-아 미안, 미안. 누가 찾아왔다고 해서.
“아닙니다.”
-그래. 조금 이따 연락하자. 그리고, 계좌 보면 계약금이 입금됐을 거야.
“계약금이요?”
-협회보다 무조건 두 배 이상 해 주겠다고 했잖니.
그 목소리엔 약간의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협회가 제시한 계약금보다 두 배라면 대체 얼마란 말인가?
돈이 들어오는 족족 병원비로 빠져나가 대부분의 끼니를 인스턴트로 때우던 그였다.
-끊는다.
그것으로 통화는 끝이 났다.
박현수는 곧장 은행 앱을 열어 잔액을 확인했다.
그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천경은 옆에서 같이 잔액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곳의 금전 감각을 모르니, 저게 많은 건지, 적은 건지 모르는 천경이었다.
0이 많이 붙어 있긴 했다.
박현수가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대답했다.
“60억이에요.”
[60억?]“네. 60억이요.”
현실감이 없는 액수였다.
그 얘길 들은 천경이 미간을 찌푸리며 재차 물었다.
다시 말하지만, 천경은 이곳에서의 금전 감각이 전무했다.
* * *
오로라 병원 앞에 도착했다.
박현수는 아직도 손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60억은 그만큼 큰돈이었다.
천경은 한심한 제자를 보며 쯧쯧 혀를 찼다.
천마신교를 이끌었던 그에게, 부란 부차적인 것이었다.
사실상 그가 끌어들일 수 있는 돈은 무량수불에 가까웠으니, 마르지 않는 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누렸으니, 60억 원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녔든 천경에겐 그저 그런 돈에 불과했다.
하지만 소시민 박현수에겐 상상 속의 액수였다.
서포터 시절에도 적지 않은 돈을 벌었지만, 모두 병원비로 빠져나가 허상에 불과했다.
“스승님은 모르십니다! 돈 없는 자의 설움을! 60억이면 제 동생 병원비를 10년도 더 넘게 감당할 수 있다고요!”
이래서 헌터, 헌터 하는 모양이다.
가장 낮은 F급 헌터도 서포터보다 많이 벌었다.
하물며 A급이라면 어느 정도겠는가?
계약금만 60억에 이것저것 다 따지면, 1년에 100억은 우습다.
100억이 뭔가?
고등급 포탈을 한 번 돌고 오면 수억은 우스울 것이다.
그제야 박현수는 자신이 진짜 A급 헌터라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심지어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협회에서 현재 이무기의 가치를 추산하고 있었다.
이 추산이 끝난다면, 내단과는 별개로 추가적인 보상이 나올 것이다.
박현수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만, 곧 통장에 찍힐 돈을 본다면 기겁할지도 몰랐다.
“당당하게 병원에 들어갈 수 있겠어요.”
병원비를 벌지 못한 달엔 죄인처럼 조금씩 미룰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아니었다.
박현수는 금의환향한 기분으로 멋지게 병원 문을 열어 재꼈다.
그리고.
“…….”
[다들 초췌하군.]이곳 역시 강동구나, 강동구와 인접한 지역에서 피해 입은 환자들이 잔뜩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