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93
훈수 두는 천마님 192편
“저, 적의 급습이다!”
“빨리 본단에 알려!”
총본단의 최전선이 뚫렸다.
고작 6명으로 이루어진 적의 무리는 순식간에 아군들을 도륙했다.
방위군은 곧장 중앙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무슨 영문인지 신호가 가지 않았다.
통신병이 당황한 얼굴로 상관을 보았다.
“시, 신호가 안 갑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연결이 안 됩니다! 왜, 왜 이러지.”
“흐흐흐.”
그때 스산한 웃음소리가 그들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쓰레기 새끼들, 어디에 연락을 넣으려고?”
등이 잔뜩 굽은 꼽추가 주름진 얼굴로 흉측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의 몸 주변으로 불길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두 사람 중 상관인 자가 꼽추에게 물었다.
“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내가 궁금한가? 크크크크크크큭!”
꼽추, 비난하는 제르다가 자신의 얼굴을 반쯤 붙잡고 광소를 터트렸다.
그렇게 웃나 싶더니, 급정색을 하곤 둘을 무섭게 노려봤다.
사백안에서 살기가 묻어 나왔다.
“몰라도 된다, 버러지들, 쓰레기들.”
“도망가라!”
상관이 통신병을 뒤로 밀어 버렸다.
“가서 이곳의 상황을……!”
“같잖은 짓거리를.”
제르다의 손이 움직였다.
새까맣고 날카로운 손톱이 칼날처럼 휘둘러졌다.
서억-!
상관의 목이 위로 떠 올랐다.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통신병은 떠 오른 상관의 얼굴을 보았다.
그의 표정은 자신을 밀어낼 때의 다급함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너흰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
벙어리 멜의 능력으로 통신 기능을 완전히 마비시켰다.
적을 놓치지만 않는다면 누구도 그들, 데스 마스터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중앙까지 진입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리라.
그렇게만 된다면.
“아아- 오랜만에 황홀하겠구나.”
이곳에 지옥이 펼쳐지리라.
* * *
“마지막 인원도 곧 끝나겠군요.”
아이센트는 꽃병에서 가사 상태에 빠져 있는 13명의 인원을 보았다.
저들까지 끝나면 추가 초월자만 28명이 늘어난다.
이는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전력 증가였다.
모두 박현수와 그의 딸 모나미 덕분이었다.
거기다 박현수는 유난의 유지를 이었다.
그 강함 역시 본 우주의 그 누구도 견줄 수 없을 정도였다.
이로써 혼돈의 군대와 충분히 할 만해졌다.
‘승리할 수 있어요.’
부딪치기 전까지 모르는 거지만, 그런 기분이 들었다.
아이센트는 점점 커져 가는 희망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자신의 대에서 우주가 혼돈의 마왕의 손에 떨어진다면 그 죄책감이 이루 말하기 어려웠으리라.
“흠. 그나저나 현수 님은 어디 가셨을까요?”
진화의 빛 이후로 한 번도 본 적 없다.
깨달음을 정리하겠다고 하긴 했는데 아직 하는 것일까?
그녀는 무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깨달음이란 것에 크게 공감하지 못했다.
“성녀님?”
그때, 옥구슬이 굴러가는 것 같은 아름다운 목소리가 그녀를 불렀다.
돌아보니 4대 천사 중 홍일점인 가브리엘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 가브리엘 님. 무슨 일이라도?”
“따로 일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요. 미카엘 상태나 볼 겸하고 왔는데, 있어서 불러봤어요.”
가브리엘이 웃으며 대답했다.
과연 천사 중의 천사답게 얼굴에 빛이 날 것처럼 아름다웠다.
아이센트도 아름다움으론 꿇리지 않았는데, 성스러움으로 빚어진 가브리엘은 가히 미의 여신이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긴, 4대 천사들은 그들이 따르는 신과 가장 가까웠기에 가장 완벽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특히 지금 꽃병 속에서 자는 미카엘은 가브리엘보다도 더욱 완벽한 외형을 가졌다.
“그러시군요.”
“그래서, 잘 되고 있나요?”
“네. 먼저 한 24명은 완벽한 상태로 마쳤어요.”
“그보다 인과율 부작용이 크겠어요.”
“……어쩔 수 없죠. 미래를 위해서라면.”
꽃병으로 한 사람의 잠재력만 끌어올려도 인과율에 의해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하물며 서른일곱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짓을 하면, 그 대가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어떤 대가가 뒤따를지 알 수 없었다.
“감수해야죠.”
성녀의 말에 가브리엘이 쓰게 웃었다.
이득을 보는 건 천계 역시 마찬가지인데 라베녹스 교만 대가를 치른다는 사실이 양심에 거슬렸다.
“어떤 대가를 치를지 모르겠지만, 저희 측에서도 물심양면으로 도울게요.”
“말씀만으로도 감사드립니다.”
성녀가 눈짓으로 감사를 표했다.
가브리엘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꽃병으로 다가갔다.
그 안엔 미카엘이 무릎을 감싼 상태로 동동 떠 있었다.
“몇 시간 정도 남았나요?”
“들어간 지 이제 6시간 됐으니까, 2시간만 있으면 돼요.”
“기대되네요.”
비록 박현수에게 밀렸지만, 그건 박현수가 유난의 유지를 이은 순환의 수호자였기 때문이다.
본 우주에서 미카엘을 순순하게 힘으로 압도할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그가 한계를 넘는 강함을 손에 넣는다면 어떻게 될까?
‘박현수와 대등하게 될지도 몰라.’
한계를 넘은 상태에서의 ‘백식’이라면, 과거 우주를 구한 유난과 필적한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가브리엘은 알지 못했다.
박현수는 이미 유난을 넘어섰다는 사실을.
그리고 현재 그 깨달음을 재정립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무엇이 됐든 승리할 거야.’
실제로 박현수를 넘지 못하더라도 유난 급의 강자가 탄생하는 것이다.
혼돈의 마왕은 유난 하나를 뚫지 못하고 적 세계로 퇴각했다.
그런 유난 급 강자가 이곳에 두 명이나 있었다.
아무리 혼돈의 군세가 압도적이라도 이건 질 수 없는 전쟁이었다.
“성녀님!”
그때였다.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교인 하나가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다.
“무슨 일이죠?”
심각함을 느낀 아이센트가 표정을 굳혔다.
“헉, 헉…… 그, 그것이 허억, 허억…… 쿨럭! 쿨럭 쿨럭!!”
“일단 진정하세요.”
아이센트는 죽으려 하는 교인의 몸에 신성력을 뿌렸다.
우주에서 독보적인 치유술을 가진 성녀답게 교인의 상태는 빠른 속도로 나아졌다.
“후우…… 죄송합니다.”
“그보다 무슨 일인데 그렇게 급하게 달려오셨나요?”
“큰일입니다!”
“큰일?”
“남쪽 대은하 연합이…… 혼돈의 마왕의 손에 궤멸했습니다.”
“뭐, 뭐라고요?”
“혼돈의 마왕이 단독으로 남쪽 대은하 연합을 습격, 전력의 9할 이상을 지워 버렸다고 합니다.”
아이센트는 강한 현기증에 비틀거렸다.
“성녀!”
빠르게 다가온 가브리엘이 그녀를 부축했다.
그리곤 교인에게 재차 확인했다.
“그게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레비니안의 수장인 필리포스 님은 그럼.”
“사망하셨습니다.”
가브리엘이 얼굴을 와락 찌푸렸다.
필리포스가 누구인가.
초월종 레비니안의 수장이자, 카르마 차원의 지배자였다.
비록 레비니안이 파충류들에게 극도의 공포감을 느낀다지만, 파충류가 아니라면 우주에서도 손에 꼽는 강력한 종족이었다.
그곳의 수장인 필리포스는 육성이나 4대 천사에 미치진 못하더라도 아주 강한 초월자였다.
“북쪽 대은하는 어떻게 됐지?”
“그곳도 연락이 안 됩니다.”
“빌어먹을……!”
연락이 안 된다는 것은 그곳 역시 비슷한 꼴을 당했다는 얘기였다.
남쪽 대은하는 혼돈의 마왕이 직접, 북쪽 대은하는 그의 군대가 갔을 것이다.
남은 것은 중앙과 동쪽 대은하뿐.
“메타트론에게 연락을 해야 해!”
가브리엘이 성녀를 조심히 내려놓고 어딘가로 다급히 달려갔다.
“괘, 괜찮으십니까, 성녀님?”
“……성황 폐하께선 이 사실을 아시나요?”
“지금쯤 전해졌을 겁니다.”
“현수…… 박현수 님을 만나야겠어요.”
혼돈의 마왕이 유난에 의해 적 세계로 쫓겨난 지도 어언 몇만 년의 시간이 흘렀다.
‘왜 생각을 못 했을까.’
그라고 해서 놀고만 있진 않았을 텐데.
* * *
“여기 좀 편하네.”
못 자는 에드가는 푹신한 쿠션 위에 몸을 뉘었다.
이놈들, 이런 편한 곳에서 쉬고 있었다니.
자신은 항상 딱딱한 바닥에서 쉬었는데, 정말 부럽기 짝이 없는 놈들이다.
하지만 이젠 부럽지 않았다.
“이젠 내 거니까.”
그는 다리를 쭉 뻗어 세 덩이의 시체 위에 올려놨다.
그들은 전부 심장이 텅 비어 있었다.
에드가는 자고 싶다는 일념으로 모든 일을 최대한 빨리 끝내는 습성이 있었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끝내는 방법은 생명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심장을 도려내는 것이었다.
“왠지 잘 수 있을 것 같은걸?”
느낌이 좋다.
에드가는 콧노래를 부르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의 휴식은 길지 않았다.
“네놈!!!”
콰창-!
유리창을 뚫고 봉을 든 성전사가 그에게 신성력을 흩뿌렸다.
“아, 세상에서…….”
에드가는 신성력이 둘린 봉을 바라보며 이를 바득 갈았다.
“자는 건 방해하는 놈들이 제일 싫어!”
끼익!
한 손으로 낚아챈 봉이 반대편으로 구부려졌다.
성전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순간-
푹!
에드가의 손이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
등 뒤로 튀어나온 손엔 아직도 펄떡거리는 심장이 들려 있었다.
“흠.”
팔을 털자 몸뚱이가 팔에서 떨어져 나왔다.
“별것도 아닌 게. 그러니까 왜 나를 방해해? 안 그랬으면 안 죽었을 거 아니야?”
그가 생명을 해하는 기준에는 2가지가 있었다.
첫째, 혼돈의 마왕이 내린 명령.
둘째, 지금처럼 그의 휴식을 방해했을 때.
“너무 좋다, 너무 좋아.”
평생 이곳에 있고 싶다.
그냥 마왕군을 나와서 혼자 외딴곳으로 갈까?
그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아무런 명령도 없는 곳에서 유유히 안빈낙도의 삶을 즐긴다면 못 자는 것에 괴로워하지 않아도 될지도.
“……그랬다간 마왕님이 날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몸으로 만들겠지.”
아무리 그가 나태함의 극치를 달린다고 해도 혼돈의 마왕 앞에서만큼은 절대 그러지 않았다.
그의 눈에 거슬리는 짓을 했다간 억겁의 고통을 견뎌야 할 것이다.
생각만으로 끔찍하다.
“지금 놀고 있는 것도 문제야…… 으윽, 싫다.”
자고 싶은데, 이 역시 명령이기 때문에 영원히 쉬는 건 불가능하다.
“슬슬 가 볼…….”
“어떤 쥐새끼인가 했더니.”
그때, 옆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드가가 귀찮은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은색 로브에 은색 머리를 하고, 녹색 스태프를 든 마법사가 서 있었다.
“넌 뭐야?”
카본이 은빛 눈을 빛내며 에드가를 노려보았다.
“어떻게?”
그 등장에 에드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멜의 능력으로 모든 신호는 차단됐을 터였다.
라베녹스 교엔 멜의 능력을 상회하는 통신 기술이라도 있는 것일까?
“난 남을 못 믿거든.”
카본은 히죽 웃으며 스태프에 마나를 집중시켰다.
“그래서 감지 마법 같은 건 미리미리 설치해 놓는 편이야.”
“아하.”
그렇다고 해도 놀랍다.
멜의 능력에도 걸리지 않는 감지 마법이라니.
듣도 보도 못했다.
‘은색의 마나 덕분인가?’
그의 몸에 둘려있는 은색 마나는 난생처음 느껴 보는 형태의 마나였다.
멜보다 기량이 높아 보이지 않는데도, 멜의 능력을 피한 걸 보면 확실했다.
“근데 혼자 왔나?”
“굳이 여러 사람 동반할 이유는 없으니까.”
“흐음.”
에드가가 자신의 목덜미를 살살 문지르더니,
“괜찮네.”
히죽 웃으며 엄청난 살기를 일으켰다.
“죽이면 작전은 그대로 실행되는 거잖아.”
“죽일 수 있다면.”
카본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달의 마력이 들끓기 시작했다.
“흐흐. 순식간에 죽여 주마.”
에드가의 신형이 사라졌다.
그리고 카본은 자신의 가슴 앞에 나타난 손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잘 가~”
퍽-!!
피륙이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 * *
차가운 한기가 감도는 좁은 방.
그곳엔 빛 한 점 들지 않아 어둠이 자욱하게 깔려 있었다.
“후욱.”
그 안에 한 남자가 나체로 가부좌를 틀고 명상하고 있었다.
그는 바로 박현수였다.
“됐다.”
박현수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역대 천마들의 기질을 모두 흡수하긴 했지만, 정작 그 느낌을 완전히 흡수하지 못했다.
해서 짧은 폐관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자신에게 맞게 정리했다.
“흠. 그보다, 꽤 빠른걸.”
이틀은 걸릴 줄 알았는데.
“재밌는 짓을 했구나.”
무슨 짓을 했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전방과 중앙의 연결을 방해하는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역대 천마의 기질을 손에 넣지 못했다면 자신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더 많은 생명이 사라지기 전에.”
박현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기가 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빨리 가 봐야겠구나.”
그의 두 눈에서 흉흉한 안광이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