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2
훈수 두는 천마님 1편
“도, 도둑이야!”
박현수가 큰소리로 외쳤다.
“그것도 해괴한 복장을 한 미친 노인이다!”
[미치긴 누가 미쳐!]딱-!
천경이 벼락처럼 움직여 박현수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억- 소리와 함께 박현수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천경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자신의 손을 보았다.
영체인 그는 사물과 접촉할 수 없었다.
만지려고 하면 그대로 통과되었다.
한데 이름도 모를 청년의 이마를 아주 찰지게 때렸다.
천경이 벽을 짚어 보았다.
휙 하고 팔이 그대로 통과되었다.
천경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닥을 뒹굴고 있는 박현수를 보았다.
“끄아아악!”
이마 한 번 때렸을 뿐인데 아주 죽으려고 한다.
엄살이 아주 심한 아이였다.
천경이 그에게 손을 뻗었다.
아까 전엔 나오지 않던 내공이 자연스럽게 일어나 박현수의 몸을 옭아맸다.
그대로 들어 올렸다.
“누, 누구세요?”
박현수가 겁에 질린 얼굴로 울먹이며 물었다.
천경은 대답하지 않고, 좁은 방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뒷간만큼 작았지만, 생전 처음 보는 것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그중에서도 단단해 보이는 하얀 상자와, 납작한 검은 판때기는 어디에 쓰는 것인지 예측조차 할 수 없었다.
천경은 다시 박현수를 보았다.
“흐윽…… 저, 저희 집에 훔쳐 갈 거 없어요. 죽이지 말아 주세요.”
눈물, 콧물 범벅이 된 박현수가 목숨을 구걸했다.
“저 없으면 하나뿐인 동생 어떡해요. 허어엉!”
[뭐라는 거야?]애당초 죽일 생각 따윈 없었다.
아무리 세상에서 마교라 부르며, 악인 취급한다지만 천경은 살생을 함부로 하는 이가 아니었다.
그리고 박현수는 그에게 있어 유일하게 접촉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천경이 내공을 풀자 박현수가 바닥에 엎어졌다.
“쿨럭, 쿨럭!”
[무슨 상상을 하는 건진 모르겠다만, 본좌는 너 같이 약한 놈은 건들지 않는다.]“그, 그럼 이곳엔 어쩐 일로…… 저희 집에 털어갈 거 없는데.”
박현수는 천경이 틀림없이 강도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게, 벽에 뚫린 구멍에서 갑자기 나타났다.
복장이 이상하긴 했지만, 그거야 개인의 취향일 테니 넘어가더라도.
아무튼, 강도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그랬다!
“그, 그야 저 구멍에서 나타나셨잖아요.”
천경이 고개를 돌렸다.
벽에 검은 구멍이 있었는데, 그를 집어삼킨 그것과 똑같은 형태였다.
바로 그곳으로 다가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은 광활한 평원이었다.
뒤따라 박현수가 들어왔다.
박현수는 경악한 얼굴로 비명을 질렀다.
“여긴 대체 뭐야!!”
좁고, 곰팡내 나는 방구석과 연결된 곳이라기엔 너무 광활하지 않은가!
그보다 벽 반대편은 옆집이었다.
박현수가 설마 싶은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포탈이 생긴 건가? 하지만 몬스터는 보이지 않는데…….”
[포탈이 무엇이지?]“그것도 모르세요? 요즘 세상에 포탈을 모르는…….”
[본좌가 물었다.]날 선 목소리에 박현수는 움찔했다.
그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짧게 설명해 주었다.
쉽게 말해 알 수 없는 이계와 연결된 통로였다.
그곳엔 많은 몬스터들이 존재했고, 포탈을 제시간 안에 공략하지 못하면 몬스터들이 지구로 튀어나와 사람들을 해쳤다.
“아까부터 왜 진짜 모르는 사람처럼 구세요……. 무섭게.”
잠깐.
그러고 보니 이 노인네, 분명 이능의 힘을 발휘했다.
아까는 진짜 죽을 수도 있겠단 공포 때문에 인지를 못 했었다.
박현수는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했다.
“저기, 질문 하나만 해도 될까요?”
[말해라.]“헌터세요?”
[헌터?]처음엔 모른 척하나 했는데, 진짜로 모르는 얼굴이었다.
최근에 힘을 각성한 사람인가 싶어 재차 질문했다.
“그럼 최근에 아까 사용한 특별한 힘을 손에 넣으신 건가요?”
[이거 말이냐?]천경이 내공을 일으켜 다시 박현수를 속박했다.
“으아아아아!”
그대로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박현수가 열심히 발버둥 쳤지만, 벗어날 수 없었다.
헌터가 분명했다.
하나 이어진 천경의 말에 박현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
포탈이 열리고, 헌터의 시대가 시작된 지 고작해야 2년.
박현수는 천경이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 * *
방으로 돌아온 둘은 서로를 마주 보고 앉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천경은 편한 자세로, 박현수는 무릎을 꿇은 채였다.
박현수는 눈알을 빙빙 돌리며 천경의 눈치를 살폈다.
천경은 턱을 괸 채 30분째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오, 다리 저려.’
자세를 조금씩 고쳐 봐도 결국 무릎 꿇은 자세라 아까부터 발바닥에 감각이 없었다.
바늘 수백 개로 찌르는 것처럼 따가울 뿐이었다.
그때, 천경이 고개를 들어 박현수를 보았다.
“그, 그렇습니다.”
두 사람은 돌아오자마자 이곳이 어디인지에 관한 얘기를 나누었다.
이곳은 천경이 살던 세계가 아니었다.
다르게 말하면 천경은 이계에서 온 인간이었다.
벽에 난 포탈을 통해서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다.
문제는 포탈이 천경이 살던 곳과 이어져 있지 않았다.
“…….”
[곤란해.]“저를 보며 그렇게 말씀하셔도…….”
박현수가 어색하게 천경의 시선을 피했다.
[자네에게 본좌가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예에? 그럴 리가요. 저는 평범한 소시민일 뿐인데요?”
[하지만 이곳은 네놈 집이고, 아무것도 만질 수 없던 본좌가 네놈만은 만질 수 있잖나.]“이곳은 제가 세 들어 사는 곳이고, 후자는…… 그냥 우연이겠죠.”
[세상에 그딴 우연은 없느니라.]박현수는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이 늘어놓은 말이 모두 말 같지도 않은 변명이란 건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인정해 버린다면 왠지 인생이 대차게 꼬일 것 같았다.
가뜩이나 암담한 인생이었다.
이 이상 굴곡은 절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인생 시발. 살다 살다 이계에서 온 귀신이랑 엮이다니.’
차라리 벽에 생긴 포탈에서 몬스터가 나오는 게 더 현실성 있었다.
그때였다.
삐리리리-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박현수는 잽싸게 핸드폰을 확인했다.
핸드폰 화면엔 김학성 헌터라고 적혀 있었다.
“잠시.”
천경을 조용히 시키고 전화를 받았다.
“박현수입니다.”
-어, 현수 씨. 지금 자리 하나 있는데, 바로 올 수 있어?
“넵! 바로 튀어가겠습니다.”
-그래~ 빨리 와 줘. 급한 포탈이야.
“네넵!”
통화가 끝났다.
“야호!”
박현수가 펄쩍 뛰며 만세를 했다.
갑자기 일이 끊기나 했는데, 예전에 신세 졌던 헌터에게 연락이 왔다.
성격이 나쁘지 않아 서포터들이 좋아하는 헌터였다.
바로 나갈 준비를 했다.
짐 가방에 서포터용 물품들을 마구잡이로 쑤셔 넣었다.
지켜보던 천경이 물었다.
“일이 생겨서 나가 보려구요.”
[방금 작은 상자에 대고 말을 하던데.]“다른 사람과 연락할 수 있는 기계예요.”
[뭐라? 농담하지 말게. 전음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랑 물건으로 어떻게 연락을 할 수 있단 말이냐?]아까 천경이 자신이 살던 세상을 설명할 때가 떠올랐다.
무협지에 나올 법한, 칼잡이들의 세계.
문명이 발달하지 않았으니, 전화기에 대해 알 리가 없었다.
“전 그만 가 봅니다. 할아버지도 적당히 있다가 그만 나가세요.”
[본좌는 돌아갈 때까지 이곳에 머물 생각이다만.]막 밖으로 나가려던 박현수가 멈칫했다.
“방금 뭐라고.”
[돌아갈 때까지 여기에 머물겠다고.]“하하. 농담이 지나치세요. 복지관 같은데 찾아가 보세요. 그럼 가 봅…… 으악!”
쿠당탕탕!
박현수가 바닥을 뒹굴다가 벽에 머리를 찧었다.
“아이고 나 죽네!”
[돌아갈 때까지 여기에 머물겠다.]천경이 나른한 얼굴로 말했다.
박현수는 뒤통수를 문지르며 울상을 지었다.
“젠장……. 그러시던가요.”
* * *
“……왜 따라와요?”
[본좌가 어딜 가든 네가 무슨 상관이냐?]“상관이 있지 왜 없어요!”
따악!
“끄악!”
[근데 이놈이 아까부터 말을 건방지게 하네?]“크윽.”
힘의 차이가 극명하니 대들 수도 없다.
박현수는 찔끔 흐른 눈물을 닦으며 속으로 천경을 마구 욕했다.
왜 하필 자신만 만질 수 있는 걸까?
억울했다.
그보다 귀신이면 성불이라도 할 것이지, 무슨 미련이 남아 아직도 이승에 남았단 말인가.
“그럼 약속 하나만 해 주세요.”
[무슨 약속?]“가서는 절대 저한테 말도 걸지 말고, 손찌검도 하지 말아 주세요.”
[누가 보면 본좌가 일부러 때린 줄 알겠구나?]“아무튼요. 많은 사람 앞에서 귀신한테 대꾸해 주면 혼잣말하는 미친놈으로 볼 거 아녜요?”
[흥. 보고 결정하겠다. 그리고 귀신 아니다.]“네네, 그러시겠죠.”
말은 저렇게 해도 엄청 경우 없는 노인은 아니었다.
말을 걸어도 상황을 보고 걸 것이다.
목적지에 도착했다.
천경은 이곳까지 오며 느꼈던 감상을 짧게 늘어트렸다.
“그런가요?”
[본좌의 천마신교는 황성과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았으나, 그조차 이 세상에 비하면 아주 작게 느껴지는군.]아무리 화려하게 지어 봐야 목조 건물이었다.
반면 이곳은 철근과 시멘트를 베이스로 지은 건물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높이마저 천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특히 오면서 본 120층을 넘어가는 높이의 빌딩은 천경에게 있어서 아득한 충격을 주었다.
거기다 길을 지나다니는 강철 마차는 말도 없는데 벼락처럼 움직였다.
사람들도 신기했다.
천경이 살던 세계에도 꾸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이 역시 이곳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천경이 한 빌딩 위에 달린 전광판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곳에선 머리부터 발끝까지 건강해질 것 같은 자양강장제 광고가 무음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기, 할아버지. 구경할 시간이 없어요. 저 늦었거든요?”
[누가 가지 말라 했느냐?]“……저 혼자 가면 할아버지는 이곳에서 미아가 되시거든요.”
[네놈의 나약한 기는 진즉에 파악했다. 어디에 있든 따라붙을 수 있으니 걱정 말아라.]“못 찾겠다고 나중에 뭐라 하지 마세요.”
박현수는 천경을 놔두고 멀지 않은 곳에 모여 있는 사람들 쪽으로 달려갔다.
“늦었습니다!”
“현수 씨 왔어?”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젊은 청년이 박현수에게 손을 흔들었다.
연락을 준 헌터 김학성이었다.
박현수보다 5살이나 어렸지만, 서포터인 그는 김학성에게 존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김학성은 박현수를 아주 편하게 대했다.
“바로 출발할 거야. 강동구에 있는 일자산 정상에 생긴 포탈인데, 등급은 B.”
“B요? 하지만 B등급 포탈이면 B급 헌터가 최소 셋 혹은 A급 한 명이 있어야 입장할 수 있잖아요.”
“두 명은 미리 가 있어. C급 이하 헌터들도 열 명 정도 모인 상태고.”
“아, 그렇군요.”
어쩐지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꽤 많다 싶었다.
김학성을 제외한 모두가 서포터였다.
B등급 포탈이라면 규모가 작은 도시쯤은 된다.
공략 기간은 최소 일주일이라 막사 설치, 취사 준비, 정보 수집, 보급 등 필요한 것이 많아 어쩔 수 없이 많은 서포터를 대동할 수밖에 없었다.
박현수는 그중에서도 헌터 바로 옆에서 전투를 보조하는 서포터였다.
가장 위험한 만큼 많은 페이를 보장받는 포지션이었다.
‘B등급이면 좀 무서운데.’
박현수가 위험한 포지션임에도 상위 서포터만큼 돈을 벌지 못한 이유는 등급이 낮은 포탈만 노리기 때문이었다.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
동생이 있는 만큼 절대 무리해선 안 된다.
‘다행히 담당 헌터가 김학성이니까.’
국내 B급 헌터 중에서 상위권에 위치한 김학성이었다.
큰 위험 없이 공략에 성공할 것이다.
B급이면 떨어지는 돈도 많을 테니 동생의 병원비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노인네는 왜 안 보여?’
아까 전엔 무조건 찾을 수 있다고 강짜를 부렸으면서.
‘오겠지.’
안 오면 더 좋고.
박현수는 자신에게 필요한 보급을 챙겼다.
모든 정리가 끝났을 때.
“출발한다!”
김학성을 필두로 무리가 일자산으로 향했다.
천경은 하늘 높은 곳에서 줄지어 이동하는 그들을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