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68
훈수 두는 천마님 66편
칭란은 먼저 중국으로 돌아갔다.
박현수는 집으로 돌아와 캐리어를 꺼냈다.
중국에 며칠이나 있을지 몰랐기에 주섬주섬 필요한 물건을 챙겼다.
그리곤 곧장 집을 나와 동생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그대로네요.”
박현수는 곤히 자는 동생을 보며 침대의 팔걸이에 턱을 괴었다.
주치의가 말하길, 그날 이후로 변한 건 없다고 했다.
알고 있었다.
특별한 일이 있었다면 보호자인 자신에게 가장 먼저 연락이 왔을 것이다.
동생의 머리를 쓸었다.
머리를 자른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금세 또 길어졌다.
천경이 병실에 있는 아기자기한 소품을 보며 말했다.
“윤이가 고생이 많죠.”
간호사한테 듣기론, 매일 같이 와서 2시간씩 있다가 간다고 했다.
동생들의 은인이라곤 하지만 그 정도 정성을 보여 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마음 놓고 갔다올 수 있겠어요.”
[무슨,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딱히 그런 생각으로 말한 건 아니에요.”
[흥. 다음은 빨간 처자냐?]“잠깐 들르겠다고 연락했어요.”
박현수는 주변을 정리하고 그만 일어났다.
그는 들릴 리 없는 동생에게 가겠다고 짧게 인사를 한 후 병실에서 나왔다.
* * *
“들었어. 란 언니의 일을 돕게 됐다고?”
왠지 오랜만에 만나는 것 같은 하유락은 머리카락에 붉은 기가 돌기 시작했다.
대부분 사라진 진기가 돌아오고 있다는 증거였다.
“S등급 포탈이라고 하니까요.”
“1인용 타입에 남자만 들어갈 수 있는 포탈이라니. 정말 듣도 보도 못했어.”
하유락은 사과를 베어 물며 박현수를 보았다.
“괜찮겠니?”
“저야, 뭐. 언제나 자신 있죠.”
“녀석.”
이민아에게 박현수의 활약상은 들었다.
아르망조차 쓰러트린 괴인을 박현수가 생포했다.
하유락은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상당히 놀랐다.
박현수는 이미 그녀가 담을 수 없는 수준으로 강해져 있었다.
이쪽 세계를 잘 모르던 박현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죽지마.”
“낙원의 파편에서도 살아남은 저예요.”
“그렇지.”
그 끔찍한 지옥에서 두 사람은 생환했다.
사람들은 그때 기적이라고 외쳤다.
“언제 시작하기로 했니?”
“잘 모르겠어요. 그건 중국에 가서 얘기할 것 같아요.”
“충분히 몸을 풀어. 언니가 여유가 있다고 말한 건 진짜로 여유가 있는 거니까.”
“알겠어요. 그런데 회주님이랑 친하신가 보네요?”
“팀에서 우리만 여자였으니까. 뭐, 언니라고 부르기엔 사실 나이 차가 크긴 하지만.”
하유락이 어색하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무튼.”
“네네. 걱정하지 마세요. 귀 닳겠네, 정말.”
“이 자식이. 하하하!”
박현수가 귀 후비는 시늉을 하자 하유락이 크게 웃었다.
두 사람은 그 이후로 30분 정도 대화를 더 나누었다.
“다녀올게요.”
“조심히 갔다 와.”
박현수가 나가고 병실 문이 닫혔다.
하유락은 짧게 한숨을 쉬며 사과 한 조각을 더 집어 들었다.
“나도 빨리.”
손바닥을 타고 작은 불길이 일렁였다.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면 아직 한참 부족했다.
하유락이 주먹을 쥐자 불길이 팟 하고 꺼졌다.
하루라도 빨리 힘을 되찾아 전선에 뛰어들고 싶다.
박현수를 도와 세상에 평화를 되찾고 싶다.
아삭-
사과가 반으로 갈라졌다.
* * *
“우리는 우리의 것을 되찾는다.”
어둑한 지하 공동.
지하수가 흐르고, 생쥐가 울어 대는 그곳에 수백 명에 달하는 인원이 모여 있었다.
그 가장 앞에 모두가 있는 방향을 보고 선 한 남자가 있었다.
다 낡은 옷과 꾀죄죄한 몰골, 지저분한 수염은 남자가 처한 상황을 말해 주고 있었다.
비단 그 남자만이 아니었다.
이곳에 모인 모두가 그런 꼴이었다.
하지만 남자의 목소리는 추레한 겉모습과 달리 자신감에 차 있었다.
“놈들이 우리에게 빼앗은 걸 모두 되찾을 때까지 우리는 목숨을 걸고 항쟁할 것이다.”
남자가 손을 위로 들고 외쳤다.
“흑룡회를 이 땅에서 몰아내자!”
“우오오오오!”
“몰아내자!”
“우리의 권리를 되찾자!”
모두가 광기 어린 눈으로 따라 외치기 시작했다.
남자는 그 광경을 보며 다시 외쳤다.
“준비는 끝났다! 우리의 무력을 보여 주자.”
그리고 이어진 함성.
“목표는 베이징 수도 국제공항. 그곳을 불바다로 만들자.”
중국을 지배하는 흑룡회를 무너트리기 위해 조직된 혁명 조직.
탐(貪)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이런 고철이 하늘을 날다니. 정말 믿기지 않는구나.]“몇 번 봤으면서 웬 호들갑이에요?”
[이 녀석아. 타는 거랑 보는 거랑 같으냐?]“하긴.”
천경의 말처럼, 보는 것과 직접 겪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그리고 호들갑이라고 말한 박현수도 정작 비행기는 이번이 두 번째로 타 보는 것이었다.
‘꽤 설레네.’
스승 앞에서 폼 잡고 싶어서 아닌 척하는 것뿐이었다.
중국에 도착한 박현수는 수화물을 되찾고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박현수 헌터님!”
그때 누군가 그를 불렀다.
소리가 들린 곳을 보자 검은 양복을 입은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축 환영’이라 적힌 피켓을 흔들고 있었다.
대체 뭘 축하한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저 남자가 칭란이 보낸 안내인인 모양이었다.
그곳으로 가니 남자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흑룡회 소속 B급 헌터 항이라고 합니다.”
“박현수입니다. 한국어가 되게 유창하시네요.”
“외교부 소속이라 하하.”
외교부?
길드에 그런 것도 있나 싶었지만, 흑룡회는 사실상 중국 정부라고 할 수 있는 거대 단체였다.
이미 국가에서 해야 할 일을 길드에서 처리하고 있는 수준이니, 외교부가 있는 것도 이상하진 않았다.
“가시죠. 회주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얼마나 걸려요?”
흑룡회의 길드 본부는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올 정도로 엄청나게 유명했다.
“빨리 보고 싶네요.”
“깜짝 놀라실 겁니다.”
두 사람이 가벼운 잡담을 나누며 차가 주차된 장소로 향할 때였다.
콰앙!!
뒤에서 커다란 폭음이 들려왔다.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고, 공항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었다.
“헌터님! 이쪽으로!”
항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당황한 얼굴로 박현수에게 손짓했다.
그러나 박현수는 그 손짓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테러? 다크 스피릿인가?”
“헌터님!”
박현수가 오지 않자, 항이 다급한 얼굴로 다가와 그의 손목을 끌었다.
“어서 가시죠! 이곳은 위험합니다!”
“시민들은요.”
“수호대가 처리할 문제입니다. 빨리 안전한 곳으로 가시죠!”
항은 열심히 손목을 끌어당겼지만, 박현수는 석상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람 몸이 대체 어떻게 되어 있길래?!’
항도 B급 헌터인 만큼 인간을 초월한 수준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박현수는 S급 헌터.
박현수가 손을 살짝 비틀자, 항의 손이 뿌리쳐졌다.
“헌터님!”
“갑자기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그냥 두고 갈 수는 없습니다.”
“위험하다니까요!”
“아까부터 위험하다고 하는데. 누가요?”
박현수는 그리 쏘아붙이며 폭발이 일어난 곳으로 몸을 날렸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 항의 눈으로는 쫓기 힘들 정도였다.
그는 급히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회주님!”
바로 흑룡회주 칭란이었다.
-무슨 일이야?
“회주님, 큰일입니다. 공항이 테러를 당했어요!”
-뭐라고?
“그런데, 박현수 헌터님이 시민들을 지키겠다고 폭발한 곳으로 가셨는데, 어쩌죠?”
-젠장, 또야? 뭐. 괜찮겠지.
“예?”
-박현수의 지시를 전적으로 따르도록 해. 나도 바로 그쪽으로 갈 테니까.
통화가 끊겼다.
항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테러가 일어난 곳을 보았다.
* * *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되찾는다!”
“우리야말로 중국의 핵심이다!”
“우리를 버린 흑룡회를 타도할 것이다!”
“모두 닥치고 우리 말에 따라라!”
각종 화기로 무장한 각성자들이 공항을 파괴하며 시민들을 억압했다.
그들은 소리가 들릴 때마다 묵직한 기관총을 천장에 쉬지 않고 갈겼다.
“기억해라! 우리는 탐! 모든 걸 집어삼킬 자들이다! 알아들었나!”
탐의 조직원 중 하나가 머리를 바짝 숙이고 있는 여자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사, 살려 주세요.”
여자가 공포에 덜덜 떨며 손바닥을 싹싹 빌었다.
“쯧쯧. 흑룡회에게 세뇌당한 불쌍한 여자 같으니라고.”
“아, 아니에요. 살려 주세요. 제발, 제, 제발 살려 주세요!”
“모두 잘 보도록 해라. 지금부터 우리가 너희의 세뇌를 풀어 주마.”
조직원이 비릿하게 웃으며 손에든 소총을 여자에게 겨누었다.
“자, 자, 자, 자, 잠깐…… 잠깐만요! 살려 주세요! 사, 살려……!”
“부디 다음 생엔 흑룡회 따위가 없는 좋은 곳에서 태어나길.”
“아악!”
조직원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겼다.
여자가 눈을 꾹 감았다.
“…….”
“…….”
하지만 아무런 소리도 울려 퍼지지 않았다.
죽었어야 할 여자의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었다.
여자가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대체 뭐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걸로 사람 함부로 쏘는 거 아니야.”
젊은 남자였다.
그리고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것으로 보아 한국인인 것 같았다.
말을 마친 그 남자는 길게 뻗은 조직원의 총신을 위로 구부러트렸다.
“네놈은 뭐야!”
“그러니까, 뭐라고 하는지 못 알아듣겠다니까.”
박현수는 이마에 핏대를 세우고 악을 지르는 남자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조직원이 동료들에게 외쳤다.
“이 새끼 죽여!”
“아, 그건 대충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탐의 조직원들이 일제히 박현수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근데 소용없어.”
모두가 방아쇠를 당겼다.
총구가 불을 뿜으며 사정없이 총알을 내뿜었다.
민간인들이 비명을 지르며 몸을 거북이처럼 말았다.
박현수만이 평온했다.
“여기는 열다섯 밖에 없네요.”
박현수는 날아오는 총알들을 보며 손을 들었다.
[천마신공] [흘리기]박현수의 손이 검은 태극을 그렸다.
[태극마]총알들이 태극에 흐름에 휩쓸렸다.
수백 발이 넘어가는 총알들의 궤적이 틀어졌다.
박현수는 춤을 추듯 팔과 몸을 휘저었다.
그리고 태극의 흐름을 여러 갈래로 나누어 길을 만들었다.
그 길은 각각 열다섯 개.
“으악!”
“커헉!”
열다섯 명의 탐 조직원들이 가슴이 꿰뚫린 채 쓰러지거나 무릎을 꿇었다.
특히 코앞에 있던 조직원은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격발한 직후, 1초도 지나지 않았다.
한데 쓰러지고 있는 건 자신들이었다.
박현수는 쓰러진 적들을 보며 손을 털었다.
“맞아도 상관없긴 한데, 그럼 시민들이 다칠 수도 있으니까. 그보다, 이 녀석들은 전원이 각성자네요.”
각자 못해도 수십 발은 몸에 박혔을 텐데 대부분 살아 있었다.
죽은 자들은 아마 등급이 낮은 각성자였을 것이다.
쾅!!
그때 바깥에서 폭발 소리가 들렸다.
주기장 쪽이었다.
“중국에 오자마자 이게 무슨 난리야?”
마치 자신을 노리고 일어난 일 같지 않은가?
그런 건 당연히 아닐 테지만, 타이밍이 안 좋았다.
박현수가 곧장 그곳으로 달려가려고 할 때 항이 그를 불러세웠다.
“박현수 헌터님!”
“항 씨?”
“회주님께서 수호대가 도착할 때까지 헌터님의 명령에 따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요? 그러면 여기 이분들 안전한 곳으로 보내고, 저 녀석들 포박하세요. 테러범이거든요.”
“아, 알겠습니다.”
“그럼.”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박현수의 모습이 멀어졌다.
항은 멍하니 그가 사라진 방향을 보다가 민간인들을 챙겼다.
* * *
“젠장! 어떻게 된 일이야?”
“B조와 회신이 끊겼습니다!”
“수호대가 벌써 도착한 건가?”
이번 베이징 공항 테러의 지휘를 맡은 자이창이 부하에게 물었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고등급의 각성자가 나타난 모양입니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S급 헌터가 아닌 이상 우리를 막을 수는 없어!”
“하, 하지만, 정황상 그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젠장. 리더에게 실패했다고 전해. 우리도 빠르게 퇴각한다.”
공항 진압 및 인질 생포를 담당한 B조가 궤멸한 이상, 더는 작전을 진행할 수 없었다.
조직원들이 빠르게 퇴각 루트를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전진할 수 없었다.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
“쏴!”
이번에도 총구에서 불이 화려하게 뿜어졌다.
박현수는 날아오는 총알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예전에 천경이 자신에게 돌조각들을 던졌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에 비하면.’
아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이제 총이란 건 그다지 위협적인 물건이 아니었다.
적어도 박현수에게는.
박현수는 여유롭게 총알의 궤적을 읽으며 손쉽게 피했다.
적들에겐 잔상만 언뜻 보일 정도로 아주 빠른 속도였다.
“젠장! 모두 흩어져!”
자이창이 총을 버리고 주먹으로 땅을 찍었다.
쾅!
박현수의 발아래서 돌기둥들이 솟구쳤다.
박현수가 발로 땅을 살짝 쳤다.
“……!”
돌기둥들이 모래처럼 박살 났다.
자이창은 이번에 건물 벽을 주먹으로 때렸다.
벽이 꿈틀거리더니 파도처럼 박현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박현수의 몸이 반쯤 가려진 순간, 자이창은 옆으로 미친 듯이 질주했다.
“벌은 받아야지 어딜 가?”
“으아아아!”
바로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자이창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박현수는 몸에 묻은 먼지를 털고 자이창에게 다가갔다.
“수호대란 게 온 것 같거든?”
공항 안쪽에서 강한 기운 여러 개가 느껴졌다.
“벌 받으러 가자.”
한국말을 모르는 자이창이지만, 지금만큼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