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69
훈수 두는 천마님 67편
공항으로 돌아온 박현수는 테러범들을 압송하고 있는 무리를 발견했다.
하얀 갑옷 같은 걸 입고 있는 자들이었다.
천경이 그들을 보곤 짧은 평가를 내렸다.
박현수도 그 말에 공감했다.
저들이 항이 말했던 수호대인 모양이었다.
“거기 멈춰!”
그중 하나가 박현수를 발견하곤 손을 들었다.
하얀빛이 손안에 모이는 걸 보니, 발출계 각성자인 모양이었다.
“움직이는 걸 보아하니, 멈추라는 거 같죠?”
[그런 게 아닐까?]“테러범인 줄 아는 건가?”
박현수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수호대원이 인상을 쓰며 다시 뭐라 외쳤다.
당연히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자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그대로 격발 자세를 취했다.
박현수가 한숨을 쉬며 바로 움직이려고 할 때였다.
“멈추시오!”
“항 님?”
수호대원이 달려오는 항을 보며 총구를 내렸다.
그는 다급히 수호대원 앞을 가로막으며 화가 난 목소리로 따졌다.
“저분이 감히 누군지 알고 총구를 겨눕니까? 당신, 내 덕에 산 거야!”
“무, 무슨 소리십니까?”
대원이 어처구니없단 표정을 하자, 항이 박현수를 가리키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저분은 대한민국의 S급 헌터인 박현수 님이십니다!”
“헉!”
S급 헌터라는 말에 대원이 헛숨을 들이켰다.
그때 사태를 지켜보던 수호대장이 그들 쪽으로 달려왔다.
“무슨 일입니까?”
“기다리시오. 박현수 헌터님!”
항이 박현수에게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박현수가 천경을 보며 말했다.
“항 씨가 해결해 줬나 보네요.”
[대가리를 땄어야 했는데.]“그런 무서운 말은 하지 마시라니까요.”
박현수는 살벌한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스승을 타박하며 항 쪽으로 다가갔다.
그에게 총구를 겨누었던 대원이 바짝 긴장한 얼굴로 꼿꼿하게 섰다.
박현수가 도착하자, 항이 수호대장과 대원을 보며 그를 소개했다.
“이분은 흑룡회의 손님이자, 세계에 단 열 분밖에 안 계신 S급 헌터 박현수 님입니다.”
뒤늦게 박현수의 정체를 알게 된 수호대장 또한 다른 대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그는 좀 더 대처가 빨랐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전 수호대의 3번대 대장직을 맡은 로우밍입니다.”
“자신을 수호대 3번대 대장 로우밍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항이 자연스럽게 통역해 주었다.
박현수는 어깨를 으쓱이며 그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반가워요. 박현수입니다.”
“수, 수호대원 장린펑이라고 합니다.”
총구를 겨누었던 대원이 살짝 겁에 질린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항이 통역하자, 박현수는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신경 쓰지 말라고 전하세요. 격발한 건 아니니까요.”
항이 통역하자, 장린펑이 박현수의 손을 붙들고 연신 감사하다며 고개를 조아렸다.
타국의 헌터에게, 그것도 별다른 관직을 가지지 않은 사람에게 보이기엔 과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S급 헌터란 그런 존재였고, 중국에선 특히 헌터의 계급이 중요시되었기에 박현수는 한국인임에도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이었다.
박현수는 수호대의 호위(?)를 받아 안전하게 차량에 탑승했다.
“출발하겠습니다.”
운전대를 잡은 항이 액셀을 밟았다.
박현수는 창밖을 보며 왠지 이번 중국행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 같단 느낌을 받았다.
* * *
“워우- 뭐야, 저거?”
박현수는 차창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성채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본좌의 성과 맞먹는구나.]천경 역시 새까만 성채를 보곤 제법 놀랐다.
박현수의 반응에 항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저곳이 바로 저희 흑룡회의 길드 본부입니다.”
“저게요? 아니, 너무 웅장한데?”
사진으로만 본 자금성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과연 중국을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중국 최강의 길드다웠다.
길드원의 수도 어마어마하다고 하니, 넓은 부지가 이해가 가긴 했다.
길드원이라고 꼭 각성자만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거대한 대문을 지나 5분가량 차를 타고 들어가니 작은 숲이 나타났다.
“저곳이 회주께서 머무는 곳입니다. 간부들도 허락이 있어야만 접근할 수 있는 곳인데, 회주님께서 특별히 박현수 헌터님을 저곳으로 모시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소박하네요.”
차에서 내린 박현수는 숲 안쪽에 지어진 작은 오두막을 보았다.
궁궐이나 다름없는 길드 본부와 어울리지 않은 오두막은 이곳만 다른 세상인 것처럼 보였다.
박현수가 그쪽으로 가려는데 항이 움직이지 않는 걸 보곤 그에게 물었다.
“같이 안 가요?”
“저한테 허락된 곳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렇군요. 감사했어요.”
“저야말로 영광이었습니다.”
항은 상당히 신사적인 남자였다.
그를 뒤로하고, 박현수는 오두막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들어오라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실례합니다.”
“어서 와.”
칭란이 실내복을 입고 박현수를 맞이했다.
박현수는 그녀를 보며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랐다.
비록 겉모습은 소녀였지만, 실제 나이는 할머니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았다.
한데, 그녀의 복장은 딱 그 나이 때 소녀에게 어울리는 토끼가 그려진 원피스형 잠옷이었다!
어울리지 않은 건 아니지만, 실체를 알고 있는 박현수에겐 그 점이 더 당황스러웠다.
박현수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자, 칭란이 피식 웃으며 나무 의자에 앉았다.
“귀엽지 않니?”
“예?”
“이럴 때 이런 걸 입어 보지, 또 언제 입어 보겠어?”
“그, 그렇긴 하죠.”
“그러니 그런 괴물 보는 것 같은 시선을 치우는 게 어때?”
“아.”
박현수는 급히 마른세수를 하며 헛기침을 했다.
괜히 민망함이 올라왔다.
칭란은 그 모습이 귀여워 쿡쿡 웃었다.
“앉아라.”
박현수는 괜히 목덜미를 긁적이며 자리에 앉았다.
“도착하자마자 봉변을 당했다지?”
“참. 그놈들은 대체 뭡니까?”
박현수는 공항을 테러한 놈들을 떠올렸다.
일반 시민들까지 죽이려고 한 극악무도한 놈들이었다.
칭란이 짧게 한숨을 쉬었다.
“한 달 전부터 나타난 녀석들이야. 자신들을 탐이라 소개하며, 테러를 일삼고 있어. 그런데 이번 공항 테러는 좀 충격적이네.”
칭란은 굳은 얼굴로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원래는 어떤 식이었는데요?”
“공항 테러랑 크게 다르진 않지만, 규모는 더 작았지. 공항을 테러했다는 건 자기들도 그만한 각오를 했다는 건데, 일이 골치 아파졌어. 가뜩이나 포탈 문제로도 머리가 아플 지경인데.”
“걔들이 원하는 건 뭔데요?”
“흑룡회가 사라지는 거.”
터무니없는 소리였다.
중국엔 수호대라는 조직이 따로 있지만, 실제로 큰 위협은 흑룡회가 다 처리했다.
흑룡회가 없다면 중국은 큰 위험을 당면했을 때 이겨 낼 힘이 없었다.
“아마도 우리가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는 거겠지.”
“그렇다고 그런 짓을 해요?”
파워 싸움에서 밀렸다지만 테러를 하고, 시민을 위험에 빠트리는 건 악랄한 범죄일 뿐이다.
“너는 신경 쓰지 말고 포탈에 집중해. 3일 후에 공략에 들어갈 거야. 탐 문제는 우리랑 중국이 해결할 문제니까.”
“끄응.”
얘기를 듣고 있던 천경은 그리 말했다.
박현수는 골이 아파 왔다.
눈앞에서 테러가 일어나고, 테러에 휘말린 시민들을 보았다.
폭발이 일어난 곳에선 사망자까지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신경 쓰지 말고 있으라니.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알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어련히 칭란이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그보다 공략에 들어가기 전에 준비를 좀 해야 해.”
“준비랄 게 있나요?”
“응? 당연하지. 설마 그냥 들어갈 생각이었어?”
“네.”
칭란은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반대로, 박현수 입장에선 당연했다.
낙원의 파편에 들어갈 때도 별다른 준비를 한 게 없었다.
안에서 먹을 식량 정도?
“몸 컨디션을 최상으로 맞추고, 협회와 얘기해서 너의 능력을 플러스시킬 만한 아이템을 배급받아야지. 그중에서도 너와 맞는 걸 선별해야 하니까 시간이 좀 더 걸릴 테고.”
“아니, 뭐가 그렇게 복잡해요?”
“일반적인 포탈이라면 이 정도까진 안 하지만, 알다시피 네가 들어가야 할 포탈은 S등급이야. 절대 쉽지 않을 거고, 그때 말한 것처럼 죽을 수도 있어. 최대한 생존율을 높여야지.”
“아이템이라면 아주 좋은 게 있는데.”
박현수는 중지에 낀 붉은 반지를 보았다.
-흐히히.
좋은 아이템이란 말에 할리가 실실 웃었다.
박현수는 반지를 한 번 문지르고 칭란을 보았다.
“좋아요. 생존율을 높인다는데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죠.”
“그리고 따로 줄 것도 있어.”
“줄 거요?”
칭란은 박현수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10분 정도가 지나서야 다시 돌아왔다.
그녀의 손엔 작은 갈색 함이 들려 있었다.
“그게 뭐예요?”
“열어 봐.”
함을 열었다.
[영약이로군.]함에는 삼처럼 보이는 뿌리가 들어 있었다.
크기는 별로 크지 않았지만, 짙은 갈색에 삐쩍 마른 것이 영양가는 없어 보였다.
아니, 먹으면 오히려 탈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육안으로 봤을 때만 그렇게 보일 뿐, 실제로 깡마른 뿌리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보통 평범한 게 아니었다.
“이건?”
“반년 전, A등급 포탈을 공략하고 손에 넣은 영약이야. 등급은 A+. 유일하다 보니까 효능은 아직 알려진 게 없어.”
“이걸 제게 준다고요?”
“말했잖아. 생존율을 높여야 한다고. 분명 귀한 거지만, 공략 실패와 저울질해도 이쪽이 더 싸게 먹히거든.”
“그래도.”
“이것저것 재지 말고 받도록 해. 우리는 장사를 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구해야 하는 사람들이야. 그리고 너는 그 사람들 중에서 가장 구원자에 가까운 존재인 거고. 너의 위치를 자각해라.”
칭란의 말은 냉정한 현실을 알려 주었다.
박현수는 뿌리를 들었다.
이전에 흡수한 이무기의 내단과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았다.
[너에겐 충분한 내공이 있지만, 다다익선이란 말이 있듯이 먹어서 좋으면 좋았지, 나쁠 건 없다.]하지만 극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다.
박현수는 이미 경지에 올랐고, 이보다 더 강해지려면 영약보단 깨달음이 중요했다.
“감사합니다.”
“돌아가서 쉬도록 해. 네가 할 건 따로 없으니까, 이틀 동안은 자유롭게 다녀도 좋아. 시내에 가 보고 싶으면 항을 붙여 줄게.”
칭란의 배려에 박현수는 알겠다고 답했다.
대화를 마치고 오두막을 나왔다.
박현수는 손에 들린 함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런 건 조금 부담스럽네.”
[그만큼 어깨에 짊어진 게 크단 것이겠지.]“제 입장에 대해서 크게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로벤에게 말을 들었을 때도, 하유락에게 들었을 때도 크게 감흥이 오진 않았다.
그런데 위치를 자각하라는 칭란의 말은 심장을 후비듯 깊게 파고들었다.
지금까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해 왔던 걸까?
박현수는 의념을 열어서 함을 허공에 띄웠다.
“들고 가기 귀찮아서 허공섭물로 가지고 가려는데요?”
[아니. 아니, 아니. 허공섭물이라고?]“왜요? 스승님이 한 거 보고 따라 한 건데.”
박현수는 스승의 이상한 반응에 눈썹을 찡그렸다.
[……이 미친놈아. 허공섭물이 아니라 의념을 열었잖느냐!]“의념?”
박현수는 의념에 관해선 알지 못했다.
그냥 손을 대지 않고 만지고 싶다는 일념으로 방법을 깨우친 것뿐이었다.
천경은 그게 더 어이가 없었다.
‘자각도 없이 화경에 돌입했다?’
박현수의 경지를 냉정하게 파악했을 때 잘 쳐 줘도 초절정 초입을 막 지난 수준이었다.
다음 경지라고 할 수 있는 화경과는 까마득한 차이였다.
한데, 단순 깨달음만으로 의념을 깨우쳤다.
이럴 땐 대체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하는가.
“아니, 왜 귀여운 제자 보고 자꾸 미친놈이래요?”
[시끄럽다! 그런 걸 할 줄 알게 됐으면 바로 말했어야지!]“고작 허공섭물가지고 무슨…….”
[허공섭물이 아니라고! 하늘이 도왔다고 해야 하나? 이 시기에 영약이 손에 들어오다니.]“네?”
[네놈이 그 영약을 받아서 정말 다행이다. 지금 경지에선 영약이 아니라 깨달음이 필요했지만, 의념을 사용한다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의념은 여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내공을 요구했다.
그걸로 무공에 접목한다면 1갑자 정도로는 어림없었다.
“설명 좀 제대로 해 주세요.”
[가서 들어라, 가서! 빨리 출발해!]“아, 알겠으니까 밀지 말아요!”
[빨리!]“악! 등은 왜 때려요!”
박현수는 이유도 제대로 모른 채 얻어맞으며 숙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