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8
훈수 두는 천마님 7편
바깥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전녹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옆에 있던 김장훈은 입까지 벌렸다.
전녹수가 말했다.
“상상 이상인데?”
“전력으로 때린 것 같지도 않았어요.”
“고유 능력을 사용한 건가?”
“그런 것 같진 않았어요.”
“공격력만으로도 A급이란 얘기군.”
순수한 정권 지르기로 1120점이란 점수가 떴다.
“최중성을 한 방에 기절시킬 만해.”
“최종성의 방어력 점수는 603점이었으니, 거의 두 배 차이라면 죽지 않은 게 용할 정도예요.”
“그래도 S급 수준은 아니야. 다른 부분에서 떨어지면 A급도 보류해야 한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이란 게 있었다.
“아직 검사는 많이 남았으니, 좀 더 지켜보시죠.”
“그러지.”
총 5개의 과목을 더 치러야 등급이 책정된다.
박현수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 * *
다음 테스트는 각력 파괴력 테스트.
전녹수는 상황실에서 김장훈과 몸을 풀고 있는 박현수를 보았다.
허공을 보고 혼자 중얼거리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다.
아마 긴장을 풀기 위한 주문 그런 것이리라.
“이번에는 몇 점이 뜰까요?”
“완력과 각력의 밸런스가 잡혀 있으니 비슷한 점수가 뜨겠지.”
“그럼 A급이겠네요.”
현재 박현수는 A급 확정은 아니었다.
다른 부분에서 떨어지면 B급이 될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니, 무난하게 A급으로 확정될 것이다.
“시작했다.”
두 사람은 자세를 취하는 박현수를 보았다.
옆차기를 하려는 모양이었다.
그가 몸을 뒤틀며, 회전력 실은 다리로 기둥을 때렸다.
박현수는 A급을 확정받았다.
* * *
“아쉽네.”
[멍청한 놈. 내공을 흘려보내는 속도가 너무 느렸어! 조금 더 빨랐다면 1,500점인지 뭔지를 넘었을 거다.]“쩝.”
천경의 호통에 할 말이 없었다.
훈수는 성공적으로 들었지만, 더욱 성공적으로 옆차기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
전녹수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표정을 가다듬고 있지만, 아직 놀람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대단합니다. 방금 것으로 A급은 확정받으셨습니다.”
“오!”
“축하드립니다. A급 헌터 박현수 님.”
박현수는 A급 헌터라는 말에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등급 낮은 포탈만 전전하던 별 볼 일 없던 서포터가 고작 하루 사이에 인생 역전에 성공했다.
이 모든 게 검은 구멍에서 튀어나온 천경 덕분이었다.
박현수는 당장에라도 천경을 얼싸안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아직 측정이 끝난 건 아니니, 조금만 더 수고해 주세요.”
“네네.”
박현수는 기쁘게 대답했다.
* * *
순간 속도, 방어력, 체력 측정까지 모두 끝나고, 마지막 측정만이 남았다.
총 이틀이 소모되었다.
하루 만에 끝날 줄 알았는데, 최소 하루는 소요된다는 뒤늦은 설명을 들었다.
덕분에 박현수는 만전의 상태였다.
“이것만 끝나면 진짜 헌터다.”
각력 측정에서 이미 A급을 확정받은 박현수였다.
나머지 측정에서도 A급 이상 S급 이하의 점수가 나왔다.
S급까지 한두 걸음 차이라 개인적으로 아쉬웠지만, 천경은 이제 걸음마를 뗀 주제에 욕심부리지 말라며 타박했다.
“그보다, 가상 전투를 치를 생각하니 살짝 떨리네요.”
“대부분 현수 님이랑 비슷합니다. 그러니 긴장하지 않으셔도 돼요.”
전녹수가 다독였지만, 긴장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머저리 놈. 이깟 게 뭐라고 그렇게 긴장을 해?]“말을 해도 꼭 그렇게.”
오히려 천경 덕분에 긴장이 살짝 풀렸다.
마지막은 가상 전투.
이는 등급 측정실을 설계한 과학자, 안데르센이 자신의 고유 능력을 바탕으로 만든 최첨단 실험 장치였다.
일명 ‘리얼 월드’.
이곳에 나타나는 적은 ‘진짜’다.
“뉴스에서 본 적은 있는데.”
“모두 진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곳에서 적에게 당할 때 발생하는 오감의 충격은 현실과 다르지 않습니다.”
“진짜 그게 됩니까?”
“안데르센 님은 보기 드문 희귀 능력을 각성하신 분이었죠. 전투력 자체는 낮지만, 그분은 오로지 고유 능력 하나만으로 S급을 판정받으셨습니다.”
안데르센 워커.
박현수도 익히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세계 최고의 천재.
포탈대책위원회 최고 연구소장.
그리고 S급 헌터.
그가 실전에 나선 적은 거의 없지만, 헌터와 관련된 물품들은 대부분 그의 작품이었다.
가장 유명한 건 역시 헌터 등급 측정실.
특히 이 가상 전투 공간, 리얼 월드였다.
삑-
그때, 리얼 월드에서 전투가 끝났다는 신호가 울렸다.
문을 열고 나온 건 첫날 본 한울이었다.
그녀는 피로한 얼굴로 걸어 나왔다.
“수고하셨습니다. 한울 씨는 안쪽에서 대기하시면 등급이 책정되는 대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으으…… 죽겠어요.”
“정말 고생하셨어요.”
한울은 거의 끌려가다시피 대기실로 향했다.
그러다 박현수와 눈이 마주쳤다.
이번엔 한울이 먼저 고개 숙여 인사했다.
박현수는 그녀의 인사를 받으며 전녹수에게 물었다.
“저분도 오늘이 마지막인 거죠?”
“네. 평균 B급에 해당하는 점수가 나왔으니, 무난하게 B급에 안착할 겁니다.”
“아하.”
“들어갈 준비 하시죠.”
박현수는 가볍게 몸을 풀고 리얼 월드로 들어갔다.
“가짜가 진짜처럼 느껴지는 공간이라.”
천경은 리얼 월드 내부를 보았다.
아직까진 특별한 게 보이지 않았다.
“기문진이요?”
[그래. 보통 자기 것을 지키거나, 적을 교란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술이지.]기문진은 쉽게 말하면 공간을 뒤틀어 길을 잃게 하고, 상대의 정신을 조작해 환상을 보여 주는 진법이었다.
실력 좋은 진법가는 현실과 혼동이 올 정도의 환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천경에게 리얼 월드는 뛰어난 기문진이랑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별것도 다 있네요.”
-1분 후 시작하겠습니다.
전녹수가 방송을 통해 알려 왔다.
-레벨은 총 10단계입니다. 박현수 님은 A급 확정 상태라 레벨 4부터 진행됩니다. 부디 무운을 빌겠습니다.
무운을 빌겠다니.
박현수는 약간 오싹함을 느꼈다.
A급 헌터인데도 시작 단계가 레벨 4였다.
사전에 듣기로 S급 헌터는 레벨 7을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직 레벨 10을 돌파한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조용히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어쩌라는 겁니까?”
[적당히 하라는 거지, 적당히.]-시작합니다.
공간이 뒤틀렸다.
사방에 나무가 자라며, 땅이 흙으로 뒤덮였다.
텅 비어있던 공간은 숲이 되었다.
심지어 숲 내음까지 완벽하게 구현되었다.
천경이 ‘오!’ 하고 소리를 높였다.
반면 박현수는 정면에 솟아오른 적을 보며 헛웃음을 삼켰다.
“크아아아아아!”
잿빛 피부를 가진 거인.
오우거였다.
* * *
오우거는 B등급 이상의 포탈에서만 등장하는 초재생력을 지닌 중형 몬스터다.
거의 보스급에 준했는데, 그 힘은 주먹 한 방에 3층짜리 건물을 반파시킬 정도였다.
레벨 4부터 살벌했다.
천경은 흥미로운 눈으로 잿빛의 거인을 보았다.
그와 반대로.
“지, 지금이 그런 말 하실 땝니까!”
“쿠와아아아!”
박현수는 미친 황소처럼 들이대는 오우거를 피해 최선을 다해 몸을 빼고 있었다.
인간을 한참 초월한 근력은 방어력을 검증받은 A급 헌터조차 위협했다.
“나 죽는다!”
[쯧쯧. 한심한 놈.]라고 말하긴 했지만, 천경이 보기에도 오우거는 덩치보다 굉장히 신속했다.
이대로 둔다면 박현수는 오우거한테 쪽도 못 쓰고 두들겨 맞을 게 뻔했다.
그것도 좋겠지만, 천경은 다음 레벨도 확인하고 싶었다.
“상대를 관찰해라.”
박현수는 천경의 마지막 말을 복창하며 오우거의 눈을 봤다.
크게 벌어진 입안으로 흉측한 이빨과 질질 흐르는 침이 보였다.
광기로 물든 눈은 당장에라도 그를 찢어 죽일 요량이었다.
“침착하게.”
오우거가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막무가내식이라 박현수는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었다.
몸을 급히 튼 오우거가 재차 주먹을 찔렀다.
그 역시 동작이 컸다.
아직 박현수에게 ‘움직이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다.
그러니 말로써 전할 수밖에.
박현수는 들은 대로 하나둘 속으로 생각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다 살짝 발이 꼬였다.
“젠장!”
오우거의 주먹이 코끝을 스쳤다.
광풍이 휘몰아쳤다.
박현수는 다급히 한 발을 뒤로 빼 중심을 잡았다.
[나려타곤이다.]“그게 뭔데요?!”
[구르라고 자식아!] [나려타곤의 자세가 머릿속에 인식됩니다.]박현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냥 바닥을 추하게 굴러 공격을 피하는 방법이다.
한데 지금 상황에서 거의 유일한 회피법이었다.
바닥을 굴렀다.
짓밟듯 다리를 크게 올린 오우거가 애먼 땅을 밟았다.
튕기듯 자리에서 일어난 박현수는 오우거의 등을 발견했다.
“등엔 급소가 거의 없어 제대로 된 타격을 주기 어렵다.”
그럼 어딜 노려야 할까?
“올라탑니다!”
[좋은 판단이다.]뒤로 빠져 있는 오우거의 오른 다리를 밟고 뛰어올랐다.
오우거가 몸을 돌렸지만, 박현수가 빨랐다.
머리를 꽉 붙잡았다.
그대로 무릎을 송곳처럼 세워 꽂았다.
콰직-!
팔보다 다리가 강하고, 박현수 역시 지난 측정을 통해 그 진리를 확인했다.
오우거는 피부가 두껍고, 재생 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
박현수는 직접 상대하는 건 처음이지만, 도감을 통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으아아악!”
툭 튀어나온 가슴을 받침 삼아 무릎을 미친 사람처럼 꽂아 넣었다.
[자세가 안 나온다고 마구잡이 공격은 지양해라.] [훈수 듣기가 발동합니다!] [훈수를 성공적으로 들었습니다!] [1회 공격력이 22.7% 증가합니다.]“죽어랏!”
우드득-!
턱부터 시작해 무릎이 두개골을 관통했다.
최종적으로 닿은 것은 생물의 모든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그곳.
퍽-
박현수는 바닥으로 뛰어내려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테스트 레벨 4를 통과하셨습니다.
-모든 체력이 회복됩니다.
-10분 후 레벨 5가 시작됩니다.
* * *
결과적으로 박현수는 레벨 6 라이칸스로프에서 무너졌다.
전체적으로 오우거의 상위 호환인 최상위 늑대인간은 시종일관 박현수를 압도했다.
유의미한 타격을 입히긴 했지만, 먼저 리타이어한 건 결국 박현수였다.
이번에도 고작 한두 걸음 차이로 S급 헌터가 되지 못했다.
박현수는 아쉬웠지만, 천경은 자신의 한계를 확인했으니 남는 장사라고 하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전녹수가 웃으며 다가왔다.
그는 대단했다며, 레벨 6까지 간 것도 충분히 엄청난 일이라고 열성을 토했다.
“박현수 님의 자격증은 바로 발급됐습니다. 대기실로 가시면 받으실 수 있습니다.”
“후우, 감사합니다. 피곤해서 어서 쉬고 싶네요.”
리얼 월드는 결국 가상 세계라, 현실로 돌아오면 모든 상처가 사라졌다.
하지만 정신적 피로는 그대로 누적되어 있었다.
한울이 지친 몰골로 나온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좀 쉬겠습니다.”
“네. 부디 좋은 선택 하시길.”
전녹수는 영문 모를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박현수는 고개를 갸웃거릴 뿐 굳이 붙잡지 않았다.
“으아! 빨리 집 가서 쉬어야지.”
[쯧쯧. 쉬긴 뭘 쉬어? 돌아가면 지옥의 체력 단련이 있을 줄 알아.]“……봐주세요, 좀.”
박현수는 울상을 지으며 대기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정장 차림의 아름다운 여성을 발견했다.
“아, 박현수 님인가요?”
“맞는데요.”
“반갑습니다. 저는 헌터 협회 소속의 이민아라고 합니다. 현수 님과 전속 계약을 맺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전녹수가 왜 좋은 시간을 보내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과연 그 시간이 좋은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