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Return to Home RAW novel - Chapter (169)
“으으······ 어찌 이럴수가.”
백무명에게 내공 대부분을 빼앗긴 소요선인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주위에는 합공을 가했던 반선 열네 명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그들의 특징은 몸속 내공을 모두 백무명에게 뺏겨 마치 미라처럼 되어있다는 점이었다.
하기야 공력을 비롯한 몸속의 진기를 모두 빼앗긴 그들이 살아있을 리가 없었다.
지존환과 흡수대법 두 가지가 중복으로 적용된 처참한 결과이기도 했다.
소요선인이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것은 바로 백무명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의 목숨은 꺼져가고 있었다.
담담한 표정의 백무명이 물었다.
“대체 흑반선들이 노리는 것이 무엇이오?”
“후후후! 내게서 뭔가를 알아낼 생각이라면 꿈 깨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금 비록 나는 죽지만 회주께서 반드시 부활시켜주실 것이다.”
소요선인이 말을 마친 후 심맥을 터뜨려 자진했다.
어차피 목숨이 일각 정도 남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백무명이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흑반선들의 수도 모르겠고, 흑반선회주라는 자의 생각 역시 잘 모르겠구나. 날 제거하려는 것은 알겠는데 어떤 때 보면 수수방관하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일단은 칠마종 제거에 주력해야겠군.’
백무명이 삼매진화를 일으켜 반선들의 시체를 한 줌 재로 만들었다.
신선계에서 언제 다시 반선들을 보낼지 잘 모르겠으나 지금까지의 행태를 볼 때 당분간은 잠잠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소림사로 들어간다.’
* * *
“맹주님을 뵙습니다.”
“맹주님을 뵙습니다.”
백무명의 복귀는 영웅맹 무사들을 비롯한 소림사에 있던 삼파동맹 무사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늦게나마 폐관을 끝냈을 뿐만 아니라 소림사 주위에 있던 반선들을 제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반선들의 모습은 소림사 내부에서도 목격이 되었지만, 워낙 무공이 강해 달리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백무명에 의해 말끔히 제거되었다고 하자 다들 기뻐하고 있는 것이다.
“제 아들은 보지 못하셨습니까?”
작전 회의에 참석한 백운목의 물음이었다.
백여희와 백여옥, 그리고 이번에 소림사로 들어온 장씨부인 역시 취의청에 앉아 있었다.
당연히 그들은 백동방의 행방에 대해 아까부터 물어볼 기회만 기다리고 있었다.
“아, 영웅보 대공자 말입니까?”
백무명이 아는 체를 했다.
장씨부인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네. 맹주님. 제 아들이 악양에 있던 저를 구출해서 이곳 소림사까지 데려다주었지요. 반선놈들을 제거한다고 저만 소림사 안으로 들여보낸 후 그 행방을 모르겠습니다.”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추측이 가는 일이 있습니다. 솔직히 아까도 백 공자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백 공자가 반선들과 대결한 것이 맞는다면 이번에 제거된 스무 명의 반선 중 네 명이 백 공자에게 제거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백무명이 반선 네 명의 시체를 발견한 일을 말해주었다.
그 내용은 간단했다.
폐관 수련을 끝내고 소림사 밖으로 나가자 반선들이 모여있었는데, 그중 네 명은 이미 죽어있었다는 것이었다.
“아! 한데 지금 제 아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반선들의 합공을 피하고자 잠시 몸을 피한 게 아닌가 합니다. 반선들을 한 명도 아니고 네 명이나 제거했으니 약간의 내상을 입었을 수도 있겠지요. 아니면 또 다른 반선을 추격하러 갔을 수도 있고요. 아무튼 백 공자의 무공이 매우 출중하다는 것이 증명되었으니 너무 걱정하실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조만간 소림사로 오지 않겠습니까?”
백무명의 말에 그제야 백운목, 장씨부인, 백여희, 백여옥 네 사람이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비록 내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있으나 시체가 발견된 것도 아니고 반선들을 피해 모처에서 운공요상 중일 가능성이 커 보였기 때문이었다.
백무명이 미소를 지으며 화제를 돌렸다.
“지금 당장 중요한 문제는 숭산 인근에 집결해 있는 칠마종 놈들의 제거입니다. 놈들 병력이 삼십만이라고 했습니까?”
“네. 총맹주님.”
백여희가 호칭을 총맹주로 함으로써 백무명이 삼파동맹의 총지휘자임을 부각했다.
사실 백무명에 대한 호칭은 맹주와 총맹주가 혼용되고 있어 큰 의미는 없었지만, 대국을 결정할 시기가 되었기 때문에 일부러 말한 것이었다.
“성녀님과 장생노인 두 분의 의견부터 듣고 싶습니다. 지척까지 온 칠마종 놈들을 어떻게 상대해야겠습니까?”
백무명의 물음에 성녀가 담담히 말했다.
“총맹주께서는 우리가 선공하는 것도 생각하고 계신 건가요?”
“물론입니다. 반선들이 없는 지금이 적기라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신중히 처리하기 위해 여러분의 의견을 여쭤보는 겁니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신선계 반선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무림에 나타나는 주기가 따로 있었어요. 그 말인즉 한번 사라지면 새로운 반선들이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지요.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천추의 한이 될 거예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마침 성녀께서 속한 천마신교가 북상을 하고 있어 나머지 칠마종의 지원이 어려운 지금이 적기입니다.”
장생노인까지 지지 의사를 표시하자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지금까지 수세에 처했던 삼파동맹이 공세를 취하게 된 순간이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선공을 가하기로 하고 그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소림사 밖은 진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므로 많은 제약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좋은 의견 있으신 분은 말씀해주십시오. 먼저 백 군사부터 말해보시오.”
“네. 총맹주님.”
백여희가 대답 후 잠시 생각에 잠겼다.
원래 오라비의 복귀 소식을 모친에게 전해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도 들떴던 그녀였다.
하지만 군사로서의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침착함이었기 때문에 애써 냉정을 유지했다.
그러던 차에 백무명이 반선들을 제거하고 가장 먼저 백여희를 찾았다.
백무명은 백여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었고 그제야 그녀의 마음도 안정을 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백무명이 바로 자신의 오라비라는 사실은 아직 모르고 있었기에 그 점은 한계가 있었다.
백무명으로서도 백여희에게만은 모든 것을 밝힐 생각을 하긴 했으나 왠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많아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다.
물론 그가 가장 많이 신경을 쓰고 있는 사람들은 천마신교 고수들이었다.
특히 성녀와 매영설 두 사람은 천마 교주만을 기다리고 있어 자신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지 않았다.
백여희가 말했다.
“기습 공격을 가하는 것이 가장 좋을 듯합니다. 무사 전부가 움직이면 놈들이 알아차릴 가능성이 크니 정예 무사들을 선발해 기습 공격을 감행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물론 나머지 병력 역시 언제든 가세할 준비를 해야 할 겁니다.”
“어느 정도 인원이 좋겠소? 놈들이 삼십만이나 되는데 너무 적은 병력은 어렵지 않겠소?”
“기동성과 은밀성을 생각할 때 이만 정도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총맹주님의 무공이 뛰어나니 놈들을 진으로 가둔 후 기습 공격을 가한다면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겁니다. 물론 일단 전투가 벌어지면 나머지 이십만 병력도 놈들을 넓게 포위해서 도주하는 자가 한 명도 없게 해야 할 겁니다.”
“하하하. 백 군사는 내가 놈들을 가둘 진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오?”
“네. 지난 며칠간 우리가 감탄한 것은 바로 총맹주님께서 쳐둔 진이었습니다. 반선들조차 진을 뚫지 못했지요. 맹주님께서 일단 폐쇄진으로 놈들을 가두는 데 성공만 하면 그것만으로 승기를 잡은 것과 마찬가지일 겁니다.”
“으음, 사실 나 역시 비슷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소. 폐쇄진으로 놈들을 가둔 후 진영을 불태운다면 놈들 병력의 절반 이상은 쉽게 제거할 수 있을 것이오. 다만 반선들이 걱정이었는데 마침 놈들이 제거되었으니 지금이 적기인 것 같소. 이 작전에 문제가 있으면 지금 말씀해주십시오.”
“총맹주님. 저는 놈들의 수괴들이 걱정입니다. 검마종주, 광마종주, 독마종주 이렇게 세 명의 고수가 놈들 진영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에 반면 우리는 믿을만한 고수가 총맹주님과 성녀님 두 분 정도입니다. 아, 이럴 때 영웅보 백 공자가 어서 복귀를 해야 하는데······.”
장생노인이 아쉬워했다.
성녀가 말했다.
“저 역시 아쉬운 점이 있어요. 본교의 백천 무사가 있다면 큰 힘이 되었을 텐데······.”
“완벽한 상황을 기다리면 실기할 수 있으니 기습 공격을 감행하기로 하고 이제 그 시기를 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백 군사. 기습 공격은 언제가 좋겠소?”
“내일 새벽입니다. 놈들의 진영과 이곳 소림사와의 거리는 한시진도 걸리지 않으니 선발된 이만 무사가 빠르게 이동할 수 있을 겁니다. 나머지 이십만 무사는 폐쇄진이 설치되고 전투가 시작되면 그때 움직이게 될 겁니다.”
“좋소. 그렇게 합시다.”
* * *
깊은 밤.
기습 공격 시간을 한 시진 정도 앞두고 백무명은 자신의 처소에서 운기조식을 하고 있었다.
삼십만 병력을 가둘 폐쇄진을 치려면 막대한 내공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지금 그가 시도하고 있는 것은 소요선인을 비롯한 반선 열다섯 명의 내공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었다.
지존환과 흡수대법의 도움으로 반선들의 내공을 흡수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아직 완전히 자신의 내공으로 만들지는 못한 상태였다.
그 이유는 무명심법과 천마심공의 관계 정립이 아직 불안정하기 때문이었다.
이는 이번에 활성화하는 데 성공한 천마진기의 활용 문제이기도 했다.
고심한 결과 가장 기본적인 토대는 무명심법으로 정했다.
무명심법은 무형검의 토대가 되는 심법으로 정사마를 아우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확실하게 기억은 하지 못하지만, 이전에도 무명심법이 기본 심법 역할을 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백무명은 단 한 번의 일주천으로 모든 내공을 무명심법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
다시 말해 이제는 무명심법으로 천마음을 내도 최상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반선들의 내공 역시 백무명 본인의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해 그의 내공은 가히 절대적이라 할 수 있었다.
모든 기를 갈무리한 후 백무명이 눈을 빛냈다.
‘흑반선회주 그자의 무공은 어느 정도일까. 지금 수준으로 일대일로 붙는다면 그 결과가 궁금하구나.’
백무명이 아직 만나보지 못한 흑반선회주를 떠올렸다.
그가 흑반선들의 수장이기 때문에 최후의 대결 상대로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하지만 왠지 마음이 허전한 구석이 있었다.
‘아니다. 신선계는 시작도 끝도 없는 미지의 세상이다. 내가 모르는 힘이 더 있을 수 있다. 만약 흑반선회주 배후에 또 다른 힘이 있다면 그야말로 난감할 것 같구나. 무엇보다 흑반선들의 수가 가늠이 안 된다. 만약 반선들이 수십 명이 아니라 수백 명, 아니 수천 명이 공격해온다면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이번 싸움이 끝나는 대로 신선비급을 제대로 익혀야 할듯하다.’